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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알프스는?
남(南미나미)알프스는 시즈오카(靜岡),나가노(長野),야마나시(山梨)현에 걸쳐있는 남북 120km 동서 약40km의 광대한 산지로 일본 제2의 고봉인 기타다케(北岳)를 중심으로 3,000m급의 산이 10峰, 2500m이상은 36峰이나 있어, 북(北) 알프스, 중앙알프스와 함께 일본의 지붕으로 불리운다. 남알프스는 신비적이고 아름다운 대원시림과 깊은계곡과 폭포, 고산식물의 군락, 웅대한 고봉(高峰) 등이 북알프스와는 달리 부드럽고 온화함이 특징이며, 원시림을 간직한 자연 경관과 소박한 주민의 생활은 남알프스를 등산하는 등산객들에게 최대의 매력이다.
남 알프스 북남종주는?
일본 남알프스에는 호오잔(鳳凰山, 2840m), 코마가다케(甲斐駒ガ岳, 2967m),센죠우가다케(仙丈ガ岳, 3033m), 키타다케(北岳, 3192m),아이노다케(間ノ岳, 3189m),노우도리다케(農鳥岳(西)3,051m),시오미다케(塩見岳, 3052m),히가시다케(東岳, 3141m),아카이시다케(赤石岳, 3120m), 히지리다케(聖岳, 3013m),데카리다케(光岳,2591m),등 일본 3,000m 이상의 21개座 중에 8座,100名山이 10개가 있다.
남알프스 종주로 육산이기 때문에 북알프스 종주에 비해 위험도가 덜하고, 물 구하기가 더 용이하고, 야생화 천국이라 할 만큼 야생화 군락지가 많다. 하지만 비가 자주 내리기 때문에 우중산행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이번 우리는 북에서 남으로 종주하는 루트를 택하게 되었다. 남북 종주는 북남 종주에 비해 등산 시-즌(7월 중순~8월 중순)이 아니면 들머리 진입이 어려운 점이 있고, 이미 2010년 8월에 시나네산잔(白根三山) 종주를 한 경험을 바탕으로 북남 종주로 선택을 하게 되었다.
팀 구성은 노짱과 갑오연화, 동그라미 산악회 안회장과 그 지인, 4명이 올 캠박으로 계획하였으나, 안회장이 다리 관절에 조금 문제가 있어, 일본 원정을 위하여 관절 수술을 했는데, 오히려 그게 화근이 되어, 출발이 임박하여도 완쾌되지 않아 포기를 하게 되어, 우리부부 둘이서 결행을 하기로 하였으나, 안회장의 지인(이하 C라고 칭함)이 혼자라도 따라 붙겠다고 하여, 할수 없이 3명이 팀을 이루게 되었다.(참고로 C 라는 분은 연세가 73세로 세계 여러나라를 트레킹 여행을 한 여행가로 금년에도 남미지역을 3개월간 트레킹을 하고 왔다고 하는 분이다)
1일째(7/7 金)
小題 : 어프로치(approach)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C에게 전화를 하여 도착 여부를 물으니, 이미 도착을 해서 티켓팅과 짐까지 다 붙여버린 상태라고 한다.
여행을 많이 해서 그런가 이해를 하였지만, 3명이 팀을 이뤄 가는 여정이면, 당연히 3명이 같이 모여미팅을 하고, 티켓팅 및 카운터수속도 같이 해야 하는것인데, 조금은 당황스럽다.
우리도 티켓팅과 화물을 붙이고, 출발 준비를 한다.
▲인천공항 카운터에서...(숨은 그림 찾기?...)
▲출국장으로 가면서...
나리타행 제주항공이 또 제시간에 이륙을 하지 않고 속을 썩인다. 나리타공항에서 신주꾸로, 신주꾸에서 코후로...
오늘 이동해야 할 거리나, 시간이 만만치 않고, 신주꾸에서 등산용까스를 구입해야 하는 관계로 벌써부터 마음이 편치 않다.
아니나 다를까 나리타공항에 예정보다 40분 늦게 도착을 하였는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얼마전까지만 하여도 제2터미널에 착륙을 하였는데, 오늘은 새로 만들어진 제3터미널로 착륙을 한다고 하니, 또 햇갈리게 생겼다. 나리타 제3터미널에서 도쿄(신주꾸)시내로 가는 지하철 환승역은 제2터미널에 있으니, 제2 터미널까지 셔틀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시간은 점점 촉박하게 지나가는데, 셔틀 버스가 공항내를 빙빙 돌아다니다가 한참만에 제 2터미널 지하철 탑승동에 멈춘다. 급하게 서둘러 매표를 하고 지하로 내려가 케이세이 특급 열차 홈에 도착한다.
여느때와 다르게 케이세이 특급이 느리게만 느껴진다. 닛뽀리에서 다시 신주꾸로 가는 야마노테선으로 환승을 해야한다. 바쁘게 설치다 보니 닛뽀리역에서 환승에 잠시 햇갈린다.
역시 예정보다 한시간 정도 늦게 신주꾸역에 도착한다. 일단 버스센타로가서 예약한 코후(甲府)행 22시 05분 버스표를 구매해야 한다. 창구에서 예약자 이름을 밝히고 고속버스표를 구입하고, 두 사람을 대합실에 기다리게 하고, 등산까스를 구입하기 위해 등산전으로 내 달린다. 불안의 적중이다. 이미 밤 9시가 넘어버린 상황이라 등산점이 문을 닫아버렸다. 히미한 불빛이 보여, 문을 두두려 보았으나, 인기척이 없다. 다시 근처의 등산 장비점을 물어 물어 찾아가 보았으나, 거기 역시 샷다를 내려버린 상태였다. 이리저리 뛰어 다녔더니, 온 몸은 땀에 흠뻑 젖어있고, 마음은 낙심 천만이다.
고속버스 출발 시간이 임박하여 등산가스도 구입하지못하고 돌아온 나를 보고 갑오연화도 낙심하는 표정이 역역하다.이럴줄 알았으면, 인천에서 오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탓을걸 하는 후회는 이미 늦었다. 연화역시 그런 생각으로 나를 책망하듯 바라보며 눈을 흘긴다.
어떻게 되겠지 하는 자포자기 생각으로 코후까지 가는데 신경을 쓰기로 하고, 저녁 식사를 버스내에서 하기로 하고, 편의점에서 도시락과 맥주, 음료를 사가지고 버스에 탑승을 한다.
코후역까지는 2시간 정도 걸리니, 12시가 조금 넘어 도착할것이다. 이동하는 동안 차내에서 늦은 저녁을 도시락(스시)으로 때운다. 정확하게 12시 15분에 코후 역전에 도착을 한다. 약 7년만에 다시 와 본 코후 역이다. 달라진 것은 별로없지만, 역시 남알프스로 들어가는 등산객들이 역전 버스 탑승장 여기저기에 밤을 지새우기 위하여 앉아있거나, 누워서 잠을 청하거나 하는 모습은 변함없이 똑 같다.
우리도 그들 틈에 배낭을 내려놓고 자리를 잡는다. 그러나 나는 중요한 할일이 남아있다. 등산용 가스는 아닐지라도 가정용 부탄가스라도 24시 편의점에서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이 가스 리더기와 아답타를 가지고 왔기 때문에 아쉬운 대로 가정용 부탄가스도 버너에 연결하여 취사할 수 있고, 이틀 후 도착 예정지인 쵸웨이 산장에는 등산용 가스를 팔고있어, 임시방편으로 24시 편의점을 찾아 나선다.
다행히 우리 곁에 자리잡고 있는 일본인 등산객을 편의점에서 만나, 그의 도움을 받아 부탄가스 3개를 구입할 수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부탄가스라도 확보를 하였으니, 마음이 놓고 오늘밤은 편히 쉬기로 한다. 2010. 8월에도 이 자리에서 路宿을 하며 카나다인 죠나단을 만나 밤을 세웠던 기억이 새롭다. 죠나단은 나고야에서 영어강사를 하고 있다고 하여, 한동안 교류를 하다가 소식이 끓기고 말았다.
▲코후역전에서의 모습
▲자는둥 마는둥(연화가 찍음)
코후(甲府)는?
고후시 (こうふし)는 야마나시 현 의 중부에 위치하는 동현의 현청 소재지 .
시역은 야마나시 현의 중앙을 남북으로 초승달 모양으로 종단하고 있으며, 시내 중심은 코후 분지 의 중앙 북 가까이에 위치한다. 야마나시 현은 수도권 정비법 에 수도권 에 속하는 현 이며, 그 위치 관계에서 동쪽 관동 지방 에 지향성이 강하다.
고후라는 명칭은 1519 년 ( 영정 16 년)에 보람 국가 의 수호 다이묘 다케다 노부 토라 가居館을 이사와 (현재 후키시이사와 쵸),이어서 카와다 (현재 고후시 카와 쵸)에서 척촉 개 자키 관 ( 현재 다케다 신사 · 고후시古府中도시)에 옮긴 때 갑斐国의 부 중이라는 의미에서 고후 라고 명명 한 것이 시작이다
▲역 광장 한편에 있는 다케다 신겐(武田信玄)동상
*武田信玄은 [1521 ~ 1573] 전국 시대의 무장. 이름은晴信. 신겐은 법명. 아버지信虎을 폐하고 카이 카이 수호되고, 시나노 일대를 제압, 우에스기 겐신 과 대립 몇 번에와 가와 나카지마 에서 전투. 훗날 교토 진출을 도모하고 三方ヶ原 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 를 물리 치고 미카 에 들어 갔지만, 진중 에서 병사. 「신겐 집 법 ( 고슈 법도 )」의 제정 信玄堤 의 이름으로 알려진 치수 공사 등領国경영에도 다했다.
코후역전 버스 승강장은 남알프스 등산객들의 露宿장을 방불케한다.
아가씨들도 거침없이 자리를 잡고 눕거나, 쪼그리고 앉아 잠을 자는것이 보통이다. 연화는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다며, 자리에 앉아 있다. 04시35분에 버스가 출발하니, 도착부터 4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자는둥 마는둥, 누워 있다가 일어나 본 모습
▲그래도 코후역전의 모습이 정겨워 보인다.
2일째 (7/8 . 土)
小題 : 鳳凰三山(호오산잔)을 오르다.
아침 4시가 가까워 오자, 등산 버스회사의 직원들이 나와서 등산객들의 인원을 파악하고, 배차준비를 한다. 승강장 주변에서 머물고 있던 사람들이 자리를 정리하고 배낭을 추스리는데, 어디서 오는지는 모르지만,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결국 버스 한대로는 않되니 급하게 배차지시를 한다. 버스 두대에 등산객들을 꽉꽉 눌러 채우고, 남알프스로 들어간다.
버스는 시내를 지나고, 고도를 높이며 좁은 도로를 따라 숨가프게 올라간다.
남알프스의 전진 기지이며, 온천마을인 아시야스(蘆安)를 지나, 일반 차량의 통제 구역인 야토진 도우케 등산구(夜又神峠登山口)에 도착한다. 우리를 포함하여 소수 몇사람만 내리고, 나머지는 종점인 히로가와하라(広河原)까지 갈 것이다. 남알프스 인기 코스인 일본의 2위 峰, 기타다케(北岳 3,193m)를 오르기 위해서다.
우리는 남알프스 全山 縱走를 北에서 南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호오산잔( 鳳凰三山)을 오르기로 한것이다.
등산입구에는 한 무리의 젊은들이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 또 다른 친구들을 기다리며 웃고 떠들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주차장 한켠에서 라면을 끓여 아침을 해결하고, 따끈한 커피 한잔으로 원기를 돋구워 본다. 일본 젊은 친구들에게 우리의 등산가스 사정을 이야기 하며, 혹시 쓰다 남은 등산용 가스가 있으면 양도해 달라고 하였드니 없다고 하면서, 오늘밤 머물 산장에 전화를 하여 가스가 있는지 전화로 확인을 해주기까지 한다. 어디서나 일본인들의 친절은 유감없이 발휘한다.
결과적으로 오늘 밤 캠박지인 미나미고무로고야(南御室小屋)에 가스가 있다는 대답이였다. 우선은 안심을 하였으나, 알고보니 착오였지만, 당시에는 가스가 있다고 생각하고 산행을 시작 하였다.
배낭을 짊어지기 전에 배낭 무게를 측정해보니, 나의 배낭은 29kg, 연화의 배낭은 13kg였다. 오랫만에 중량감있는 배낭에 무리가 되지 않을까. 연화가 과연 배낭의 무게를 견디고 종주를 계속할 수있을까 심히 걱정스럽다.
▲야토진 토우게 등산입구 주차장과 버스정류장
▲등산로 입구
▲대 장정 출발준비 완료
역시 남알프스는 육산답게 시작부터 완만한 수림지대를 휘돌아 올라간다. 그렇지만 모처럼 무거운 중량의 배낭을 매고 오르자니 어깨에 무겁게 누르는 중량감이 애사롭지 않다. 나는 나지만, 연화의 배낭 무게도 만만치 않으니 많이 힘들것이다.
일단 첫번째 만나는 이정목에 카메라 샷다를 누른다.
▲첫번째 만난 이정표
이정목을 보니 이곳이 야마나시켕(山梨県)지역이다. 연화가 쉬고 있는곳이 야사진 토우게(夜又神峠)가 15분 남았다는 표기가 있다. 이제 겨우 45분 정도 걸었다는 표시다. 그런데도 많이 힘들어 세사람이 같이 보조를 맞춰 쉰다. 연화도 장소 가리지 않고 쓰러진 나무위에 걸터 앉은것을 보니 힘이 든 모양이다. 평상시 앉을 자리도 챙겨서 앉는데...
▲기본적으로 1시간은 걷고 쉬어야 하지않나?
오늘은 첫날이라 배낭 무게와 걷는것이 적응이 않되어 더욱 힘들것이다. 쉼을 마치고 걷다보니, 야사진 토우게의 산장이 나타난다. 토우게 즉 "峠"은 고개 "상"자로 고개를 뜻한다.
산장 의자에 배낭을 올려 놓고 편하게 쉰다. 배낭을 높은곳에 올려 놓는것은 매고 일어날때를 생각해서 그런것이다. 산장은 산장답지 않게 조용하다. 그럴것이 비상시가 아니면 누가 이 산장에서 머물겠는가. 차량이 다니는 도로에서 고작 1시간 거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른시간이라 그런지 산장 관리인도 보이지 않는다.
▲연화씨! 어디가슈~~
배낭을 내려놓고 허리를 펴보니, 파란 하늘아래 녹지 않은 눈을 껴안고 시라네산잔 능선이 펼쳐저 있다. 시라네 산잔(白根三山)은 내가 8년전에 내가 걸었던 산 능선으로 右측으로 부터 기타다케(北岳. 3,193m), 아이노다케(間ノ岳.3,190m), 노오토리다케(農鳥岳.3,051m)라는 三山을 말한다. 시라네 삼산은 우리가 지금 걷고 있는 호오산잔과 남알프스 주능선의 사이에 펼쳐진 작은 산맥군으로 일본의 산 표고(標高) 2위, 3위, 15위를 하는 높은 산이다.
하늘을 보지 못하고 수림지대에 얼굴을 박고 올라 오다가 갑자기 시야가 터지니 속이 다 후련하다. 이런 날씨라면 앞으로 멋진 모습을 보여 줄것이라 기대해 본다.
▲눈이 다 녹지 않은 시라네산잔 능선의 모습
▲남알프스국립공원이라는 케륜과 시라네산잔을...
별것은 없었지만 마음 편하게 쉬었던 산장을 뒤로하고 다시 걷는다. 약간의 평탄 내리막을 지나 오르막이 이어진다. 이제 잊어버리고 묵묵이 올라야 한다.
지루한 오르막에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가다 쉬다를 반복한다.
▲저 만큼 쉬고있는 연화
아무나 할수 없는 동반자로서의 인고다. 나도 그저 좋아서만 가는 길이 아니지만, 연화야 말로해서 뭐하리...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감을 알리는 이정표들이 그나마 안도케 한다. 산장에서 50분 이상 걸어 온셈이다. 이치고다이라(苺平) 우리말로 딸기평이 2시간 30분 남았다는 표지판에 희망을 걸어본다. 딸기평까지만 오름짓을 하면, 오늘의 종착지 산장까지는 30분정도 내려가는 길이다.
▲이정목이 세워진 간이 쉼터
허리쉼을 하고, 걸음을 재촉한다. 오르다보니 앞을 턱 가로막고 있는 봉우리가 압도한다. 저기를 올라야 한다니 어께가 내려앉고 다리가 팍팍해 온다. 그러나 올라야 한다면 오를수 밖에...
마음을 다잡고 올라가다보니, 웬걸~ 왼쪽으로 약간 우회를 하고 가로막고 있는 봉우리를 비켜 갈 추세이다. 옳거니 이런길은 연화가 제일 반가워하는 길이다. 그래서 나도 반갑다. 산길을 걷다보면 생각지도 않게 이런 우회길을 만나기도 한다. 그럴때는 복권이 당첨된것 처럼 기분이 좋다.
우회길의 정상부위에 당도한다. 약간의 평탄지가 조성되어 있는 쉼터에 굵은 쇠 파이프로 케륜을 만들어 세워놓았다. 여기가 츠이닷지토우게(杖立峠)다. 다 같이 배낭을 내려 놓고 쉬어 가기로 한다.
걱정했던 연화가 이외로 표정이 괜찮다. 시작이 반이라고첫날만 잘 버텨주기를 바란다.
▲그런대로 표정이 괜찮은 연화를 한컷...
▲제대로 폼을 잡고 포토 포즈를 취한다.
지도를 펴고 지형지물을 살펴본다. 올라오는데 우리를 겁 주었던 봉우리가 大崖頭山(오가레아타마야마) 라는 2,186m의 산봉우리다. 우리말로 산 이름을 해석해 보면 큰 낭떠러지 머리 산이라는 뜻이 된다.오늘 등산 시작 깃점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다. 그 높이가 우리 지리산 아니, 한라산보다 더 높은 산 봉우리다. 그럼에도 그렇게 느끼지 못하고 올라 온 것이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산군들의 높이가 거의 3,000m에 가깝다보니 우리나라에선 대단한 2,000m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것이다.
그래서 큰산을 다녀보면 산에 대한 스킬이 엎이 되는 모양이다.
7월 초임에도 높은 산능선의 바위 틈새에 눈꽃이 피어있지만, 이 곳 수림대의 나뭇잎은 아직 초록의여름색이 아닌 연두색 봄의 색깔이다.
▲연두색 잎파리가 ...
울울창창 쭉쭉뻗은 나무들이...
오늘 처음 만나는 사람이다. 어제 저녁 南御室(미나미고무로)산장에서 묵고 하산하는 중이란다. 마음에 여유가 있어선지 핸드폰 검색을 하고 있다. 힘든 산을 오르다보면, 산을 내려오는 사람을 보면 부러울때가 있다. 대 장정 첫날부터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힘들게 올라야만 내려갈 수있는것이 아니던가.
▲오늘 처음 만난 일본인 산객
자아~ 딸기평을 향하여 걸어보자. 시작은 평탄 오르막 기분좋다. 점점 경사도를 높혀 올라가는 등로지만, 지금껏 올라 온 길에 비하면 걸을만하다. 딸기평(苺平)까지 1시간30분 거리다. 진득하게 걷다보면 목적지가 나오겠지. 하면서 오르다 보니 사진을 남기지 못했다.
산불이 났었다는 표식을 한 지역을 지나고 완만한 경사면 등로를 오르니, 말대로 딸기 농사를 지었을 법한 넓은 평탄지가 나오더니, 苺平이라는 표시가 있다.
배낭을 내려 놓고 쉰다. 시셋말로 오늘은 고생끝 행복 시작이다. 다행히 우측에 버티고 있는 츠지야마(辻山. 2,585m)를 우회하여 내려가는 길이다.
이제 길을 잃을 염려도 없어 뒤에 두사람을 남겨두고 내가 먼저 내려가서 야영준비를 하기로 한다.
나는 배낭이 아무리 무거워도 내리막길에는 자신이 있다. 그래도 내려가면서 뒤에 오는연화를 불러가면서 먼저 내려간다. 아무리 오늘 밤 머물곳이지만, 너무 내려가는 것이 부담스럽다.
내일 올라야 하는것도 염두에 둬야 하니까.
뛰듯이 내려가니 멀리 오늘의 목적지 산장이 보인다. 도착해 보니 아늑한 곳에 위치해 있다.
오늘 남알프스에서의 첫날밤을 편안하게 쉴수가 있을것 같다.
▲산장으로 내려서며...
산장 한편에는 보기에도 시원스럽게 물이 철철 나온다. 우선 물을 받아 마시고, 텐트를 칠만한 자리에 배낭을 내려놓고 연화를 기다린다.
그런데 좀체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기다리니 내려오는 인기척이 나고, 무거운 배낭을 매고 산장으로 내려선다.
▲ 막 도착한 연화를 산장앞에서...
야사진토우게 등산입구에서 08시 20분에 출발하여 산장에 13시 27분에 도착을 하였으니, 5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거의 지도에 표시된 소요시간과 딱 맞췄다. 圖上 표시 타임은 5시간 10분으로 되어 있다. 우선 민생고를 해결하기로 한다. 산장에 야영접수를 하면서 등산 입구에서 일본인 젊은들이 전화로 확인해 준 등산용 가스를 찾으니, 등산용 가스 카토라지가 있는것이 아니라 가정용 부르스타 버너를 빌려 줄수 있다는 것이였다. 할수 없이 500엔을 주고 부르스타 버너와 가스를 빌려서 취사를 하기로 한다. 부르스타 버너를 보니 5년전 연화와 북알프스 14박 15일 종주할때 하리노키산장에서 가스가 떨어져 가스를 구입하려 하였으나, 가스는 없고 부르스타는 있어 빌려주겠다고 하여 캠프장에서 고맙게 사용하고 아침에 반납을 하려고 하니, 필요하면 부르스타를 그냥 주겠다고 가지고 가라고 하였으나, 그 무거운 것을 가지고 갈수가 없어 산장에 두고 오면서 내내 가스 걱정을 하였으나, 구사일생으로 다음 산장인 후네쿠보 산장에서 등산 가스를 구입할 수있었던 일이 생각나 쓴 웃음을 지어 본다.
▲ 한국에서 준비해 무겁게 짊어지고 온 불고기를 볶고있다.
처음으로 등장하는 동행자 C 씨, 나이도 연만하신 분이 오늘 내내 선두에서 걸어주었다. 코후 편의점에서 연화 몰래 사온 캔맥주를 꺼내니, 연화가 눈을 흘기며 어이없어 한다.
배도 곺으고, 술도 곺았으니, 캔맥주 한 모금의 맛을 무엇에 비길꼬... 이 맛에 힘든 산행을 하는것이고, 무겁게 짊어지고 오는것 아닌가. 무겁고 짊어지고 올수 있는 것도 오늘뿐이다.
앞으로 맥주가 먹고 싶으면 산장에서 사 먹을 수 밖에 없다. 한 캔에 거금 500엔 후 덜덜...
많이 먹어치운 만큼 배낭이 가벼워 진다. 이것 저것 많이 먹는다.
▲불고기를 볶아 내가 무겁게 짊어지고 온 아사히 캔맥주로 오늘의 피로를 씻어 본다.
우리의 텐트를보고 건너편에 텐트를 쳤던 일본인이 우리의 텐트를 보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굳이라고 한다. 일본인 텐트는 거의가 몽벨 제품으로 우리 텐트가 좋아 보였던 모양이다. 캠프장에 는 총 천역색 텐트의 전시장이 된다. 온갖 브랜드의 텐트가 보란듯이 폼을 잡고 서로 잘났다고 말없는 경쟁을 한다.
▲취사장 좌측이 우리 텐트, 우측 전면에 있는 텐트가 C씨 텐트다.
▲ 미나미고무로고야(南御室小屋. 2,440m) 야영장에 오색 텐트의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3일째(7/9.日)
어제 일찍 도착하여 텐트를 설영하고, 술과 저녁식사를 편한 마음으로 즐겁고 배부르게 먹었다.
더분에 잠도 잘 잤다. 그런데 옆 C씨의 텐트에서 잠을 못 이루고 자꾸 뒤척이는 소리가 나서 신경이 쓰였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무게 때문에 에어 자충매트가 아니라 비닐 매트를 가지고 왔는데, 바람이 빠져 밤새 매트를 불어 대느라 잠을 못잤다고 한다. 게다가 텐트도 부실하여 밤새 추위에 시달렸다고 한다. 진즉 말을 했으면 내가 가지고 있는 쉘터를 텐트위에 치고 잤으면 괜찮았을 것인데...
아침밥을 지어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또 하루 시작을 준비한다. 캠프장에서 밤을 보낸 등산객들 중, 산행을 마치고 내려가는 사람과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올라가는 사람이 반반 정도 되는것 같다.
산행을 마치고 하산하는 사람들을 찾아 등산 가스 카트레지와 C씨의 매트를 대체 하려고 여기저기 물어 보고 다녔다. 다행히 등산 가스 카트레지는 무상으로 양도를 받았는데, 매트는 쓰던것을 좀 비싸게 (1만엔)달라고 하여 구하지 못하였다. 올라 가면서 내려오는 등산객들에게 구할 생각으로 매트 구하는것을 포기하고, 어제 빌린 부르스타 버너를 반납하고 출발한다.
▲ 출발에 앞서 연화와 하룻밤 잘 지냈던 산장을 뒤로하고...
산장에서 06시 20분에 출발 하자마자 수림대 등로의 경사도가 바짝 서있다. 좀 부드럽게 시작하면 어디가 덧나나..궁시렁대며 올라간다. 그런데 어제밤 우리 텐트옆에서 머물던 부부가 배낭을 짊어지고 내려오고있다. 왜냐고 물어보니 어제 우리와 같은 코스로 올라와서 아침일찍 야쿠시다케(藥師岳)를 다녀와서 내려 간다고 한다. 그럴려면 텐트와 배낭을 산장 캠프장에 두고 빈몸으로 올라갔다내려 오면 될것을 왜? 무건운 배낭을 메고 올라갔다 내려 오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서로 교행하는 도중이라 궁굼해도 물어 보지 못했다.
된비알을 조금 치고 오르니 약간 우회하며 완만한 능선으로 붙어 오르게 된다. 그래야지...
능선에 오르니, 쭉쭉 뻗은 나무들 사이로 어제 보았던 시라네 산잔 능선이 좀더 가깝게 보인다.
▲ 능선에 붙어 좀 더 가까워진 시라네 산잔 능선
능선을 타고 오르니 암릉지대가 나오며 경치가 빼어난곳이 나와 연화를 쉬게하고 카메라 앞에 서게한다.
▲시야가 확 터지는 암릉지대에서...
▲스나하라이다케(砂払岳) 암릉
▲ 여기가 식생 한계지역인가?
암릉에 올라서니 시라네 산잔 능선의 기타다케(北岳.3,193m), 아이노다케,노우도리다케가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다. 7~8년전 내가 저 능선을 걸으면서반대편 오늘 걷고 있는 호오산잔(鳳凰三山)능선을 쳐다보며 걸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켰는데 오늘 내가 그 능선을 걷게 되었다.
참! 감회가 새롭다.
▲감회가 새로운 기타다케 능선에 연화를...
스나하라이다케(沙払岳) 암봉을 막 내려서니 빨간 지붕의 산장이 내려다 보인다. 벌써 야쿠시다케 산장인가? 마음이 가벼우니 거리감에도 차이가 느껴진다.
▲암봉을 내려서니 산장이...
沙払岳암봉을 내려서며 건너다 보이는 암봉이 야쿠시다케(藥師岳.2,780m) 암봉이다저 봉우리가 백두산(2,750m)보다 30m가 더 높은 봉우리라니 상상이 가지 않는다.
▲야쿠시다케를 건너다 보며...
야쿠시 다케 고야(小屋)은 지금 수리중이다.
45년전에 지은 건물로 시설의 노후로 1년여에 걸쳐 새로 짓고 있다고 한다. 2018년 8월26에야 새롭게 개장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이 산장은 캠핑장이 없어 야영이 금지된 산장이다.
▲ 수리중인 산장
수리중이라 어수선한 산장 앞을 지나 야쿠시다케로 오른다. 수천년 바위가 부서져 모래사장을 방불케하는 등로가 이어진다.
연화가 藥師岳 산신께 바램 의식을 한다. 다름이 아니라 시집간 딸이 우여곡절끝에 임신을 하였는데, 무사출산을 기원하는것이다.
남 알프스 북부에있는 봉황 삼산은
薬師岳(2780m),観音岳(2840m),地蔵岳(2764m)로 이루어진
백사장 거암의 신비한 산입니다. 숲을 빠져 삼림 한계선의 능선에서 보면 자연의 조형의 훌륭함은 반드시 방문하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것입니다. 360도 전망은 우아한 후지 박력있는 북악산, 타케, 치치 연방, 맑은 날에는 멀리 바닷가까지 바라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의 산 이곳 저곳을 다니다 보면, 산 이름이 불교와 관련된 이름이 많다.
일본은 종교적으로 불교신자는 그리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사찰도 도심에 많이 분포되어 우리와 같은 산중불교가 아니라, 대중속에 같이 생활을 하고 있으며, 가정을 가지고 자식들에게 대물려 주기도 하는 하나의 직업, 사업체같이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종교와 관계없이 산악 신앙이 강한편이다..
▲藥師岳 산신께 기원하는 모습
정상에올라서니 많은 일본인 등산객들이 군데군데 앉아 쉬고 있어, 내 특유의 들이대기식 인사를 한다. 우리가 한국에서 왔고, 걸어갈 일정을 듣고 입을 다물지 못하고, 스고이를 연발한다.
▲ C씨
▲우리 부부도...
▲팀 전원(?)이 北岳을 뒤로하고...
이번 일정에는 뒤에 보이는 기타다케를 비롯하여 아이노다케 노우토리 다케는 가지 않는다. 다음 기회에 8년전 내가 홀로 걸었던 코스인 히로가와하라(広河原)에서 출발하여 기타다케- 아이노- 노우토리- 다이몬자와 분기점-나라다온센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만들어 볼 것이기 때문이다.
▲ 멋진 기타다케 능선
정상의 삼거리에서 길을 잘못든다. 아는길도 물어 가라고, 잠시잠깐 알바를 한다. 걸음거리로 몇발자국 아니지만, 다시 한번 방심은 금물, 자존심 상한다.
▲이런 길이면 얼마든지 가겠다고 기분좋게 걸어가고 있는 연화
▲연화와 C씨가 약간 알바를 하고 걸어오고 있다.
야쿠시 다케에서 三山 중에 또 하나의 산, 간온다케(觀音岳.2,840m) 가는길은 전구간이 빤히 쳐다보이고, 약간 내려갔다가 조금 오르막으로 전개된다. C씨가 앞으로 치고 나간다.
완만 평탄 내리막 모래밭 길을 지나, 오르막 시작점에서 내려 오는 일본인 젊은 부부와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하던중, 매트를 흥정하게 된다. 우리의 사정을 듣던 젊은 부부가 자기들은 이제 하산하면 집으로 돌아가니, 매트가 당장 필요치 않아 팔 수는 있지만, 쓰던 물건을 얼마에 팔것인지 난감한모양이다. 우리가 필요하니 부담없이 말하라고 하여도 계속 머뭇거린다. 하는수없이 내가 5,000엔이면 어떠냐고 물으니, 부부가 서로 쳐다보며 미안한 표정으로 허락을 한다. 아마도 자기들이 쓰던 중고 매트라 돈을 받고 팔기가 찜찜했던 모양이다. 연화가 배낭 옆에 묶은 매트가 문제의 그 매트다.
▲참~ 선하게 생긴 일본인 젊은 부부와 연화가 기념사진 한컷.
그 순간 C씨는 벌써 간온다케(觀音岳)까지 올라간다. 소리소리 불러 매트를 삿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킨다. 오늘밤 매트없이 잘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마음이 편치 않았을까를 생각하니, 내마음이 더 편안하다.
간온다케는 호오산잔(鳳凰三山)에서 제일 높은 산으로, 일본 100名山의 하나다. 일명 鳳凰山(호오잔)으로도 불리는 간온다케(觀音岳)은?
불교의 3대 菩薩(보살) 즉, 藥師, 觀音,地藏보살 중의 중심인 '간온'(觀音)이라는 명칭이 일본의 카메라 메이커 '캐논'의 어원이였다고 한다.
독실한 불교신자였던 캐논의 창업주가 1934년 일본최초로 35mm 카메라를 출시하면서 모델명으로 자신의 신앙의 대상이었던 '관음보살'의 '관음', 즉 일본식 발음 '간온'을 모델명으로 채택한 것에서 유래하였다고 하며, 이듬해에는 'CANON'을 정식등록상표로 출원하게되고, 1947년에는'정기광학공업주식회사'(精機光學工業株式會社)였던 상호를 '캐논카메라주식회사'로 변경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 드디어 간온다케(觀音岳.2,840m)에 이른다.
▲간온다케에서 바라본 地藏보살 상의 지죠다케(地藏岳)
▲觀音岳에서도 기원을 드리며...
지죠다케(地藏岳.2,764m)의 상징인 오벨리스크(뾰쪽한 바위봉)를 바라보며, 호오산잔 중, 마지막 산 지죠다케를 향한다.
*오벨리스크 (Obelisk, 고대 그리스어: ὀβελίσκος 오벨리스코스[*]) 또는 방첨탑(方尖塔)은 높고 좁으며 4개의 면을 지닌, 점점 가늘어지는 피라미드
오벨리스크에는 전승을 기념하거나 왕의 위업을 과시하는 문장이나 모양을 새겼는데, 태양 숭배 즉 태양신 라 혹은 호루스하트셉수트
▲ 지죠다케 뒷편으로 멀리 보이는 가이코마가다케(甲斐駒ケ岳.2,967m)의위용
또 다시 완만한 沙面 내리막 길이다. 연화가 눌루날라하며 내려간다. 산행 계획을 세울때 첫날 간온다케를 지나 내리막길에서 갈림길 우측의 호오산장 (鳳凰山莊)에서 마감을 해볼까도 생각을 하였으나, 실제 상황을 접해보니 우리팀 走力으로는 언감샘심 과욕이였음이 확인된 순간이다.
멋진 분재목이 있는 상징적인 곳이다. 인터넷 산행기 검색때 빠지지 않는 사진이다. 나 역시 그냥 지나칠 수없어서 한컷 날린다.
▲朱木과의 분재목
오늘 하루도 좋은 날씨에 남알프스의 진면목을 여지 없이 보여주는 풍광이다. 특히 기타다케는 계속 모습을 바꾸어 가며 눈을 호사스럽게 한다. 일본의 기상으로는 지금이 츠유(梅雨), 우리 말로 장마철이다. 그럼에도 이틀째 비 한방울 내리지 않은 쾌청한 날씨가 계속되는데, 언제까지 이런 날씨가 계속 되려나...
기타다케의 y계곡에 만년설이 쌓여 있다. 일본의 유명한 3대 y계곡의 雪溪에는 1년 내내 눈이 쌓여 있다.
▲ 기타다케의 y 雪溪(설계)
내리막 끝 안부를 지나오르막길이 시작된다. 등로 좌측 암릉 군락으로 여러가지 형상의 바위가 운집해있는데, 마치 지장보살을 애워싸고 있는 千佛처럼 보이기도 한다. (중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던가 ㅎㅎ)
▲지죠다케 오르막 암릉
이번 산행에서 연화의 또 한 목적인 鳳凰산의 3代 보살의 보살핌으로 딸이 무탈하게 10개월 동안 아기를 보호하고 건강하게 출산하기를 바라는 기도가 꼭 이루어 질것이라고 믿는다.
▲地藏岳에서도 기원을...
참으로 기이하게 생긴 바위다. 오벨리스크는 일본어로 호우센도우(方尖塔)라고 한다. 즉, 방향을 가르키는 뾰쪽한 탑이라는 뜻이다.
▲지죠다케의 오벨리스크(方尖塔)
호우센도우(方尖塔) 아래 작은 모래 斜面에 수많은 아기 보살 석상이 세워져 있다. 여기에도 의미가 있다고 한다.
일본의 산 곳곳에 사이노카와라(賽ノ河原)라는 장소가 많이 있다. 이 곳은 죽은 어린애가 간다고하는 저승 三途川의 자갈밭이라는 뜻으로, 부모에 앞서서 죽은 아이가 저승에서 부모 공양을 위해 돌을 모아 탑을 쌓는다는 삼도천(三途川) 강변의 자갈밭에 쌓는 족족 악귀가 와서 이를 무너뜨리는데, 마침내 지장보살이 구해 주었다고 한다.
▲ 사이노카와라의 수많은 아기보살 탑
▲정성스레 뜨게 옷으로 감싸주고...
▲ 지장보살이 작은 아기 보살들을 주위에 거느려 보살피고...
아카누케노 카시라(赤拔ノ頭,2,750m)능선상에 세워진 王明 行者 탑에 많은 동전이 시주되어 있다.
王明이라는 行者를 기리는 탑인것 같다. 行者란? 출가한 후 아직 사미계나 사미니계를 받지 않은, 정식으로 승려가 되기 위한 입문 과정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
▲또 다른 기타다케와 능선위의 行者 탑
능선위에 내려 비치는 햇살이 따거워 작은 나무 그늘 아래서 간단식으로 허기를 채운 뒤, 지죠다케와 오벨리스크를 뒤로하고 오늘의 목적지인 하야카와오네고야(早川尾根小屋)을 향해 간다.
능선이 좁아지고 좌우 斜面이 가파른 절벽 수준으로 , 이런 능선을 콩그리시로 라이프 릿지라 하기도 한다. 일본의 樹林 한계선을 넘은 능선길을 걸을때는 가끔씩 왔던 길을 뒤돌아 보는 광경이 압권이다. 이 재미를 느껴야 일본의 산을 느낄 수있다고 나는 확신한다.
그 말이 후리카에루(振り返る)다.
▲ 뒤 돌아 보니 지죠다케의 오벨리스크가 어느새 구름에 쌓여 천상의 모습처럼 보인다.
지죠다케를 지나 첫봉우리 다카네(高嶺.2,779m)에 다다른다.
기타다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아니 우리가 기타다케를 가운데 두고 돌고있는 것으로 처음에는 아이노 다케와 노토리 다케가 전면에 보이다가 이제 아이노다케와 노토리 다케가 기타다케뒤편에 서 있는 꼴이다. 우리의 이번 종주계획도 기타다케를 가운데 두고 한 바퀴 도는 루트로 진행을 한다.
오오캄바사와(大樺沢) 셋케(雪溪)의 눈이 깊게 내려 뻗쳐있다. 그 곳은 아직 한 겨울 처럼 雪上을 걸어야 할것이다.
▲ 다카네(高嶺)정상 이정목과 기타다케의 雪溪
날씨는 아침 나절과는 다르게 구름이 모여들고 있다. 역시 고산의 오후 날씨는 급변의 경우가 많다. 산허리를 휘감는 안개 구름이 끼었다 벋어졌다를 반복한다.기타다케정상에도 구름이 모여 들고있는 중이다.
▲멋진 다카네 정상에서 연화가...
다카네(高嶺)를 지나 진행하는 길목에도 시야를 가릴정도로 구름이 모였다. 흩어졌다 한다.
지금 시기가 일본의 장마(쯔유.梅雨)철이니 언제 비가와도 이상할 것은 없다.
▲ 구름이 휘감고 내려 오는 등로를 뒤돌아보니 다카네는 이미 구름속에...
다카네에서 내려가는 길에 약간의 암름이 있어 연화에게 스틱을 밑으로 던지고 두손을 벌려 얌쪽 바위를 잡고 궁둥이를 바위 대고 내려 오도록 한다.제법 조심해야 하는 구간이다. 사고는 내리막에서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철저히 주의를 시킨다. 그런대로 C는 잘하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진도가 상당히 느린편이다.
이런 곳에서 속도를 탓할 수는 없다. 셋 중, 누구 하나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전체 일정을 수정 또는 중단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고도차가 350m 정도로 거리가 짧은 암릉 급사면과 바위 부스러기 너덜길이 몹시 성가시다. 시간이 지체된다. 게다가 오늘 아침부터 산장에서 챙겨온 물 외에 보충할 곳이 없어서, 물통이 바닥이다.
경사도가 완만한 너덜길에서 두사람을 떨쳐내고 먼저 내려간다. 한참 앞서가는 등산객에게 염치 없지만 물을 구할까 싶어 빠른 걸음을 한다. 고도가 많이 떨어진 수림대(樹林帶)안부에 도착을 하지만, 앞서가는 사람을 따라 잡지 못했다. 물 때문에 오늘의 일정에 차질이 생길까 염려된다.
이정목의 표시를 보니 여기가 시라호토게(白鳳峠)다. 지도를 꺼내 오늘 걸어야 할 남은 코스를 책크한다. 한참만에 내려 온 두 사람이 물을 구하지 못했다고 하니, 난감한 표정이다. 남아 있는 물을 한모금씩 하고 오늘 남아있는 일정과 내일 일정을 설명한다.
오늘 우리가 목표한 하야카와오네고야(早川尾根小屋)에는 산장 주인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물이 있어 하룻밤 지내는데 문제는 없지만, 지금 컨디션으로는 약 2시간정도 올라가야 하고, 내일 걸어야 할 아사요(アサヨ峰,2,799m)봉우리는 종주 루투에서 중요도가 별로 없는 봉우리로 넘고 지나가기가 만만치 않은 산 봉우리다. 그러나 여기서 약 2시간 정도 히로가와라(広河原)의 차도 쪽으로 하산을 하면, 버스를 타고 내일 머물 쵸웨이 고야(長衛小屋)캠프장 까지 바로 갈수 있다. 그러면, 내일 하루 코스를 건너뛰고 휴식을 취한 다음에 다시 계획대로 종주 코스에 진입을 할 수있다. 라는 설명을 하자, 두사람 다 후자를 선택하며, 하산 하기를 원한다. 그제서야 연화도 한국에서 내내 치료를 받았던 무릎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한다.
일단 내려가는 것으로 결정하고, 마음 편하게 생각한다. 원래 나의 山行史에 중간에 그만 두거나, 변칙으로 행정(行程)을 바꾸는 경우는 없었지만...
그 결과가 꿈에라도 걷고 싶지않은 지옥길이 될것이라는 것을 당시에는 누구도 몰랐다.
내려 가다보니 완만하던 계곡이 점점 좁아지면서 물이 흐를것 같아 물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내려간다. 등로 사면과 계곡이 급경사로 변하여도 물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때 만나려고 서둘러 내려 갔어도 안부에서 만나지 못했던 일본인 등산객이 쉬고 있어, 우리도 그 자리에서 쉬어 가기로 한다.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500짜리 물병을 한통 내밀면서 자기도 이 곳이 초행길이라며, 물이 어디쯤에 있는지 모른더고 한다. 생명수처럼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물을 받았다.
일본인이 먼저 일어나고 우리는 한참을 더 쉬다가 내려간다. 빽빽한 수림대의 급사면 내리막에 연화가 고통을 호소한다. 가만히 서 있어도 몸이 쏠려 내려가는 급사면에 가다 쉬다를 수십번, C는 앞서 내려 가 보이지 않고, 불러도 대답이 없다. 연화를 앞세워 보아도 뒷따라 오게 하여도 마땅치 않다.
짖누르는 어께의 배낭을 던져 버리고 싶다는 연화의 투정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급경사면의 상태는 축축한 이끼의 흙길이라 만약 미끄러 넘어지면 끝도없이 굴러 떨어질것 같다. 나도 이렇게 겁나는 길은 처음인데 하물며 연화는 어떠랴 싶어, 얼르고 달래면서 내려간다.
그런데 그 끝인 자동차 도로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위험한 내리막길은 계속된다. 이럴줄 알았으면, 계획대로 하야카와오네 산장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하는 후회를 수십번도 더 해 본다.
내일은 내일 걱정하면 될 일을 내일 일정까지 걱정을 하여, 이 길을 선택한 것이 절대 절명의 실수였던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오늘 무사히 도로까지 내려서는 그 순간까지 사고가 없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순간 순간 발이 헛디뎌 머리끝이 쭈뼛서는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다. 한번은 뒤 따라 힘들게 내려 오는 연화를 뒤돌아 보다가 넘어저 구를뻔 하였다. 무릎 상태가 좋지 않은 연화에게 만만치않은 배낭까지 메고 급사면 내리막을 걷는다는 것은 지옥길과 다름없을 것이다. 제발 아무일 없어야 할텐데... 그렇다고 온통 연화에게 신경을 뺏겨서는 않될 일이다. 정신 차리자!!! 를 되뇌이며 잘못하다간 내가 사고를 당하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하니 끔찍스럽다.
우여 곡절 끝에 도로의 펜스 철망이 어렴푸시 보여, 연화에게 다왔다고 소리치며 용기를 주었다. 이제야 고생 끝이고, 이것으로 이번 산행을 끝 마쳐도 별 여한이 없을것 같은 마음까지 든다.
드디어 도로에 내려서고, 잠시 후 연화도 도로에 내려선다. 그런데 앞에 내려간 C씨가 보이지 않는다. 혹시나 도로 위 아래를 찾아 보아도 보이지 않은데, 위쪽에서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뛰어 내려 온다. 왠일인가 물어보니 코후로 출발하는 버스 시간 때문이란다.
기타사와토게(北沢峠)로 올라가는 버스를 물어보니, 조금전에 올라가는 버스가 마지막 버스라고 한다. 그때쯤 C씨가 올라오고 있다. 일단 물이 급해 물을 구하러 갔다온다고 하면서 물병을 내민다.
연화와 함께 꿀맛같이 물을 마시고, 우리도 히로카와하라 버스 정류장으로 내려가기로 한다. 일본은 버스 정류장이 아닌 곳에는 차를 세워 주지 않는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역시 조금전에 마지막 버스가 떠나버렸다. 하는수 없이 현수교 다리를 건너 가까운 히로카와하라(広河原) 산장 캠프장으로 간다. 내가 하산길을 선택하면서 8년전에 잠시 들렸던 산장을 만약의 경우를 생각하여 염두에 두었던 차였다.
산장에 도착 접수를 하고, 캠프장에 텐트를 설치하고 지쳤던 몸과 마음을 내려 놓고 하루를 마감한다.
[어떻게 된 것인지 그 과정의 사진이 한장도 없다. 얼마나 마음의 여유가 없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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