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6일 여행 삼일째 (알무네까르 - 넬하동굴 - 프리히리나 )
여행의 묘미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지만, 전혀 낯설지 않음이 으뜸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마치 오래전에 사귀어온 사람들처럼, 대함에 있어 스스럼이 없고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선물처럼 주어진 만남의 시간들을 즐기면 된다.
여행 셋째 날. 푹 자고 산뜻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었지만, 아직은 시차적응이 덜 되었는지 새벽 3시에 어김없이 눈이 떠진다. 음.... 더 자야 하는데.... 뒤척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잔상들을 하나라도 더 새겨보기 위해 일어났다. 이렇게 어제의 기록을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 일정은 알무까네르 시장과 골목투어, 넬하 동굴, 프리힐리아나 마을 방문, 시부야선생님 기타연주회, 테츠카 선생님 댁에서의 저녁식사.
아침 식사를 마치니 1시까지는 자유시간이다.
첫 순서는, 언제나 재미있는 시장구경이다. 시장이라 해서 우리네 전통시장쯤 되려나 생각했더니 외부에서 바라보이는 시장 건물은 전혀 시장답지 않게 고고함마저 느껴진다.
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중 한 곳
꽃들과 함께 꽃이 된 서현언니, 미정언니
지중해의 신선한 과일이 하나 가득
먹음직 스럽고 탐스러운 과일들과 채소
시장건물로 들어서니 제일 먼저 반겨주는건 예쁘고 화사한 꽃집이다.
그리고, 입에 군침이 돌게 하는 싱싱한 과일과 바다 향기 물씬 풍기는 생선...
시장을 나와서는, 어제 씨에스타 시간에 걸려 제대로 경험하지 못한 골목길로 다시 들어섰다.
어제의 마을은 텅 빈 것 같았는데, 오늘은 골목 마다 사람들도 많고 활기가 넘친다.
한 눈에 보아도 이방인인 우리에게 웃으며 다가와 주는 사람들. 여유가 넘치고 유쾌한 사람들이다.
파란 하늘, 날씨도 참 좋다. 온화한 기후 덕분인지 손가락과 어깨 결림 증상도 상당이 완화 되어서, 기타를 쳐 보아도 크게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거리를 걸으면서 원장님께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행복한 여행을 몸이 그대로 느끼고 받아들여서 그런거란다. 아픔도 잊을 만큼 행복한 추억으로 남을 귀한 시간들이니 맘껏 즐기라면서.
며칠 뒤에 있을 기타 연주 무대가 걱정이 되어, 조금만 걷고 연습을 해야겠다 생각했지만, 걷다 보니 즐거운 시간은 금방 가버리고 노천카페에서의 차 한잔의 여유. 오늘 밤 잠을 조금 덜 자면 되지 뭐... 하하
미정언니와 해미의 즐거운 한 때
선생님 잠시 추억 여행중?
광장 노천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해 놓고......
다음 여정은 넬하동굴. 그러나 오늘은 수리중이라고 해서 관람이 불가하단다. 아쉽지만 다음 목적지인 프리힐리아나 마을로 출발한다.
프리힐리아나 마을 투어를 시작하면서
이곳은 초입부터 참 예쁜곳이다.
언덕위의 하얀 집들. 마무리를 하얗게 한 이유는, 지중해의 뜨거운 햇빛을 반사시키고자 한 것이고, 조금이라도 햇볕을 피하고자 한 것이 집과 집 사이의 경계선을 없앴다고 한다. 이 하얀 집들 골목을 돌아보는 동안 예쁜 곳들이 많아 눈이 호사를 누린다.
푸른빛 하늘 아래 선명하게 대조대는 순백의 하얀 집들. 그리고 발길 닿는 곳마다 포인트처럼 놓여진 예쁜 화분들, 색색의 꽃들과 초록이 어우러져, 눈부신 하얀색 도화지 위에 그 자체로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이다.
아름다운 꽃과 초록을 집안에 두지 않고 내어 놓음으로서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지역 주민들의 마음이 감동으로 전해진다.
여기 저기 포인트가 되어주는 예쁜 화분들과
아름다운 꽃들은
눈부신 흰색의 도화지 위에서
사진을 찍으면 그대로 그림이 되는 풍경이다.
마을 사람들의 방문객을 위한 배려이자 선물인
양이들도 한가로운 이곳 풍경을
넉넉한 마음으로, 눈으로만 보고, 마음에 예쁘게 담아 갈께요
전망대에서 바라본 마을 풍경
마을을 돌아 보면서 예쁜 순간들을 담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조금 더 천천이 걸으며 이 마을을 감상하고 싶은데, 오후 6시부터 호텔에서 열리는 시부야 선생님의 기타연주회도 놓칠 수 없다.
시부야 선생님 연주회
그동안 함께 다닐 때는 몰랐는데, 무대에 서시니, 그 카리스마가 엄청 나다. 감동적인 너무나 감동적인 연주에 푹 빠져드는 행복한 시간이다. 이 여류 기타리스트는 선생님과 젊은 시절 스페인에서 함께 유학했었던 친구라는데, 60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연주에 파워가 있고 깊이가 있으며, 이야기가 충만하다. 연주 듣는 내내, 적지 않은 나이에도 기타와 함께 즐기시는 모습이 참 멋이 있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그렇게 멋있고, 아름답게 나이 들고 싶다는......
호텔에서 열린 시부야 선생님 연주회
연주회가 끝난 후, 함께 사진 찍기를 청하면서, 연주에 큰 감동을 받았다는 말씀을 전해 드렸더니, 친구가 연주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어서 긴장 하셨다며 수줍은 듯 말씀하신다.
선생님과 스페인에서 유학할 때 보고, 35년만에 처음 만남이라니 긴장하셨다는 말씀도 이해 되고, 말씀 한 마디에 소녀 감성도 예쁘게만 느껴진다.
연주회가 끝난후. 시부야 선생님과 다함께 빠따따~~(우리나라에선 김치~ 스페인에서는 사진을 찍을때 빠따따(감자)를 외친다)
저녁식사는 테츠카 선생님의 옥상(부인)께서 정성껏 만들어주신 일본식 카레와 차, 초콜릿, 과자, 아이스크림.... 자꾸만 무언가를 주시고 싶어 하시는 마음을 사양 않고, 받아들이다 보니, 너무 많이 먹었나보다. 결국 소화제의 도움을 얻어야 했으니 말이다.
내일은 드디어.....
꿈에도 그려보던 알함브라 궁전과, 안토니오 마린 몬테로 공방 방문이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