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석 성도 2000명에 달하는 미국의 대형 한인교회가 동성애·동성혼을 허용한 미국장로교(PCUSA)를 탈퇴하기 위해 128억원에 달하는 교회 건물을 포기하고 지난달 24일 예배를 마지막으로 15년간 사용하던 예배당을 떠났다. 포기한 미국 뉴저지주 파라무스 예배당은 대지면적 4900평, 연면적 1520평 규모다. PCUSA는 소속 회원교회 재산이 모두 노회와 총회 소유로 돼 있다.
PCUSA는 최근 몇 년 사이 친동성애 행보를 이어왔다. 2011년 동성애자도 안수받을 수 있도록 규칙을 개정한 데 이어, 2014년 총회에서는 결혼의 정의를 새로 규정하면서 결혼 주체를‘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에서 ‘두 사람’으로 변경했다. 교단본부 채플에서는 동성결혼식이 열리는가 하면, 선교사무국 사무총장에 동성애자가 임명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참다못한 필그림교회는 2012년 9월부터 노회에 교단탈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출석교인 2000명으로 노회 탈퇴는 쉽지 않았다. 소속 노회는 4년이 지나서야‘공동의회에서 과반수가 참석하고 80%가 교단탈퇴를 찬성하면 정기노회에 교단관계 해소 안건을 제출하겠다’고 약속했다. 필그림교회는 2016년 97%의 찬성으로 교단탈퇴를 결의했다.
그러나 그해 12월 노회는‘필그림교회가 탈퇴하면 노회와 다른 한인교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부결시켰고, 이후 법적 다툼이 시작됐다. 미국 법원은 노회와 총회의 손을 들어줬다. 법정에서 교회 건물에 대한 가압류 명령이 내려지자 교회는“더 이상 법적 소송에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기로 했다”며 모든 재산을 내놓고 나가겠다고 결의했다.“성경말씀에‘동성애는 죄’라고 분명하게 명시돼 있는데, 죄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2200명에 달하는 교인 중 두 가정을 제외하고는 그동안 나갔던 교인들까지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교인들은 주일마다 미국개혁교단 소속 페이스커뮤니티교회와 인근 중학교 건물을 빌려 사용한다. 예배당은 450석 규모다. 법적으로 교회명도 사용할 수 없어 ‘필그림선교교회’로 개명했다.
필그림선교교회가 지난달 24일 포 7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예배당과 영어예배실, 어린이 예배실 등이 있다. 교회 건물을 유지하려면 월 2만 달러가 필요하다. 동부한미노회의 1년 예산은 24만 달러다. 연간 교회 관리비와 노회 예산이 같은 셈이다.
당초 필그림선교교회는 동부한미노회에 ‘향후 5년간 60만 달러를 노회에 지원할 테니 건물을 갖고 교단을 탈퇴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노회는 4년간 이 문제를 끌다가 2016년 12월 거부했다. ‘필그림선교교회가 나가면 남아있는 400여개 한인교회 목사들이 동성애를 찬성한다고 생각하고 교회 평화와 연합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지역교계의 한 관계자는 “노회가 건물을 매각하지 않는 이상 현상 유지는 고사하고 노회 운영 자체도 힘들 것”이라며 “2∼3년 전 같은 타운에서 교회가 힌두문화센터와 무슬림 사원으로 바뀐 사례가 있다”고 귀띔했다. 동부한미노회 관계자들은 지난달 29일부터 인수한 예배당에서 성도 5명과 함께 모임을 갖고 있다. 7일에도 700석 예배당에서 17명이 모였다.
설교를 한 PCUSA 한인목회실 관계자는 “PCUSA는 지금까지 해오던 목회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동성애를 당당하게 거부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면서 “두 가지 자세(교단 탈퇴 혹은 잔류)는 어느 하나가 다른 것보다 우월하거나 열등하지 않다. 둘 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자세”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과 달리 PCUSA는 친동성애 정책을 노골적으로 펼치고 있다. 실제 PCUSA는 노회 입장과 반대로 2014년 결혼의 주체를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에서 ‘두 사람’으로 바꿨으며, 오는 5월 동성혼을 포함한 결혼예식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미국 백인교회가 주류인 상황에서 동부한미노회는 172개 노회 중 하나일 뿐이다.[출처]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