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어교육은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로 이루어집니다만, 그 모든 기초는 감각 활동과 그 자극으로 시작합니다. 특히 몬테소리 언어교육은 좀 더 시각적이며 부드럽고 단순하게 핵심을 표현하는 언어를 쓰는 일이 중요합니다.
10cm~1m의 빨강막대를 두고 걷는 연습을 하는 3세아, 두 팔을 펴고 매우 신중한 태도로 제시해야 한다.
생후 5개월쯤 되었을 때, 집안의 모든 사물마다 명함지로 만든 이름표를 붙여주고 읽어주기를 하는 것은 일상언어의 시각적인 자극(문자)을 통해 모국어를 만나게 하는 방법입니다. 약 1년간 붙여준 이름표를 생활 속에서 가끔 읽어주도록 하고, 두 돌이 되기 전 기존의 것은 다 떼어내고, 자음은 파랑색, 모음은 빨강색으로, 명함지(쇼핑몰에서 구입)에 쓴 이름표를 다시 붙여줍니다. 주의할 점은 매직으로 모음과 자음이 정확히 분리된 형태로 쓰는 일, 즉 꺾임, 섞임, 흘림 없이 정확히 써야 합니다.
손주를 위해 만든 첫 교재인 사물의 이름표. 모음과 자음이 정확히 분리된 형태여야 한다.
이제 몬테소리 언어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얘길 할까 합니다. 과거 어린이집 할 때 저희 집은 광안리 바닷가의 아파트 11층이었는데 말여요. 아침에 출근하느라 엘리베이터에 탔을 때의 에피소드입니다. 당시 미군의 아프간 폭격이 대대적으로 벌어지던 때였습니다. 유치원 가방을 멘 대여섯 살의 남자 아이와 엄마는 통학버스 타러 나가는 길이었나본데, 지난 밤 뉴스에서 본 폭격 장면이 그 남자아이에겐 자극이 컸나 봅니다.
"엄마, 왜 미사일 쐈어요? 아빠가 미국이 쐈다던데 맞아요? 사람 많이 죽었어요?"
따발총처럼 아이가 물었습니다.
엄마는 잠시(0.3초 정도^^) 호흡을 가다듬더니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페르시아 만에서 생산되는 석유의 중요성, 미국과 대립 중인 아랍국가들, 해상 무역로, 프랑스와 영국의 공동 공격 등...@"@;;
엘리베이터가 1층까지 내려가는 짧은 시간에 엄마의 장황한 설명과 태도는 제 뇌리를 흔들었습니다. 그때 아이의 표정과 행동을 가만히 보았습니다. 엘리베이터 벽에 머리를 쿵쿵 찢는 아이의 찡그린 얼굴은 "엄마, 제발 그런 식의 설명을 멈춰주세요!"라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다 큰 제 머리도 어지러웠는데, 그 아이에겐 얼마나 일방적이고 위압적인 설명이었을까요?
쓰기를 준비하는 Metal Insets 세팅, 빗자루는 작업 후 지우개 찌꺼기를 청소하며 Wall Paper는 눈높이에 붙여둔다.
제가 과거 번역 소개한 일본 몬테소리 협회의 어느 교수님이 쓴 책 '어머니, 나 혼자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의 내용은 거의 엄마의 과잉 해석과 엄마의 교사화를 꾸짖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런 엄마를 발달심리학에선 '해석적 부모', 또는 '심판하는 부모'라고 합니다. 경기의 주심처럼 끊임없이 뭔가를 가르치고 판정하고, 전지전능한 존재가 되어 마구 설명하고 싶은, 전형적인 수다쟁이 엄마 말이예요. 예나 지금이나 수다쟁이 엄마는 여전히 많은 듯.^^ 그런 태도는 몬테소리교육에선 매우 금기시하는 행동입니다. 서두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부드럽고 단순하게 핵심을 표현하는 언어와는 거리가 먼 언어생활입니다. 특히 요즘 부쩍 많은 수다쟁이 엄마들, 자녀를 과잉 표현의 산만한 아이로 만들고 싶지 않다면, 일상생활 속에서 늘 조심해야 할 대목입니다.
실물과 명칭카드의 매칭은 생활 속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하면 된다.
몬테소리 언어교육은 영유아기의 감각적 자극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어떤 작업 중에도 "이것은 매우 부드러워" "조금 따뜻해" "거칠다" "조금 거칠다" "아름다워요" "어둡다" "깨끗하구나" "순서대로 해볼까" "기분 좋아요"와 같이 극히 정제된 느낌의 언어를 쓰는 게, 감각에 집중을 고양하고 아이의 눈빛이 생명 감각으로 반짝이게 합니다.
단순한 바느질 교구는 언어적 자극, 협응과 집중, 상호작용의 확장에 매우 효과가 크다. 만 3세~6세(언어와 일상생활)
예를 들자면, 색과 모양이 다양한 삼각형 교구(Constructive Triangles)를 다루게 되는 5~6세아의 경우, "모양과 색이 같은 것끼리 검은선이 만나도록 해보자"라며 교구의 핵심만 표현하도록 합니다. 이렇게 시각과 촉각 자극, 협응력을 요구하는 작업의 경우, 저 위에서 말한 엘리베이터의 엄마처럼 "어머나, 우리 OO야. 이것도 삼각형이고 저것도 삼각형이고, 이것과 저건 닮았지, 우리 OO이, 이것들은 서로 닮은 거니까 여기 검은색 선을 따라... 쏼라쏼라...궁시렁궁시렁...&^%$@#!()*&%$....." 이렿게 장황하게 설명하면, 엘리베이터 속 그 아이처럼, 푹 삶은 뜨거운 물고구마^^ 를 삼킨 느낌이거나 생명 감각을 빼앗긴 억울한 표정을 지을지도 모르며, 다음에는 이 다양한 형태의 삼각형 교구를 다시 열고 싶은 에너지를 완전히 잃어버리게 됩니다.
Constructive Triangles 1상자~7상자는 다양한 삼각형의 명칭을 익히고 수학적 지성을 연습하게 한다.
1951년, 몬테소리 선생님께서 네델란드 날드위이(Naaldwijk)에서 말년을 보내실 때 문득 방문했던 어린이집 풍경입니다. 당시 교사는 극히 정제된 언어로 동물 퍼즐의 부분명칭을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조용히 바라보시던 선생님께선 "이것은 몬테소리교육이 아닙니다."라고 하셨습니다. 난처한 표정의 교사가 울먹이며 되물었을 때 몬테소리 선생님께선 "아이의 생명 감각을 보지 않고 형식을 중시하는 교육은 매우 위험합니다."라고 하셨습니다.
Montessori Method를 활용한 단계별 제시카드와 가베 교구, 이 아이는 3년을 가르친 제자이며 생명공학을 공부한 뒤 유학길에 올라 AMS 전 과정을 마치고 교육학으로 박사과정 중이며 어머님도 몬테소리 수업에 참여하셨다.
애벌레가 스스로의 힘으로 변태하여 나비가 되고 결국 자유의 하늘을 날 듯, 스스로의 성장을 위한 에너지를 지닌 아이들은 어른들의 강요만 없으면 눈빛이 살아 있으며 사물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신중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생명 감각이라고 합니다. 몬테소리의 생애를 정리한 전기 작가 스텐딩(Standing)은 생명 감각을 몬테소리교육의 가장 핵심 철학이라고 말합니다. 혹여 몬테소리교육이란 이름으로 아이들의 생명 감각을 억압하거나, 자기애의 방편으로 아이들을 내세워 욕망을 구현하고자 하는 건 아닌지 성찰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손주 찬가 1.
내 어머니의
아득한 우물도 없고
날 가둔
그늘조차 한 점 없는
순백의 아기가 불쑥
내게로 왔다
고래처럼 장엄하거나
핏빛 선연한
대양의 숙명도 아닌
눈물 나도록 쪼끄만 손에서
톡톡 터져 번지는
아, 물비늘 일렁이는 바다라니
오동통한 볼에서
고요한 물결의 콧등에서
투명한 눈두덩에서
한 움큼의
비취빛 신비가 반짝이며
아기가 방글방글한다
뒤집고 기고
옹알거리던 아기가
"하뿌지!" "하뿌지!"
부르는 날이면
단박에 수염과 머리칼이
하얗게 쇨 테지 허허
주 / 열 편 정도 써서 나중에 손주 크면 읽어주려고 최근에 쓴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