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사과
최제형
꽃사과 푸른 수관
4월 산 닮아서
하얀 꽃무리
구름 되어 떠있네.
살짝 스쳐간
봄바람 소식 듣고
머언 산 깊은 산
산새 날아와
하아얀 꽃잎 물고
포르르 날아가네.
꽃사과 애기사과
신비로운 봄동산
토끼
토끼는 겁쟁이
참새만 날아와도
두리번두리번
하얀 토끼눈은 빨강색
잿빛 토끼눈은 갈색
까만 토끼눈은 까만색
검은 아빠토끼와
하얀 엄마토끼가 사랑하면
바둑무늬 아가토끼 태어날 텐데
예쁜 아가토끼 눈은
빨간색일까 까만색일까?
오솔길 오르는데
오솔길 오르는데
아랫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했어요.
엄마는 숲속 한편에서
슬며시 일을 보고 오래요.
나는 절대 안 된다 했죠.
예쁜 산새 지나다 보고
“나는 봤다, 다 봤다” 소리 지르면
온 산의 쇠파리 똥파리
웬 떡이냐고 몰려올 테니까요.
달이 따라와요
달이 따라와요.
이월 열나흘 봄비에 씻은
누이동생 같이 마알간 얼굴로
시골집 뒷산에서 꺾어 온
다홍빛 진달래꽃 좀 보여 달라고
달이 따라와요.
할머니 아끼던 옥토끼 그림자
아직도 선연한 동그란 얼굴로
여산 지나 죽전까지
줄줄이 늘어선 자동차행렬 따라
달이 따라와요.
남녘산천 다 떠나보낸
옛 동무들 그립다고
서울로 가는 빌딩 숲 위로
슬몃슬몃 웃으며 따라와요.
단풍
뒷동산 단풍은
빨간색
옻나무 단풍나무
굽이굽이 빨간색
도시의 단풍은
노란색
목백합 은행나무
가로수마다 노란색
등굣길 단풍은
울긋불긋
때때옷 입은 아이들
와글와글 울긋불긋
풀피리 (동요)
버들가지 꺾어 만든 조그만 풀피리
파아란 보릿잎 납작 포갠 풀피리
냇둑길따라 울려퍼지는
삘릴릴리 삘릴릴리 삘릴릴릴리
개구리도 물고기도 모여와서 듣는대요.
아이들도 강아지도 달려와서 듣는대요.
청보릿대 잘라 만든 향긋한 풀피리
뒷동산 나뭇잎 접어 만든 풀피리
오솔길 따라 울려퍼지는
삘릴릴리 삘릴릴리 삘릴릴릴리
종달이도 꾀꼬리도 날아와서 듣는대요.
아이들도 강아지도 달려와서 듣는대요.
장닭
붉은 벼슬 치켜 올린 하얀 수탉이
등굣길 여동생을 쪼았습니다.
울며 도망치는 어린 동생을
끝까지 쫓아가며 쪼았습니다.
만만한 아이들만 골라
볼 적마다 쪼는 커다란 장닭
작대기 들고 달려가신 할아버지
저녁상에 기름 동동 떠올랐습니다.
물총새
개울가 동그마니
물총새 한 마리
물위의 구름사이로
잽싸게 다이빙하네.
송사리 입에 물고
말뚝 위에 올라 앉아
비단뱀 웅크리고 있는
찔레꽃 아래 바라보네.
개똥참외
길가 밭둑에 홀로 자란
개똥참외 한 덩이
검불로 덮어놓고
몰래 보고 또 보고
솜털 새파랗더니
노랗게 물들던 날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네
누굴까, 아직도 궁금하네.
시골뒷간
마당 건너 산비탈 뒷간
아궁이 재 퍼다 쌓아두는 곳
여름엔 구더기 바글거리고
겨울엔 부엉이 들여다보는 곳
엉덩이 닿을 만큼 차오른 똥산을
건너편 밭에다 뿌리고 온 날엔
퐁당퐁당 노래하는 시골 똥두간
느리면 엉덩이에 똥물 튀는 곳
□ 최제형 작가약력 --------------------
1954 충남 당진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인하대학교 고급경영자과정 수료
1972 경기매일신문사 주최 도내 글짓기 특선
1995 월간 문예사조 신인상으로 시인 등단
2006 제2회 국제펜클럽 인천펜문학상 수상
2008 제30회 한국아동문학작가상 수상 (동시부문)
2012 인천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 문화예술상 수상
2013 국무총리 표창장 수상
1999 시집『고향하늘에 뜨는 달무리』출간
2002 동시집『토끼와 꼬마둥이』출간
2003 시집『0교시 땡교시』출간
2006 동시화집『꽃피는 산골』출간
2008 동시집『할머니와 부지깽이』출간
2012 시집『바람이 머무는 자리』출간
□ 현재 문학활동 내역
-한국문인협회 인천광역시지회 이사
-한국아동문학회 인천광역시지회장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인천지역 회장
-서해아동문학회 전임회장 (회장역임)
-인천 남동구문화예술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