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형의 불교미술
절절이 깃대·깃발 다시 서고 나는 날
저 멀리, (골짝, 벌판 아님 마을 한 곳의) 햇살에 번쩍 빛나는 누런(금)빛 솟은 깃대 끝(깃봉)에 오르내리며 놀이 타는 드림(깃발)자락 -. 아, 저기가 (바로) 절이다. 절이로구나.우리 절(절터) 드는 입마다 이른바 당간幢竿, 당간지주支柱로 불리는 깃대, 깃대버팀이(버팀대)가 우뚝 서 있다. 떠오르니, 부석사(676)가 그렇고 불국사, 동화사, 해인사…가 또는, 사천왕사터(679)와 미륵사·(공주)대통사·(천안)천흥사·(양주)회암사터…가 그렇다.
허나 이곳들엔, 가운데 꽂혀 선 높다란 깃대는 없고 (돌)깃대버팀이(당간지주) 1벌(2쪽)만 우람하나 뎅그라니 서 있을 뿐. 언제나, 높이 서 있는 깃대에 깃발(幢, 幡)이 나부끼며 오는 이를 맞고 또 멀리서도 그 곳에 절 있음을 알려주는 ‘도우미’고 ‘알림이’였는데. 이 당간을 달리 찰간(刹竿, 幡刹)이라 하여, 바로 사찰寺刹이란(이라 얻은) 이름의 그 찰刹도 이것이고 예 탓인만큼인데.
그 깃대는 거의 나무였겠지만 쇠(금칠까지 한)와 돌로 맘 써, 올린 곳도 있어 (그 탓으로 튼튼해) 남아온다(11개나. 쇠6, 돌3, 금동용두깃봉1…). 더구나 (청주)용두사는 이(쇠)깃대(962, 광종13, 국보41)땜에 절 이름까지 됐으니. 그 자리(뜻) 알만 하다. 깃대(당간, 幡竿, 찰간, 번찰)는 무려 20m 안팎의 높이(지름은 50㎝ 안팎, 그러므로 버팀대도 3m 안팎 높이)나 된다! 대마디같이 마디마디로 올려가 끝에는 도르래 문 깃봉-용(머리), 봉황(머리)이 아니면 연봉, 구슬(여의마니 곧 여의주)치레(꾸밈)다.이 깃봉에 절을 나타내고 알리는, 갖은 꼴로, 빛(색)으로, 감(비단천…과 종이)으로 만든 깃발-글귀(나무아미타불…들이나 좋은 경구), 그림(불, 보살…)을 써고 그리거나 수놓아 만들어 내걸었(겠)다.
나아가 건당(建幢, 入室, 法幢)이라 하여 이제 법(맥)을 이을만한 그릇이 될 것이라는 자리듦을 알리고 세우는 이름(법명)을 써 내거는 것도 여기에다. 어느 나라에도 없는 뛰어난, 자랑거리인 작품의 (불교)미술인 당간·지주-(통일)신라까지 올 라가는 (돌)버팀대(당간지주)만 우뚝 절절(터)이 (갖은 꼴로) 외로이 서 있는, 무심한 내밀 림. 이제라도 우리는 여기에 갖은(재질, 꼴), 높·낮은 깃대(당간)를 세우자! 뿐아니라 갖은 깃발(당, 번) 높이 나부끼게 하자. 바로 우리 절, 우리 얼(넋) 되살림(복원)이고 알림이며 할 일이다. 우리네 (불교)미술의 힘, 얼, 끈(전통) 보여줌이다.
개성 흥국사(924, 태조 7)에 솟은 황금깃대(번간) 봉수가 깁(비단)깃발 물고 있다(高麗圖經). 구름 뚫고, 해 받아 빛나, 두루미·미르鶴龍 날고 뛰는 것 같다는(용두사당간글) 자랑거리 그 많은 절마다 왜 보이지 않나.
절 지킴이로 나타난 용 - 미르
절(불교, 불법, 절집·佛家)에서는 용龍이 차지하는 자리가 그렇게 엄청나고 크다며? 암. 숫제, 으레(이) 절은 용이 살았던 곳(못)에다 틀(서)고(황룡사, 미륵사, 통도사, 선운사, 각연사…). 절 드는 다리(선암사·흥국사무지개돌다리)부터서 용이 서려있지. 그려, 섬돌소맷돌, 문과 법당 곳곳-공포와 뺄목·보(충량)머리, 대공(화반), 닫집, 막새, 전돌하며 중탑(부도)과 비석(받침, 몸채, 지붕), 당간깃봉, 범종, 목어, 드무, 가마(연) 그리고 불상(받침, 용두관음, 4천왕부분)과 불화(탱화, 벽화) 속 뿐아니라 여러 꾸밈치레들(불단, 패, 업경대, 촛대…)의 구석구석곳곳에 천지로 칠갑해 살아있더라고, 조각이든 그림이든 불교미술로.
잘 봤네, 용은 우리말로 미르(훈몽자회, 미리)라 하네. 인도는 ‘나가’라 하고. 인도서는 애초(본래), 말, 소와 달리 코끼리(이도 '나가'라 부르기도 함), 사자, 범 따위와 함께 나쁜(악한), 짐승이었지(서양서도). 그런데? 하지만 그 ‘거칠 것 없는, 센 힘’탓에 되려 끌여드려 ‘지킴이’로 만들었다네. 문제아 반장시키기네 그려! 그렇네.
애초에, 이승에 없는 짐승아닌가? 그래, 없지. 뱀(인도는 코브라)같은 데서(도마뱀, 악어, 공룡 파충류) 빌어 맹갈아낸, 그것도 수륙양용, 나아가 물, 뭍에서 하늘(수륙천3용)까지 뻗치는 존재로서니 대단하지. 무엇보다 이(러한) 미르(용)는 결국 농사-벼짓기 탓에 나타난, 만들어낸 것이고 이에는 물(水)이 다이니 곧, 물을 뜻(상징)하는 것으로 태어난게지 사실은. 그런 깊은 뜻이? 몰랐네그려. 때문에 나가, 드래곤(인도말 브리트라, 드리그베샤 →드라콘에서 온), 용龍, 무두리(만주말), 미르, 이무기 모두 물(을 품고)이란 뜻을 지닌 말이야. 그래? 내(강), 못(소, 호수), 바다, 용궁, 용왕, 천둥, 번개, 구름, 비, 바람 나아가 달(月)까지 미르와 끈이 닿아있잖나. 미르의 가슴(비늘)이 (큰)조개로 되어(줄줄이 겹쳐)있음도 무관치 않지. 참. 그 비늘(조개)이 거꾸로 되는 것(逆鱗)을 (나라의) 역모란 뜻으로 쓴다메? 그려. 기우(청우)제도 미르 없으면 안되지.
● 논산 쌍계사 봉황루 청룡(대공)
●당간 깃봉 (영주 출토)
용-미르는 절을 지키고(호법, 호불국, 호가람, 護佛子, 護經:법화경 제바달다품) 나아가 한 나라(호국)와 그 사람과 집, 재산을 지켜주는 존재로 우뚝 서 있구만. 부처되려 굳고 깊이 닦고 힘씀을 나타내는 용분삼매龍奮三昧나 나가정(那伽定 : 龍定)이란 말도 생겨나고, 다음(오는) 석가모니인 미륵도 바로 미르이자 물(달:月)의 뜻인데다 그가 태어나고 깨닫는 나무도 용화수니…. 부석사를 세운 의상스님도 용녀 선묘善妙낭자 덕이라데. 응應룡이니 익翼·계鷄·교蛟·어魚룡하며 미르의 갈래와 꼴(형태)도 갖가지 많기도 하고. 청룡, 황룡, 흑(현)·적·백룡(5방룡)도 있는데, 보기로 청룡은 만물(벼를 비롯한) 돋고 키우는 봄이자, 물 오르는 3월이고, 새(동)쪽이자, 아침(辰, 생일을 생신이라함)이며, 젊음(청춘)들을 뜻한다며? 절(불법)의 창창한 앞날(미래)을 가리키기도 하지.
강순형 국립해양박물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