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부락~밤실산~운알재~운월산~유치재
호남고속도로 상의 옥과 나들목을 빠져나와 15번 차도를 따라
남으로 남으로 20여 km쯤 달려가면, 차도 좌측으로 가수리로
향하는 2차선 차도를 만나게 된다.그 2차선 차도는 이내 1차선
으로 바뀌게 되며, 길 우측으로는 가수리 저수지를 지나가게
된다.그렇게 시오릿쯤을 가면 만수부락 동구 밖에 닿게 되는데,
그 어름에 차도 우측으로 숲 쪽으로 향하는 임도가 보인다.
그곳이 지난 번 1구간 하산 날머리 지점이다(11시).
우측으로 난 임도를 따르면 이내 임도 좌측으로 조립식으로
지은 농막이 한 채 보이는데 그 농막 직전에서 좌측의 골짜기로
드는 수렛길을 따라야 한다.
먼젓 번의 하산으로 낯이 익은 치받이 산길이다.
대개 미리 경험을 하여 낯이 익거나 익숙한 길은 처음 닥쳤을 때
보다는 어려움이 덜하고 수월하고 신속한 과정을 으레 겪게
마련이다.사람살이도 그렇지 아니한가,수많은 나날의 경험이
쌓이고 보태지고 하는 과정은, 곧 나이를 점점 먹어간다는
사실이며, 그러한 축적된 경험과 사실이 불어났다는 것은 그 만큼의
나이를 먹었음을 증빙하는 것이다.경험이 많아지고 사실 축적이
불어나면 모든 세상사가 축적된 만큼 수월하고 신속하게 지나
가거나 빠져 나간다.미숙하던 젊은 시절은 시간의 흐름이 지지부진
하고,점차 세월이 흐르고 시간의 축적이 불어나면 생각은 반대로
신속하게 바뀌게 마련이다.흐르는 물 같던 것이 쏜살 같이
변하더니 이내 총알처럼 후딱 지나간다고 투덜거린다.
가수리 저수지와 들머리 풍경
수북하게 쌓여있는 낙엽의 치받이 산길을 올려치면 먼젓 번의
마지막으로 올랐던 해발 425.9m의 삼각점봉을 막 지난 지점의
주능선이 된다.가파른 치받이의 어프로치 구간을 올라섰을 뿐인데
온 몸은 벌써 팥죽땀으로 뒤발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땀을 닦아주려는 바람이 이따금 우거진 녹음사이로 불어온다.
산길은 뚜렷하고 무성하게 우거진 녹음의 싱그러운 숲 향의
향취가 그윽하다.상수리 나무를 비롯한 활엽수들이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붕긋한 해발 400m봉을 넘어서고,철쭉나무들이
무성하게 우거진 해발 410m봉을 거푸 오르고 내려선다.
해발 430m봉도 조금 전의 멧부리들의 행색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외양의 둥긋한 봉우리에 불과하다.우거진 녹음으로 인하여
멧부리에서의 조망도 기대할 것은 없다.다만 지맥의 주능선을
잇다가 보면 시야가 다소나마 터지는 사이에 눈에 들어오는
정도에 불과한 조망이다.가파른 내리받이가 기다린다.
나무가지 사이로 밤실산의 멧부리가 살짝 나타났다가 다시
녹음 속으로 맥없이 사라진다.지맥의 산길을 따라 푸른빛깔의
망사 울타리가 산길을 따라 길게 이어진다.
'엘바이오택(주)'이라는 회사가 특용약초를 재배하고 있는 구역인
모양이다.출입을 일체 금지한다는 경고 입간판이 길섶에 걸려있다.
산벚나무들과 참나무 식솔들이 무성하게 자리한 붕긋한 봉우리를
내려서면 조릿대가 무성한 산길이 기다린다.산길은 시나브로
가파른 치받이 산길로 변하기 시작한다.팥죽땀을 연신 훔쳐대며
애면글면 가파른 치받이를 올려치면 어깨 높이로 자란 무성한
조릿대들이 장악한 멧부리에 오르게 된다.지맥의 산길은 이곳에서
우측의 2시 방향의 가파른 내리받이 산길로 꼬리를 잇는다.
밤실산의 멧부리가 푸른 나무가지 사이로 모습을 나타냈다가
후딱 사라진다.
가파른 내리받이 산길을 구르듯이 내려서면 가파른 치받이
산길이 장난꾸러기처럼 산객을 기다린다.된비알의 치받이 산길은
어깨 높이까지 무성하게 자란 조릿대들이 꾸며가는 치받이 길이다.
애면글면 헐떡이는 산꾼들의 처지가 애처러웠던 모양이다.
굵직하고 기다란 고정로프가 마련이 되어 있다.고정로프의 도움을
받아가며 오른 봉우리에는 신갈나무를 비롯한 활엽수들이
빼곡하게 들어 찬 멧부리이다.이 멧부리를 뒤로하고 잠시
우측으로 이동을 하면 오르게 되는 봉우리가 해발598m의
밤실산 정상이다.
운알재
밤실산 정상에는 세 갈래의 등하행 산길이 나 있다.하나는 지금
우리가 걸어온 가수리 방면이고,두번 째의 길은 우리가 앞으로
이어나가야 할 유천마을 쪽이며,나머지 한 군데는 좌측으로 나 있는
운룡리 방면의 등하행 산길이 그것이다.밤실산 정상을 뒤로하고
상수리 나무 등이 자리한 붕긋한 멧부리를 넘어서면 산길은
다시 조릿대들이 꾸며 나가는 산길인데, 산길 주변은 말끔히
벌초가 되어 있는 산뜻한 분위기의 산길이다.
유천마을로의 등하행 산길이 나 있는 갈림길을 지나고, 둥긋한
봉우리를 한 차례 더 넘어선다.그리고 어깨 높이까지 자란 조릿대
들이 무성한 산길을 따라 치받이 오르막을 올려치면 붕긋한
멧부리 한복판에는 고사리를 비롯한 잡풀로 뒤덮혀 있는
달성서가의 묵묘가 을씨년스럽게 자리하고 있는 봉우리이다.
이 묘봉을 뒤로하는 산길은 급경사의 내리받이 길이다.
구르듯이,도망치듯이 급경사의 비탈길을 내려서면 잡풀로 뒤덮혀
있는 헬기장이 기다리고, 그곳을 뒤로하면 지맥을 가로지르는
잡풀이 무성한 임도를 만나게 된다. 운알재이다.
운월산 전경(좌측 끄트머리가 정상)
화순군 동복면 방면과 순천시 주암면 쪽 사이의 임도인 운알재를
뒤로하여 치받이 비탈길을 올려치면 허우대가 엄장한 노송이
지키고 있는 멧부리에 오르게 되며, 그곳을 지나서 한 차례 더
비탈을 올려치면 해발 507.4m봉에 오르게 된다.'독산 475'라는
번호가 새겨진 1986년에 재설된 삼각점봉이다.
삼각점봉을 뒤로하면 주능선의 좌측으로는 온통 편백나무 숲이다.
때맞춰 편백나무 숲을 훑고 불어오는 바람이 꽤나 시원하게
불어온다.송전철탑을 지나간다.
파란 하늘가에 흰구름들이 덩실거린다.맞은 쪽 저 멀리 운알산의
연봉들이 그러한 하늘과 지긋이 금을 긋고 있다.
완만하게 꼬리를 잇는 내리받이 산길은 사거리 안부로 산객을
안내한다.운월재 사거리다.순천시 주암면 방면과 화순군 동복면
쪽 사이의 등하행의 산길이 나 있는 안부인 거다.
다시 산길은 가파르게 꼬리를 이으며 산객의 땀과 헐떡임을
요구한다.산길 좌측으로 계속이어지는 편백의 숲을 빠져 나오는
바람이 기신거리는 산객을 부축인다.편백나무들이 모습을 감추면
신갈나무 등의 숲 길이 꼬리를 무는데, 모든 활엽수들의 이파리들이
오그라들었거나 이미 갈변화되어 초겨울의 숲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긴 가뭄으로 인한 자연재해가 아니면 무엇인가?
인재는 더욱 아닐 터,어쨋든 비가 쏟아져야 해결이 날 터이다.
모후산 전경
가파른 치받이 산길을 기신거리며 올라서면 엄장한 덩치의 노송이
기다리는 둥긋한 봉우리이다.운알산의 정수리가 손에 잡힐 듯한데
미꾸라지처럼 자꾸만 빠져나가 저만치에서 약을 바짝바짝 올린다.
어슷비슷한 행색의 둥긋한 봉우리를 두엇 더 넘어서면, 산길은
운알산 정수리를 눈 앞에 두고, 또 다시 한동안 내리받이 길로
들어서게 된다.그렇게 내려섰다가 다시 가파른 치받이 산길을
올려치면 그제서야 오르게 되는 해발 674.9m의 운알산 정상,
정상 주변은 헬기장으로 쓰였음직한 공터로 되어 있으며,사방이
툭 터져 있어서 시원한 조망이 산객의 눈을 모처럼 즐겁게 하는
봉우리이다.
모후산을 4.1km남겨두고 유천리까지 1.2km를 남겨둔 운알산
정수리를 뒤로하면, 거뭇거뭇한 이끼가 덕지덕지한 바위들이
듬성듬성 모습을 드러낸다.곁들여 암봉 전망대가 산객의 발길을
붙잡는다.여지껏 지나온 지맥의 초록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다음 구간에 오를 모후지맥의 맹주 모후산이 저 멀리서 손짓한다.
그러나 풍요로울 수밖에 없는 오뉴월의 숲 길은 조금 전부터
초겨울의 숲처럼 모든 이파리들이 오그라들고 누렇게 낙엽처럼
갈변화를 보이며 시름없이 산길 바닥으로 내려앉아 있다.
지맥의 산길은 그러한 행색의 주능선을 따르며 꼬리를 잇는다.
슬그머니 완만하게 내려서던 산길은 또 다시 완만하게 오르막을
올려치게 된다.그렇게 오른 해발 689.5m봉,온갖 잡목들과
신갈나무 등의 참나무 식솔들의 '독산476'의 새김글자가 선명한
삼각점봉이다.삼각점봉을 뒤로하는 산길은 꾸준하게 세를
과시하는 조릿대의 숲 길이다.일렁이는 바람도 뒷짐을 지고
있지는 않지만 왜 이리 팥죽땀은 그침이 없단 말인가.
사타구니는 오줌을 지린 것처럼 땀으로 범벅이 되었으며, 전신은
말할 것없이 땀으로 흥건하게 뒤발이 되고 있는 거다.
바람도 어지간히 산행에 도움을 주었는데, 왜 이리 땀은 유별나게
더 흘렸는지 알 수가 없다.다른 산우들도 나와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이러구러 어슷비슷한 멧부리 두엇을 넘어서 내려서면
사거리 안부가 태연을 가장하고 산객을 기다린다.유치재이다.
좌측으로는 광천계곡(1.4km) 방면이고 맞은 쪽의 지맥의 방향은
모후산 정상(2.2km)으로 향하는 산길이며,우측으로 나 있는 산길은
유치마을(3.4km)로의 등하행 산길이다.오늘의 날머리인 유치재를
뒤로하고 유치마을 쪽으로 난 하산길로 발길을 돌린다.
산길 주변은 말끔하게 벌초가 되어 있어 잡목이나 잡풀로 인한
거추장스러움이 없는 내리받이 산길이다.10여 분을 내려서면
유치마을이 2.2km남았음을 알리는 산행안내이정표가 산객에게
주의를 환기시켜준다.그리고 그곳을 지나면 이내 2차선 차도를
만나게 되며, 모후산 등산안내도가 세워져 있는 2차선 차도 어귀
에서 좌측으로 100여 미터 이동을 하면 차도 우측으로 주차장을
만나게 된다.그러면 오늘 산행의 마무리가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거다(15시30분).
유치재를 뒤로하고 2차선 차도로 들어설 무렵에 빗방울이 듣기
시작한다.반갑지 않을 수가 없다.그러나 소나기라도 한차례
쏟아질 것 같던 빗줄기는 이내 멈춰버리는 게 아닌가.
물에 빠졌다가 나온 무엇처럼 땀으로 후줄근한 몰골을 물
한바가지로 처삼촌네 벌초하듯 닦아내고 마른 옷가지로 잽싸게
입성을 마무리 한다.비가 올 듯 말 듯한 날씨는 으레 후텁지근하기
마련이다.긴 산행은 아니지만 팥죽땀을 엔간히 흘린 산행이 아닐
수 없는 날이다.갈증이 안 난다면 신체의 감지기능에 단단히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갈증을 다스리려 그에 대한 효과가
직방으로 탁월하다는 것을 걸터듬을 하고 그곳을 떠난 것은
산행을 마치고 40분쯤이 지난 뒤가 된다. (2017,6/24)
(아래)모후지맥 지도2 매봉-x673.7(지도를 클릭하면 확대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