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인사 외 2편
박철웅
요즘 어떻게 사냐고? 너는 어떻게 사는데? 어제는 상가에 갔더니 영정 아래 목 꺾인 국화 한 송이 피어 있더라. 어떻게 지내냐고? 그런 너는 어떻게 지내는데? 주여, 주여, 날마다 기도하는 후렴에는 십자가가 피 흘리며 웃고 있고 술시마다 주님을 모시는 식탁에는 목 달아난 통닭 한 마리 누워있더라. 요즘 어떻게 사냐고? 지나가는 길목마다 등불이 꺼지고 잠자리에 들 때마다 5분 만에 잠든다는 수면 유도 음악을 켠다. 그래 너는 어떻게 지내는데? 아직도 사기 치면서 사냐? 네 안의 너부터 갉아먹고 사냐? 며칠 전 부고가 왔더라. 사기 치고 떠난 친구의 이름이 웃고 있더라. 다, 용서했어야. 폴쌔 잊어버렸어야. 돌아보면 나도 사기꾼, 내 인생의 도둑놈. 그래서 용서했어야. 재미도 없고, 그러니까 밍밍하고, 강아지처럼 꼬리 흔들어야 하는데 꼬리는 사라지고 머리만 몸통만 허수아비처럼 웃고 있어야. 너는 어찌 지내는데. 요즘도 컹컹 짖으면서 술만 마시냐. 십자가 아래 촛불 하나 켜놓고 108배를 해봐야. 부처가 먼저 오는지 예수가 먼저 오는지. 자식이 울면 어미는 뛰어와야. 그렁께 옷 홀딱 벗고 펑퍼짐하게 울어봐야. 하면 왜 사는지 답이 오지 않겠어. 요즘 어떻게 지내냐고? 그런 너는 어찌 지내는데?
천상병
천 원만… 하며 손을 내미는 시인이 있었지
아무에게나 손을 내밀지는 않았지
지금 내리는 비는 시인의 손바닥일까
주룩주룩 내리는 비
천 원만…
오늘 전철에서는 오백 원도 괜찮다며
손을 내미는 남루한 손이 있었지
거울처럼 바라보는 눈길
생은 껌 한 통 값일까
오백 원만…
그가 떠나간 창밖 단풍나무에
오백 원짜리 동전처럼
햇살이 누워있었다
그림자 없는 햇살은 소풍도 아니라면서
그쟈
헤이 헤이 눈썹을 움직여봐
찰랑찰랑 눈꺼풀을 움직여 봐
봐! 봐!
바보처럼 웃어 봐
파도처럼 일렁이는 심장의 고동 소리 들어 봐
눈물이 글썽
웃음이 글썽
소주 한 잔 들이켜 봐
입술 한 잔 마셔 봐
봐! 봐!
가까이 와 봐
나를 한 번 안아 봐
봐! 봐! 한 잔의 술잔처럼 들이켜 봐
솜사탕처럼 녹아버리고 싶어
시퍼! 시퍼! 씹혀! 씨이펴!
웃어 봐 우서 봐 우스워 봐 눈물이 되어
목 달아난 국화처럼 웃어 봐
술잔 속에
비웃음이 눈물이 될 때까지
너는
스쳐 가다가 휘날리는 물안개
아니 아니 아니 아무것도 아닌 거야
헤이 헤이 웃어 봐
휘날리는 웃음
풍선이잖아 그쟈!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