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티재~바데산~동대산~내연산 삼지봉~동관봉~향로교
예전이었다면 수도권에서 내연산 군립공원을 당일치기로 찾아가려면 도착하자마자 부랴부랴 내연산 계곡이나 방문하여 수박겉핥기식으로 후딱 해치우고 다시 귀경을 서둘러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며, 내연산의 주요 봉우리인 문수봉과 삼지봉,그리고 내연산의 정상 향로봉 등의 산행과 연산폭포를 비롯한 수많은 폭포와 담(潭)이 기다리는 내연산 계곡을 거쳐 천년고찰 보경사 관람까지의 일정을 죄다 해치우려면 무박일정이 아니면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여정이었다.그러나 작금에 이르러서는 고속도로가 삼지사방으로 시원스레 뚫려있는 까닭에 대여섯 시간의 다소 긴 산행까지 마무리짓고도 귀경길은 여유가 생겼다.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내연지맥의 두 번째 구간이 되는 오늘의 일정은 매티재에서 바데산과 동대산을 거쳐 삼지봉,동관봉을 차례로 넘어 향로봉 3,4백 미터쯤 못미쳐 나 있는 삼거리 갈림봉인 동관봉에서 청송군 죽장면 하옥리 향로교 쪽으로 하산하게 되는 일정인데,험한 산길을 감안하여 역(逆) 산행으로 이루어지는 산행거리 17,5km의 당일산행으로는 다소 빠듯한 일정이 되겠다.경상북도 영덕군 달산면 옥산리와 고개너머 동남 방향의 동해안가 남정면 소재지 사이를 잇는 930번 지방도로가 무시로 넘나들고,달산면과 남정면이 경계를 짓는 고갯길 매티재에 우리들의 이동 베이스캠프가 득달한 때는 버스에 오른지 꼬박 4시간쯤이 흐르고 난 뒤다(10시37분).
매티재 고갯마루에서 남쪽으로 꼬리를 잇는 지맥의 산길은 부드럽고 다소 밋밋하게 산객을 맞이한다.그제 내린 비는 비록 강수량은 넉넉하지 못하지만 온갖 수목들의 잎새는 활기차고 생기마저 발랄한 기색이다.밋밋하게 이어지는 등성이 우측 바로 아래로 구불구불 임도 공사가 한창이다.집채 만한 굴삭기 두 대가 앞 뒤에서 땅을 뭉개고 흙을 덤프에 싣느라 한창이다.인부는 두엇 뿐이라 인적은 없는데, 굴삭기 두 대와 덤프 차량만이 요란스레 숲의 정적을 깨뜨리고 있다.도로공사 현장의 곁을 지나 곧바로 숲으로 기어들면 그동안 밋밋하던 산길은 가풀막진 치받잇길로 행색이 바뀌며 산객을 다그치기 시작한다.
겨우 내 장거리 산행을 거의 거른 채 집 근처 산책로 같은 산길만 건강을 위해 어정거린 것 밖에 없으니 조금은 걱정이 된다.그러나 오늘따라 신체의 컨디션은 좋은 편이다.헐떡헐떡 코가 땅에 닿을 것 같은 급경사의 비알을 올려치면 바위 절벽길이 기다린다.바위절벽길은 이리구불 저리구불거리며 미로처럼 꼬리를 잇는다.가뿐 숨을 헐떡이며 급경사의 바위절벽길을 올려치면 선바위 행색의 바윗덩이 두엇이 지키고 있는 암봉이 산객을 맞이한다.이 암봉에서 지맥의 산길은 좌측 9시 방향으로 이어지고, 그 반대 방향인 우측 3시 방향은 이곳에서 3백 미터쯤 동떨어져 솟구쳐 있는 해발645.8m의 바데산 정상으로의 산길이다(11시27분).
바데산 가는 길가에는 연초록의 녹음 속에서 흐드러진 연분홍색 철쭉꽃이 홍일점으로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있다.자갈더미처럼 생긴 봉분 주위로 크고작은 돌들로 널찍하게 울타리처럼 두른 묵묘를 한 차례 거치고 나면 머지않아 오르게 되는 넙데데한 꼴의 멧부리가 해발645.8m의 바데산 정상이다.넙데데한 정수리 한복판에는 2004년에 재설한 삼각점(영덕25)이 아직도 번듯하고, 검은 오석으로 빚은 정상 빗돌도 아담하다.바데산 정상에서 다시 발길을 되돌려 조금 전의 삼거리 갈림길로 되돌아오면 이제 지맥의 방향은 맞은 쪽이다.
삼거리 갈림길을 뒤로하고 나면 머지않아 만나게 되는 내리막은 급경사다.군데군데 고정로프가 준비가 되어 있으니 서두르지만 않는다면 걱정할 건 없다.무릎을 괴롭히는 가파른 내리받이를 거치고 나면 우측으로 죽장면 하옥리 방면의 새터골 상류에 자리잡고 있는 비룡폭포 쪽으로의 등하행 산길이 나 있는 갈림길로 이어지고,집채 만한 암봉을 한 차례 거치고 완만한 치받이를 더 올려치면 봉분처럼 생긴 바위 두엇과 연초록 잎새의 신갈나무 등이 엄부렁한 해발464.4m봉이다(11시58분).464.4m봉을 뒤로하고 나면 다갈색의 가랑잎이 수북한 가파른 내리받잇길이 기다린다.
가파른 내리막을 거치고 나면 사거리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좌측은 남정면 사암리(2.3km) 방면이고, 그 반대 쪽인 우측은 죽장면 하옥리(비룡폭포1.4km) 쪽으로의 등하행 산길이다.산객의 땀을 닦아주려는가,간간이 시원한 바람이 일렁거린다.숲은 이미 연초록의 옷으로 시원스럽게 갈아입었으며 산새들의 자저귐은 귓전을 가만가만 두드린다.여전하게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는 연분홍빛 철쭉꽃이 산길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다.아름드리 노송 너덧그루가 지키고 잇는 붕긋한 해발644.9m봉에 이르면 지맥의 산길은 우측 3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리며 산객을 아금받게 안내한다.
고인돌처럼 생긴 역삼각형꼴의 기암의 곁을 지나고 나면 비룡폭포가 있는 하옥리 방면으로의 등하행 갈림길로 이어지고,통나무 말뚝을 이용한 엉성한 계단의 오르막을 헐떡거리며 올려치면 해발682.3m봉이다(12시56분).신갈나무 무리들과 아름드리 노송 한 그루가 지키고 있는 붕긋한 682.3m봉에서 지맥의 산길은 우측 2시 방향으로 슬며시 커브를 그린다.다소 밋밋한 산길은 머지않아 간이식탁이 마련이 된 쉼터를 내놓으며 잠시 쉬어감을 권한다.이럴 땐 쉬어야 한다.마른 목도 충분하게 적시고 헛헛함도 간단하게 해결하고 다시 산길을 나선다.
산길은 곧바로 삼거리 갈림길을 내놓는데,우측은 이곳에서 300미터쯤 떨어져 솟구쳐 있는 해발792.4m의 동대산(東大山) 정상으로의 산길이고, 그 반대 쪽인 좌측이 지맥의 산길이다.갈림길에서 동대산 정상까지는 왕복 15분쯤이면 넉넉하다.사각의 지붕을 인 정자가 한 켠에 다소곳하고, 예전에는 헬기장의 역할을 담당하였던 정수리 한복판에는 정상 빗돌이 세워져 있으며, 1973년 건설부 시절에 심어놓은 삼각점이 아직도 번듯하다(13시22분).그리고 동대산 정상과 삼거리 갈림길 중간쯤에는 크고작은 돌들을 울타리처럼 두른,오랜 전 묘지터로 여겨지는 곳을 서너 군데 만나기도 한다.동대산 정상을 둘러보고 다시 조금 전의 갈림길로 되돌아오면 이제 지맥의 방향은 맞은 쪽이 된다.
산길은 이전보다 사뭇 밋밋하고 수더분하게 꼬리를 잇는다.이러구러 3,4십분쯤 그러한 행색으로 산객을 안내하는 산길은 크고작은 돌들로 널찍하게 울타리를 두른, 예전의 묘지터가 차지하고 있는 해발780.8m봉으로 이어지고,곧바로 헬기장터를 지나고 나면 산길은 푸른 초원 같은 초지 사이로 꼬리를 잇는 산길이다.이 풀은 외래종으로 번식력이 왕성하여 토종 잡초들에게 해악을 끼칠 수 있는 풀이라고 한다.그러한 초지의 산길이 간간이 이어지는 산길은 머지않아 헬기장 역할을 맡고 있는 납데데한 멧부리로 산객은 안내가 된다.해발711.3m의 삼지봉 정상이다(14시28분).
사방의 조망을 기대할 게 없는 삼지봉 정상을 뒤로하는 산길은 비교적 밋밋하고 널찍하다.내연산 군립공원의 유명세로 전국의 산객들이 사시사철 분주하게 오고가기 때문이다.여전하게 간간이 모습을 드러내는 연분홍색 철쭉꽃이 아름다운 산길은 해발782.3m봉의 좌측 8부 능선쯤으로 얌체처럼 이어지고, 발걸음을 좀더 재우치면 납데데한 삼거리 갈림봉으로 산객은 안내가 된다.'동관봉'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멧부리다.이 멧부리에서 우측은 지맥의 산길이자 향로봉 정상(1.5km)으로의 산길이고,그 반대 쪽은 내연산 계곡의 상류인 시명리 방면으로의 등하행 산길이며, 맞은 쪽이 오늘 산행의 하산 날머리인 하옥리(향로교) 방면의 등하행 산길이다(15시15분).
하옥교 방면의 하산길은 다소 부드럽게 꼬리를 잇는 내리받잇길이다.이러한 행색의 산길은 얼레지 군락지와 초원을 방불케 하는 외래종 풀밭 사이로 이어지고, 한 차례 해발865.6m봉의 좌측 8부 능선을 거치고 나면 험악스러운 절벽 같은 내리막이 산객을 기다린다.오늘 산행이 역(逆) 산행으로 순리를 어기게 된 바로 그 악명 높은 급경사인 거다.한눈을 팔거나 서두르는 경망이면 순식간에 대형사고를 당할 수 있는 급박한 내리막이다.이럴 땐 유연하고 탄력이 강력한 무릎의 도움이 절실하다.이러한 험악한 전설의 내리막을 도망치듯이 벗어나면 오늘 산행의 날머리인 왕복 2차선의 차도가 기다린다.이 도로는 죽장면 소재지와 그 반대 쪽인 북쪽의 달산면 옥계리 사이를 잇는,'죽장로'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69번 지방도로다.(산행거리;17.8km. 소요시간;5시간45분) (2022,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