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야 이야기
아들아, 이번엔 가야 역사 이야기 세번째..대가야 이야기란다.
아마도 외가에 가며 고령을 거쳐 가면서, 그때마다 고령 지산동 고분군을 봤고
또 박물관도 보고, 테마파크와 축제 등도 가보았으니 너에게는 김해의 금관가야보다
어쩌면 대가야가 더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대가야 지산동 고분군과 대가야 박물관 (고령군 대가야읍)
보통 우리가 어떤 나라 앞에 클 大를 쓰는 것은, 그 나라가 크고 강하거나..아니면
가장 서열이 높거나 또 적통을 받은 그런 나라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 많은 가야의 나라 중에서도 앞에 클 大를 쓰는 나라가 바로 대가야(大伽倻).
지금의 경북 고령군 일대..낙동강 지류인 회천이 흐르고 지산동 고분군이 남아있는
주산 일대가 대가야의 왕도, 중심지였단다.
이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대가야는 가야 연맹국 중에서도 전통의 강국이면서..
또 후기 가야연맹의 중심이 되는 나라란다. 전성기때는 고령에서 덕유산을 넘어 전북
장수 일대까지 그리고 지리산 자락 하동과 그 너머까지 진출해서 섬진강을 통해
왜국과의 교역도 하며 백제와 맞서기도 했지.
그러다가 백제와 손잡고 신라와 싸우다가 백제 성왕이 전사했던 그 관산성 전투에서
큰 피해를 입고, 그 피해를 만회하지 못해 결국은 신라에 의해 멸망하였다고 해.
아들아. 그런데..가야의 건국설화엔 수로왕의 금관가야 건국설화만 있는게 아니야.
아직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지만, 대가야 중심의 건국설화도 있고, 그 설화를 전한
사람은 바로 신라의 유명한 천재, 대학자 고운 최치원 선생이란다.
고운 최치원 선생은 그분이 저술한 석이정전(釋利貞傳)에서 대가야의 건국설화를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단다.
고령과도 가까운 성주와 합천에 걸친 우리나라에서도 대표적인 명산이 하나 있는데,
그 산의 이름이 바로 가야산(伽倻山,1432m).
산 이름부터 가야이니..아마도 가야란 나라 이름은 이 산에서 유래한 것일까?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단다. 그건 대가야의 건국설화를 보면 알 수 있지.
대가야의 시조모, 정견모주 상
옛날에 가야산에 산신 정견모주(正見母主)가 살았다고 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분은 여신이란다.
그런데 이분이 천신(天神)인 이비가지(夷毗訶之)와 감응하여 부부의 연을 맺고,
두 아들을 두었단다. 큰 아들은 아버지를 닮아 해처럼 얼굴이 붉었다고 해서..
붉은해란 이름의 뇌질주일(惱窒朱日), 둘째 아들은 어머니를 닮아 희고 갸름해서
푸른 자손이란 이름의 뇌질청예(惱窒靑裔)라 했다고 해.
뇌질주일은 바로 대가야의 시조인 이진아시왕(伊珍阿豉)이며 뇌질청예는 금관가야의
시조인 수로왕(首露王)이라는 구나.
대가야 시조 이진아시왕 상
대가야의 건국설화를 보면서 우리가 알 수 있는게 몇가지 있는데,
정견모주와 이비가지로 대표되는 토착민과 도래인의 결합이 있었다는 것이 여기서도
나타나. 그런데, 그 결합이 생각보다 원만하게 이루어 졌을 거야.
양쪽 집단이 결합하면서 그 결과로 새나라를 세우게 되는 거지.
그런데 대가야의 이진아시왕이 첫째고 금관가야의 수로왕이 둘째라는 이것..
그리고 이진아시왕이 세운 나라 이름이 대가야라 한 것은...
대가야가 가야의 첫 시작이고 정통이 대가야에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야.
아니..더 정확히 말해, 대가야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또 그렇게 생각해 왔다는 것이지.
2010년에 MBC에서 '김수로'라는 드라마를 방영했단다. 그리고 그 드라마 속에서도
이비가, 정견모주, 김수로와 이진아시, 허황옥, 석탈해까지도 나왔는데..
어떻게 보면 금관가야와 대가야의 건국설화를 섞고, 북방 유목민족과 중국 한나라의
이야기까지 섞어서 만들었더구나.
의미는 있는 드라마란건 확실한데 ..
가야란 나라를 제대로 그려낸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야란
나라의 실체를 제대로 잘 모르니까 그게 최선일 수도 있겠지만 아쉬운 것은 사실이야.
아들아, 대가야의 흔적은 지금 우리가 고령의 지산동 고분군에서 보듯..그런 고분으로
또 금관과 여러 장신구들, 칼이나 활 그리고 갑주같은 무기류, 기타 토기류 등으로
그때 그 사람들의 생활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단다.
그런데 대가야의 흔적 중에서도 지금까지 살아 숨쉬는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는 것은
누가 뭐라해도 악성 우륵과 가야금의 존재가 아닐까.
지금은 나라에서도 그렇고 고령군에서도 대가야 자체를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보고,
축제 등을 통해 대가야의 존재를 알리고 있단다.
그리고..고령의 대가야, 김해의 금관가야, 함안의 아라가야 유적지를 UNESCO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지. 등재 승인이 되면 우리나라 뿐만아니라
세계가 그 가치를 인정했다는 말이니 더욱 멋진 일이 되겠지.
그만큼 관리와 보전 등 할 일도 더 많아 질거야. 지금은..정식 등재가 아니라 잠정목록에
올라있으니 거의 다 왔다고 보면 된단다.
이젠..우리도 가야라는 나라를 한 번 더 들여다 볼 때가 된 것 같아.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 같다.
작성자:방랑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