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손자 준우야
너와 헤어지고 나서 가슴 절절하게 끓어오르는 보고픔을 억누를 수 없어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이었지만 결국 이삿짐 정리도 채 못한 너희 집을 방문하고 말았지.
오죽했으면 이 할아버지가 그랬겠나?
너와 함께 했던 3일은 순식간이었지만 그래도 늘 내 품에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계획성 있게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소홀했던 지난날을 거울삼아 알차게 보낼 수 있어서 참 좋았단다.
여러 일들 중 조금 쌀쌀하긴 했어도 너의 손을 잡고 화성을 걸었던 게 그중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 아닐까 생각을 한단다.
이번엔 너를 너희 집에 남겨 두고 내려올 때 할아버지와 왜 헤어져 살아야 하는지 설명을 했는데 너가 눈을 깜빡거리며 이해를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지만 다른 마음 한쪽에선 어른들의 삶으로 인해 어린 네 마음에 이처럼 이별의 아픔이란 상처를 남겨야 하는지 마음이 쓰리고 아팠단다.
집에 내려와선 조금 마음이 안정이 되는 것 같았는데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다시 너의 움직임들이 아침 햇살을 받고 피어오르는 안개처럼 “할부지 안아, 할부지 고릴라, 할부지 까꿍” 하며 환영들이 온 집안을 가득 메우기에 그리움에 몸서리쳤단다.
너의 할머니로부터 체통을 지키라는 꾸지람을 듣고 이래서는 너에게도 좋은 기운을 보낼 수 없겠다는 생각에 너와 헤어지고 한 번도 들어오지 않았던 큰방에 조심스레 들어와 컴퓨터를 켜고 그리움을 누르며 마음 조절을 해보고 또 너와 함께 올랐던 성암산을 찾아 너를 안고 포즈를 잡았던 장소에서 같은 포즈를 취해 보기도 하며 이별의 아픔을 조금씩 치유하며 지내고 있단다.
준우야 어젠 네 할머니, 고모, 엄마랑 함께 걸었던 강변에 나가 그날의 추억을 더듬으며 걷다가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아 이사 가고 한 번도 가지 않았던 집 앞 공원에도 가 봤단다.
미끄럼틀 밑 소고(小鼓) 앞에 서자 두 손으로 통통 북을 치던 네 모습이 떠올라 끝내 눈물짓고 말았지.
그리고 너를 안고 마지막 날 밤에 공원을 찾아 나뭇가지로 그렸던 여러 동물들의 흔적이 있는가 싶어 찬찬히 찾아보았지만 얼마 전 내린 비 때문인지 찾을 수 없더구나.
그래도 지금은 세월이 약이란 말처럼 감정이 무디어져서인지 아니면 네 엄마가 자주 보내고 걸어주는 네 일상의 사진과 영상통화 때문인지 조금 안정이 되는구나.
어젠 직장만 오가고 하느라 집주변을 제대로 둘러볼 기회가 별로 없었기에 운동 삼아 범위를 넓혀 둘러보니 너와 함께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후회가 되는 장소들이 많이 있더구나.
다음에 같이 갈 기회가 있는지 모르겠다만 되돌아보니 대부분 어린이집, 마트, 집 앞과 뒤 공원 그리고 고모네 집, 옷가게, 카페 등에서 보낸 추억들만 있는 것 같고 더 많고 좋은 추억들을 심어주지 못한 것 같아 많이 미안했단다.
준우야 다음에 또 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