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회들이 뭉쳤다. 그러니까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연약해서 바람 불면 넘어질 것만 같은 것이 작은 교회다. 아니 바람 앞에 등불 같이 언제 꺼질지 모르는 존재다. 세워졌다 없어지고, 없어져도 없어진 줄도 모른다. 너무 불쌍해서 교회 앞을 지나가노라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자기 몸을 혼자 세우지 못해서 한 번 몸을 일으키려면 남의 도움이 필요하다. 선교와 구제가 교회의 사명이라고 하지만 미처 밖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언젠가는 선교하고 구제하리라고 수없이 다짐하지만 그 날이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상을 섬기고 정복하겠다고 선언하지만 월세 낼 날이 오면 작아만 지는 것이 작은 교회다.
그런 작은 교회들이 모여서 반란을 일으켰다. 우리도 한 번 선교해보자고 나선 것이다. 경기북부 횃불회에 소속된 고양 일산 파주 지역의 22개 작은 교회들이 연합해서 11월 말일에 태국선교를 떠난다. 목사님 사모님 등 36명이 5박6일 일정이다. 36명이 떠나려면 적게 잡아도 3,600만 원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 한 달 한 달을 기적으로 넘기는 목사님과 사모님들이 엄청난 결단을 한 것이다.
사실 선교보다 더 어려운 것이 재정 싸움이다. 작은 교회에게 있어서 재정보다 어려운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재정을 이긴다면 다른 것은 일도 아니다. 재정만 된다면 선교는 어려움이 아니라 즐거움이다. 사실 목회자들에게 선교는 꿈이고 소망이다. 직접 선교를 하든지 보내든지 선교를 할 수만 있다면 물불을 안 가릴 것이다. 그런데 재정이 골리앗처럼 길을 막고 있어서 도전하지 못했을 뿐이다. 그래서 이번에 선교를 하기로 결단한 것은 재정싸움을 하기로 결단한 것이다. 말이 태국선교지 실상은 여기서 싸움 다하고 가는 거다. 그것도 혼자는 못했겠지만 여럿이 있으니까 해보자고 덤빈 것이다.
작은교회 태국선교팀은 일정이 확정되자 제일 먼저 재정확보에 나섰다. 선교비 중 가장 큰 비중이 항공권이므로 11월말에 떠날 티켓을 여름에 예약했다. 할인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서다. 그리고 자금 마련을 위해 물건을 팔았는데 강화도 특산 고구마를 주문하여 팔기도 하고, 여행용 가방을 기증받아 팔기도 하면서 선교비를 마련했다.
그러나 36명이 떠나는 선교비는 너무 큰 산이었다. 회원들이 절반 정도를 내기로 했지만 그래도 재정은 턱없이 부족하기만 했다. 이 소식을 들은 거룩한빛광성교회에서 나머지 비용1천만원을 선뜻 부담해주었다. 대형교회라 해도 적지 않은 돈이었지만 작은 교회의 몸부림을 격려하기 위해서 짐을 나누어 진 것이다. 사실 대형교회인 일산의 거룩한빛광성교회에서 선교를 위한 바자회를 열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작은교회 목사님과 사모님들이 함께 한다는 기쁨으로 동참하기로 했다 이 바자회를 위해 작은교회들이 모두 참여하여 준비하고 물건을 팔았는데, 이때 한 회원목사님이 만든 꽈배기는 최고의 인기상품이었다. 그리고 이 바자회에서 생긴 수익금으로 지원하게 된 것이다.
고양 일산 파주지역 작은교회들이 처음부터 이렇게 단합이 잘되고 활발했던 것은 아니다. 작은 교회는 더 작아지는 요즘 한국 교회 분위기처럼 이 지역 교회들도 위축되고 침체되었다. 그런데 사실 요즘 한국교회의 위기상황은 작은 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장사가 잘되는 곳도 한 두 집이 망하다 보면 전체가 죽게 되듯이, 작은 교회가 죽다 보면 큰 교회도 같이 죽을 수밖에 없다. 그런 위기의식을 느끼고 지역의 대형교회인 거룩한빛광성교회에서 고양 일산 파주지역 작은 교회들을 살려보고자 '작은교회 세우기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지원을 요청한 교회들에게 일 년치 전도물품을 후원하고, 전도팀도 봄 가을로 3개월씩 파송했다. 또 전도가 힘든 한 여름에는 예배팀을 파송해서 개척교회 빈자리를 채워주고 예배를 도운 것이 수년 째. 거룩한빛광성교회에서는 이 사역을 좀 더 효과적으로 하고자 작은교회 지원사역만 전담하는 목사 부부를 배치하고 매 주 기도회와 세미나도 개최했다.
거룩한빛광성교회에서 이렇게 작은교회를 지원하게 된 것은 정성진담임목사의 독특한 목회철학 때문이다. 정성진목사는 신학대학원 재학시절 독재와 자본주의의 폐해를 보면서 약자를 돕는 목회, 나눔의 목회를 하겠다는 목회관을 가지게 된다. 또 도랑물이 마르면 강물도 마른다는 이치에 따라 작은 교회들이 죽으면 큰 교회도 혼자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했다. 함께 부흥하고 잘되는 것이야말로 전체가 잘되는 길인 것이다.
한편 큰 교회가 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다른 교회에서 옮겨오는 신자들이 있다. 그들 가운데에는 작은 교회에서 오는 신자들도 있는데, 그 한 두 가정이 작은 교회에는 기둥과 같은 존재였을 수도 있다. 사실 대형교회나 급성장하는 교회는 불신자를 전도한 경우도 있지만 다른 교회에서 수평이동해온 신자들도 많다. 작은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한 성도들이 이사를 가거나 어떤 이유로 교회를 옮기게 될 때는 큰 교회에 정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신앙 때문에 찾아오는 신자들을 대형교회이기 때문에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다보니 작은 교회에 대한 빚진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어떻게 하든지 작은교회를 살리고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게 된 것이다.
거룩한빛광성교회에서 전도물품을 보내주고 전도팀을 파송하는 등 직접적인 지원을 했지만 그것만으로 작은 교회를 살려내기는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도 어려운 점은 작은 교회 목회자들의 의식이다. 사명감을 가지고 교회를 개척하지만 쉽게 부흥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해도 해도 안 되는 목회 현실을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안 된다는 의식, 패배의식에 젖어든 것이다. 그런 현실 속에서 시급한 것은 우리도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하는 일이다. 또 대형교회가 기댈 언덕이 되어줌으로써 작은교회 목회자들이 절박함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도 필요했다.
이런 현실을 알고 거룩한빛광성교회의 작은교회 전담사역자인 손민준목사는 작은교회의 연합에 주력했다. 우선 작은교회의 고충을 듣고 도울 수 있는 한 도울 길을 찾았다. 특히 도움을 주는 대형교회 입장이 아니라 작은교회 입장에서 거룩한빛광성교회에 요청할 것은 요청하는 자세로 사역을 해나갔다. 그러면서 작은교회 목회자들이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연합사역에 좀 더 적극적으로 가담하게 되었다. 손민준 목사는 매주 열리는 세미나 외에도 한 달에 한 번씩 연합 중보기도회를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수년 째 30여 개 교회 목회자 부부가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또 작은교회는 청소년이 숫자가 너무 적어서 사역이 어려운 점을 알고 한 달에 한 번씩 교회마다 돌아가면서 연합청소년집회를 개최했다. 이 집회는 외부에서 전문찬양사역자들을 초청해서 뜨거운 열기 속에 은혜롭게 예배를 드리고 되었고, 회를 거듭할수록 호응도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찬양팀이 없는 작은교회에 찬양팀을 세워주고자 일 년에 한 두 차례 악기강습을 실시하고 있다. 이 사역도 외부에서 전문 강사를 모셔다가 작은교회 지원자들에게 드럼이나 기타 등의 연주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이 사역은 놀랍게 열매를 맺어서 작은 교회의 청소년이나 청년, 또는 성인들이 며칠 배운 것만으로도 훌륭하게 교회에서 찬양사역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사역을 더 활성화시키고자 해마다 한 번씩 거룩한빛광성교회에서 작밴(작은교회 밴드)대회를 열고 우승한 팀에게는 상금을 주면서 격려하고 있다.
그 외에도 외부의 기독교 기업들과 연결해서 좋은 주보와 전도지를 저렴하게 구입하거나 또는 일정량을 무료로 공급받도록 연결해주기도 했다. 또 다른 지역의 교회와 연결해서 청소년 무료수련회를 열기도 했다. 그 외에도 목회 현장에서 필요한 사역을 배울 수 있도록 전문강사를 초청해서 수시로 세미나를 열었다. 한편 손민준 목사의 사모인 강희경 사모는 작은교회 목사님들의 사모님들과 함께 매주 사모중보기도회를 가졌다. 벌써 수년 째 계속되고 있는 이 기도회는 너무 뜨거워서 참가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 기도회에서 중보기도하면 다 이뤄지는 기적들을 체험하면서 사모님들이 더 열심을 내고 있다.
이런 사역들이 어우러지면서 작은 교회 목회자들은 점점 마음을 열고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비슷한 처지에 있는 목회자들이므로 자신들의 고민을 서로 편하게 이야기하게 되었고,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위안과 힘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도 한 번 해보자는 의식으로 목회에 임하면서 교회마다 부흥의 소식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직은 연약하지만 자신감을 회복한 것만으로도 작은 교회로서는 큰 소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배경 속에 작은교회에서 추진 한 것이 태국연합선교이다. 선교는 목회자들의 꿈이지만 교회가 작아서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다. 그러나 우리도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일단 저질러본 것이다. 작은교회도 뭉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막상 시작하고 보니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모든 교회가 함께 기도하고 하나님에게 매달렸다. 또 현장에 가서 사역을 하기 위해 현지 언어로 간단한 생활용어와 짧은 복음메시지를 준비하고 매주 모여서 찬양과 율동을 익혔다.
물론 이 한 번의 선교를 통해 엄청난 열매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작은 출발이다. 그 땅을 밟는 것만으로도 하나님은 기뻐하실 것이다. 그리고 열방의 땅을 밟으면서 목회자들은 그 땅을 가슴에 품게 될 것이다. 그 영혼을 마음에 담게 될 것이다. 열방을 구하라고 말씀하신 하나님 명령에 따라 땅 끝에 시선을 두게 될 것이다. 또 우리도 선교할 수 있고, 우리도 선교했다는 경험과 자부심도 적지 않은 소득이다. 무엇보다도 작은교회가 연합하면 큰일을 할 수 있다는 연합의식과 자신감이 어쩌면 더 큰 열매일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시작한 선교가 씨앗이 되어서 더 큰 선교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교회의 사명을 제대로 감당할 때 교회는 부흥의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거룩한빛광성교회에서 작은교회를 살리고자 씨앗을 뿌린 것이 작은 열매를 맺고 있다. 아직은 싹이 나고 자라가는 과정이지만 그것이 밑거름이 되어서 작은교회마다 살아나 큰 교회로 자라갈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한국교회의 상생의 모델이다. 대형교회라고 혼자 유아독존할 수 없다. 작은교회라고 희망이 없는 것이 아니다. 서로 돕기 시작할 때 서로가 살고, 하나님의 나라가 점점 커가게 될 것이다. 우리가 순종할 때 하나님은 역사하신다. 최영철목사 2014. 11. 24 크로스로 webmaster@crosslo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