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1월 10일, 금요일. 맑음.(말레이시아)
아침 6시에 기상. 모든 짐을 정리하여 숙소를 나왔다. 약간 날이 어둑한 새벽이다. 모든 상점은 문이 닫혀있다. 편의점 7-11에 가서 아침식사로 컵라면을 먹는다. 이름을 알 수 없고 맛도 모르는 컵라면 종류가 많다. 뜨거운 물을 붓고 코로 냄새를 맡아본다. 먹을 만 했다. 우리 쪽 보다는 인도 쪽에 가까운 컵라면이다. 편의점 구석에서 모두 먹는다. 걸어서 페리 선착장으로 간다. 예쁜 교회에 속한 학교가 보인다. 학생들이 하얀 교복을 입고 부지런히 등교한다. 교문에는 간부인 듯한 학생이 서너 명 서서 등교지도를 한다. 학생들이 깨끗하고 고급스러워 보인다. 선교차원에서 세워진 미션 스쿨, 고등학교 같다. 부지런히 걸어서 배 타는 곳에 왔다. 오래된 시계탑이 8시를 가리키고 있다.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여기 배들은 여러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 복잡한 사람들 틈에서 인도네시아 메단(Medan)으로 가는 절차가 시작되기를 기다린다. 30여분이 지나니 드디어 표 검사가 시작되었다. 검표소를 통과하니 부두다. 배가 있는 곳으로 눈치껏 앞사람을 따라간다. 커다란 쾌속정 앞에서 기다린다. 몇사람씩 배에 올랐다. 배 안에서 출국 수속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비행기 타고 내리면서 작성해 놓은 카드를 제출하고 출국 도장을 여권에 받았다. 객실 뒤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시 후에 배는 굉음을 내며 신나게 달리기 시작한다. 비행기 승객과 비교가 된다. 승객들은 거칠고, 간난하고 피곤해 보인다. 약간의 경계가 느껴진다. 잠시 후 우리는 갑판위로 올라왔다. 탁 트인 주변 경치가 너무 좋다. 맑고 푸른 바다, 깨끗한 건물과 숲으로 이루어진 페낭 섬, 긴 다리와 시원한 바다 바람을 가르며 모두 즐거워한다. 하얀 거품이 된 바닷물만 부채모양으로 빠르게 펼쳐진다. 배에서 물과 빵을 제공해 주어서 잘 먹었다. 화장실 문이 흔들리는 배에서 소리를 내며 열렸다 닫혔다 한다. 쾌쾌한 냄새가 난다. 시간이 흐를수록 거칠어 보이는 굳은 표정들이 순수하고 착해 보인다. 이렇게 4시간을 달려 드디어 육지가 보인다. 이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의 최대 도시 메단에 도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