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제2호 통권 401호 월간 한맥문학 신인상
김태연
▷1984년 서울 종로 출생
▷아동문학 소백동인회 회원
▷어린이도서연구회 영주지회 회원
▷풍기문화의집 근무
[수상소감]
어린이들의 생활 속을 파고드는 동시 쓰고파
<한맥문학> 신인문학상에 당선되었다는 통보를 받고나니 내 삶에 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습니다. 내가 시인이 되다니요. 생각지도 못한 일입니다.
얼마 전 결성된 어린이도서연구회 영주지회 회원들과 함께 어린이 도서를 읽고 토론하며 맛보는 일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동문학소백동인회에 가입하여 동시를 함께 써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의를 받았습니다. 사실 내가 사는 영주에는 64년의 역사를 가진 아동문학소백동인회가 있어 아동문학 활동이 왕성한 곳입니다 박근칠 선생님을 비롯한 많은 아동문학가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연세가 높으신데도 동심을 잃지 않고 열정적으로 활동하시는 모습에 감동을 받아 회에 가입하게 된 것이 동시를 쓰게 된 동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더 배우고 익혀서 어린이들의 생활 속을 파고드는 참신한 동시를 쓰고 싶습니다. 많이 가르쳐 주십시오.
이 자리가 있기까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신 아동문학소백동인회 김장환 회장님과 회원님들. 한맥문학으로 인도해 준 김제남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당근과 채찍으로 열심히 지도해 주신 김동억 선생님께 큰 절 올립니다.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심사평]
어디에도 무리한 구석이 없이 순탄해
김태연 님의 동시 「마스크」, 「같이 있고 싶은데」, 「엄마 냄새」, 「예방주사 맞는 날」, 「내 동생 처음 만난 날 이 다섯 편을 당선 작품으로 결정했다.
어린이의 작품같이 예쁘게 썼다. 낱말의 쓰임새를 보아하니 어디에도 무리한 구석이 없이 순탄하게 잘 서술하고 있다. 그래서 그동안 부지런히 갈고 닦은 흔적이 군데군데서에서 느껴진다. 약력을 볼 때 아동 문학 소백 동인회 회원으로, 또한 어린이 도서 연구회 영주 지회 회원으로 몸을 담아 훌륭한 지도자의 지도를 받은 흔적이 역력하다.
오늘을 계기로 삼아 필자의 작품을 읽는 어린이들에게 훌륭한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좋은 작품을 잉태해 내기를 바라면서 당선을 축하드린다.
<심사위원> 이주원 강득송
<마스크>
날 미워하지 마
답답하더라도
네 맘에 들지 않더라도
너의 조그만 귀를
아프게 한 적도 있었지?
미안해 사과할게
희뿌연 공기
우글우글 세균들로부터
너를 지켜준 건 바로 나야
방실 웃는 너의 모습
마음껏 볼 수 있는 그날까지
우리 함께 지내렴.
<같이 있고 싶은데>
할아버지 우사
제일 구석에서 만난
7902번 송아지
가까이 가도
꿈쩍도 안 하더니
사료 한 줌 흔들자
다가와서 날름날름
그 모습 귀여워
‘어떡하지?’
잘 먹고 쑥쑥 큰 소는
우시장으로 팔려 가는데
그럼 안 되지
천천히 커 주렴
7902번 송아지야
<엄마 냄새>
학교 가기 전
엄마 품에 얼굴 묻으면
콧속 가득 엄마 냄새
포근해
잠자기 전
엄마 품에 얼굴 묻으면
꿈속에서도 엄마 냄새
따뜻해
나 홀로 있을 땐
엄마 옷에 얼굴 묻고
맡아보는 엄마 냄새
그냥
좋다
엄마니까
<예방주사 맞는 날>
주사 맞으면
선물 사 준다는 엄마 말에
얌전히 병원에 갔어요.
오빠랑 마주 보고
장난치면서
기다릴 땐 좋았어요.
내 이름 부르자
가슴이 두근두근
앗, 따가워
으앙
울고 말았다.
<내 동생 처음 만난 날>
보고 싶은 마음 꾹꾹 눌러
달력 위에 동그라미
- 엄마! 내 동생 얼마나 컸어?
불쑥 튀어나온
엄마 배를 만져보며 기다리던 날
할머니와 함께 간 산부인과
새빨간 못난이일줄 알았는데
작고 귀여운 찹쌀떡 같은 너
따뜻한 숨결과
보드라운 볼살과
인형같이 작은 손가락
꽃보라 날리는 사월
내 동생 처음 만난 날
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