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상원초등학교 놀이품앗이 ‘하늘마당’이야기
“꼬마야꼬마야선생님이다.”
2013년 4월, 서울상원초등학교 동아리로 ‘하늘마당’을 시작했다. ‘하늘마당’에 지원한 아이는 모두 9명, 이모는 7명이었다. 그 가운데 막상 놀이터가 열리자 참여하지 않게 된 이모가 3명 있어 이모4명이 놀이터를 열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놀이터는 하늘이 마당이다’는 멋진 말에서 이름을 땄듯이 우리 놀이터는 울타리를 두지 말자고 했다. 하늘에 어디 울타리가 있는가! 그래서 동아리 회원이 아니라도 오가는 아이들 누구나 하늘마당에서 놀 수 있다. 나가면 노는 아이들이 있고, 필요할 때 도와주는 이모들이 있는 안전한 마을놀이터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놀이터에 처음 오면 긴줄로 ‘꼬마야, 꼬마야’를 가장 많이 한다. 그래서인지 길가다 나를 보면 ‘꼬마야꼬마야 선생님이다’고 한다. 그 말이 참 좋다.
“엄마도 이렇게 놀았어?”
하늘마당은 상계동 주공12단지아파트 ‘햇빛놀이터’에서 수요일, 금요일 2시에 열린다. 이 놀이터는 길목이다 보니 오가다가 구경도 하고, 함께 놀이에 끼기도 한다. 덕분에 시간이 가면서 놀이터가 조금씩 풍성해져 간다. 처음에는 놀이가 긴줄넘기, 팔자놀이, 구슬치기정도였다. “나 어렸을 때 땅따먹기 하느라 해지는 줄 몰랐는데!” 그 엄마는 놀이터 아이들한테 땅따먹기를 가르쳐 줬다. 어떤 엄마는 집에서 자주 한다는 ‘왕놀이’란 가위바위보 놀이도 알려줬다. 아빠도 동참했다. 구슬로 노는 방법도 구슬치기만 있는게 아니고 ‘홀짝’이 있고, ‘일이삼’이 있단다. 아이들은 신기해 한다. 만날 잔소리만 하던 엄마가 동심에 젖어 놀아주는 모습을 보며 아이 마음이 확 열리는 게 보인다.
마음이 열리는 해방구 놀이터
놀이터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다툼을 중재하는 일이다. 아이들은 이모 눈에는 별일도 아닌 걸로 싸운다. 양보하면 될 걸로 끝내 고집을 부려 싸움은 끝이 나지 않는다. 처음 오거나 놀이터에 온지 얼마 안 된 아이들은 싸움이 더 잦다. 엄마로서 아이들 다툼을 보는 것은 참 불편하다. 그래서 다툼을 잦은 아이 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가버리거나 다음부터 안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모들도 싸움은 싫다.
‘그런데 왜 싸울까?’
놀이터 평화가 깨지는 경우는 대개 졌다고 화내고, 안된다고 짜증내고, 죽었다고 삐치고, 안 죽었다고 우기고, 이기겠다고 규칙을 어기는 경우이다. 그런데 놀다보면 졌다가 이기고, 안됐다가 되고, 죽었다 산다는 것을 안다. 지고, 안되고, 죽는게 별거 아니라는 걸, 다음에 잘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미숙함과 실패와 어려움을 이겨내고 용감해지고 단단해지는 마음이 생긴다.
놀이터는 모든 감정이 열리는 해방구이다. 온갖 상황이 다 벌어지고 온갖 감정이 다 표현된다. 대개 엄마들은 놀이터에서 흠뻑 놀아 ‘즐겁기만’을 바란다. 그러나 이모들은 놀이터를 지켜보며 알게 되었다. 행복감만 주려는 것은 온실 속 화초 키우 듯 양분, 햇빛, 물만 주어 키운다는 뜻임을. 슬픔, 화, 미움, 질투, 좌절 따위도 잘 다독이면 마음을 단단하게 하는 힘이 된다. 그 속에서 아이들은 상대방 상황과 감정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진다. 이해는 배려의 밑거름이 된다.
이모들은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우리가 '행복스트레스'에 빠진 것을. 그래서 우리아이가 흠뻑 즐거움에 빠져 놀기만 바라지 않고 어떻게 건강하게 자기를 표출하게 할 지 지켜보고 방법을 찾아 보기로...놀이터에서 아이들도 커가고 이모도 커가는 이 모든 과정은 2013년 6월 현재 진행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