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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교육의 생태적 전환 2
전환 마을 토트네스에서 답을 찾다
이유진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 팀장 leeyj@greenkorea.org
외신1.
태국의 수도 방콕이 물에 잠겼다. 3개월 가까이 내린 비로 북부 지방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중부 지방을 거쳐 방콕으로 흘러들어 왔기 때문이다. 이미 380여 명이 사망한 가운데, 정부는 시민들에게 긴급히 피난할 것을 요청했다. 극단적인 기후변화 현상이 인구 천만의 대도시를 덮친 것이다. 서울도 폭우로 우면산 산사태와 같은 재난을 겪었기에 남의 일 같지 않다.
외신2.
카다피의 최후는 처참했다. 시민군이 승리한 배경에는 나토NATO : 북대서양조약기구의 공군력과 뒤늦게 전쟁에 뛰어든 미국의 정보력이 있었다. 중동의 민주화 열풍 속에서 유독 리비아에만 서방세계의 지원이 쏟아진 것은 오직 석유 때문이다. 프랑스와 영국이 먼저 깃발을 꽂았고, 미국도 뒤늦게 뛰어들었다. 우리나라도 범부처 차원의 리비아 재건 협력 태스크포스 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다들 민주화보다는 콩고물에 더 관심이 있다.
외신3.
터키는 지진이 나서 난리이다. 이번 지진으로 일본의 터키 핵발전소 수출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이 핵발전소 수주에서 우선 협상권을 얻으면서 장점으로 내세운 것이 지진 다발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핵발전소를 안전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후쿠시마 사고로 일본의 호언장담이 무색해진데다가 터키에서 또다시 큰 지진이 일어난 것이다.
‘회복력’과 ‘재지역화’라는 화두를 던지다
최근 일어나는 나라 밖 소식들을 들으면 마음이 심란해진다. 점점 더 강도가 세지는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석유를 둘러싼 탐욕, 후쿠시마 핵발전소의 후유증과 여전히 핵에너지의 길을 고집하는 한국이 떠올라서 말이다. 모든 것이 인간의 탐욕 때문이고, 인간이 지구의 한계 용량을 넘어서 생산하고 소비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홍수 피해를 복구하고, 전쟁으로 모든 것을 파괴하고 난 뒤에 재건 사업을 하고, 핵발전소 방사성물질에 노출된 사람들을 치료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모두 국내총생산GDP을 높여 ‘성장’으로 환산된다.
그래서 요즘 내 머릿속에는 지난해 이맘때쯤 답사를 다녀온 영국의 토트네스 생각이 난다. 토트네스 사람들은 이 모든 상황을 마치 예상이나 한 듯 ‘전환 마을’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름도 전환 마을! 무엇인가 지금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들은 ‘기후변화’와 ‘석유 정점’이라는 위기에 맞서 공동체의 회복력resilience을 키우는 방식으로 우리 사회가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다. 석유 값이 올라 에너지가 부족해져도, 이상기후로 식량 생산이 줄고 홍수나 가뭄이 찾아와도 공동체가 큰 타격을 입지 않고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외부와는 독립적으로 마을에서 먹을거리, 에너지, 경제가 굴러가야 한다. 끊임없이 외부에서 유입되는 자원에 의존해서는 충격이 발생했을 때 우르르 무너지기 십상이다. 그렇기에 회복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지역화relocalization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산업화 이후 지역의 발전 방식은 세계화, 전문화, 특성화로 외부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지속적으로 높여 왔다. 그러나 값비싼 석유 시대가 오면 높아진 운송비로 인해 당장 대륙을 횡단했던 식량과 중국산 저가 상품의 공급이 끊기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물, 에너지, 식량을 다시 자생적으로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마을 전체가 피망이나 파프리카 같이 한 작물만 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다시 새롭게 지역의 가치를 발견하고, 자립적인 경제 구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
토트네스 전경
전통 목축 방식에서 지혜를 얻다
토트네스 사람들은 어떻게 ‘회복력’과 ‘재지역화’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을까? 인구 2만 5천 명의 영국의 전형적인 농촌 소도시인 토트네스는 한국 농촌이 겪는 풍랑을 그대로 겪어 왔다. 18세기까지만 해도 주요 면화 생산지로 양을 많이 생산했지만 젊은이들은 계속해서 토트네스를 떠나 도시로 향했다. 그 와중에 1986년 영국에 광우병 파동이 일어났다. 지역 경제는 휘청거렸다. 도무지 회복될 수 없을 것 같이 바닥으로 향하던 지역에서 찾은 해답은 전통적인 목축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사람과 동물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방식 말이다. 들판에 소를 키우고, 일체의 항생제나 동물성 사료를 쓰지 않았다. 소가 치유되고 건강을 되찾으면서 마을도 다시 활기를 찾아 갔다.
이렇게 토트네스의 자연주의 회복 운동은 먹을거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지역 순환형 유기 농산물을 서로 생산하고 소비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신뢰가 형성되었다. 토트네스 시내 상가에는 유기농 매장들이 많다. 토트네스에서는 굳이 유기 농산물 표시를 붙일 필요가 없다. 모든 것이 지역에서 공급한 유기 농산물이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생산된 유기 축산물과 농산물은 지역사회에서 순환된다. 이런 순환형 지역 경제는 수요와 공급을 안정화시켜, 가격 파동, 수입 파동, 농산물 파동 등 외부 경제에 영향을 받지 않는 지역 경제를 형성할 수 있다. 광우병이라는 큰 위기가 토트네스 사람들을 변화시킨 것이다.
지역 먹을거리를 통한 일자리 창출
영국에서 제일 큰 유기농 채소 농장인 리버포드는 그러한 흐름을 이끌고 있다. 다섯 남매가 운영하는 이 농장은 유기농 채소 박스를 주민들에게 공급한다. 농장에서 아침에 직접 수확한 유기농 식품이 집 앞까지 배달되는 것이다. 더불어 이 농장은 지역민을 200명 넘게 고용하고 있어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 농장에서 생산한 신선한 식품으로 요리를 만들어 판매하는 ‘농장 식당’은 예약을 하지 않고서는 이용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정원 가꾸기가 활발한 곳이다. 그런데 토트네스에서는 정원에 꽃과 나무 대신 먹을 것을 심는다. 점심 샐러드를 만들 때 재료를 집 바로 뒤 정원에서 구한다. ‘가든 셰어링Garden sharing’도 활발하다. 땅은 있는데 시간이나 의지가 없어서 땅을 방치하는 사람과, 땅이 없지만 텃밭을 가꾸고 싶어 하는 사람을 연결해 주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서로의 정원을 돌아가며 방문하고, 경험을 이야기하고, 수확물을 나눈다.
마을 곳곳에는 먹을 수 있는 너트 나무를 심고 있다. 마을 공동체가 함께 나무를 심고 너트 나무 하나하나에 돌보는 사람을 정해 가꾸기도 한다. 여성들은 ‘씨디 시스터즈Seedy Sisters’ 모임을 통해 토종 씨앗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또 야생초를 활용해 먹을거리와 약을 얻는 지혜도 서로 나눈다.
‘로컬 푸드 가이드북’은 지역 농민과 판매 가게에 관한 정보를 담아 마을 곳곳에 비치해 두는데, 이 책을 만드는 과정에 주민들이 함께 참여했다. 이 책은 로컬 푸드 생산자와 로컬 푸드로 음식을 만드는 레스토랑을 소개해 소비자들이 지역 식품을 먹도록 함으로써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다.
토트네스에서는 지역에서 난 신선한 농산물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사진은 ANNIES FRUIT SHOP.
Seedy Sisters 모임. 각자가 텃밭에서 재배한 식품을 가지고 와서 교환한 날.
석유와 원자력에서 독립하자
토트네스는 지역 먹을거리에 관한 한 오랜 경험을 갖고 있지만, 에너지에 대해서는 이제 막 첫발을 내딛고 있는 수준이다. 그래서 토트네스 사람들은 “석유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면 토트네스는 어떻게 변화하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 그들이 찾은 답은 에너지를 스스로 생산하는 자생적인 마을이고, 그것을 실현하는 수단은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먼저 석유가 없어도 공동체가 무너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2030년까지 ‘석유 에너지 독립 계획’을 세웠다. 어떻게 석유 없이 살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데,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석유 사용량을 지금의 절반으로 줄이고 필요한 나머지 절반은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이다. 주민들은 재생가능에너지를 생산하는 일이 지역의 산업이 될 수 있도록 ‘토트네스 재생가능에너지 협동조합’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4년여 간의 준비를 통해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부지를 마련했고 업체도 선정했다. 지금은 협동조합 투자금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토트네스에서 재생가능에너지 시설이 많이 필요해질 텐데, 그 기업을 협동조합으로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다.
토트네스의 목표 : 2030년까지 석유 의존도는 낮추고 회복력은 높이고!
전환 가정이 모여 전환 거리를 이루고, 전환 거리가 모여 전환 마을을 만든다!
석유 소비를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를 늘여 가는 것! 명쾌한 해법이지만 또 궁금해진다. 도대체 어떻게 이를 실현할 것인지 말이다. 토트네스 사람들은 모여서 아이디어를 짜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전환 거리’ 만들기이다. 먼저 함께 전환 거리를 만들 ‘전환 가정’을 모은다. 여섯 가정 이상만 모이면 시작할 수 있다. 여러 가정이 모이면 정보도 나누기 쉽고 서로를 격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목표를 정해 놓고 물, 수도,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생활 방식을 바꾼다.
그렇게 평소에 쓰던 에너지의 20~30% 정도를 줄이게 되면 다음 단계로 단열을 개선하는 집수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에너지를 아예 덜 쓰는 집으로 개조하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로 지붕 위에 태양광 발전기를 올린다. 이렇게 하면 에너지 소비를 절반으로 줄이고, 필요한 에너지를 지붕 위에서 재생가능에너지로 생산하는 ‘전환 가정’이 만들어진다. 여섯 가정 이상이 함께 시작했기에 ‘전환 가정’이 모여 ‘거리’를 이루게 된다. 이렇게 매년 마을에서 전환 거리가 늘어나면 토트네스는 점차 ‘전환 마을’에 가까워지게 된다.
전환 가정은 뜻만 같이한다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단열과 태양광 발전기는 지자체와 정부의 프로젝트를 활용했다.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할 때는 저소득층일수록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공동체 회의를 통해, 저소득층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전환 거리 만들기를 통해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다!
유기농, 수공예, 지역 화폐로 살아나는 지역 경제
토트네스 경제는 건강한 먹을거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모든 식료품 가게와 정육점에서는 로컬 푸드를 판매한다.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도 유기농 먹을거리를 식재료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로스콤 정육점의 주인은 “시내에 오래된 정육점이 4개나 된다. 다른 지역에서는 대형 할인 마트의 슈퍼 체인으로 인해 정육점이 사라졌지만, 토트네스에서는 지역 먹을거리를 구매해 주는 주민들 덕분에 이렇게 잘 유지가 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신선하고 안전한 육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 온 축산 농가의 노력이 더해진 덕분이다. 유기농 면제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그린파이버와 유기농 슈퍼마켓 그린라이프, 친환경 그린 카페 등 토트네스에서는 녹색 상품을 너무나 쉽게 살 수 있다.
장인들이 만드는 수공예품은 전 세계로 팔려 나간다. 특히 가죽 구두가 유명하다. 그린슈즈나 콩커에서 만든 구두는 인터넷을 통해 지역에서 세계인들과 만난다. 기타를 만드는 장인들이 있어서 많은 젊은이들이 기타 제작을 배우기 위해 이곳으로 오기도 한다. 한번은 공예품을 파는 어느 가게 간판에 “Not made in China”가 적혀 있는 것을 봤다. 주인에게 중국 사람들이 보면 항의하지 않겠냐고 물어보았더니 주인은 이렇게 대답한다. “중국산 제품을 팔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대량생산이 아니라는 의미로, 손으로 정성 들여 만든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다”라고.
토트네스 지역 경제를 상징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토트네스 지역 화폐이다. 대전에서 시도하는 ‘한밭레츠’ 같은 것인데, 화폐가 지역사회 안에서 유통되도록 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토트네스에 가 보면 많은 상점들이 ‘토트네스 파운드’를 취급한다는 마크를 붙이고 있다. 토트네스는 피크 오일 시대의 경제적 대안으로, 지역 농산물과 생산품을 판매하는 수많은 작은 가게들, 지역 화폐를 통한 화폐의 지역 순환, 지역 에너지 전환을 준비하는 ‘전환 거리’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역사가 200년도 더 된 정육점. 대형 할인 마트를 거부하고 이렇게 지역 소상점을 꿋꿋이 지키고 있다.
지역 화폐 토트네스 파운드. 네모난 금고가 토트네스 은행인 셈이다.
문화와 교육으로 다져 가는 전환 마을의 내공
시내 중심에 위치한 배럴하우스는 지역의 문화와 교육이 벌어지는 한마당이다. 맥주를 파는 펍에서 녹색당 모임이 열리고, 지역 가수가 콘서트를 열고, 엠네스티 인권 활동 후원의 밤이 열린다. 토트네스 외곽에 위치한 슈마허 칼리지Schumacher College를 방문했던 사상가들이 꼭 들러서 강의를 하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슈마허 칼리지의 공동 설립자 사티쉬 쿠마르, 《물 전쟁》의 저자 반다나 시바, 《파티는 끝났다》의 저자 리처드 하인버그와 같이 내로라하는 생태 사상가들이 이곳에서 강의를 했다. 마을 상점과 도서관, 성당, 박물관, 시장 곳곳에는 전환 운동이 어디까지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자료가 붙어 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전환 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토트네스 재생가능에너지 협동조합’의 창립 멤버인 알렌 씨는 박물관 일을 하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석유 가격을 체크한다. 숙소를 제공한 캐시 아주머니는 앞마당에서 기른 야생 마늘을 뜯어서 입으로 가져간다. 그리고 뒷 정원에서 가지치기한 나무로 겨울철 난방 연료를 준비한다. 전환 마을의 개념을 만들어 냈고, 토트네스를 전환 마을로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롭 홉킨스는 4년 전부터 일체의 비행기 여행을 중단했다고 한다(그래서 해외에서 전환 마을 운동가들을 초청해서 이야기를 듣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들이 바로 토트네스 주민들이다. 그들은 피크 오일 이후의 삶도 준비만 잘하면 충분히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면서, 자연과 공생하는 삶을 사는 마을을 만든다는 철학을 함께 공유하고 있다. 우리가 지금 영국 토트네스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전환 마을 운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애플 데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사과 사이다를 만드는 모습.
우주선, 비행기, 타이타닉의 운명
70억 인구가 발 딛고 사는 우주선 지구호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한도를 넘어서고 있다. 하나뿐인 지구라 다른 우주선으로 옮겨 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아직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우주선 지구호 안에서도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이 똑같지는 않다. 에너지를 많이 써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선진국들이 더 많이 줄여야 한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 같은 선진국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그래서 비행기 1등석의 비유가 나온다. 비행기가 하늘에서 추락하면 1등석, 비즈니스석, 일반석 상관없이 모두 사망한다. 기후변화 위기가 심해지면 비행기 1등석에 탄 선진국이라고 예외가 아니라는 말이다.
비행기가 추락하기 전에는 타이타닉의 교훈을 새겨야 한다. 타이타닉호가 침몰했을 때 생존자 수를 살펴보면 1등석, 2등석, 3등석 순이었다. 서서히 침몰하는 배 안에서 갑판 아래의 좁고 기다란 미로 같은 복도를 빠져나와 구명보트에 오를 수 있었던 가난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똑같은 위기가 오더라도 가난한 사람들이 더 고통을 받을 거란 얘기이다.
이렇게 우주선, 비행기, 타이타닉호의 비유를 생각해 보면 닥쳐오는 위기 앞에서 우리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는 분명하다. 문제는 어떻게 실행에 옮길 것인가이다. 그래서 토트네스 사람들은 UN 차원에서, 국가 차원에서 해답을 주기 전에 공동체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동체가 힘을 모아 온실가스를 줄이고, 공동체가 힘을 모아 재난에 대비하는 것이다. 개인은 너무 힘이 약하고, 국가는 너무 멀리 있다. 그래서 내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지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의 실마리를 찾자는 것이다. 이런 위기 상황일수록 서로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는 공동체를 찾을 수밖에 없다. 토트네스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우리들의 잃어버린 공동체성을 다시 돌아보자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유진 에너지와 기후변화에 관한 다양한 책과 칼럼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기후변화 이야기》, 《동네 에너지가 희망이다》, 《태양과 바람을 경작하다》, 《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 《지구야 오늘 뭐 먹을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