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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고개~덕산~은곡고개~지억산~유천고개
정선군 남면 소재지에서 이십리 거리이고 사북읍 시가를 한마장쯤 남겨둔 지점의 도사곡 삼
거리에서 북쪽으로 뻗은 7번 도로를 5km가량 발걸음을 하면 맞닥드리게 되는 고개가 오늘
산행의 들머리 직전고개다.고개 너머 쪽은 정선군 동면 호촌리 방면이다.고갯마루 못미쳐
서편의 오르막 비탈로 지맥은 꼬리를 잇는다.하늘은 비구름으로 오만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으며 신새벽 가을비가 오락가락거렸는지 도로는 빗물로 번질거리고 숲은 축축하다(9시
40분).한국 산악계의 비보를 하늘도 슬퍼하고 있음이다.히말라야 다울라기리 산군 구르자히말
남벽 직등 신루트 개척을 위한 '2018 코리안웨이 구르자히말 원정대'의 김창호 대장을 비롯한
다섯 명의 귀신이 곡할 참변 소식이 전해진 한국 산악계의 상중(喪中)의 우울한 즈음이다.
들머리 비탈을 곧장 올려치면 전주이가의 묘지를 만나게 되고 잇따라 꼬리를 잇는 치받잇길
은 수렛길처럼 비교적 널찍하고,오르막 비탈의 좌측은 온통 자작나무 숲이다.한차례 더 전주
이가의 묵묘를 지나면 이동통신철탑의 곁을 지나기도 한다.지맥의 주능선 좌측은 자작나무의
숲이고 우측은 낙엽송의 숲이다.주능선을 그들 둘이 사이좋게 절반씩 차지하고 있는 지맥의
산길은 그들 틈새를 따라 이어진다.다갈색으로 갈변화를 띠고있는 신갈나무 등이 차지하고
있는 해발925m봉을 넘어서면 꺽다리 노송들이 그들먹한 숲길이 산객을 기다린다.꺽다리 노
송의 숲길을 벗어나면 산길은 누릿누릿한 싸리나무들의 산길이다.
들머리의 자작나무 숲
신갈나무를 비롯한 참나무 식솔들이 헐겁게 자리하고 있는 붕긋한 해발950m봉에서 지맥은
우측의 3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리며 이어진다.다갈색의 가랑잎이 수북한 산길이고 숲은
울긋불긋한 활엽수목들의 숲길이다.아직도 날씨는 비가 내릴 듯 말 듯한 기색의 숲이다.
비가 내릴 것이라 지레짐작으로 우비를 뒤집어 썼다가 다시 벗어젖히는 동료들이 있는가
하면 진득진득한 동료들은 비가 내리지도 않는데 고대로 곰처럼 비닐 우비를 뒤집어쓰고 고
난을 자초하고 있는 거다.공기도 통하지 않는 비닐 우비를 뒤집어 쓰고 험한 산길을 오르내리
려면 몸은 쉽게 달아오르게 되고 몸이 달아오르면 우비 내벽에 결로가 생겨 물이 흘러내리고
땀까지 솟게 마련 아닌가.
잔뜩 찌푸려 있는 날씨이지만 쉽사리 비는 내릴 것 같지는 않은 기색이다.그러한 날씨라면
숲은 으레 어둑하게 마련인데 온갖 활엽의 이파리들이 울긋불긋한 까닭에 숲은 비교적 밝고
화려하기만 하다.그러한 행색의 완만한 치받잇길을 올려치면 오르게 되는 신갈나무를 비롯한
활엽수목들의 붕긋한 봉우리가 해발 961m의 덕산(德山) 정상이다.이 멧부리가 덕산의 정상임
을 표시하는 표시물이 서넛 걸려 있는 데, 해발고도가 제각각이다.청산수 산악회는 960.8m이
고 백두사랑산악회는 963.6m이며 임모씨가 걸어놓은 명패에는 961m라고 적바림되어 있는
거다.해발고도가 대부분 수 천 미터에 달하는 고산지대라면 한 자릿수의 오차는 별 게 아니
지만, 수 백 미터에 불과한 산지에서 한 자리 숫자의 오차는 상대적으로 크다고 할 수 있다.
표기에 좀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덕산 정상 한복판에는 푸릇푸릇한 이끼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삼각점이 자리하고 있는 삼각점
봉이기도 하다.덕산 정상을 뒤로하면 아름드리 참나무가 산길을 가로지르며 넉장거리로 누워
있다.오랜 전에 재해를 당한 모양인데 그것을 넘어서면 또 다른 아름드리 노송 한 그루가 똑같
은 자세로 산길을 가로 막아서고 있다.울긋불긋한 숲의 향연이 한창인 숲이 꼬리를 잇는다.
아마도 티없이 맑은 날씨에 금빛햇살이 숲 속으로 비춰든다면 그 화려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울 것이다.날씨가 이렇게 우중충함에도 불구하고 숲은 가을의 축제를 함에 조금의
흐트러짐이 없다.크고 작은 바위들의 산길이 모습을 드러낸다.바위들은 대부분 꺼뭇한 행색
에 거죽은 축축하고 미끄럽다. 오르막 비탈을 올려치면 가랑잎이 수북한 급경사의 내리막이
산객을 기다린다.
가랑잎이 내려앉아 있는 바윗길을 따르기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그나마 크고 작은 바위나
돌멩이들은 축축하고 개중에는 이끼까지 붙어 있어 산객들의 이동을 방해하곤 한다.한눈을
팔다가는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기도하고 자칫 곤두박질로 횡액을 당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한 행색의 산길에는 다행히 잡목들이나 넝쿨 등의 거친 저항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다갈
색의 이파리로 가득한 참나무들이 성기고 헐겁게 자리한 봉긋한 해발 1013m봉에서 지맥은
좌측의 10시 방향으로 꼬리를 잇는다.산길에는 다갈색의 가랑잎이 수북하고 온갖 수목들의
가지마다에는 갈변화의 잎사귀들이 가득하다.
화려한 단풍터널
누릿누릿한 이파리를 잔뜩 걸머지고 있는 싸리나무 숲길에서는 누릿누릿한 이파리들마다
빗물을 머금고 있다.그러한 싸리나무의 숲길을 한동안 따르다보니 바짓가랑이는 금세 빗물에
흠뻑 젖어 버리곤 한다.붉은 당단풍과 참나무 등의 다갈색 이파리들이 헐겁게 자리한 둥긋한
암봉의 멧부리에서 맞은 편의 내리막 산길은 바위절벽이다.좌측으로 비껴 급경사의 산사면
비탈길을 엉금엉금 횡단하여 바위봉을 가까스로 넘어선다.자칫 삐끗하면 벼랑 같은 비탈로
굴러떨어지기 십상인 구간이 아닐 수 없다.
험한 바위봉을 뒤로하는 산길은 비교적 밋밋하고 부드러운 산길이다.그런데 엷은 운무가
서려 있는 산길이다.산길은 낙엽밟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을 만큼 축축하다.여전하게 찌푸린
날씨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있다.평지처럼 평편한 해발 1029.6m봉에서 지맥은 좌측의 10시
방향으로 꼬리를 잇는다.사북읍과 정선군 남면 그리고 동면의 지경을 이루고 있는 삼면봉
이기도 한 해발1029.6m봉을 뒤로하면 시야가 다소 터지면서 벌목지대가 조망이 된다.정선군
동면 몰운리 각희골 일대의 산들에 걸쳐 있는 벌목지다.벌목지들도 군데군데 제여곰 자리
하고 있으며 울긋불긋한 수목들로 경계를 삼은 듯이 남겨져 있다.
단풍으로 물 든 벌목지 풍경
1029m봉을 뒤로하는 산길은 수렛길처럼 널찍하다.그러나 수렛길처럼 널찍한 길은 싸리나무
를 비롯한 잡목들과 잡풀이 그들먹한 산길이다.지맥의 주능선의 우측은 벌목지이기에 시야가
툭 터져 조망은 시원스럽다.먼 데 산은 엷은 운무로 거뭇한 실루엣으로 다가오고 상대적으로
가까운, 울긋불긋한 단풍을 뒤집어 쓰고 있는 멧덩이들은 보기에 아름답고 화려하다.해발
950.6m봉을 넘어서면 벌목지와 숲 사이의 다소 허섭한 내리받잇길이 산객을 기다린다.그루터
기와 벌목조각들,그리고 마들가리들이 이동을 위협한다.겅중겅중 발걸음을 떼고 축축하고
미끄러운 비탈을 게걸음을 치며 내려선다.
벌목지의 길섶으로는 연보라빛 쑥부쟁이가 무리무리 지어있고 흰꽃잎을 자랑하는 구절초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벌목지와 숲을 절반씩 사이좋게 나눠가진 지맥의 줄기는 여전하게
꼬리를 잇는다.낙엽송들과 꺽다리 소나무들만이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채 벌목지에서 드문
드문 헐겁고 성기게 서 있으며,주능선 좌측으로는 실배암처럼 깊은 산 속을 구불거리며 오르
내리는 왕복 2차선 도로가 발치로 다가온다.이윽고 벌목지와 숲 사이의 산길은 임도를 거쳐
차도로 접어든다.정선군 동면 몰운리와 남면 무릉리 사이를 잇는 421번 지방도로가 넘나드는
은곡고개다. 고갯마루를 좌측으로 비스듬히 가로지르며 지맥은 꼬리를 잇는다.
은곡고개를 넘나드는 421번 지방도로
은곡고개를 뒤로하는 완만한 오르막 산길은 청주한가의 묵묘를 지나면 꺽다리 소나무 숲길
이다.꺽다리 소나무들이 그들먹하니 여타의 활엽수목들도 모두 고개를 잔뜩 세우고 키 경쟁
에 뛰어든 형국이다.울긋불긋하게 단풍으로 물 든 숲은 꺽다리 소나무들의 초록색이 보태져
한층 다양한 색감을 나타낸다.꺼뭇한 거죽의 바위들이 울멍줄멍한 멧부리를 넘어서 단풍의
터널 같은 숲길을 지나면 신갈나무를 비롯한 참나무들이 헐겁게 자리한 해발901.5m봉을
오르게 된다.저만치 다갈색으로 물 든 삿갓 모양의 봉우리가 산객을 지그시 굽어보고 있다.
넉넉한 안부로 내려섰다가 내처 올려치게 되는 치받잇길은 완만하게 시작이 되더니 차츰
경사가 급하게 변하기 시작한다.경사각이 높아짐에 따라 헐떡이는 숨소리도 덩달아 거칠어
진다.팥죽땀도 기다렸다는 듯이 흘러내리고 가벼웠던 발걸음은 무거운 짐이라도 더 짊어진
것처럼 더욱 무뎌지기만 한다.해발1116.7m의 지억산은 지금의 반대 편인 동면 쪽에서 오르면
완만하고 부드럽고 밋밋한 오르막이라 언제나 쉽게 오르던 봉우리였는 데, 그 반대 쪽은
이렇게 산객의 땀과 헐떡임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게다.막상 정수리가 목전에 다가올 무렵쯤
이면 오르막 산길도 희미하고 그나마 흩어져 있다.그러나 정수리를 곧장 겨냥하고 막바로
올려치면 오르게 되는 봉우리가 해발1116.7m의 지억산 정상이다.
해발1116.7m의 지억산 정상의 한복판에는 '몰운산'이라고 새겨진 빗돌이 세워져 있으며
태양광 패널을 인 통신시설물이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다른 한쪽에는 1995년에 복구된
삼각점도 자리하고 있고 태극기도 하나 걸려 있다.그리고 정상임을 알리고 있는 빗돌외에도
두 개의 정상시그널이 이곳에도 걸려 있는데, 이곳에서의 해발고도 표시도 덕산 정상과
마찬가지로 해발고도 표시가 제여곰이다.어쨌든 '몰운산'이라고 새겨진 정상 빗돌은 정선군
동면 쪽에서 세워놓은 빗돌이 틀림없다.아마도 정선군 남면 쪽에서 세웠다면 '무릉산'이라고
새겨진 빗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전국적으로 알려진 '지억산'의 지명을 '몰운산'이라고 억지를 쓰는 비슷한 실례는
여러 곳 여러 방면에서 만나 볼 수 있다.전철역과 고속도로 나들목 등의 이름을 짓는 단계
에서 지역분쟁으로까지 발전하는 경우도 그 한 예이다.지억산 정상에서 우측으로 뻗은 줄기
의 산길은 정선군 동면의 불암사와 화암약수 방면의 등하행 산길이고,지맥의 산길은 맞은 편
의 완만한 내리받잇길이다.내리받잇길은 수많은 입산객들이 잦았음을 증거라도 하려는 듯이
널찍하고 가지런하고 반지르르하다.그러한 행색의 완만한 내리막 산길은 10분도 채 안되어
지맥을 가로지르는 임도로 꼬리를 드리운다.
단풍으로 물 든 산길
임도의 좌측 방향은 민둥산 쪽이고,우측은 정선군 동면 몰운리 윗제동 마을 방면이다.이 임도
에서 지맥의 방향은 임도 맞은 편의 완만한 내리받잇길이다.내리막 산길도 수렛길처럼 널찍
하고 반지르르하다.하늘을 찌를 기세의 울창한 낙엽송의 숲길이 꼬리를 잇는다.완만한 오르
막 산길인데도 불구하고 굵직한 고정로프가 기다랗게 마련이 되어 있다.가랑잎이 내려앉아
있는 평상의 쉼터를 뒤로하면 머지않아 쉼터용의 긴 의자가 지친 입산객을 기다리는 쉼터를
만나게 되는데,이 곳에서 지맥의 산길은 곧장 꼬리를 잇는 널찍하고 가지런한 산길을 버리고
좌측의 다소 희미한 내리막 산길로 접어든다.
다소 희미하고 가파른 비탈은 곧바로 벌목지를 우측에 낀 채 꼬리를 잇는다.산길은 임도처럼
널찍하지만 잡목들과 잡풀로 이동은 오히려 무딜 수밖에 없다.그것은 크고 작은 나무들의
나무토막들이나 창끝 같은 그루터기들이 산객의 빈 틈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한눈을 팔거
나 동작의 헛점이 드러날 경우에는 그대로 엎어지거나 자빠지거나 곤두박질로 횡액을 당할
수 있기에 발걸음은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저 아래 맞은 쪽으로 실배암처럼 구불거리
며 깊은 산 속을 오르내리는 차도가 부감이 된다.도로까지 다 내려왔는가 여겼더니 또 하나의
멧덩이가 앞을 가로막는다.
유천고개를 저만치 앞에 두고
편하게 쉴 곳이 가까이 다가왔음을 아는 순간부터는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피로가 밀물처럼
밀려오는 법이다.날머리가 지척임을 인식한 산객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산행 초기라면
단숨에 올려치고도 남을 치받잇길을 헐떡거리며 올려친다. 골리앗 덩치의 송전철탑의 곁을
지나서 기름한 베개 꼴의 봉우리를 넘어서면 지맥을 가로지르는 왕복 2차선의 차도로 지맥은
꼬리를 드리운다.면소가 있는 정선군 남면 문곡리 벌어곡과 동면 몰운리 사이를 잇는 9번 도로
가 넘나드는 고개,오늘의 날머리 유천고개다(13시10분).
-산행에 들어서면서 입때껏 비를 만나지는 않았다.온종일 찌푸린 날씨가 우리들의 산행을
위하여 꽤나 인내심을 발휘한 것은 아닌지 모른다.그러나 막상 배낭을 풀어놓고나니 비가
부슬부슬 소리없이 내리는 게 아닌가.겨우겨우 참은 인내심이 이제서야 무너져가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것도 별 게 아니다.비다운 비가 아니기 때문이다.하지만 산행내내 비가 오다가 산행
을 마칠 무렵이 되면 비가 그치곤 하는 전래가 허다했었는 데,오늘은 그 정반대의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18,10/18)
(아래)노목지맥 지도1 금대봉-은곡고개(지도를 클릭하면 확대됨)
(아래)노목지맥 지도2 은곡고개-쇄령(지도를 클릭하면 확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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