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방문 긴 여운, 두바이의 두 얼굴, 그리고 이집트
꿈의 도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꿈결처럼 스쳐왔다. 두바이는 동서양의 중간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 덕에 국제항공선 환승지로 최적화 된 공항이다. 동유럽과 스포모(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여행 때 경유했던 두바이공항 라운지에서 두바이 랜드마크 부르즈 칼리파 빌딩을 바라보며 신기루 같은 도시를 꼭 한번 들리고 싶었다,
패키지여행으로 이집트(10일)를 예약하면서 레이오버(Layover)를 활용한 두바이 일정이 있어 찍었다. 레이오버는 환승·경유지에서 24시간 미만 머무를 때 짧은 시간을 활용한 여행을 뜻한다. 두바이관광청은 두바이공항 경유 레이오버·스톱오버(24시간 이상) 여행객에게 체류 시간별 관광 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인천공항에서 지난해 10월 24일 자정 무렵 출발한 여객기는 두바이공항까지 9시간 30분 걸려 현지 시간 05시에 도착했다. 두바이공항에서 이집트 카이로행 비행기 탑승시간은 15시로 체류시간은 10시간이다. 새벽에 도착하여 관광이 제대로 이뤄질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기내에서 세수조차 제대로 못한 부스스한 몰골로 두바이에 입국했다. 여권에 이스라엘을 방문한 입국 도장이 찍혀 있으면 입국할 수 없다. 여행가방은 카이로공항서 찾게 되니 홀가분하다.
알 파히디 역사지구 산책
공항엔 현지 가이드가 관광버스와 함께 기다린다. 두바이는 거주자의 85%가 외국인이라고 가이드가 소개한다. 인도·파키스탄 등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다는 것. 2023년 하반기에 발행 된 “아랍에미리트 고액 신권 1000디르함(약 35만원) 뒷면에 한국이 수출한 바라카 원자력발전소가 그려져 있어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다.
선착장에 도착하여 전통 목선 나룻배를 탄다. 현지인들이 사용하는 ‘아브라(abra)’ 수상택시다. 요금은 1디르함(약350원).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를 가로 지르는 크릭(creek)을 건너 구시가지로 간다. 5분 정도 걸려 간이 선착장에 도착한다. 페르시아만의 바다가 흘러들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하천 크릭을 경계로 북쪽은 데이라(Deira), 남쪽은 버 두바이(Bur dubai)다.
버 두바이 지역의 알 파히디 역사지구는 크릭을 통해 무역업이 번성했던 1900년대 세워진 전통 주거지역이다. 석고와 산호로 만든 건물들을 세심하게 복원하여 과거의 영광을 재현해 놓았다. 부유한 가정집은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담벼락이 무척 높다. 주택 꼭대기에 바람을 모아 집안으로 흘러 보내 천연에어컨 역할을 하는 바람탑(wind tower)과 삐죽삐죽 튀어나온 나무 배수로가 눈길을 끈다. 공터에 설치해 놓은 사막에서 생활하는 배두민의 텐트는 어설픈 설치미술 같다. 성벽의 흔적을 유적으로 남겨놓았고, 골목의 아랍풍 벽화가 선명하다.
다운타운 지역은 버스 투어
두바이 다운타운 지역은 에어컨 빵빵한 관광버스 차창을 통해 다양한 건물들을 감상한다. 파리 개선문 모양의 국제금융센터, 강철과 유리 소재로 만들었다는 도넛 닮은 미래박물관, 건물과 건물사이 이음통로 외관이 특이한 오피스 타워 등 독특한 모양의 건물들을 보는 것만으로 두바이에 왔다는 것을 실감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21세기 바벨탑’으로 불리는 버즈 칼리파 빌딩(828m)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긴다. 웅장함과 뾰족함에 압도되어 다리를 길게 뻗어 찍는다. 버즈 칼라파 앞에는 축구장 200개 규모의 세계에서 가장 큰 쇼핑몰 두바이몰과 화려한 분수쇼로 유명한 분수대가 있다.
나킬몰역에서 출발하는 모노레일을 탔다. 인공 섬 팜 주메이라 전경이 파노라마처럼 빠르게 스쳐간다. 여러 개의 섬이 야자수처럼 펼쳐진 전경은 신비감마저 든다. 파이브 팜 주메이라 호텔, 두바이 최고의 럭셔리 리조트와 고급주택, 휴양시설이 그림처럼 펼쳐져 눈 호강한다.
주메이라 해변에 위치한 돛단배 모양의 ‘7성급 호텔’ 버즈 알 아랍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긴다. 쪽빛 바다를 향해 출항할 듯 날렵한 외형이다. 28층엔 헬리콥터 이착륙장이 있고, 내부엔 황금계단이 있다니 상상을 초월한다. 하룻밤 숙박료가 1000달러(약 120만원)에서 최고 1만5000달러(약 1800만원) 된다니 서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프레임 전망대서 바라본 두 얼굴
액자 형 건물 ‘두바이 프레임’ 전망대를 찾았다. 황금빛이 도드라진 건물 프레임은 150m 높이 두 개의 탑을 93m 길이의 다리로 연결하여 2층 구조 액자와 같다. 뜨거운 태양아래 길게 줄을 서 기다린다. 인도사람들이 유난히 많다. 30여분 기다림 끝에 차례가 와 에어컨이 나오는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보안 검사에 또 시간이 지체된다. 입장하여 엘리베이터를 타러가는 통로에 ‘두바이의 과거’를 전시해 놓았다. 사막의 낙타와 유목민, 향신료와 직물 등 교역품, 전통 커피 도구 등 사진과 홀로그램 소품들이다.
48층 높이의 전망대에 올라 두바이의 현재를 내려다본다. 북쪽으로는 낮은 건물이 조밀하게 들어선 구 시가지가, 남쪽으로는 사막위에 조성한 인공녹지와 화려한 마천루가 빼곡한 신시가지로 두바이의 두 얼굴을 내려다본다. 전망대 바닥의 유리는 불투명한 상태에서 발을 디디면 투명하게 바뀌면서 아찔하다.
짧은 시간, 알찬 레이오버 여행으로 추억을 남긴다. ‘중동의 진주’ 두바이는 전 세계 사람들을 상대로 그들만이 전할 수 있는 ‘가치’를 창출하며 석유 다음 세대를 착실히 준비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아랍식 뷔페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공항으로 나가 카이로행 비행기에 오른다. 13.8매
※미니박스 2건
4500년 역사 품은 피라미드 인증 샷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는 이집트 여행의 백미다. 카이로 시내에서 10㎞, 차로 30분 거리, 기자지구에 있다. 이른 아침 서둘러 왔는데도 수많은 관광 인파가 몰려 북새통이다. 세계인의 관심이 여전히 쏠린 유적임을 실감한다.
쿠푸왕의 대 피라미트 앞에서니 나는 작은 점이 된다. 4500년 역사를 품은 피라미드는 압도적이고 거대하고 위압적이다. 한 면의 바닥 길이 230m에 높이는 146m. 아파트 45∼50층 높이다. 피라미드의 작은 돌은 2.5t, 큰 돌은 50t. 아스완에서 사막까지 가져와 정교하게 쌓았다는 게 불가사의하다. 스핑크스는 자연암석으로 사자의 몸에 인간의 머리 형상으로 조각한 왕의 묘지 수호자였다. 코 부분이 망가지고 턱수염이 떨어져 나갔으나 명성은 여전하다.
나일강 크루즈 타고 고대 유적지 탐방
나일강은 이집트의 축복이다. 국토의 95% 이상이 사막인 이집트에서 인구의 90% 이상이 나일강에 기대어 삶을 꾸려간다. 이집트 문명은 나일강 유역을 따라 탄생했다. 이집트를 제대로 보려면 나일강 크루즈 이용은 필수다. 룩소르와 아스완을 오가는 5성급 ‘술탄 핫산 크루즈’호를 2박 3일 이용했다. 2, 3층은 객실로 깔끔하며 창밖 풍경을 볼 수 있다.
4층은 수영장과 선 배드가 있고, 그늘막과 의자를 배치해 놓아 나일강의 경치와 강변 사람들의 삶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1일 3식 뷔페식이고 퀄리티도 좋은 편이다. 뱃길 아스완과 룩소르 사이 유적지는 룩소르 신전, 카르나크 신전, 콤옴보 신전, 필레 신전, 왕가의 계곡, 멤논의 거상 등이다. 홍해를 낀 휴양도시 후루가다에서 여행의 여독을 씻는다.
두바이 렌드마크 버즈 칼리파 빌딩(828m)을 배경으로 인증샷. 웅장함과 뾰족함에 압도되어 다리를 길게 뻗어 본다.
크루즈 옥상의 선베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