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음계표
내가 사는 고향 화순의 음계는
화순읍 자치 샘은 낮은음자리 도는 아닐까.
만연산과 물염정 가는 길목은 김삿갓처럼 미나 파로 휘파람 불며 가고,
쌍봉사에서 솔을 찍고, 동복호에서 모후산 가는 길은 조정암 기개로 라로 목청을 돋우고.
너릿재 터널 지날 즈음에는 시원한 시로 누웠다가 가는
운주사 거지탑 앞에 앉아 돌 위에 엉덩이를 붙일 때면,
어머니께서 준비해주신 김밥 한줄, 눈물 한 방울,
그게 높은음자리 도(道)는 아닐까.
흔히들 여행이라는 삶은
혹시 충담사의 가르침 어디쯤은 아닐까.
“구물거리며 살아가는 백성, 이를 먹여 다스려져.”
이른 아침 화순에서 보양 탕으로 힘을 얻고, 사평 즈음에서 기정 떡으로 새참을 하고,
점심은 동복 붕어찜에다 이서 오디 한잔, 돌아오는 중장터에서는 용강리 추어탕,
집에 계신 어머니 위해 도곡 찰옥수수도 챙기는 것.
음식은 치료이고 힐링이구나.
먹거리 없는 여행은 운율 없는 시이거나 갈등 없는 소설이구나.
삶의 목적지는 여행이라면, 여행의 종착지는 부엌이구나.
내가 사는 고향 화순은 음계이지.hwp
첫댓글 졸작을 보냅니다.
식단표가 떠올라 수필로 쓰고 싶었으나 봄꽃 때문에 어찌할 수 없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박 선생님
고맙습니다 늘상 바쁘심에도 이렇게 카페 관리해 주시고 또 시화작품도
주시니 고맙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