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대행사에서 일하는 권지원(29)씨는 요즘 머리부터 발끝까지 '열(熱)'로 완전 무장을 하고 다닌다. 발열 내의는 기본. 발열 장갑, 발열 신발, 발열 모자까지 갖춰 입고 나선다. 권씨는 "야외에서 광고 촬영을 하는 날엔 이렇게 입어야 든든하더라"면서 "올겨울 발열 제품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파(寒波)가 계속되면서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는 각종 발열(發熱)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 각종 발열 제품 판매량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71% 증가했다. G마켓 측은 "특히 손과 발을 따뜻하게 해준다는 발열 깔창, 발열 양말, 발열 장갑은 판매율이 매달 200%씩 늘고 있다"고 했다.
◇"열 받고 싶어요"… 발열 옷 인기
발열 제품의 원조(元祖)로 불리는 일본 '유니클로'의 히트텍은 작년보다 제품 종류를 10여종 늘려서 내놨다. 매년 가파르게 치솟는 발열 제품 인기를 반영한 결과다.
- (사진 왼쪽부터)옷에 붙이는 충전식 패드, 패딩 신발, 발열 티셔츠, 발열 소재 넥 워머. /이명원 기자, 촬영 협조=G마켓·코오롱스포츠·노스페이스·탐스·슈보·크록스
일부 소비자들은 "특정 회사의 발열 옷 제품을 입고 나면 몸이 더 건조해지더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발열 옷에 각종 천연 오일을 포함해서 내놓는 경우도 있다. 유니클로는 올해부터 히트텍에 동백 오일을, 컬럼비아는 발열 옷에 콜라겐 성분을 넣어 보습을 강화했다고 했다.
이런 발열 옷은 '세탁'에 취약한 것이 특징. 여러 번 물에 빨면 발열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스스로 "각종 발열 옷 마니아"라고 밝힌 그래픽 디자이너 유채원(38)씨는 "경험상 10번 이상 빨면 효과가 확실히 줄더라"고 주장했다.
- (사진 왼쪽부터)발열 발토시, 전기 충전형 장갑, 아이·어른용 패딩 부츠. /이명원 기자, 촬영 협조=G마켓·코오롱스포츠·노스페이스·탐스·슈보·크록스
발열 소재로 만든 양말, 속옷, 스타킹, 레깅스도 인기다. 잡지사 기자 고원선(34)씨는 "경험상 발열 내의를 입는 것보단 발열 양말이나 발열 레깅스를 입는 게 더 따뜻하더라"고 말했다. 발열 소재는 아니지만 새 깃털이나 솜을 넣어 만든 패딩(padding) 형태의 신발과 장갑도 꾸준히 인기다. 몇몇 브랜드의 패딩형 신발은 지난달 초부터 품절 사태를 빚었다.
◇움직이는 난로… 전기 충전 장갑·신발
최근엔 아예 전기로 충전해 열을 내는 제품도 크게 늘었다. 코오롱스포츠에서 나온 '히텍스'는 배터리로 작동되는 발열체. 전기를 충전해서 몸에 부착하면 35~50도까지 발열하는데 입은 사람이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홈쇼핑에서 팔리는 '그린히트 발열 웨어'도 배터리 충전식 발열 패드다. 4시간 정도 충전하면 10시간 정도 발열한다.
- (사진 왼쪽부터)전기 충전형 신발 깔창, 발열 소재로 만든 모자, 알록달록한 보온 부츠. /이명원 기자, 촬영 협조=G마켓·코오롱스포츠·노스페이스·탐스·슈보·크록스
신발 속에 넣는 '발열 깔창'도 나왔다. 3~4시간 충전하면 10시간 넘게 30~40도를 유지한다. 내부에 배터리가 내장된 '발열 장갑'은 4시간 정도 충전하면 6~7시간까지 따뜻해진다. 제품 가격은 4만~6만원선. 일부 제품은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충전용 제품은 그러나 아무리 경량(輕量)이라고 해도, 일반 신발이나 장갑·깔창보다는 조금 무거운 편. 전자파 노출 우려도 있어서 전자파 차단 마크가 붙은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측은 "기왕이면 전자기장환경인증(EMF)을 획득한 제품을 구매하는 게 좋다"고 했다.
[발열 내의, 땀을 열로 바꾼다?]
발열 내의의 원조격인 유니클로가 주장하는 발열 옷 원리는 몸 밖으로 배출되는 수분을 섬유가 흡수하면서 열에너지로 바꾼다는 것. 사람이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피부 표면으로 배출되는 수분은 금세 증발해 수증기가 되는데, 옷 소재인 레이온 섬유가 이 수분을 효율적으로 흡착, 섬유에 붙어 움직이려는 수증기의 운동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바꾼다는 설명이다. 다른 회사가 출시한 발열 내의, 발열 티셔츠의 원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코오롱스포츠의 ‘라이프텍 이너셔츠’ 소재로 쓰인 섬유 ‘엑스(EKS)’ 역시 사람 몸 밖으로 배출되는 땀을 흡수해 이를 열로 바꿔놓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