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log.naver.com/wingssprout/100073169755
대왕암 가는 길.
흔히 대왕암이라고 하면 경주의 문무대왕 수중왕릉을 생각하기 쉬운데,
경주의 그것은 '문무왕릉', '문무대왕릉', '문무대왕수중릉'이라고 불러야 하고,
울산의 대왕암이 정말 '대왕암'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네*버 백과사전에는 문무왕릉의 별칭이 '대왕암'이라고 나와 있어요...ㅡㅡ;;
무엇을 어떻게 부르느냐는 언중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니 알아서들 부르시고,
울산에도 대왕암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세요.
울산 대왕암도 경주 대왕암과 전혀 무관하지는 않습니다.
경주 대왕암의 전설에 대해서는 다들 잘 아시지요?
신라의 문무왕이, 죽은 뒤에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죽으면 화장을 해서 동해바다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했습니다. 유골을 동해에 묻으면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고요.
그래서 그 유언대로 문무왕이 돌아가신 뒤에 화장을 하여 바다에 뿌리고 십자로 갈라진 바위로 수중릉을 조성했다지요. 그 이우 문무왕이 아들인 신문왕에게 남긴 만파식적이라는 피리를 불면, 용이 나타나 나라의 안위를 지켜주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울산의 대왕암은 그 문무왕의 왕비께서 남편을 따라 자신도 나라를 지키는 용이 되겠다는 유언을 남기시어 대왕암 아래 묻히셨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곳입니다.
경주의 대왕암과 울산의 대왕암,
신화적 전설을 과학적 사실로 증명할 수는 없겠지만
나라를 위하는 대왕과 대왕비의 큰 뜻이 담긴 큰 바위임에는 분명합니다.
대왕암 주변은 <대왕암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공원에 들어서면 송림이 무척이나 인상적입니다.
소나무는 피톤치드가 가장 많은 나무로서,
삼림욕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하네요.
이렇게 소나무가 가득한 곳에 있으니 보약이라도 마시는 기분입니다.
양옆의 소나무들이 만들어주는 환상적인 길.
한여름에 와도 이곳은 시원할 것 같아요.
소나무 사이사이 예쁜 꽃들도 정말 많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수국.
지난번 낙산사에 갔을 때, 수국이 많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여기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하트 모양의 수국.
라일락이나 수국 같은 꽃들은 모여있어서 더욱 아름답지요.
소나무와 꽃에 취해 걷다보면 울기등대 구 등탑에 다다릅니다.
지금은 사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구한말의 건축 양식을 잘 간직하고 있어서 충분한 보존 가치가 있답니다.
여기쯤 왔을 때 짙은 안개와 함께 거센 바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잊어버리고 싶은 창피한 사건도 만나게 되었습니다.ㅠㅜ
이날 제가 엉덩이를 살짝 가릴 정도 길이의 쉬폰 원피스를 입고
레깅스만 신고 있었는데요.
바로 이 울기등대 구 등탑 앞에서 갑자기 바람이 확 불어서...
치마가 훌렁 뒤집어 올라갔지 뭡니까!!!!!!!
아무도 못 봤으면 괜찮았을 텐데, 바로 앞에 계시던 콴 님과 눈이 딱 마주쳐서..ㅠㅜ
서로 민망한 시츄에이션을 연출.
외간 남정네에게 속살을 들키고 말았으니 이를 어쩝니까.
문화해설사님께선 비키니도 입는데 어떠냐고 하셨지만,
전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수영장엔 가지도 않고 비키니는커녕 원피스 수영복 입을 엄두도 못 내는,
심지어는 블로그 대문 사진도 남자로 오해받은 부끄러운 몸매의 소유자인 것을....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텔지아의 손수건'처럼 '소리없는 아우성'을 치고 있는
치맛자락을 얼기설기 묶어서 앞으로 또 벌어질 민망한 사건을 막아보려 했으나,
그 장면 또한 콴 님의 시야에 들어가지고서는,
사진으로 영원히 남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콴 님만 보면...
어디론가 숨고 싶고, 민망하고....
아.... 창피한 기억은 모두 안개에 묻고 싶습니다.
이것은 신 등대인가 본데,
안개 낀 날 간 덕분에 엄청난 성량의 등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등대는 보통 빛을 밝혀서 배들의 길잡이가 되어 주는데요.
오늘처럼 안개가 많이 낀 날에는 빛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소리를 쳐서 위치를 알린다고 해요.
잠깐 동안만 그 소리를 들어도 귀가 멍멍한데,
그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어떠실지....
등대를 지나 본격적으로 대왕암으로 가는 길입니다.
안개는 더욱 짙어져서 바다와 하늘을 가립니다.
어디가 어딘지 분간도 안되는 안개 속에서,
여기가 대왕암인가 하여 무작정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여기가 대왕암이 아니고,
저기 다리 건너 희미한 곳이 대왕임이라고 합니다.
왠지 신비의 섬 같은 곳.
제 평생 이렇게 축축하고 짙은 안개는 처음입니다.
카메라 액정에는 물이 맺히고
손으로 팔뚝을 쓸어내리면 물방울이 떨어질 것 같고
옷을 짜면 물이 후드득 흐를 것만 같은 짙은 안개.
종다리는 좋다고 하는데,
미친년 꽃다발처럼 휘날리는 제 긴생머리는 어쩌란 말입니까.
커다란 바위 뒤에 숨으니 바람이 잔잔해집니다.
물결도 고요한.... 찰나의 안정.
대왕암에 도착하니 대왕암의 사진을 찍을 수가 없네요.
대왕암에서 바라본 모습들입니다.
이런 날씨에도 굴하지 않는 강태공들.
위험하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열정은...
저와 함께 다니는 사람들도 만만치 않으므로 조금 이해는 됩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무시무시한 안개와 바람을 뚫고 다시 돌아가는 길.
안개에 싸인 소나무들이 더욱 운치있습니다.
http://blog.naver.com/wingssprout/100073169755
첫댓글 아쉽네요................... 해무로 대왕암을 잘 못 본 게...^^ 절대 치마 아닙니다.
울산을 전라도인 줄 안 제가... 뭐든 제대로 보겠습니까..ㅋㅋㅋ
안개가 정말 장관이었는데..가는길에 안개낀 숲을 찍느라 대왕암은 못봤어요...늦으면 떼놓고 떠나실까봐..흑
저는 대왕암 보느라 숲길을 못 찍었어요. 정말 짧디 짧은 울산 여행 다시 가봐야겠습니다. 지인들 모시고,
ㅎㅎ 단장님의 호통(?)이 큰 역할을 했군요~
저도 울산 다시 가고 싶어요. 고래 보러~
언니.. 전 대왕암까지 가서도 못찍었어요..ㅡㅡ 밧데리 엥꼬...ㅜㅜ
저는 머리카락이 제 이마를 때려서 두건을 했죠. ^^ 왜 비키니를 한 번도 안 입으셨나요? 뱃살도 하나 없는 분이. ㅋㅋㅋㅋ.
우왕~~~~~ㅠㅜ
뱃살 없는거 확인하셨습네까?
흠.. 없을까요?-_-;
안개에 잠긴 해송밭 너무 멋졌지요~!
울산이 전라도... ㅋㅋㅋ 전 대왕암을 지키던 고양이가 생각나네요.^^
자세한 설명~ 다시금 암기하며 공부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추억 만드셨네요...^^
대왕암 가는길에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군요. ㅎㅎ 만나 즐거웠습니다. 안개낀 대왕암은 못잊을 거에요. ^^
추억은 그럴수록 더욱더 각인 돼는거지요 항상 예쁜 추억 만드시고 행복하시길...
한폭의 동양화를 보는듯 하였어요.. 멋진 사진들과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