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시절,
대대최고의 수비수로 이름을 날리며 족구를 접하게 되었고, 전역후, 동네 아저씨들과 이른 바 '똑딱볼'을 즐기며, 족구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어
동호회에 가입해 열족을 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주위 지인들에게 '족구환자'라는 소리까지 듣는 매니아가 되어벼렸고, 이래저래 대회 및 교류전에
참석하며 실력이 나름 향상 되었음을 느꼈지만 지금 내게 남은 건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다.'는 좌절감 뿐이다.
언제부턴가
족구에 자신이 없어져 주눅이 들어버린 지금, 나와 같이 아직은 '병아리 족구인'이지만 오늘도 화려한 비상을 꿈꾸며 열족하고 있을 많은 족구
동호인들과 함께 이를 이겨나가자는 취지 아래 주제 넘게 이 글을 쓴다.
개인적으로 거스
히딩크 감독을 상당히 높게 평가한다. 대한민국을 월드컵 4강으로 끌어 올린 업적이야 부연설명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차치한다해도 그의 '실패'를
대하는 철학이 마음 깊이 와닿았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을
떠나며 펴낸 자서전에서 이런 말을 담았다.
'축구는
실패투성이 게임이다. 골을 만들어내려고 수많은 드리블과 패스를 시도하다 겨우 한두골로 승부를 결정짓는 경기다. 그 숱한 시도들은 대부분 실패하고
만다. 따라서 축구는 실패를 컨트롤하는 경기다. 정확한 슈팅을 날리고 정확한 패스를 하는게 중요하지만, 축구 속성상 부정확한 경우가 훨씬 많다.
따라서 한 번 실패했다고 그 선수 체면이 손상되는 건 아니다.'
실패를 더 나은
성과를 거두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이해한다는 그의 글을 읽으면서 작은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목에서도 그는 내 가슴을
때렸다.
'한국
문화에서는 단 한 번의 실패가 그 선수의 운명을 결정짓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축구에서는 단 한 번의 실패보다 한 번의 성공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도를 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실패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말에서
깨달음을 얻기란 정말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이 두 단락으로 히딩크는 내게 깨달음을 줬다. '그래, 실패를 아쉬워하면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하지만
실패를 복기하는 과정에서 전진할 수 있는 동력을 얻는다면 실패는 실패가 아닌 것이지.'
2002월드컵이
벌어지기 직전 그의 별명은 '오대영'이었다. 2001년 벌어진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프랑스에 5-0패, 이어진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5-0패배를
당하면서 생긴 별명이다.
언론에서는 정말
걱정이라며, '히딩크 교체론'까지 대두되었지만 그는 이어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이런 말을 했다.
'약팀들과의
평가전에서 이기는 것은 자기자신과 온 국민을 속이는 행위다. 약팀들과의 경기에서 이겨보는 것보다 강팀들과의 경기에서 패하는 것이 더욱 많은
이득이 될 것이기에 앞으로도 강팀들과의 일전을 준비할 것이다.'
그는 결코
실패, 즉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나아가 강팀들과의 일전을 통해 나름대로의 팀 문제점을 찾아내었고, 그로인한 옥석가르기를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입힌 팀을 만들어 내었으며, 그 팀은 '월드컵 4강신화'를 만들어내었다.
종목은 다르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족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실력이 비록 미약했을지라도 이래저래 강팀들과의 경기를 펼치며, 대회에 꼬박꼬박 참석한 팀은
어느덧 그들만의 문제점을 찾아내 다듬고, 피나는 노력을 견뎌내 이젠 전국구팀으로 성장한 모습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그리고 전국의
전통의 강호들 역시 같은 과정을 겪었으리라 확신한다. 수많은 좌절과 패배, 그리고 남들의 비웃음을 이겨낸 그것은 이른 바 그들의 노력이 맺어낸
결실인 셈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병아리 족구인'들에게 말한다. 아직은 미약한 실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 많은 좌절과 패배, 그리고 피나는 노력이 없이는 어느누구도
화려한 비상을 꿈꿀 수 없는 것이다. 패배를 두려워 하지말라.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라. 그곳에서 좌절을 하는 것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얻어라. 그리하면 그것은 실패가 아닌 훗날 화려한 비상으로 거듭날 수 있는 한 과정이 될 것이다.
이 땅의 병아리
족구인들이여~!!! 파이팅~~!!!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