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말
오래전 나의 친척이 서울로 장가를 들 때 따라간 적이 있었는데 그 곳 서울 신부 우인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고 당황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인기 절정이었던 아랑드롱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를 순순한 경상도 말로 해보라는 것이었다. 내가 우물쭈물하고 있으니까 경상도 사람이 경상도 말도 못한다 면서 「땡볓은 한거」라고 가르쳐 주었다.
그 후 방어진 토박이들 몇이 모인자리에서 우리는 더 멋지고 우스운 말들을 한 번 만들어 보기로 했다.
공사장 근처에 가면 흔히 이런 푯말을 볼 수 있는 「통행에 불편을 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이 말을 울산말로 하면 「댕기는데 걸그채서 데기 안됐심더」
또 다툴 때 흔히 쓰던 이런 말도 있다. 「니 구쿠이 내 구쿠지 니 안구쿠며 내 안 구쿤다」 풀이하자면 「네가 그러니까 내가 그러지 네가 안 그러면 나도 안 그런다」
오래전에 잊혀져가는 울산말 몇 개를 기억나는 대로 적어 보았다.
돌짜구 : 돌쩌귀, 장석
정지 : 부엌
삽짝 : 사립문
장방 : 벽장
가시게 : 가위
잿가치 : 젓가락
불매 : 풍로, 풀무
당시기 : 반짇고리
윤디 : 인두
적새 : 석쇠
주게 : 주걱
말방수 : 철조망
사분 : 비누[프랑스어 사봉(savon)에서 유래된 듯]
동테 : 바퀴
영개 : 이엉
질매 : 멍에
속세이 : 소쿠리
코꼰지 : 코뚜레
자세 : 얼레
훌찌 : 쟁기
똥바장 : 똥장군
성냥간 : 대장간
도굳데 : 절구
도굳통 : 절구통
도구, 물끼 : 물꼬
덕시기 : 멍석
동빼기 : 윷놀이
가레, 수군포 : 삽
군데 : 그네
돌빡새 : 돌이나 바위 틈새
팽데기 : 팽이
거랑 : 도랑
행상 : 상여
때기 : 딱지
홀때기 : 버들피리
야시 : 여우
새피, 쌔 : 억새
망시 : 망상어
필좇 : 여섯 토막
조피 : 두부
콩지름 : 콩나물
식해 : 젓갈류
까지 : 물방개
눈치 : 송사리
꼬네기 : 고양이
무래 : 오이(물외에서 나온 듯)
애추 : 자두
정구지 : 부추
홍굴레 : 방아깨비
때때 : 방아깨비 수컷
철베이 : 잠자리
앙장구 : 성게류
기 : 게
뜨물 : 진딧물
부던지 : 소 진드기
노네각시 : 노래기
울뭉치 : 멍게
송기 : 소나무 속껍질
솔밥 : 소나무꽃
매가리 : 정갱이 새끼
물꽁 : 아귀
청수돌뱅이, 떡지 : 놀래기 암컷
땡피 : 땅벌
깨감나무 : 개암나무
상그럽다 : 어렵다, (인상 등이)불량하다. 안 좋다.
개철렁백긷다 : 천륜을 벗어났다?(큰 잘못을 저질렀거나 도리에 어긋난 짓을 한 사람에게 쓰는 말)
불창스럽다 : 심술스럽다.
시야, 쎄야 : 형(아)
쎄이(쎄이야) : 언니(야)
누부야 : 누나야
처이 : 처녀
엉기난다 : 죽을 맛이다. 넌덜이가 난다.
재업다 : 지루하다.
가옵잖다 : 창피하다, 부끄럽다의 뜻으로 비꼬는 말투.
이핀 : 이녘(이성간에 또는 부부간에 상대를 지칭하는 호칭)
안덜 : 자기 아내를 비하해서 쓰는 말.
악다받다 : 너무 말을 듣지 않는 사람에게 쓰는 말.
보골(보굴)채운다 : 약을 올린다.
암창굳다 : 여자가 너무 암됐고, 말을 잘 듣지 않으며 밉살스럽다.
껄떡거린다 : 먹고 싶어 군침을 삼킨다.
한빨띠 : 한 아름 가득히.
파이다 : 좋지 않다.
우새 : 웃음거리, 창피.
넘새스럽다 : 남부끄럽다. 창피하다.
숭실받다 : 징그럽다.
뜰애 : 수두
복숭씨 : 복숭아뼈
촛대빼 : 정강이 뼈
주게빼 : 견갑골
똥꿈 : 항문
당달봉사 : 청맹과니, 눈 뜬 봉사
청갈매기 : 돌풍
갈바람 : 남서풍
샛바람 : 북동풍
모래잡살 : 모래 밭
시리성 : 학성(현 학성공원)
서베 : 서부에
남긔 : 나무에
감남긔 : 감나무 골
솔아서 : 좁아서
홍태기 : 망태기
부로부로 : 거짓으로, 눈속임으로, 가짜로
체이 : 키
빠딱조(빠딱조이) : 은박지, 색종이
부랑타 : (성질이)험하다.
오금사 : 자기 아내를 이르는 말
바락꼬 : 기다리고 있는, 기다리는.
찌꺼라지 : 찌꺼기
원수지 : (물건이나 사물의)가장 좋은 부분이나 부위(정수, 엑기스, 몸통)
뺍재이(또는 뺍째이) : 질경이 풀
만푸정 : 흥청 망청이다.
뿔거지 : 뿌리
사구 : 옹기로 만든 큰그릇.(다라이 같은 기능을 가진 그릇)
미미(메메) : 아주 단단히, 여물게
댓사리 : 순식간에
송긔채~ㅇ이 :
떼딴지 : 쇠잔디
앙살 : 앙탈
시부지기 : 은근 슬쩍
궁디 : 궁둥이
고자바리 : 고집. 아집.
호부 : 겨우
무단이 : 괜히, 아무일 없이
구부라졌다 : 넘어졌다
반티 : 함지
시주굼 : 각자가, 개인이, 더치페이
옹곤이 : 아주, 완전히
(사족)
울산의 옛 모습은 거의 사라졌다. 그리고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으로 인하여 울산말도 하나씩 하나씩 사라져간다.
물론 언어에는 역사성이 있고, 역사에는 당위성이 있다고 하지만, 만약 통일신라가 고려에 망하지 않았다면 경상도말이 아마 표준어로 쓰여 졌을지도 모른다고 부질없는 생각을 해본다.
사라져 가는 내 고향 울산의 모습과 함께 잊혀져가는 울산말이 너무나 안타깝다. 이런 안타까움이 나를 늘 울산에 머물게 하는지 모르겠다.
(출처)1998년 학성고등학교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 졸업 문집 ‘飛鶴(비학)’ 제3집에 카페 지기가 기고한 글 중에서 발취하고 그 후 채록한 몇 가지 추가.
첫댓글 울산말이 이렇게나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