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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
아귀(마산) 홍어(흑산도 목포) 그물에 걸리면 ‘에이. 재수없어’라면서 바다에 텀벙 내던졌다고 해서 ‘물텀벙’이란 별명을 가진 아귀, 한국에선 1960년대 중반 경남 마산에서 아귀를 먹기 시작했다고 알려졌다. 아귀를 맛보려면 그래서 마산에 가볼만하다.아귀요리전문점이 오동동 사거리 일대에 몰려있다. 찜은 물론 수육, 내장수육, 불고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귀요리를 낸다. 전라도 사람들의 ‘소울푸드’인 홍어는 겨울부터 3월까지가 제철이다. 전남 흑산도 예리항에선 홍어 경매가 열린다. 울룩불룩한 살결이 불그레하다. 옆에 놓고 보면 칠레산은 밋밋하다. 맛도 그렇다. 홍어는 회나 구이, 찜, 찌개등 다양하게 먹을 수 있지만 역시 삭혀야 제맛이다. 화장실을 연상케하는 고약한 냄새는 요소 때문이다. 홍어 몸속에 요소가 많은 데, 요소가 암모니아로 변하면서 특유의 냄새를 낸다. 요소는 사람의 오줌에도 많다. 그러니 냄새도 비슷할 밖에. 흑산도에서는 알싸한 홍어를 서울보다 훨씬 싸게 먹을 수 있다. 하지만 흑산도 들어가기가 그리 쉬운가. 아쉽지만 목포에서 입맛을 달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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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
도다리쑥국(통영) 새조개(남당리) 황태(인제) 냄비물이 팔팔 끓으면 도다리를 넣는다. 양념은 무 몇 조각, 마늘, 풋고추, 파 정도가 고작. 도다리가 익었다 싶으면 햇쑥을 끊어 넣는다. 별 솜씨 부리지도 않았건만, 그렇게 시원하고 향긋할 수 없다. 언 땅을 뚫고 올라온 쑥은 이때가 지나면 빼쎄서 맛 이 떨어진다. 도다리쑥국을 초봄 한 달 남짓밖에 맛보지 못하는 까닭이다. 도다리쑥국을 먹으려면 역시 경남 통영이다. 껍데기를 벌리면 발과 몸통, 내장이 드러난다. 길고 통통한 발은 가운데가 살짝 구부러지고 끝은 뾰족해서, 얼핏 작은 새처럼 보인다. 새조개다. 뜨거운 물에 새조개를 살랑살랑 흔들어 꺼낸다. 입속에서 감칠 맛이 폭발한다. 전남여수와 경남일부에서 나던 새조개가 1980년대부터 충남 홍성군 남당리 앞바다에 나타났고 서울에서도 각광받게 됐다. 매년 12월 남당리에선 새조개 축제가 열린다. 인제등 강원도에서는 날씨가 추워지면 명태를 엮어서 덕장에 내건다. 얼었다가 녹기를 되풀이한다. 명태 살이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황금빛으로 변신한다. 황태다. 황태는 3~4월 본격적으로 출하된다. 하지만 2월쯤 강원도에 가면 황태 수천마리가 덕장에 걸린 장관을 구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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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
마른굴비(영광) 매실(광양) 요즘 굴비가 예전만 못하다는 사람들이 있다. 과거에는 조기를 짜게 소금 간하고 오래 말려 굴비로 만들었다. 냉장기술이 발달한 요즘은 굳이 그럴필요가 없다. 굴비는 1cm차이에도 값이 크게 달라지는 데다. 도시사람들이 덜 짜고 통통한 굴비를 더 쳐준다. 7~14일정도만 말려 물을 뺀‘물굴비’를 냉동시켰다가 유통한다. 옛날식으로 꾸덕꾸덕하고 짜게 말린 굴비는 3월초 짧은 기간 전남 영광가면 맛볼 수 있다. 영광에선 ‘마른굴비’ 혹은 ‘봄굴비’라고 부른다. 쌀뜨물에 담가둿다가 솥에 쪄내면 예전 ‘밥도둑’명성 그대로다.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는 ‘매화마을’로 알려졌다. 매년 봄이면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불어오는 봄바람이 묻어있는 , 달콤하면서도 향긋한 매화꽃 냄새가 마을을 휘감는다. 매실은 4월부터 맺히기 시작해 5월 말에서 6월 초 수확을 시작하니, 꽃구경이냐 매실맛보기냐는 선택에 달렸다. 행복한 고민이다. 매실은 맛도 맛이지만 건강에 좋다. 해독 작용과 살균성이 강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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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
녹차(하동) 백합(부안) 한국에서 처음 차나무를 심은 곳은 경남 하동 쌍계사 근처로 추정된다. 화개천 지리산골짜기와 바위틈에는 지금도 야생차나무가 무성하게 자란다. 하동에선 곡우(4월10일) 앞뒤부터 7월까지 차를 만든다. 무쇠 솥을 아궁이에 걸고 차를 덖는 집이 여럿이다.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 ‘차시배지’ 일원에서는 매년 5월 중순 ‘하동야생차문화축제’가 열린다. 녹차는 벚꽃만개시기와 엇비슷하게 포개진다. 차를 마시는 입도 즐겁고 벚꽃을 구경하는 눈도 기분좋은 봄 여행지가 되겠다. 백합은 ‘조개의 여왕’이라고 극찬을 받는다. 육질이 부드럽고 쫄깃하다. 조개류의 특유의 비린내가 없다. 개흙도 거의 없어서 해감하지 않아도된다. 껍데기를 꼭 다물고 있기 때문인데, 그래서 순결과 정절의 상징으로 전북부안 혼례음식으로 빠지지 않는다. 회, 찜, 탕, 구이, 죽 어떻게 요리해도 맛있다. 서해안 어디서든지 나오지만, 부안 계화도 앞바다에서 나는 백합을 최고로 친다. 5~11월까지 산란기를 앞두고 영양을 축적하는 봄철 맛이 절정에 오른다. 백합뿐 아니라 대부분 조개가 봄에 가장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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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
주꾸미(마량포구 홍원항) 죽순(담양) 주꾸미가 별미로 대접받은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낙지가 싸고 흔하던 시절, 주꾸미는 못나고 맛없는 낙지의 사촌이었을 뿐이었다. 바다환경이 나빠지고 낙지 가격이 다락같이 오르면서 사람들의 젓가락이 주꾸미를 향해 돌아갔다. 낙지만큼 차지고 감칠맛나지는 않지만, 부드럽고 담백해서 오히려 낫다는 칭찬까지 듣는다. 5월 산란기를 앞두고 흔히 머리로 아는 몸통에 알이 가득찬다. 이 알이 별미다. 반투명한 모양새나 쫄깃쫄깃 씹는 맛이나 영락없는 찹쌀이다. 충남 서천군 마량포구와 홍원항에선 매년 봄 주꾸미 축제를 연다. 아삭아삭 상쾌한 죽순, 아무 맛이 없어 어떤 양념과도 잘 어울린다. 단백질과 무기질, 비타민B가 풍부한 웰빙식품이기도 하다. 변비나 숙변에도 특효. 섬유질이 너무많아 소화가 어려울 정도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한다. 죽순을 먹으려면 대나무의 고장, 전남 담양으로 가야 한다. 한국대나무박물관도 있어서 ‘토탈 대나무 여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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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
민어(신안.목포) 멍게(거제) 조선 사대부들은 민어로 끓이는 민어탕을 최고 보양식으로 쳤다. 삼계탕이나 보신탕은 평민들이 먹었다. 몸길이가 70cm에서 크게 자라면 1m가 넘기도 한다. 민어는 소화 흡수가 다른 물고기보다 빨라서 환자 건강회복에 좋다고 한다. 맛도 보통이 아니다. 비린내가 없고 담백하다. 민어회는 떡처럼 두툼하게 썰어나오는데 부드럽고 차지기가 인절미같다. 7~8월 산란을 앞둔 여름에 가장 맛이 좋다. 회와 전으로 먹고 남은 살과 머리뼈로 탕을 끓인다. 마늘과 소금만으로 맑게 끓이기도 하고, 고춧가루를 풀고 애호박을 넣어서 얼큰하게 즐기기도 한다. 전남 신안군 송도어판장 근처 식당에서 비교적 저렴하게 민어를 맛 볼 수 있다. 제대로 먹으려면역시 목포로 가는편이 낫다. 멍게는 거무튀튀한 자연산 돌멍게와 울긋불긋 화려한 양식산 꽃멍게가 있다. 돌멍게는 5~7월이 제철, 양이 적어 부산 통영, 거제 같은 남해안 지역 아니면 맛보기 어렵다. 꽃멍게는 겨울을 빼고 연중 출하되나, 3월 초에서 6월 초가 가장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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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
은어(하동) 민물장어(고창) 은어는 생선비린내가 없고 수박냄새가 난나. 강바닥 돌에 붙은 물이끼만 먹고 일급수에서만 살아서 그렇다고 한다. 굵은 소금을 뿌려 센불에서 멀찍이 떨어뜨려 천천히 구워야 수박향과 담백한 살을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은어는 섬진강과 경북 울진 왕피천, 강원 삼척 오십천, 양양 남대천 등에서 맛볼 수 있지만, 역시 섬진강이 다양하다. 경남 하동에는 ‘은어밥’이란 별미도 있다. 밥을 짓다가 밥물이 줄면 은어을 머리부터 밥에 박아 넣은 뒤 뚜껑을 덮어 뜸 들인다. 살만 발라 밥과 섞어 양념장에 비벼 먹는다. 여름보양식으론 민물장어가 빠지지 않는다. 남성정력과 항암, 시력 향상 등에 효과가 탁월하다는 비타민A가 쇠고기보다 400배 이상이라고 한다. 장어하면 전북 고창군이다. 풍천(風川)을 이곳 인천강 어귀 지명으로 아는 이들이 많을 정도다. 풍천이란 민물과 썰물이 섞이는 강하구를 말한다. 인천강을 거슬러 올라가던 자연산 장어는 거의 사라졌지만, 선운사 길목부터 입구까지 장어식당 30여 곳이 성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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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
자리물회. 한치회(제주) 올 여름 제주도에 가면 자리회와 한치회를 먹자. 제주 사람들이 가장 먹고 싶다고 그리워 할 만큼 뭍에서는 만나기 힘든 음식들이다. 자리회는 당연히 자리돔으로 만든다. 제주 어디서나 파는 값싸고 흔한 생선으로 길이가 6~12cm로 작다. 여름에 주로 잡힌다. 여름에는 시원한 자리물회가 최고다. 자리돔을 가늘게 썰어서 각종 채소와 함께 매콤새콤한 양념에 버무리고 얼음 띄운 찬물을 부어준다. 후루룩 후루룩 마시듯 먹는다. 작은 생선이므로 회로 먹을 때는 대개 뼈째 썰어서 먹는 뼈회(세코시)로 먹는다. 풋고추, 다진 마늘, 고춧가루 등으로 양념한 자리젓이나 소금구이는 밥반찬으로 흔히 나온다. 한치는 다리 길이가 한 치(3.3cm)밖에 되지 않는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물론 열 개 다리 중에서 8개가 한 치밖에 안 되는 짧은 길이고, 나머지들은 오징어처럼 길다 맛은 한치가 오징어보다 훨씬 낫다고 제주도사람들은 말한다. 오징어보다 육질은 부드럽고, 구수한 맛이나 단맛이 더 강하다고 한다. 제주 바닷가바람을 맞으며 갓 잡아 아직 투명한 한치를 가늘게 썰어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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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
이천쌀밥(이천) 전어(삼천포, 남해) 송이(봉화, 울진, 양양, 인제) 사실 밥만 맛이있으면 다른 반찬은 별 소용없다. 예로부터 임금 수라상에 오르던 쌀 생산지 경기도 이천에는 귀하고 값비싼 음식이 아닌, ‘이천쌀’을 내세우는 식당이 많다. 이천농협에서 저온 보관하는 벼를 그날그날 도정해 밥을 짓기 때문에 아무 때나 가도 밥맛이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도 식당 주인들은 “가을 추수 직후 밥맛이 가장 좋다”고한다. 수분함량16%인 쌀로 밥을 지어야 가장 맛이 있는데, 갓 수확했을 때가 16%이다. 여기 잘 구운 전어 살 한 점 얹으면 천국이겠다. 기름이 오를 대로 오른 가을전어는 가을 별미의 대명사, 전 해역에서 잡히나, 수협관계자나 수산시장 도매상들은 남해산 전어가 조금 더 낫다는 편으로 기운다. 경남 삼천포 남해산을 최고로 친다. 송이를 흔히‘가을철 미각의 최고 사치’라고 부른다. 지표온도 19도 일교차 10도 날씨가 열흘이상 지속되어야만 발아하는데다. 인공재배가 안된다. 소나무와 버섯, 흙이 절묘하게 섞인 특유의 향기를 맡아보면 그만한 가격을 치르고 먹으려는 까닭이 이해되기는 한다. 경북 봉화, 울진, 영덕, 강원도 양양, 인제, 삼척, 강릉, 고성등에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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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
낙지(무안) 대하(백사장항) 낙지를 아는 사람은 가을낙지를 찾는다. 발이 가느다란 세(細)발낙지가 부드럽긴 하지만, 낙지 특유의 진한 맛은 가을낙지가 한 수 위다. 가을낙지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연포탕이다. 맑게 끓인 국물에 낙지를 넣고 살짝만 익혀 먹는다. 낙지의 스테미너는 옛날부터 유명했다. 일하다 지쳐 쓰러진 소에 낙지 세 마리를 먹이니 벌떡 일어났다는 이야기가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玆山魚譜.현산어보라는 주장도 있다)’에 나온다. 피로회복에 도움이 되는 타우린이 많아서다. 인삼 한 근과 견줄만한 양의 타우린이 낙지 한 마리에 들었다. 낙지는 서해안 개펄이면 어디든 산다. 그 중에서 전남 무안이 유명하다. 무안 갯벌이 몸에 좋은 게르마늄 함량이 높은데, 그 갯벌을 먹고 자라서 맛이 좋다고 한다. 대하는 9월이면 잡히기 시작하나, 10월은 돼야 어획량이 늘어나 값이 떨어지고 크기도 커져 먹을 만하다. 충남 태안군 안면도 백사장항이 국내 자연산 대하 최대 집하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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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
굴(통영.천북) 방어(제주) 한우(횡성) 탱글탱글한 살을 씹으면 찝찔하면서도 달고 우유처럼 고소하다. 굴의 대표 산지는 경남 통영. 흔히 먹는 그 굴이다. 서해안 굴은 조금 다르다. 충남 천북면에서 많이 나 ‘천북굴’이라고도 한다. 통영굴보다 크기가 작고 맛은 굴과 조개를 합친 듯하다. ‘여름에는 개도 안 먹는다’는 방어. 하지만 산란을 앞둔 겨울 방어는 ‘한(寒)방어’라고 따로 부를 만큼 맛이 유별나다. 참치 뱃살보다 낫다는 느낌이 들 정도 양식산보다 자연산이 꼬리가 더 날카롭게 생겼고, 살색도 분홍빛이 선명하다. 제주 모슬포에서는 매년 겨울 방어축제를 연다. 제주 사람들 하듯 신 김치에 방어회를 싸 먹어보시라. 쇠고기가 무슨 철이 있나 싶겠지만, 그렇지가 않다. 소도 겨울을 나려고 가을부터 영양을 몸에 축적하는데, 11월 중순부터 말까지 고기맛이 최고다. 치솟은 쇠고기 가격에 대한 반발로 ‘한우마을’이 전국적으로 급증했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서 식당에 가져가거나, 식당에 붙은 정육점에서 구입하면 ‘양념값’ 또는 ‘세팅비’만 받고 쌈채소와 불, 찍어먹을 기름소금 등을 차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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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대게(영덕. 울진) 과메기(포항) 복어(부산. 마산) 대게 마니아들은 12월 1일이 되면 경북 영덕이나 울진으로 달려간다. 금어기가 11월 30일로 끝나고 대게 시즌이 시작된 탓이다. 영덕이나 울진 토박이들은 “1월까지도 살이 덜 차 맛이 떨어진다”고 했다. 하지만 6월1일부터 참아온 대게 애호가들에겐 들이지않는 소리다. 얼마나, 어떻게 더 맛있을 수 있단 말인가. 꽁치 또는 청어가 차가운 겨울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꾸덕꾸덕 마르면 과메기로 변신한다. 미역이나 김에 과메기 한 점을 얹고 말아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소주 파트너로는 이만한 게 없다. 겨울이면 포항은 신발가게에서도 과메기를 팔 정도 이번 겨울에는 포항에서 과메기를 맛보아도 좋지 않을까. 복어 한 점 먹지 못하고 겨울을 보내면 섭섭 할 일이다. 속을 푸는 데 복어국 만한 것이 없다. 그 시원한 느낌을 느끼고 싶어서 일부러 술을 잔뜩 먹고 싶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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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마다의 건강 진수들이네요. 상상만 해도 입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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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액이 분비되는 먹거리입니다. 한의학 닥터이신
장회장의 권장 음식을 잊지말고, 건강 찾도록 합시다.
올려 주신 장박사님께 감사
한의사이신 장원장님께서 월별 산지별 8도 먹거리를 권장,소개해 주시니
더욱 관심이 갑니다. 앞으로도 의학상식을 올려주시면 많은 도움 되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