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2~3일
마지막 구간을 함께 할 일행이 구미검사소에서 오전근무를 해야 하길래 출발시간을 오후 2시로 늦춘다. 핑계에 오전 시간을 텃밭에서 김을 매며 소일하다 점심식사를 마치자마자 행장을 챙겨 칠곡보로 향한다. 비가 곧 쏟아질 것 같지만 햇볕이 없고 바람도 적당히 불어주어 라운딩하기엔 그만이다.
출발 20분을 남겨두고 칠곡보에 도착한다. 오늘은 이동희와 유현곤이 함께 한다. 유현곤을 앞세웠지만 이동희가 자꾸 뒤쳐진다. 무릎 관절이 영 시원찮은가보다. 강정고령보에서 만난 이동희에게 다음 보에서 기다릴테니 자기 페이스에 맞게 천천히 따라오라고 말해둔다.
그러나 사문진교를 건너며 혼선이 생긴다. 일반 자전거도로를 종주길로 착각하여 대구 달서구 대곡역 인근까지 깊숙이 들어가고 만다. 분명히 종주길이 아닌 것은 확실해졌기 때문에 다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10km 정도 큰 알바를 하고난 후 사문진교 입구 근처에 이르자 급하게 우회전하는 종주길이 보인다. 1시간을 허비했다.
다행히 이동희를 앞세웠으니 부지런히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달성보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이동희가 길을 잘못 들었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자 부산지회 이지홍에게 이동희와 연락을 취하라고 부탁한다. 무심사에 이르자 사위가 어두워진다. 저녁시간이기 때문에 유현곤이 저녁공양을 하고 가자고 한다. 일반적인 절밥과는 다르다. 넉넉하게 챙긴 밥과 반찬이 여느 식당과 다름이 없다. 돈을 안 내도 되지만 5천원이라도 내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
자전거를 끌고 임도 정상에 이른 다음 다운힐을 하기 위해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다. 날은 완전히 어두워졌다. 빗줄기는 굵어지고 급회전과 급내리막이 반복되었다. 헬멧은 계속하여 앞으로 쏠리며 눈을 가린다. 손이 아플 정도로 앞뒤 브레이크를 힘주어 잡고 위험구간을 빠져 나오자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합천창녕보에서 이동희를 만났다. 저녁도 못 먹고 하염없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숙소차량을 불러 이동희를 태워 보내고, 우리는 9km 떨어진 적포교 숙소까지 라운딩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합천 쌍책으로 잘못 빠지며 다시 숙소차량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한 시간 일찍 먼저 출발하여 청덕교까지 다녀오기로 한다. 청덕교 앞에 종주길 안내표지판 두개가 서로 엇갈리게 안내하고 있었다. 잘못된 표지판 때문에 길을 놓치는 경우가 많겠다. 그러나 의미있는 지점을 확인하게 된다. 다음 주부터 수도지맥을 시작하면 내년 초에는 바로 이 지점에서 끝을 맺게된다. 황강이 낙동강과 합수되는 수도지맥 마무리지점인 것이다.
적포교에서 부산지회 6명과 합류한다. 배봉한은 거의 선수수준이다. 박진고개를 거침없이 페달링하는게 우리 같은 아마추어와는 레벨이 다르다. 허벅지에 두껍게 쌓인 젖산을 핑계로 자전거를 끌고서 정상에 이르자 배봉한이 카메라를 들이댄다. 수컷들은 이 상황에서 서열감 같은게 발동이 된다. 비굴한 웃음으로 포즈를 취하지만 서열에서 밀렸다는 떨떠름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박진교를 지나면서 다시 비가 쏟아진다. 창녕함안보를 넘어서자 점심식사 시간이 가까워온다. 다행히 한시간 일찍 출발한 이동희와도 만났다. 삼랑진 국밥집에 자리를 잡고 막걸리 한잔과 함께 포식한다. 배봉한을 떨어지지 않으려고 바짝 붙었다. 35km/h의 속도로 양산물문화회관을 넘어서자 그 다음 일행이 도착하기까지는 10분 이상의 갭이 생겼다.
경호형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으며 배봉한을 놓치고 만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평촌마라톤클럽 창립 14주년 기념일이다. 한번도 빠진 적 없기에 내가 나타나지 않았으니 궁금할만도 하겠다. 정리하기 쉽지 않은 질긴 인연이다. 낙동강 하구둑에서 배봉한과 김지홍의 환대를 받으며 633km 장도를 마무리한다.
<사문진교를 빠져 나오며 1시간을 알바했다>

<다람재 정상 - 자전거를 끌고 올랐다>

<저녁공양을 한 무심사, 숙박이 가능하다 - 종주길은 무심사를 지날 수밖에 없다>


<무심사를 내려서면 바로 합천 창녕보이지만 청덕교를 반드시 건너야 한다>

<마지막 잘못된 안내판 때문에 발생한 알바 - 쌍책으로 잘못 빠지다>


<서로 엇갈리게 설치된 종주길 안내표지판 - 수도지맥 날머리>


<황강과 낙동강의 합수지점>


<박진고개 정상>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한 유현곤과 인증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