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몇년 전에 영국의 어느 고미술품 경매 사이트에서
본산녹니로 만든 자사호를 보았습니다.
아주 멋진 호였는데, 처음부터 가격이 만만치 않았지만
참 멋지길래 저도 응찰을 해보았더랬습니다.
ㅎㅎㅎ 너무 비싸게 올라가서 중간에 포기,,,
그때 사진이라도 저장해 두었어야 하는데
안해뒀더니 지금은 찾을 수도 없네요.
그래도 그때 시리즈로 몇개 올라온 자사호 중에
하나는 건졌더랬습니다..
그런데 진품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본산녹니라는 니료 자체가 귀하기 때문에
옛날에 만든 본산녹니 호를 찾기도 힘듭니다.
본산녹니는 본래부터 큰 호는 못 만들고
작은 호를 주로 만들거나 다른 호들의
색을 조절하는 데 쓰이는 경우가 많다 합니다.
청나라 말에 본산녹니로 만든 호입니다.
참,,, 색이 밉게 들었습니다.
진한 차를 우렸던 건지, 양호를 잘 안 한 건지...
이 호의 양식은 사방전로호(四方傳爐壺)입니다.

그중에서도 <전로>는 도교의 도사들이 단약을 만들 때
사용하던 화로라는군요.
그러고보니 이 전로호 말고도 아주 많은 자사호들이
청동기에서 모티브를 따왔습니다.
의흥에 가보면 청동기가 실린 도록을 들여다보며
열심히 연구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앞에 <사방>자를 붙여서 네모나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사방전로호>는 청나라 말 민국 초에 자사호의 제작과 판매로
아주 유명했던 <철화헌>이라는 상점에서 만든 것입니다.
이 <철화헌>의 주인인 대국보(戴國寶)는 1870년에 태어났고
본래는 도자기에 각을 했는데 자사호에 심취한 후에는 자사호에
각을 했다 합니다.
쇠칼이나 쇠침으로 각을 하는데 그 솜씨가 마치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듯하다 하여 가게 이름도 <철화헌(鐵畵軒)>이라 지었습니다.

뚜껑 안쪽에 <운근(雲根)>이라는 도장이 찍혀 있습니다.
이 호를 제작한 이의 이름이 오운근(1892-1969)입니다.
오운근은 의흥사람으로 <철화헌>에서 일했고,
나중에 중앙대학 도자학과로 옮겨 기술직으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1932년에 시카고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 호를 출품해 우수상을 탔습니다....
그가 만든 전로호는 다른 사람들의 전로호와는 다른데
특히 주둥이가 마치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학이 언제라도
떨쳐일어나 하늘로 날아갈 듯한 기세라고.....
이 호는 자사호 감정가이자 소장가인 사지명(沙志明)의 소장품입니다.
호를 만든 사람은 시카고 만국박람회에서 우수상을 탔고
각을 한 대국보도 명성이 높은 사람입니다.
호를 만든 사람, 각을 한 사람, 소장한 사람이
모두 유명한 사람이라서 이 호가 더욱 값어치가 높다고 합니다...
첫댓글 녹니라는것도 알려주시고 비싼거라는것도 알려주시고 ㅎㅎ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저도 재미있었습니다...
신기하고도 재미난거 많이 올려주셔서 잘보고 있습니다
흠... 역시 미적가치 예술성이 들어가면 비싸군요.
우리는 언제부터 이런것들과 멀어진건지...
우리 도기, 식자제 같은것들이 점점 멀어지고 없어져가는게 눈에 띄이는데...
안타깝네요.
저런 호 하나 가질 수 있으면 가보로 삼을텐데요...
실제로 볼 수만 있어도 좋긴 하겠습니다.
차를 마시면서 도자기를 알아가는 것, 특히 자사호는 보이차처럼 그 종류와 사연이 별별입니다 ㅎㅎㅎ^^
자사호가 어려우면서도 참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호마다 얽힌 이야기도 참 많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