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2박 3일 일정으로 설악산에 다녀 오자고 하여 아내를 따라 나서기로 하였다. 나는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설악산 대청봉(1,708m)에 올라가 볼 생각을 가졌다. 왜냐 하면 내 나이 60대 중반을 넘은지라 더 이상 늦으면 꿈도 꿀 수 없기에 그랬다.
그래서 등산모, 등산복, 등산화 일체를 모두 새로 구입하였고 준비하고, 아내가 평소 사용하던 지팡이도 가져 갔다. 지인의 속초 대명 콘도(Del pino)를 이용하기로 하고, 10월 27일(일) 오후 5시에 집에서 출발하여 올림픽도로로 타고 가다 춘천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미시령 톨게이트를 빠져 나오자마자 바로 왼편으로 속초 대명 콘도가 보였다.
10월 28일(월) 콘도에서 일찍 오전 3시 30분에 일어나, 아침 식사를 마치고 설악산 대청봉에 오르고자 차를 몰아 오전 6시에 한계령에 도착하였다. 날씨는 아직도 아주 어둑어둑하여 사물 식별이 어려웠다. 아내는 디스크 병으로 내가 대청봉을 거쳐 하산할 오색 약수터 근교에서 간단한 설악산 등정을 하기로 하였다.
한계령에서 대청봉까지는 8.1km인데, 약 6km 정도 올라 가자 내 오른편 다리 관절이 아려 오기 시작했다. 나는 별로 등산을 즐겨 하는 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2006년 5월 남한에서 제일 높은 산인 한라산 백록담에 다녀 올 때, 왼쪽 다리는 전혀 이상이 없음에도 오른쪽 다리가 시큰거리는 것을 보고 내 오른편 다리 관절이 약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인지했었다.
다리가 너무 절려서 마침내 대청봉 정상에 올랐을 때는 이미 12시 반을 지나고 있었다. 무려 6시간 반을 걸려 대청봉에 오른 것이었다. 약 30분간 대청봉에서 찬 바람을 피해 찬밥으로 점심을 먹었다. 찬 바람에 찬밥을 먹는데도 감기 증상이 없는게 기이하게 느껴졌다.
오후 1시에 점심을 마치고 공원입구(오색)쪽으로 하산을 하기 시작 했다. 오른쪽 다리 관절이 너무 아파 관절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지 않도록 지팡이에 의존하면서 내림 계단에서는 오른 발을 먼저 딛고 다시 왼발을 오른 발에 붙인 다음, 다시 오른 발을 띠는 식으로 하산을 시작하였다.
오르막 계단에서는 이와 반대로 왼발을 먼저 위 계단에 딛은 다음 오른 발을 부치고, 왼발을 먼저 내딛는 걸음 방식으로 계단을 올라 갔다. 이런 걸음으로 발을 질질 끌다시피 걷다 보니 남들 보다 1.5배의 시간이 걸려 오후 6시에 공원 출구로 빠져 나왔다.
높은 산중인지라 오후 5시부터 산이 어두워져 조금만 더 늦었어도 산중에서 헤메었을 것이었다. 아주 아찔한 순간으로 높은산을 등산할 때는 반드시 후래시가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내의 말에 의하면, 한계령에서 오색 약수터까지 자동차로 오는대도 약 40분이 걸렸다고 한다.
차를 몰아 근처에서 아내와 저녁을 먹고 근처 호텔 탄산수 온천에 두어 시간 뜨거운 물에 몸을 지졌다. 속초로 돌아와 단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 오대산 근교 대관령에 있는 양떼 목장을 둘러 보았다. 목장 입장료는 4,000원을 받고 있었다. 아내가 고집하여 양떼 목장을 둘러 보았지만 별반 새로운게 없었다.
이번 여행에서 대청봉 등정은 너무 고생하여 영원히 잊지 못 할 것이다. 평소 탁구로 몸을 다졌기에 망정이지, 60대 중반너머 1,708m 고지 등정은 감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기에 더욱 그러 하였다. 다만 너무 아쉬운 점은 내 생애에 지리산 천왕봉(1,916m)를 못 올라 본 것이다.
젊지 않은 나이에다 오른 다리 관절이 약한 것을 알았기에, 내 생애에 한라산 1,950m, 설악산 대청봉 1,708m의 높은 산들을 오른 것으로서, 우리나라 높은 산에 대한 내 등산 기록에 마침표를 찍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