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창밖의 저 다리위로 제설차(除雪車)가 다니는 소리에 잠을 설쳤다.
일어나 T.V 를 켜보니 북해도(北海道) 동쪽 끝에 있는 "라우스"(羅臼)라는 동네에
일본 관측사상 하룻밤 새로는 최고로 많은 눈이 왔단다.(하룻밤 새에 1미터 80센치가 왔단다.)
다리 아래에도 집들이 있는데 눈이 온 풍경이 무척 아름답다.
뭐하는 집들인지 궁굼했는데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저 집들의 용도를 알아냈다.
다리아래의 저 많은 집들이 모두 이 근처의 호텔이나 숙박시설들의 정화조를 처리하는 시설이란다.
아침을 먹기 전에 호텔 마당으로 나와 봤다.
일부러 눈구경을 왔지만 이렇게 많은 눈은 정말 처음 본다.
어제 호텔에 들어 온 차들이 모두 눈을 잔뜩 덮어 쓰고 있다.
호텔 주변도 조그마한 제설차가 부지런히 눈을 치우고 있다.
아마도 밤새 눈을 치웠을듯 하다.
이상한 것은 눈이 이렇게 많이 와도 그리 춥지는 않다.
마침 가이드가 나왔길레 눈이 이렇게 많이 오는데 갈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았다.
"여기는 이 정도면 안 오는거예요. 일정에 아무 문제 없어요."
"빨리 식사나 하세요." 한다.
식당으로 가서 아침을 먹는다.
소시지 몇덩어리와 스크램블, 그리고 야채셀러드, 이거면 충분하다. 맛이 있다.
오늘의 일정(日程)은 "오따루"(小樽 : Otaru)에 가서 옛 운하(運河)와 오래된 마을을 보고
"요테이 산"(羊蹄山)아래 있는 "후끼다시" 공원(噴出し 公園)을 둘러보고,
"도야호"(洞爺湖)에 가서 배를 타보고 그곳에서 특별식 저녁을 먹고 하루를 묶는단다.
정산계(定山溪)호텔에서 "오따루"(小樽) 가는 길.
버스는 지방도로를 이용하여 큰 고개를 넘어 북쪽으로 향한다.
터널을 지나자 얼어있는 큰 저수지가 나온다.
가는 길이 험하고 터널도 여럿 지나며 중간 중간 길이 안 보일 정도로 눈이 많이 왔다.
눈발이 거세졌다 가늘어 졌다를 반복하는 길을 나이가 많은 버스기사님은 잘도 달린다.
그래도 거울에 비치는 기사님의 얼굴은 상당히 긴장한 표정이다.
이 길은 밤에는 통행(通行)이 금지(禁止)된다는 전광판(電光板)이 보인다.
현재 밖의 기온은 영하 6도란다.
노면이 얼었다는 정보도 나온다.
지도를 보니 "오따루"까지의 절반은 온듯하다.
길을 따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있는 아래로 향한 화살표 모양의 표지판에 대해 물어봤다.
길옆에 서 있는 폴(Pole)대에 의해 강설(降雪)의 양(量)을 측정할 수 있지만
눈이 더 많이 오거나 설풍(雪風)이 불면 아무것도 안 보인단다.
그래서 위쪽에 길가의 표시를 해 놓은 것이란다.
멀리서도 그것만 보고 안전하게 갈 수 있게 해 놓은 것이란다.
그러니까 눈이 많이 오면 지금의 두 배가 더 많이 온다는 것이다.
특이한 것은 염화칼슘을 안 뿌리는 것이다.
이 정도의 험한 길에 눈이 이렇게 많이 오면 염화칼슘을 뿌려줘야 할텐데,,,,
그런데 갑자기 앞에 눈이 녹은 도로가 보인다. 여기만 눈을 치운 것일까?
가이드가 내 속을 눈치챘는지 먼저 설명을 해준다.
산간도로의 급커브길은 도로아래 전열선(電熱線)을 깔아서 눈이 녹게 해 봤다고 한다.
시내(市內)의 길에서는 필요(必要)한 곳은 건물(建物)에서 쓰고 내려오는 더운 물로
눈을 녹이게 도로의 바닥에 호스를 깔았다고 한다.
"조리 댐"(朝里 Dam)에서 "정산계"(定山溪)의 호텔 앞 다리까지 통행이 어려운 모양이다.
우리는 다행히 미리 와서 관계는 없지만,,,,,
곳곳에 눈사태를 막아주는 설치물이 있는 것도 처음 본다.
댐이 있는 계곡에서는 길이 빙 돌아가는 다리가 만들어져 있다.
급경사는 위험하니 크게 360도를 도는 완만한 다리를 설치했다.
이 다리에도 열선을 깔아서 눈이 모두 녹았고 얼지도 않는다.
지금은 아래쪽에서 공사중이라 일방통행을 하는 중이다.
이제 "오따루"에 다 왔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시계가 있는 등대가 보인다.
창문위에 작은 글씨로 "등대다방(燈臺茶房)이라 써 있다.
저렇게 작은 곳에서 뭘 팔까?,,,,,,,,
오따루(小樽) 시내에 들어 왔다.
원래 이곳 北海道는 "아이누 族"의 땅이였단다.
오따루(小樽) 시내 관광지도.
대부분의 地名은 "아이누 족"이 부르던 대로 한자표기를 하여 사용한다고 한다.
이곳도 눈이 만만치 않다.
그런데 워낙 많은 탓인지 길가로 치워만 놨지 방치된 느낌이다.
사람들이 다니는 人道와 차가 다니는 車道의 구분이 어려울 정도이다.
이곳에서 내가 어렸을 때 보았던 신호등을 다시 보다니,,,,,,,,,
조금 눈길을 걸어가니 운하(運河)가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관광용(觀光用)으로 단장을 한 운하(運河)는 저 앞 다리 건너부터란다.
이곳 역시 車道에도 눈은 치워지지 않았고, 염화칼슘과 같은 제설제(除雪劑)도 뿌려지지 않았고,
차들도 바퀴에 체인을 친 차는 한 대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길가에 특이한 것이 보인다.
아하,,,,,
미끄럼 방지를 위해 人道에는 가리비 조개 껍데기를 부순 것을 사용한단다.
이곳은 조개가 많이 나니 그럴듯한 생각이다.
다리 위까지 왔다.
창고는 모두 옛날 모습이지만 일부 창고는 음식점등 다른 용도로 개조되어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날이 흐리고 눈이 와서 사진이 조금 그렇치만 오타루를 온 사람들은 꼭 사진을 찍는 곳이란다.
"오따루"의 운하는 1924년부터 1933년까지 9년에 걸쳐 만들어 졌단다.
길이가 1140미터였다고 한다.
운하는 항구의 쇠퇴에 따라 이곳 일부만 관광용으로 남겨놓고 대부분 메워졌다고 한다.
눈이 많이 쌓인 운하의 도로에는 작은 제설장비로 눈을 치우고 있다.
우중충한 색갈의 창고가 날이 흐려서인지 더욱 침울하다.
옛 유럽풍의 가로등이 그 오래된듯한 느낌을 더해 주고 있다.
운하를 거니는 길옆에 "나의 오따루"라는 "노래비"가 있다.
그래,,, 일본 노래는 꼭 3절까지 있더라,,,,,,,
이건 아마도 운하의 길을 장식하는 조명시설이리라.
불이 켜진 곳만 눈이 녹아 기이한 형태로 남아있다.
우리 뒤를 따라 온 중국인 관광객들 때문에 운하가 시작되는 이 자리의 사진을 못찍었다.
그들이 물러 날 때까지 조금 기다려야 했다.
운하가 시작되는 사거리 건너편에 옛 건물이 서있다. 뭘까?
두리번 두리번 가이드를 찾는다.
옛날 소방시설이란다.
위는 화재를 감시하는 전망대이고,
아래에 있는 것은 물을 떠다 화재를 진압하는 물동이를 준비해 놓은 것이란다.
그러나 이것도 나중에 알았다.
저곳이 옛날 골목을 재현해 놓은 곳이라는것을,,,,
저 안에 들어가면 옛날의 점포가 있고 옛날 음식도 판매한단다.
하지만 저곳에 들어가면 언제 나올지 몰라 나홀로 여행이 아니면 시간이 안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