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면 파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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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돈많은 아저씨를 술집에서 만나 강간하려고 납치해서 데리고 온적은 몇번 있지만, 정식으로 우리집에 누굴 초대하긴 처음이다.
더군다나 식사를 같이 하자는 이번 모임은 주최측에서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하므로 여간 껄쩍지근한 이벤트가 아닐수 없다.
그래도 우리 카페 식구들이니 또 언제볼지도 모르고 가난한 유학생들도 많으니 이정도 자선파티 쯤이야..
재벌집 막내가 내야지 하는 작은 맘 먹고 아침부터 혼자서 수선을 떨었다.
(웃기셔.. 재벌집 아들네미가 단칸방에 에어컨 틀었다고 전기세 때문에 떨고 있냐? -ㅁ-
)
어쨋든 단칸방에 9명의 예약이 들어온다기에 아침부터 설쳤는데 이런 내가 불쌍했는지 당일 아침에 메일 체크결과 전번을 남기지 않은 현기증님과 쿨님을 제외한 모두가 캔슬을 해버렸다.
불쌍한넘.. 인간관계가 왜 그런지..ㅠ.ㅠ
쿨님도 준비물을 빼먹었는지 2번의 왕복으로 2시간 가량 늦어진다기에 고대했던 껌정돼지를 포기해야 하는 지경까지 몰렸다. 그래도 껌정돼진데.. 껌정돼지를 먹기위해 조촐하게 둘이서 해야할 판이다.
그런데…
유일하게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은 현기증님의 전화…
“다들 모였나요? 저기요 10분정도 늦을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론..적쟌히 당황스러웠다.
신상파악도 안된 초보회원의 늦닫없는 연락에 당황 했지만 침착하게 위치를 설명하고 마중 나갔다.
검정바지. 검정티. 검정가방. 검정구두. 시커먼스 패션이라 쉽게 한국인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저기요... 일본에 온지 한달. 일때문에 왔다고 하는데 땍땍한게 이반티가 나지 않는다.
혹시 요즘 카페에 많은 뭣모르고 가입한 이미테이션 오까마 아냐?
괜시리 씨잘데 없는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관심도 없는 일상회화를 건너띄고 어찌저찌 이태원으로 화재를 질러 지빠를 애용한다는 말에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쉴수 있었다.
서먹한 분위기에 익숙해질 때 쯤 쿨님과 늦었지만 캔님이 자리를 같이 했고,
분위기는 익을때로 익어 썩어가고 있었다.
소면도 맛있었지만 난 쿨님의 환타스틱한 껌정돼지 볶음에 매너없이 소금 후추를 팍팍쳐서 먹었다. 정말 미안했다.
이때 쿨님의 얼굴은 “이상한 냄새내는 치즈가루가 잔뜩 묻어있는 자지는 가리지 않고 빨아대면서 껌정돼지가 비위상하다고 후추쳐먹는 년 첨본다”는 표정이다. -_-;;
캔님은 체격에 걸맞는 푸짐한 입담과 후식으로 가져온 주먹만한 수박과 붉으스리 무리한 체리를 제공해 주었다. 물론 맛났다.
늦었지만 불참예정이었던 캔님의 참가로 이번모임은 스페셜하게 재밌게 되었다. 고맙다.
해도 뉘였 뉘였.. 일단 자리를 접고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 우산을 들고 우리들의 영원한 고향인 신주쿠 니쵸메로 향했다.
8시 10분전.. 니쵸메 이예라이썅 도착..
아직 이른 시간이라지만 사장인 한영이 이년은 콧배기도 보이질 않는다.
‘이년이 배가 불렀구만.. 애인도 없는년이 뭐하느라 이렇게 늦는지..’
한시간쯤 뒤 나나나님이 도착하고 “도쿄레인보우배 노래자랑”이 바로 열렸다.
뭐니뭐니해도 니쵸메 첫 데뷰인 뉴페이스 아이돌 스타 "현기증"님의 노래를 듣고 싶었다.
첫번째 노래 제목은 김현정의 XXXX(기억안남)를 불렀다.
요즘 김현정 노래 스타일이 바꼈는지 중저음 만이 들리는 김현정의 노래가 새롭게 들렸다.
그렇다! 노래를 들으면서 나는 감동받고 있었다.
우선 땐스삘이 나는 노래 선곡이 좋았다. 역시 신세대!!
빠른 노래는 어느정도 대충 넘어갈수 있으며,
고음 처리가 없는 이런 노래를 나중에 나도 불러보고 싶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현기증님에게 화장실에가서 상상으로만 독수리 오형제 놀이를 할것 같아 바디잡지책 한권 선물한게 아깝지 않았다.
부디 책장을 하얀 풀로 붙여 놓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한다.
고딩때 독서실에서 선데이서울 몰래 훔쳐 보는데 사진만 붙어있어 그거 띠려고 고생한거 생각난다..
별에 별 생각으로 한눈을 파는 사이에 금방 호떡집에 불이 났는지 당췌 알아들을수 없는 말들이 오가며 소란스러워 졌다.
카운터를 점령한 중국 오까마들..
얼마나 패션이 화려한지 터진 청바지에 초록색티셔츠 하며.. 일본인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다. 시끄럽게 떠들지만 않으면 말이다..
챠이첸~
회원이 늘었다. 토요일 밤에 5명이 갈만한 술집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내가 자주가는 술집인 TK로 안내했다. 평소엔 사람도 없는 이집이 어떻게 그렇게 꽉찰 시간 맞춰 갔는지.. 5명의 입장으로 20석의 좌석이 꽉 찼다. 정확히 10분뒤 구석에서 조용히 술마시던 우리만 빼고 모두 나갔다. 그때의 썰렁함이란…
그리고 그뒤 중년 몇명이 들어 왔다.
50대 중반의 중년남자가 마스터의 권유로 가까이 앉았다.
로멘스그레이에 하얀피부 그리고 깔끔한 인상.
금색 안경에 작은 쌍커플.
175의 큰키에 ??쉬한 엉덩이와 36은 넘어 보이는 잠간 올라만 타도 멀미가 날것 같은 배.
굵은 목소리는 64화음 바리톤으로 시키지도 않은 자기소개를 아이돌 스타 현기증님에게 하고 있었다.
6년전쯤인가 처음으로 니쵸메 데뷰할때 알게된 사람이다. 한동안 영국에 주재원으로 나가 않보였는데 스포츠티를 입고 온게 귀여워 보인다.
이건 어디까지나 중년을 좋아하는 내 생각이지만..
중년 좋아하면서 이사람 식 않된다고 한사람 없었다..
그러나.. 현기증님 얼굴을 보니 인생최대의 위기가 닥친듯 했다.
중년남은 그냥 평범하게 앉아있을 뿐인데 이후에 일어날 더스티네이션을 예감이라도 했는듯
변태치한을 만난것 처럼 온몸을 잔뜩 웅크리더니 양손을 X자로 교차해 자지를 가린 방어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속으로 ‘하나님 아버지 관셈보살’을 외치며 울부짓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래도 이 아저씨 돈과 매너는 있어서 여기모인 술에 굶주린 가여운 양들에게 술을 한잔씩 돌렸다.
“기부앤테이크”이라 했던가.. 가는게 있으면 오는게 있는법..
그 아저씨의 손은 현기증 님의 양 다리 사이를 건너서 제3의 다리로 점점 향하고 스포츠 마사지를 하는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나는 가소롭다는듯 모른척했고,
나나나님은 부럽다는듯 침을 흘렸고,
쿨님은 저걸어째라는 가여운 눈빛으로 지켜봤으며,
캔님은 자기완 상관없다는듯 쑥떡쑥떡 나에게 말을 걸었다.
현기증님은 ‘이놔~ 이런 꼰대한테 성추행 당하라고 우리 부모님께서 날 낳으신게 아니쥐’ 라고 결심한듯 중년남이 준 술을 단숨에 벌컥벌컥 들이 켰다.
몇잔이 돌았는지 술병이 바닥을 보였고 그걸본 중년남도 그 엄청난 술빨에 겁을 먹었는지 감당못하겠다는 표정으로 포기하는듯 손을 뺏다.
이때 예상치 못한 렌보회원 사자님의 등장으로 난 비속을 헤메며 겨우겨우 만났고,
만남은 헤어짐을 예견이라도 한듯 술 한잔 마실 틈없이 막차 시간은 다가왔다.
쿨님과 현기증님 나나나님은 먼저 내뺏고,
사자님과 캔님과 나는 막차를 타려고 불알이 넘어가도록 달렸다.
제이알 SUICA를 꺼내들기전에 식성이 되는 역무원에게 달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시부야 막차 없나요? 차 끊기면 나 여기서 자야되는데”..*^^*
그는 눈만 부드럽게 입으론 메몰차게 “모오 오와리마시타(없어)”라며 퉁명 스럽게 대답했다. 귀여운것..
막차를 놓친나는 다시 TK로 돌아가 술을 주문했다. 그리고 3시쯤 철커덕~ 필름이 끊겼다…
이번 모임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그냥 냅따 술만 마시는것 보다 이것 저것 영양분 섭취하면서 모이는 컨셉이 좋았습니다.
다음달엔 우리집 보다 좀더 넓고 교통편도 좋은 쿨님집에서 모이기로 했습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이 겹치는 초복이나 중복쯤 모였으면 좋겠네요. 언젠지 모르겠지만.. -_-
한가지 더..
이전부터 토렌보 회원들끼리 모여서 등산이나 온천 여행을 했으면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피서겸 쿨님의 하코네 별장을 빌릴 예정입니다.
휴일은 복잡한 관계로 화요일 저녁이나 새벽에 출발하여 수요일 저녁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계획중이니 평일에 시간 나시는 분들은 미리미리 댓글 달아주세요.
선착순이며 따로 공지하지 않겠습니다.
피에쑤: 이번 모임에는 외톨이 안되게 해주세요.
도키메키님이 도쿄를 떠난후 정모에 참석하는 사람중에 중년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네요..
젊은분들만 모이는데 다들 또래를 좋아합니다. 알아서 엮이던가 말던가 책임은 안지는데..
배울만큼 배운넘이 꼰대좋아한다고 이상한 눈빛으로 보거나
담배 핀다고 이세상 환경오염은 니가 다 시키다는듯한 눈길 혼자서 감당하기 힘듭니다..^^;
후케센이나 애연가 회원님 대 모집 합니다.!!!
첫댓글 쥔장님 글 역쉬 잼있네여..ㅋㅋ..언제나 수고가 많으시고, 좋은 카페 만드신것 항상 감사드립니다..다음에 또 뵈여...^^;;
재밌었겠네요...ㅋㅋ
일본윈도에선 사진이 안뜨네요.. 퇴근하고 집에가서 모자이크처리 할께요..
글발만 이러신지, 실제도 이 모습이신지.. 나중에 꼭 확인하고 싶네요.. 기회를!!! ^-^)=V
난 이젠 안중에도 없는건가요 햄....저 끝까지 있다 막차타고 갔는데.....ㅜ.ㅜ 정말 소설가가 따로없네요 넘 재미있습니다.
나나나님..영자씨의 안중에는 아저씨들밖에 없읍니다.....ㅋㅋㅋ
후... 나도 애연간데.. 평일날 저녁에 모임하면 나가죠.. 주말에는 힘들어서..
형 정모때 우산 챙겨 줘서 고마 웠어요 담에 정모때 또 봐여...담 정모 언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