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감
저 홀로 익어 터져 퍽 하며 곤두박질 돌담에 온몸을 깨 제 속을 멕칠하던
괜찮혀 암시랑토 않은께 먹어 먹어
돌실의 달달한 가을 추억 꺼내 핥는다
감[柿]
저 홀로 익어 터져 퍽 하며 곤두박질 돌담에 온몸을 깨 제 속을 멕칠*하던
괜찮혀 암시랑토 않은께 먹어 먹어
돌실**의 달달한 가을 追憶 꺼내 핥는다
* 멕칠 - ‘먹칠’의 전라도 사투리.
** 석곡(石谷) - 전남 곡성군. 이 아을 특산품 베를 뜻하는 ‘돌실낳이’를 상호로 쓰는 생활한복 전문 매장 ‘돌실나이’가 성업중이죠.
감(2)
낙화는 실에 꿰어 소꿉밥 쉬이 차려
떪은 물 치대 들여 일복에 땀 들이고 차례상 진황 귀물 대봉 깎아 꽂아 말려
창공에 점점이 붉혀 겨울꽃을 즐기네
감(2)
洛花는 실에 꿰어 소꿉밥 쉬이 차려
떪은 물 치대 들여 일服에 땀 들이고 차禮床 眞黃 貴物 大봉 깎아 꽂아 말려
蒼空에 點點이 붉혀 겨울꽃을 즐기네
것
이나 저나 가리잖고 말 허리 잘라 붙여
물거나 비었거나 섞이고 욕할 때도
우리말 처음 배우면 두루뭉술 좋겠네
것*
이나 저나 가리잖고 말 허리 잘라 붙여
물거나 비었거나 섞이고 辱할 때도
우리말 처음 배우면 두루뭉술 좋겠네
* 이것 저것 물것 헛것 잡것 상것
겉
마당이 깊은지는 대문이 미리 말해
손님상 반가움은 솜씨로 차려내고
말씨며 떨쳐진 맵시 드러나는 속이지
겉[表]
마당이 깊은지는 大門이 미리 말해
손님床 반가움은 솜씨로 차려내고
말씨며 떨쳐진 맵시 드러나는 속이지
게
등딱지 파먹으니 갑옷에 투구로고
한 장수 드러누워 빈 속에 헛웃는다
샅샅이 살을 발린 후 무장해제 되었다
게[蟹]
등딱지 파먹으니 甲옷에 투구로고
한 將帥 드러누워 빈 속에 헛웃는다
샅샅이 살을 발린 後 武裝解除 되었다
겹
양파 속 그대 셈속 까고 또 까고 까고
저 멀리 산 날개짓 치고 또 치고 치고
여럿을 걸치고 쌓아 홀로 두지 않아요
겹[複]
洋파 속 그대 셈속 까고 또 까고 까고
저 멀리 山 날개짓 치고 또 치고 치고
여럿을 걸치고 쌓아 홀로 두지 않아요
곰
연어를 후려 잡고 벌통을 찾아 헐고
쑥 마늘 백일 인내 단군손 연원인데
그만 둬 미련 곰탱이 까닭 몰라 웃노라
곰[熊]
鰱魚를 후려 잡고 벌桶을 찾아 헐고
쑥 마늘 百日 忍耐 檀君孫 淵源인데
그만 둬 미련 곰탱이 까닭 몰라 웃노라
※ 한민족은 배달민족으로 단군신화(檀君神話)에 의하면 웅녀(熊女)가 단군(檀君)을 낳았다고 합니다.
곳
도성은 으뜸 자리 절마다 딱 그 자리
세상 참 넓다 해도 명당이 따로 있듯
낄 자리 드러낼 자리 가릴 자리 많지러
곳[處]
都城은 으뜸 자리 절마다 딱 그 자리
世上 참 넓다 해도 明堂이 따로 있듯
낄 자리 드러낼 자리 가릴 자리 많지러
국
밥 죽 국 상 위에서 밥 주인 죽 안주인
죽은 곧 손일진대 찬 가지 고를진대
국으로 가만 있으라 무르주춤 열없다
국[羹]
밥 粥 국 床 위에서 밥 主人 죽 안主人
粥은 곧 손일진대 饌 가지 고를진대
국으로 가만 있으라 무르주춤* 열없다
* 무르다 + 주춤, 조어(造語)임.
굴
콕 찍어 휙 비틀면 짭쪼름 돌꽃 향기
비닐 집 어한 속에 삼동 내 꽃을 딴다
어매여 바다 어디쯤 봄이 온다 싶더나
굴
콕 찍어 휙 비틀면 짭쪼름 돌꽃* 香氣
비닐** 집 禦寒 속에 三冬 내 꽃을 딴다
어매여 바다 어디쯤 봄이 온다 싶더나
* 석화(石花).
** vinyl.
굴(2)
꿀이라 부르고서 입에 침을 먼저 발라
바닷가 바위마다 석화로 다닥다닥
재우고 집 비운 모정 섬집 아기 잠잠타
굴(2)
꿀이라 부르고서 입에 침을 먼저 발라
바닷가 바위마다 石花로 다닥다닥
재우고 집 비운 母情 섬집 아기 潛潛타
글
되로 배워 말로 풀고 말로 배워 되로 풀고
소박한 되질 말질 이제는 어림없다
전산망 인공지능에 터진 머리 꿰맨다
글
되로 배워 말로 풀고 말로 배워 되로 풀고
素朴한 되질 말질 이제는 어림없다
電算網 人工知能에 터진 머리 꿰맨다
금
팜부로 긋더니만 저는 저기 나는 여기
적당히 긋고 사니 편쿠나 저도 나도
가끔씩 바다를 바라 지우개를 드나니
금[線]
팜부로 긋더니만 저는 저기 나는 여기
適當히 긋고 사니 便ㅎ구나 저도 나도
가끔씩 바다를 바라 지우개를 드나니
깃
우장은 필요 없고 물방석 깔고 있고
하나씩 나눠 갖고 모으면 날개치네
저마다 모자에 꽂아 뉘 게 난지 뽐내네
깃[羽]
雨裝은 必要 없고 물方席 깔고 있고
하나씩 나눠 갖고 모으면 날개치네
저마다 帽子에 꽂아 뉘 게 난지 뽐내네
깔
때깔은 맞춤하고 성깔은 되바라져
색깔은 아롱다롱 맛깔은 새콤달콤
말 밑에 골라 붙이니 일곱 색깔 무지개
깔
때깔은 맞춤하고 성깔은 되바라져
색깔은 아롱다롱 맛깔은 새콤달콤
말 밑에 골라 붙이니 일곱 색깔 무지개
깡
소주병 이로 따고 소금 찍어 입을 헹궈
이제는 돌려 따고 구경꾼도 재미없대
돈놈이 박사도 사니 부릴 데가 있가니
깡*
燒酒甁 이로 따고 소금 찍어 입을 헹궈
이제는 돌려 따고 구경꾼도 재미없대
돈놈**이 博士도 사니 부릴 데가 있가니
* 깡다구
** 돈을 의인화(擬人化)하였음.
깡(2)
가진 것 하나 없는 팍팍한 인생살이
다부진 다짐 하나 어깨에 눈과 주먹
깡다구 세 글자 줄여 콧김 뿜듯 말하지
깡(2)
가진 것 하나 없는 팍팍한 人生살이
다부진 다짐 하나 어깨에 눈과 주먹
깡다구 세 글자 줄여 콧김 뿜듯 말하지
꼴
어디서 왔는고니 요모조모 살피더니
사람이 기니 마니 형편이 있니 없니
기준을 모르긴 해도 정해진 게 있나봐
꼴[態]
어디서 왔는고니 요모조모 살피더니
사람이 기니 마니 形便이 있니 없니
基準을 모르긴 해도 定해진 게 있나봐
꼴
망태나 머슴 앞에 아직은 어리다고 조만간 어른이면 어련히 떼 낸다고
소 염소 반추동물 끄집어 잘게 씹어 지나간 추억마저 씹고 또 곱씹었지
기업형 사료 먹이니 옛말 되고 말았네
꼴[芻]
망태나 머슴 앞에 아직은 어리다고 早晩間 어른이면 어련히 떼 낸다고
소 염소 反芻動物 끄집어 잘게 씹어 지나간 追憶마저 씹고 또 곱씹었지
企業形 飼料 먹이니 옛말 되고 말았네
꽃
내 벗이 몇이냐니 벌 나비 새에 바람
꿀 찾아 즐거웁기 유붕이 자원방래
바람은 향기만 듬뿍 자지러져 갑니다
꽃[花]
내 벗이 몇이냐니 벌 나비 새에 바람
꿀 찾아 즐거웁기 有朋이 自遠方來*
바람은 香氣만 듬뿍 자지러져 갑니다
* <논어(論語)>에 나오는 인생(人生)삼락(三樂)의 두 번째에 기초함.
꽃(2)
겨울을 견딘 맘이 꽃으로 핀다는데
봄맞이 느렁지니 넌 꽃이고 난 아니다
쉽게도 지고 마는 건 부끄러워 그런가
꽃(2)
겨울을 견딘 맘이 꽃으로 핀다는데
봄맞이 느렁지니* 넌 꽃이고 난 아니다
쉽게도 지고 마는 건 부끄러워 그런가
* 늦어지니
꽃(3)
공간을 나눠 갖고 시간도 너랑 나랑 질서가 정연한데 한번 핀 다음에는 모른 척 매정하다
봄부터 가을토록 꽃지도 그리고도
겨울엔 쉴란가 해도 온실 찾아 헤맨다
꽃(3)
空間을 나눠 갖고 時間도 너랑 나랑 秩序가 整然한데 한번 핀 다음에는 모른 척 매정하다
봄부터 가을토록 꽃地圖 그리고도
겨울엔 쉴란가 해도 溫室 찾아 헤맨다
꾀
확 뒤집어 깠어야지 별주부 후회막급
간 뺄 놈 멍청한 놈 기어코 잡아야지
지금껏 땅 물 물 땅을 왔다갔다 한다네
꾀[策]
확 뒤집어 깠어야지 鼈主簿 後悔莫及
肝 뺄 놈 멍청한 놈 기어코 잡아야지
지금껏 땅 물 물 땅을 왔다갔다 한다네
꾼
남들은 못 하는 걸 저들은 잘도 한다
중금이 아를 낳게 비얌꾼 성배부터
낚시에 노름과 사기 춤과 소리 등등등
꾼
남들은 못 하는 걸 저들은 잘도 한다
중금이 아를 낳게 비얌꾼* 성배부터**
낚시에 노름과 詐欺 춤과 소리 等等等
* 뱀꾼 – 뱀을 잡으러 다니는 사람.
** 필자의 어릴 적 기억 속에, 전남 여수에서 동백꽃 입에 물고 넋 나간 듯 너울거리던 중금이가 뱀꾼 성배의 아이를 낳았다는 뜬소문은 흥미만점 얘깃거리였다.
꿈
못 보던 님도 보고 못 가는 길도 가고
호랑이 등도 타고 노래에 춤도 추네
좋구나 깨지 말거라 제발 두 손 모은다
꿈
못 보던 님도 보고 못 가는 길도 가고
虎狼이 등도 타고 노래에 춤도 추네
좋구나 깨지 말거라 제발 두 손 모은다
끈
삼으로 노를 꼬아 삿자리 엮을 때랴
씨줄은 질겨야지 쇠에다 고래 심줄
아는 이 점 찍어 이어 기니 짤니 해쌓네
끈
삼으로 노를 꼬아 삿자리 엮을 때랴
씨줄은 질겨야지 쇠에다 고래 심줄
아는 이 點 찍어 이어 기니 짤니* 해쌓네
* 길다느니 짧다느니.
※ 우리 사회의 큰 병폐(病弊)는 학(學), 지(地), 혈(血) 삼연(三緣)의 집착(執著)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끌
망치자리 관을 쓰고 각지게 날렵하다
홈파고 넓히어서 수컷자리 만들더니
못 없이 창틀 문틀을 아퀴 지어 내누나
끌
망치자리 冠을 쓰고 角지게 날렵하다
홈파고 넓히어서 수컷자리 만들더니
못 없이 窓틀 門틀을 아퀴 지어 내누나
끝
언젠가 꼭 온대도 아직은 아니거늘
무섭다 일희일비 무덤덤 지고 간다
미수에 백수바라기 노모 뒤를 따르며
끝
언젠가 꼭 온대도 아직은 아니거늘
무섭다 一喜一悲 무덤덤 지고 간다
米壽에 白壽바라기 老母* 뒤를 따르며
* 가족사(家族史), 필자의 모친(母親) 언양(彦陽) 김필녀(金畢女)님은 갑술생(甲戌生)으로 2021년에 88세 미수(米壽)를 맞았습니다. 2024 03 18 별세(別世).
끝(2)
큼직한 실공 속에 웅크린 처음 마음
설마 풀리겠나 기대도 아니 했지
옷 한 벌 다 뜨고 나니 기지개를 펴누나
시작이 무섭지 뭐 언젠가는 쫑을 친다
실공 하나 감았다가 되풀어 뜨개질을
인생 뭐 뜨개옷 몇 벌 푹신 따숩 그런 거
끝(2)
큼직한 실공 속에 웅크린 처음 마음
설마 풀리겠나 期待도 아니 했지
옷 한 벌 다 뜨고 나니 기지개를 펴누나
始作이 무섭지 뭐 언젠가는 쫑을 친다*
실공 하나 감았다가 되풀어 뜨개질을
人生 뭐 뜨개옷 몇 벌 푹신 따숩** 그런 거
* 鍾이 아닌 終도 친다고들 하지요.
** 푹신하고 따숩고(따스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