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릴 적 소원은 만두 집 딸이랑 결혼하는 것이었다. 그 소원은 단지 내가 만두에 환장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후에 난 수정했다. 서울 여자랑 결혼하는 것으로. 서울에서 직장 다닐 때 떡국이 전부인 줄 알았던 설날 음식에 만둣국이 있었다는 것을 하숙집 아줌마를 통해 알았다. 내 직장 동기랑 결혼한 하숙집 딸이 아쉬운 건 단지 만두 때문이다. 만두는 제갈공명의 남만 정벌 때문에 생긴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삼국지에 그렇게 나온다. 사실은 꽁이다. 그전부터 중국에 전래 음식 중 하나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처음에는 만두가 너무나 귀한 음식이어서 하늘에 바치는 제물로 쓰였고 그래서 설날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대구 시내 유명한 만둣집은 다 돌아다닌다. 조금이라도 소문이 나면 달려가서 먹어 본다. 대구에서 영생덕 반점 만두와 태산만두 중 어느 집이 맛있냐고 묻는다면 정말 대답하기 곤란하다. 수십 번도 더 가서 맛을 비교해 보았기에 두 집의 우월을 가린다는 것은 나의 미각으론 불가능하다. 어떤 때는 영생덕이 더 맛있었다가 또 어떤 때는 태산만두가 맛있고. 마치 미성당 남자 주인이 구워 나오는 만두와 아줌마가 대충 성의 없이 구워서 시커멓게 타서 나오는 만두의 차이라고나 할까. 태산만두의 맛은 피의 얇고 쫀득함에 있는데 요즘은 두꺼워졌고 굽는 것이 아니라 튀겨서 나오는 경향을 보인다. 꾼만두는 구울 때 맛이 팔 할이 좌우된다.
대구에는 ‘군만두’가 없다. ‘꾼만두’가 있을 뿐이다. ‘찐교자’도 없다. ‘찐교스’가 있다.
1. 태산만두
태산만두 사장은 왕개순이다. 태산만두는 그날 파는 음식은 그날 만든다는 원칙이 있다. 이 약속은 지금 사장 아버지 때부터 60여 년간 이어져 왔다. 1958년 '해랑만두'를 동아백화점 맞은편)에 차렸다고 하는데 내가 기억하는 것은 1972년에 개업한 대구백화점 앞 ‘태산만두’부터이다. 2011년에 지금 있는 중앙파출소 옆으로 왔다.
山高險峻有虎更威
(산고험준유호갱위:산이 높고 험준하니 호랑이가 있어 위엄을 떨치고),
泰而不驕其才大矣
(태이불교기재대의: 크지만 교만하지 않으니 그 재주가 크지 아니한가)
태산이란 이름처럼 큰 뜻을 품되 교만하지 말라는 큰 가르침이 담겨있다. 그래서 그런지 만두 가격이 5천원 밖에 하지 않는다. 이것보다 질이 훨씬 떨어지는 만두를 이 가격에 받고 있는데 맛이나 가격 면에서 다른 만둣집이 따라오기 힘들다.
'적게 남더라도 가격은 올리지 말고 무조건 푸짐하게 퍼주라'
이런저런 이유로 태산만두는 불황이 없다. 늘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아마 재물신인 관우가 문 앞을 보도록 세워두면 돈을 번다는 중국 전례로 내려오는 말대로 관우상 때문인가. 관우상 구하려고 매년 화교 축제 때마다 두리번거린다.
2. 영생덕 만두
태산만두는 한번 옮기는 바람에 깔끔하다. 같은 화교가 운영하지만 이집은 변화를 거부한다. 그래서 노포라는 이름이 어울리기도 한다. 쌍팔년도에나 있음직한 카페바가 있고 중간에 큰 어항, 코팅한 메뉴판 그리고 엄청 산만하게 어질러진 물품들. 어느 하나 위생적이고 깔끔하다는 느낌은 찾을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 간간이 들려오는 중국어 대화만이 이 집이 화교 음식점이라는 것을 짐작할 뿐이다. 하지만 꾼만두 맛은 고개를 흔들게 만든다. 태산만두와 친인척간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3. 가창 만두
찐빵과 만두가 유명한 가창은 이제 전국적인 명물이 되었다. 이 곳 가창에서 직접 만두를 만드는 집은 많지 않다. 그래서 난 직접 만드는 집 만두만 즐겨 찾는다. 정말 미세한 맛 차이가 있다. 하지만 분리해서 소개하기까지는 조금은 소모적이라 싶어 한꺼번에 묶어 소개한다. 워낙 자주 가는 집들이라 누구네 집은 돈 벌더니 이혼을 했네 안 했네까지 꿰뚫게 된다. 이 동네 만두는 뜨거울 때 그 맛의 진가를 알게 된다.
4. 김천 중국만두
김천에 가면 중국만두라는 집이 있다. 상호도 ‘중국만두’이다. 시장통에 있어 작고 가면 거의 줄을 선다. 가족기리 운영하는 집인데 주방이 다 들여다 보인다. 주인 아저씨는 언제 허리를 펴는지 모르겠지만 거의 구부려 열심히 만두를 만든다. 아들은 그 만두를 열심히 쪄내고 있고. 소개로 들린 그 집을 그 뒤로 김천 갈 때마다 들렸다. 내 입에 맞다는 이야기이다.
5. 인사동 궁 개성만두
인사동에 가면 꼭 들리는 만둣집이다. 만두전골을 상상하면 되겠다. 직접 만드는 것을 보여주면서 장사를 하는데 인산인해다. 한 시간 정도는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겨우 한 냄비 먹고 온다. 그래서 혼자 먹을 수 있는 집은 아니다. 조금은 심심한 느낌이 드는 만두지만 먹을만 하다.
6. 영천 삼송만두
호불호가 많다. 크기가 크고 튀긴다. 그래서 바싹한 만두를 좋아하는 사람은 엄청 좋아한다. 조그마한 가게에 주차할 곳없는 골목 안에서 하다가 지금은 제법 번듯한 건물에 주차장까지 있다.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이다. 난 딱딱한 느낌을 주는 바싹한 식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이 하도 유명하다고 하는 바람에 오가다 수 차례 들려서 맛을 점검해 본 집이다.
7. 그 외 만둣집
구불리만두
만수정 꿩만두국
화요옥 만두전골
만부만두
삼화만두
화덕 만두
안동 짱 만두(사장이 정말 미남이다)
밀양 솔밭만두
첫댓글
저는 <태산만두> 오랜 단골입니다.
대구백화점 맞은편에서 지금의 자리로 옮겼지요.
맞은 편 <풀하우스>에서 모임하게 되면
헤어질 때 태산만두 한 봉지씩 선물하기도 합니다.
집에 들고가니까 저녁 때우기 딱 좋더라고 하면서,
'센스 있는 여인'이라고 칭찬하데요.
풀하우스는 자주가는 곳입니다. 한달전에도 집사람이랑 다녀왔는데 주인 아줌마는 살아계신지 모르겠습니다. 머리하얀 분 대신 다른 분이 서빙을 하시던데 그분도 그립습니다.
작년에 회장님과 밀양 솔밭만두 갔는데 제가 먹어본 만두중에 최고였습니다. 국장님 원하시면 회장님 모시고 가서 제가 살수도 있습니다.
납작만두를 정리하고 있는데 ....안동 짱만두랑 밀양 솔밭만두는 퓨전만두입니다. 10여년전부터 유행을 타기 시작했는데 만두로서의 맛보다는 재료의 맛으로 승부보는 만두이죠.대표적인 것이 새우만두 같은거죠.
그 때 종류별로 너무 많이 먹어서 창피했답니다.
국장님도 혹?
군침이 도네요. 저는 영생덕에 자주 갑니다.
노국장 종로 '군방각'은 안가보셨네요
군방각 만두빠뜨리면 군방각 만두가 울지요
맞아요.
노국장, 큰 실수!
어? 군방각은 없어지지 않았나요?
대구 화교가 자리잡게 만든 대구 최초의 중국집인것은 알지만
아직 영업을 하고 있는지는 몰랐습니다.
군방각 자리에 종로 호텔(현 쎈츄럴 관광호텔)이 들어섰고
그 이후엔 영업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적이 없어서요.
군방각이 아주 오래전에 없어진것을 확인했습니다.
@유당 노병철 라 떼는 군방각이 최고였지요.
근디 나도 모르게 와 문닫았노 ㅎ
노국장 판정승
밀양 솔밭만두 셋트가 감칠맛 나고 좋았습니다.
호불호가 있지요. 그 집 만두뿐 아니라 찐빵,일품영덕게살스프까지 다 먹고 왔는데
맛은 그저그렇다는 평밖에 하지를 못하겠어요.
박승옥 여사의 엄청난 입담에 이것저것 맛은 다 보고 열심히 취재를 했습니다.
그 집 아들도 밀양시내에서 굴림당이란 만두집을 하지요.
엄마 만두는 안 팔고 자기가 직접 만들어서 판다고 하더군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