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산고개~들입재~564.6m봉~592.4m봉~안항산/채석장~
~한치~고성산~오십천/동해합수점(종착지)
두터운 비구름층으로 인하여 동살이 온누리를 환하게 밝히고 있을 무렵임에도 불구하고
사방 어느 곳이나 어둑하기만 하다.그리고 간간히 빗줄기가 소리없이 내리기도 한다.
도시는 이미 간밤에 내린 비에 흠뻑 젖어 있다.비 예보는 전국에 걸쳐 내려졌는데, 오늘
산행지역인 삼척시 근방은 비 소식에서 조금은 비켜나 있긴 하다.그러나 그걸 곧이곧대로
믿는 이들은 별로 없는 듯하다.우중산행을 진작에 각오한 거였다.대관령에 이를 때까지
비는 오락가락거리며 우중산행을 더욱 적실하게 한다.그런데 대관령을 막상 넘어서니
거짓말처럼 날씨가 맑은 게 아닌가.
비를 머금고 있는 뭉게구름은 여기저기 덩실한데, 한동안은 비로 곧장 이어질 것 같지는
않고 헐겁고 성긴 구름사이로는 쪽빛 하늘이 씻은 듯하다.마치 날씨의 상전벽해를 보는
듯하다.그러한 천변만화 속에서 3시간여를 달려온 버스는 지난 번처럼 해발266m의 개산
고개 고갯마루 100여 미터 직전에서 산객들을 그때처럼 사정없이 쏟아낸다.고갯마루 50여
미터쯤의 도로 좌측으로 아름드리의 끌밋한 노송 한 그루가 과객들의 쉼터노릇을 하는
곳에서 좌측으로 나 있는 임도가 오늘 산행의 들머리다(10시20분).
개산고개를 뒤로하고,
널찍한 임도를 100미터쯤 따르다가 좌측의 숲으로 지맥의 산길은 꼬리를 잇는다.임도
절개지의 가풀막진 오르막은 크고 작은 돌들을 이용한 둘레석의 이장묘(移葬墓) 곁을
지나면 마치 낙엽송처럼 하늘을 찌를 기세로 꼿꼿하게 치솟은 꺽다리 노송들이 그들먹한
숲이다.햇살을 받아 치자빛의 몸피는 더욱 진하고 끌밋한 몸매는 한층 돋보이는 노송들의
숲길이다. 납데데하고 언덕 같은 멧부리 두 곳쯤을 넘어서면 잡풀이 무성한 헬기장 분위기
의 공터를 가로지르며 지맥의 산길은 이어진다.
축축한 숲길에는 바람 한 점 불어오지 않고 눅눅하고 찌는 듯한 무더위는 어느 틈에 팥죽땀
을 내놓으라고 산객을 다그친다.산길은 평지처럼 펑퍼짐스럽고 넉넉한 안부로 산객을 이끌어
나간다.안부 한복판에는 해묵은 참나무 두어 그루가 우뚝한데, 그 앞에는 크고 작은 돌들을
이용한 두어 층의 제단 같은 게 보인다.마치 산신에게 제사를 드리는 제단은 아닌지 모른다.
그러한 행색의 제단터를 뒤로하는 완만한 오르막 산길도 꺽다리 노송들이 허우대를 뽐내고
있는 산길이다.군데군데 간벌목으로 여겨지는 노송들의 나무토막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들입재
한동안 이어지는 끼끗한 노송의 숲길은 꺼뭇꺼뭇한 이끼가 말라붙어 얼룩이 진 크고 작은
바위들을 지나면 지금은 사용을 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는 낡은 TV안테나가 길섶에
방치되어 있는데, 그곳에서 좌측의 가파른 내리받잇길을 구르듯이 내려서면 왕복2차선의
차도로 지맥의 산길은 꼬리를 드리운다.노곡면 하월산리 방면과 근덕면 하맹방리 쪽 사이를
잇는 424번 지방도로가 넘나드는 고개인 해발345m의 들입재다.그러나 이 도로는 거의 폐도
수준이다.그것은 이 도로를 대체하는 올곧은 들입재 터널이 새로 건설되어 있기 때문에
이제는 구불구불거리는 구절양장의 옛 도로는 쓸모가 없어진 거였다.
들입재 고갯마루 좌측 10여 미터쯤으로 맞은 쪽 숲으로의 오르막 임도가 산객을 기다린다.
고갯마루에서 곧바로 오르막을 치고 올라도 되지만 이왕지사 임도를 거치면 오르막 산길이
다소 부드러워지지 않겠는가.우측으로 비스듬하게 이어지는 임도를 3,4십 미터쯤 따르다
보면 임도 옆으로 흰바탕의 네모난 입간판이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다(찌그러들어서).
입간판에 담겨 있는 내용은,이 근방은 수시 발파및 굴삭기 작업으로 비석(飛石)과 전석(轉石)
발생의 위험이 있으니 얼씬을 하지 말라는 경고문이 담겨 있다.앞으로 거치게 되는 채석장
관계자가 세워놓은 모양이다.
해발527m봉
그러한 경고 입간판이 있는 곳에서 임도를 뒤로하고 가풀막진 오르막 숲길로 발걸음을
재우친다.오르막은 완만한 편이지만 꾸준하게 꼬리를 잇는다.산길은 8부능선쯤에서 두 곳
으로 갈라지는데, 맞은 쪽의 오르막은 해발527m봉으로 오르는 산길이고, 좌측은 527m봉을
그냥 건너 뛰고 손쉽게 우회하는 길이다.신갈나무를 비롯한 활엽수들의 붕긋한 해발527m
봉 정수리 일대에는 크고 작은 돌들과 바위들의 봉우리다.이 멧부리에서 지맥은 좌측 9시
방향으로 급선회를 하며 이어진다.
산길의 난이도는 평범한 수준인데 후텁지근하고 찌는 듯한 무더위를 다소라도 완화 시켜
줄 바람은 가뭄에 콩나듯한다.산길은 머지않아 지맥을 가로지르는 임도로 꼬리를 드리운다.
벌건 흙의 이 임도는 현재 개설공사가 진행중인 임도다.그러한 행색의 임도를 곧장 가로
지르면 펑퍼짐스럽고 납데데한 참나무들의 언덕 같은 멧부리로 이어지고 다갈색의 가랑잎
이 수북한 펑퍼짐스러운 지맥은 다시 사거리 임도로 꼬리를 드리운다.이 사거리 임도는
거개가 잡풀과 쑥대로 가득한 임도이다.
찜질방 임도
지맥은 맞은 쪽의 완만한 오르막 임도 쪽으로 꼬리를 잇는다.잡풀이 무성하고 여름꽃들이
한창 미모를 자랑하는 임도는 한동안 이어진다.그러나 이러한 행색의 임도는 길래 이어
지지 못하고 다시 본연의 산길로 꼬리를 잇는다.한길 높이의 어린 신갈나무와 싸리나무
등의 관목들과 잡풀들이 한데 어우러진 산길은 후텁지근한 열기가 마치 찜질방 같다.
이러한 행색의 산길은 어린 소나무숲으로 이어지고 넙데데한 해발570.3m봉을 넘어서면
자작나무숲의 곁을 지나기도 한다.
자작나무숲의 곁을 지나고 신갈나무를 비롯한 참나무들의 엄부렁하고 붕긋한 해발581m
봉에서 지맥은 좌측 9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리며 꼬리를 잇는다.산길은 다소 밋밋하지만
관목들과 잡풀 등이 이동을 거스린다.완만한 오르막은 베개처럼 기름한 멧부리로 산객을
안내한다.넙데데한 정수리 한복판에는 물때가 꺼뭇하게 낀 삼각점이 자리하고 있는 해발
564.6m봉이다.산길은 비교적 뚜렷하지만 싸리나무 어린 소나무들,그리고 잡풀 등이 무성
하여 이동을 다소 무디게 한다.
어쩌다가 좌측으로 시야가 터지면 일렁이는 바람의 시원함을 맛 볼 수가 있다.그러나
좌측 편이 막히면 어김없이 찜질방처럼 무덥고 찌는 듯한 무더위가 온몸을 괴롭힌다.
산길은 머지않아 삼거리 임도로 꼬리를 드리운다.뜨거운 열기가 가마솥 같은 땡볕의
삼거리 임도에서 지맥의 산길은 맞은 쪽의 완만한 오르막이다. 잡풀과 잡목으로 뒤덮혀
있는 희미한 오르막은 간간히 잡목들과 넝쿨들의 터널을 이루기도 하고 산길을 가로막고
넉장거리로 고사한 아름드리 고사목들이 장애물처럼 이어지기도 한다.
팥죽땀은 거침이 없고 그에 비례하여 손길은 자꾸만 식수통으로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낙엽송의 숲이 이어지고 그들을 닮아가는 꺽다리 노송의 숲이 뒤를 잇는다.그러나 그들
사이로 꼬리를 잇는 산길은 무성한 잡풀과 잡목들의 희미한 산길이다.꺼뭇꺼뭇한 행색의
작으마한 바위들이 널려있는 완만한 오르막을 기신거리며 올려치면 베개처럼 기름하고
다소 펑퍼짐한 멧부리에 이르는 데, 삼거리 갈림봉이다.좌측 방향은 이곳에서 100미터쯤
떨어져 솟구쳐 있는 해발592.4m봉으로의 산길이고, 지맥의 방향은 그 반대 쪽으로 꼬리를
잇는다.
좌측으로 발걸음을 하면 곧바로 오르게 되는 봉우리가 신갈나무를 비롯한 활엽수들의
붕긋한 해발592.4m봉이다.정수리 한복판에는 삼각점이 번듯한 삼각점봉이다.592.4m의
삼각점봉을 뒤로하고 지맥의 산길로 다시 접어들면 산길은 반쯤은 오랜 전 이루어진
벌목지대다.등성이 좌측의 벌목지대에는 한 길 높이로 자란 수목들이 울창하다.지맥의
산길은 그들 사이로 산짐승들이나 미꾸라지처럼 빠져 나갈 수 있을 만큼의 틈새로 꼬리를
잇는데 허리를 잔뜩 구부려 기어가다시피 이동을 하기도 하고 이리저리 헤쳐나가는
식으로 산길은 산객의 애간장을 태우며 꼬리를 잇는다.
그러한 행색의 산길은 간벌목까지 군데군데 널부러져 있어 이동을 사뭇 거스르고 있다.
반쯤의 벌목지대는 한동안 꼬리를 잇는다.간간히 바람이 불어오기는 하지만 후텁지근하고
찌는 듯한 무더위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해발522.4m의 붕긋한 멧부리를 넘어서면
저멀리 석회석 채석장이 눈에 들어오고 그너머로 삼척시가지가 아스라하게 조망이 된다.
그리고 삼척시가지 뒤쪽은 가로막는 장애물이 없는 동해바다인데, 어디까지가 하늘이고
어디쯤이 바다인지는 분간할 수가 없다.
채석장,삼척시,동해 조망
해발428.8m의 둥긋한 멧부리를 넘어서고 골리앗 덩치의 송전철탑의 곁을 지나고 통정대부
심가의 묵묘를 지나면 지맥의 산길은 대단위의 채석장으로 접어들게 된다.지맥의 잔등까지
파고 든 '쌍용자원개발(주) 삼척사업소'의 석회석 채석장은 해발358.6m의 안항산을 송두리채
파고 뭉갰다.지맥의 등성이로 약간의 형해(形骸)만이 볼품도 사납게 남아있는 등성이로
채석장의 널찍한 작업로가 산객을 기다린다.햇살은 뜨겁고 뜨거움을 가득 품고 있는 임도
에서는 열기마져 솔솔 피어 오른다.
채석장의 작업로인 임도 이외의 곳으로는 발걸음을 하기가 위험하다.그러므로 작업로만
줄곧 따를 수밖에 없다.그러한 작업로는 안항산 정수리로 가늠이 되는 언덕 같은 구릉으로
이어지고,해발336.4m봉으로 가늠이 되는 앙상한 바위와 돌들만 남아 있는 멧부리의 곁을
곧장 넘어서면 본연의 산길로 다시 접어들게 되는데,내리받잇길은 머지않아 희미해지고
잡목과 넝쿨 등이 한데 얽혀 있는 허섭하고 희미한 산길이 앞을 막아선다.애시당초 해발
336.4m봉을 넘어서지 않고 그대로 채석장 임도를 따랐더라면 더 나은 이동을 하였을 거였다.
채석장
어쨌든 이쯤에서 지맥의 우측 골짜기를 따라 금계마을로의 탈출이 결정되었다.나를 비롯한
산우들 거개가 식수가 바닥을 드러낸 것이 첫 째 이유이고, 대부분 산우들의 탈진이 두 번째
이유이기도 하다.다행스럽게도 금계마을로의 하산은 부드럽게 이루어져 왕복2차선의 도로가
마을 코앞까지 닦여 있는 까닭에 우리의 비대한 버스를 금계마을로 불러들인다(5시20분).
그런 뒤의 여정은 일사천리로 이루어진다.오늘 산행의 날머리이자 육백지맥의 마무리 종착지
인 해발99.1m의 고성산(古城山)을 넘어선 삼척하수종말처리장 곁의 여유 공간으로 이제는
승객의 신분으로 이동을 하게 된다.
결국 안항산을 넘어서고부터 최종 날머리까지는 버스로 번개 같이 해치운 셈이다.한반도의
등뼈 백두대간의 동쪽 물줄기 오십천이 종당에는 삼척을 적시고 난바다의 대해 동해 바다로의
꿈을 이루어나가는 합수머리 어름에서 무더위에 지친 늙마(老馬)들이 도상거리 46.7km의
육백지맥을 마무리 짓는다.합수머리 어름은 지맥의 숲보다 더 후텁지고 찌는 듯한 무더운
날씨다.진작에 예보된 폭염주의보가 여실하다. (산행거리;13km. 소요시간;5시간25분)
(2019,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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