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치~625m봉/지맥분기점~520m봉~고제재~628.9m봉~
~송의산~탁고개~매봉~구인산~달임재~비득재
들과 산에는 꽃이 피고 새가 우짖어 활기가 샘솟는 듯하는데,몸은 나른하고 무겁기
만 하다.침대에서 좀더 뒹굴고 있었으면 좋으련만,기상시간을 알리는 알람은 아랑곳
없이 시끄럽게 귓청을 두드린다.조용하던 집안이 갑자기 요란스러운 비상시국처럼
돌변하는 거였다.어느 새 창밖은 먼동이 트려는지 번하고, 골목에서는 자동차 지나
가는 소리와 인기척이 새벽이 왔음을 애써 알린다.
식욕까지 시원찮은 봄날 꼭두새벽,정성껏 차려낸 밥상을 가상히 여겨 억지로 꾸역
꾸역 구겨넣고 서둘러 집을 나선다.오늘은 도상거리 34.7km의 정수지맥 첫번 째 구
간의 산행일인 거다.요즘은 고속도로가 본래의 제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곤 하지만
들머리인 밀치(密峙)에 득달한 시각은 버스에 오르고, 꼬박 3시간쯤이 흐르고 난 뒤
다.산청군과 거창군이 경계를 짓는 고갯마루 밀치는 진양기맥상의 주요한 고갯길이
기도 하다.

밀치
정수지맥의 분기점은 밀치 고갯마루에서 서쪽 방향의 오르막이다.어귀에는 '진양기맥
종주 등산로 안내도'가 담겨 있는 입간판이 마련이 되어 있고,'산청군 차황면'이라고
새겨진 1m쯤 높이의 대리석 사각기둥이 그들 지역의 영역표시를 하고 있다.그리고
길목에는 산길 안내를 위한 검은 색 바탕의 이정표까지 세워져 있는 데,소룡산 정상
까지의 거리를 1.6km라고 알리고 있다(10시5분).
어제 내린 봄비로 그동안 너무 메말라 흙먼지가 풀풀 날리며 혼탁하기까지 하던 산길
은 차분한 기색에 멀쑥한 느낌마저 느껴지고,굼실거리는 숲의 은근한 향기는 그저
상큼하다.그리고 봄꽃의 대표주자인 연분홍색 진달래꽃은 한창 때를 넘어서고 있고,
농염한 철쭉꽃이 뒤를 잇는 숲은 그동안 벌거숭이 행색의 활엽수목들도 노르스름한
새순으로 서서히 단장을 서두르며 숲의 오색단장을 위한 역할을 아금받게 수행하고
있다.

산길은 합천이가의 묵묘의 곁으로 이어지고,등성이를 따라 전기울타리가 지맥의
방향과 궤적을 함께 하기 시작한다.소나무와 크고 작은 바위들이 옹기종기한 언덕
같은 멧부리 두 곳을 차례로 넘어서면 정수지맥의 분기점인 해발625m봉이 맞은 쪽
저만치에서 산객을 지그시 굽어보고 있다.산길은 전기울타리의 주인격인 완만한 산
비탈의 농장의 곁으로 이어지고,농장을 우측으로 끼고 완만한 오르막을 올려치면
납작스레한 멧부리에 닿게 되는데,이 봉우리가 해발625m의 정수지맥 분기점이다
(10시21분).
해발625m의 정수지맥 분기점에서 우측의 산길은 진양기맥의 북진 방향이고,정수
지맥의 산길은 좌측의 널찍한 임도다.왕복2차선 폭은 될 법한 임도에서 곧바로 숲길
로 접어들면 잣나무숲이 기다린다.중치의 잣나무들의 숲길은 폐헬기장으로 여겨지는
납주그레한 해발590m봉으로 이어지고,다갈색의 솔가리가 푹신한 중치의 잣나무
숲길은 한 차례 더 납데데한 멧부리를 넘어서고 나면 정수리 한복판에 삼각점(거창
468)을 부여받고 있는 납데데한 해발520m봉으로 산객을 안내한다.

연두빛의 새순이 돋아나는 활엽수목들을 비롯한 숲의 식솔들은 봄비를 한 차례 맞아
물들어가는 속도에 더욱 가속이 붙은 느낌이다.해발520m의 삼각점봉을 뒤로하는
숲은 꺽다리 소나무들이 그들먹하고 솔가리가 푹신한 산길은 번듯하다.그러한 행색
의 산길은 이내 지맥을 가로지르는 왕복 2차선의 차도 고갯마루로 슬며시 꼬리를
드리운다.산청군 오부면 오전리와 그 동쪽 고개너머의 차황면 실매리 사이의 시오릿
길인 1026번 지방도로가 무시로 넘나드는 고갯길,고제재다(10시46분).
고갯마루의 도로절개지에는 사태방지를 위한 철망울타리가 길게 방어망을 치고
있는데,마침 고갯마루 근처에는 사람이 드나들 만큼 샛길이 빠끔히 나 있다.그 샛길
을 거쳐 도로를 좌측으로 비스듬히 가로지르면 오르막 산길이 기다린다.오르막은
임도이고,임도는 곧바로 밤나무밭으로 꼬리를 잇는다.밤나무밭 우측 산비탈에는
사초와 봉분 등을 새로 단장하려는지,각종 석물자재들이 군데군데 쌓여 있고, 묘역
일대는 온통 벌겋게 맨땅이 드러나 있다.

고제재
그러한 행색의 비탈을 올려치고 등성이에 오르고 나면 지맥의 산길은 좌측 9시 방향
으로 꽁지를 잇는다.밤나무밭을 좌측으로 끼고 이어지는 지맥의 산길은 밤나무밭을
반바퀴쯤 돌면서 이어지고, 등성이에는 연분홍색 철쭉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숲길이 뒤를 잇는다.산길은 고만고만한 높이에 생김새마저 어금버금한 소나무들만의
붕긋한 멧부리를 서너 차례 넘어서고 나면 해발513.6m봉으로 산객을 안내한다(11
시17분).지맥의 산길은 513.6m봉에서 우측 3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린다.
꺽다리 소나무들이 그들먹한 산길은 여전하게 꼬리를 잇고,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농염한 철쭉꽃도 간간히 모습을 드러낸다.꺽다리 소나무들의 붕긋한 멧부리 두어 곳
을 넘어서고 나면 맞은 쪽 저만치 우뚝 솟구쳐 있는 멧덩이가 한눈에 들어오는데,맞은
쪽으로 보이는 산비탈은 온통 벌목이 이루어져 있다.내리받이는 안부사거리로 이어
지고, 부드러운 안부를 거쳐 벌목지의 가풀막진 오르막을 헐떡헐떡 올려치면 기름한
꼴의 삼거리 갈림봉이 기다리는데,해발608m봉이다(11시45분).

해발608m봉에서 맞은 쪽이 지맥의 방향이고,우측 방면의 산길은 이곳에서 1km쯤
동떨어져 솟구쳐 있는 해발539m의 송의산(松義山) 정상으로의 산길이다.해발608m
봉에서 우측 방면의 송의산 정상 쪽으로 3,4십 미터쯤 발품을 보태면 울퉁불퉁 크고
작은 바위들이 옹기종기한 봉긋한 해발628.9m봉이다.이 봉우리를 넘어서면 기름한
꼴의 전망대 너럭바위로 이어지고 언덕 같은 등성이를 한 차례 더 넘어서 오르막을
올려치면 넙데데한 봉우리에 오르게 되는 데,이 봉우리가 해발539m의 송의산(松義
山) 정상이다(12시6분).
납데데한 정수리 한복판은 권위를 부여받은 삼각점(산청22)이 차지하고 있는 삼각점
봉이기도 하다.송의산 정상에서 발길을 되돌려 다시 조금 전의 해발608m봉으로 돌아
오면 이제 지맥의 방향은 우측 3시 방향이 된다.608m의 갈림봉을 뒤로하는 산길은
머지않아 안부사거리로 산객을 안내한다.오부면 일물리 쪽과 차황면 양곡리 방면
사이를 잇는 등하행 산길이 오르내리는 안부의 고갯길,탁고개다(12시40분).탁고갯
마루 한켠에는 무너져 내린 것으로 여겨지는 서낭당 돌탑의 돌들이 널려 있다.가근방
주민들의 서낭당 역할을 하던 고개이기도 한 거였다.

이러한 행색의 탁고개 안부를 뒤로하고 오르막 비탈을 올려치면 걀쭉한 멧부리가
기다린다.해발 599m의 매봉 정상이다(12시50분).매봉 정상에서 지맥의 방향은 우측
3시방향이다.꺽다리 소나무들이 그들먹한 산길은 솔가리마저 푹신하다.그러한 행색
의 산길은 철망울타리 곁으로 이어지고,이 울타리를 우측으로 끼고 지맥의 산길은
연신 꽁지를 잇는다.
철망울타리가 다른 방향으로 슬그머니 모습을 감추고 나면 산길은 납작스레한 해발
501.7m봉으로 산객을 안내하는데,정수리 한켠에는 골리앗 덩치의 노송 한 그루가
우뚝 서 있다.키도 엄청나게 크고, 'Y'자 모양의 몸통도 어지간하게 굵직하며,수많은
가지들이 마치 커다란 파라솔을 맘껏 펼쳐놓은 듯하여 그늘도 꽤 넉넉하다. 엄장한
허우대의 해묵은 노송 한 그루가 지키고 있는 501.7m봉을 뒤로하고 나면 궤도를
이용한 운반수단이 있는 곳을 지나게 되고,송전철탑의 곁을 차례로 지나고 나면
임도 삼거리 고갯마루에 닿게 된다.

해발501.7m봉의 노송
좌측 방향의 임도는 차황면 장위리 방면이고,우측 방향의 바로 앞의 임도는 오부면
일물리 쪽으로 연결이 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구인산의 허리를 시계 반대 방향
으로 감돌아 구인산 너머의 달임재까지로 연결이 되는 임도다.이러한 세 가닥의
임도 삼거리를 곧장 가로질러 숲으로 기어들면 해묵은 노거수 두어 그루가 지키고
있는 서낭당 행색의 안부사거리가 기다린다.차황면 장위리 쪽과 오부면 방곡리 방면
을 잇는 임도가 넘나드는 고갯길,승재다(13시10분).
승재를 뒤로하고 오르막을 짓쳐 올려치면 펑퍼짐스레한 등성이에 오르게 되는데,
등성이에는 엄장한 덩치의 해묵은 노거수 한 그루가 우뚝 서 있고,그 앞쪽에는 '風
浴臺'(풍욕대)라고 새겨진 검은 색의 빗돌이 세워져 있다.풍욕은 온몸으로 신선한
바람을 쐬어 피부를 자극하는 건강관리법의 하나인데,아마 이곳 언저리가 풍욕을
즐기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장소인 모양이다.

풍욕대
풍욕대를 지나고 나면 숲길은 철쭉나무가 줄을 잇고,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철쭉꽃
은 만발하여 벌과 나비를 부르고 있다.그러한 꽃길은 거대한 바위들의 등성이로
이어지고,엄장한 바윗덩이들의 곁을 지나고 나면 붕긋한 멧부리에 오르게 된다.해발
584.1m의 구인산 정상이다(13시28분).붕긋한 정수리 한복판에는 1981년에 재설한
삼각점이 아직도 반듯한 삼각점봉이기도 하다.
구인산 정상에서 맞은 쪽으로 100미터쯤 발품을 좀더 보태면 해발587m봉이다.그곳
까지 발걸음을 하였다가 구인산 정상으로 되돌아 오면 지맥의 산길은 우측 3시 방향
이 된다.구인산 정상을 뒤로하는 내리받잇길은 급경사의 내리막이다.꺽다리 소나무
들의 가파른 내리막을 구르듯이 내려서면 밀양박가의 묵묘의 곁으로 이어지고,용궁
김가의 묘역의 곁을 차례로 지나고 나면 널찍한 묘짓길은 곧바로 지맥을 가로지르는
양회임도 고갯마루로 슬며시 꼬리를 드리운다.

조금 전 구인산 정상을 오르기 전에 만났던 세 갈래의 임도 중 하나로서 조금 후면
득달하게 되는 59번 국도와 연결이 되는 임도가 넘나드는 고갯길,달임재다(13시
47분).달임재를 뒤로하고 언덕 같은 등성이를 한 차례 넘어서면 산청읍 소재지 쪽과
차황면 소재지 사이를 잇는 59번 국도로 지맥의 산길은 꼬리를 드리운다.도로 한켠
에는 '黃梅樓'(황매루)란 현판이 걸려 있는 팔작지붕의 전각 한 채가 번듯하다.
서북 방향으로는 황매산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그 반대 쪽인 남서 방향으로는 천
왕봉을 비롯한 지리산 주능선이 하늘금을 긋고 있다.과객들의 쉼터이기도한 이러한
조망의 황매루에서 지맥의 방향은 황매루 앞 도로를 우측으로 비스듬히 가로질러
숲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숲은 허름한 행색의 상여집을 좌측으로 끼고 이어지고,
성긴 대나무숲을 지나고 납주그레한 해발435m봉을 넘어서면 지맥을 가로지르는
양회임도를 만나게 된다.

임도 한켠에는 가근방 주민들의 식수용으로 여겨지는 물탱크가 자리잡고 있다.그리
고 건너 편 저만치 흑록의 붕긋한 멧덩이가 한눈에 들어온다.양회임도를 곧장 가로
지르고 등성이까지 차지하고 있는 자드락밭을 가로질러 오르막 숲으로 발걸음을 옮
기면 납주그레한 해발452.7m봉이다(14시10분).납주그레한 해발452.7m봉을 뒤로
하고 이어지는 울창한 소나무 숲길은 이내 찔레넝쿨과 칡넝쿨 등의 넝쿨식물들과
잡목들의 허섭한 산길로 꼬리를 잇는다.
선답자들 대부분이 나지막한 지맥의 등성잇길을 고분고분 따르지 않고 바로 옆의
차도를 따랐는지 산길은 희미하고 넝쿨식물들과 잡목들의 허섭한 행색이다.그러한
허섭한 산길을 벗어나면 머지않아 해발489.8m봉의 8부능선쯤에서 지맥의 산길은
좌측 9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리며 내리받잇길로 산객을 안내한다.한 길 높이로
자란 소나무 다복솔들이 층하를 두고 한창 자라나고 있는 솔밭 내리받이를 구르듯이
내려서면 왕복 2차선의 차도 고갯마루가 산객을 기다린다.

저 아래가 비득재
산청읍 병정리 쪽과 차황면 소재지 방면 사이를 잇는 8번 군도가 넘나드는 고갯길,
오늘 산행의 날머리 비득재다(14시40분).-계절은 시나브로 성하의 계절로 줄달음
을 친다.들과 산은 연두색으로 덧칠을 거듭하고 나면 머지않아 초록의 세상이 될 터
이다.하늘은 어제 내린 비가 닦아 놓았는가.눈이 부시도록 새파랗고 해맑은데,드넓은
창공의 이곳저곳에는 겨르로운 흰구름만이 덩실하다.이제는 따사로운 햇살은 버거
워졌고,시원한 그늘이 절실한 계절이 성큼 다가온 거였다.
(산행거리;14km.소요시간;4시간25분) (202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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