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쁘다 너는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을 탁자 위에 놓고
컵에 맺힌 물방울이 흘러내리는 것을
가만히, 오랫동안 지켜보았다
너는 표정마저 투명해지고 있었다
잘게 부순 얼음과 에스프레소가 담긴 유리컵
머들러로 휘젓는 시작과 끝 사이에서
한쪽은 사라지고 다른 쪽은 완성에 가까워진다
짙은 소용돌이 한가운데에서 그대는
나아가는 중입니까
때 묻은 손잡이, 얼룩진 벽, 옷에 생긴 보풀 같은
말 없는 것들과 눈맞춤 하는 동안
너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고
겹겹이 쌓인 위태로운 낭떠러지가 흘러내린다
잊거나 잃어버린
한편에 쌓아둔 플라스틱 컵 같은
우리의 이름
촘촘하게 엮다보면 놓친 한 올이 보인다
구멍은 발견 되는 것
실을 풀고 올을 다시 엮으면 그만이다
흰 블라우스에 커피를 쏟았다
화장실로 달려가 손세정제 거품을 덧바른다
나는 지금 나아가는 중입니다
미쁨의 곁으로
첫댓글 시가 순수하고 예뻐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시상이 돋보입니다.
잘 감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