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기대하고 준비하는가? 기존에 영재학교·과학고에 입학했던 선배들은 이들 학교에 대해 어떤 기대와 실망을 하고 있을까? KAIST가 한국과학창의재단에 제출한 '과학기술특성화대학 간 교류 및 과학고·영재학교와의 교류 방안(2012.3.31)'에 관한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영재학교·과학고 졸업생들의 실망과 기대는 다음과 같았다. 과고·영재학교 입학 전 가장 기대했던 것은? 내용 | 응답수 | 수학·과학 심화학습과 일반고와 다른 학습방식 | 49 | 연구활동 | 42 | 뛰어난 친구들과의 생활 | 20 | 좋은 대학 진학 등 장래에 대한 도움 | 11 | 자유로운 환경과 색다른 경험 | 10 | 우수한 학업 인프라 | 3 | 특목고라는 막연한 기대 | 1 |
*설문대상 : 과고·영재학교 졸업생 84명 (중복응답 가능) 과고·영재학교 입학 후 기대와의 차이는? 내용 | 응답수 | 기대에 못 미침(입시 위주 교육) | 37 | 기대와 비슷 | 14 | 기대보다 만족 | 25 | 기타(별개의 어려움) | 5 |
*설문대상 : 과고·영재학교 졸업생 84명 (중복응답, 미응답 가능) 수학·과학 인재들이 모이는 만큼 이들이 해당 학교생활에서 가장 많이 기대했던 것은 관련 과목에 대한 차별화된 학습 방식과 연구 활동이었다. 뛰어난 친구들과의 생활과 좋은 대학 진학 등에 대한 기대감이 그 뒤를 이었다. 그렇다면 입학후에는 어땠을까? 과고·영재학교 입학 후 기대에 못 미쳤다는 부정적인 답변과 기대와 비슷하거나 혹은 그 이상이라고 여긴 긍정적인 답변이 거의 비슷한 비율로 나타났다. 기대에 못 미쳤다고 대답한 이유로는 대부분이 입시 위주의 교육 때문이라고 했다.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보다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입시 압박이 이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졸업 후 서울대로 진학한 학생은 다른 대학으로 진학한 학생에 비해 과고·영재학교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어느 대학을 목표로 하는가? 영재학교가 없던 과고 설립 초기(80~90년대)에는 졸업생 대부분이 KAIST 등의 과학기술특성화대학(과기대)으로 진학했으며 입학 당시부터 그러한 진로는 당연시되어 왔다. 하지만 90년대 중반 이후 과고가 많아지고 영재학교, 과학중점학교 등의 증가로 과고의 하향 평준화가 이뤄지면서 과고생들의 진학 의지도 변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과기대 졸업 이후의 진로 정보가 부족하고 일반 대학들의 과고 2학년 수료생 입시 문호가 과거보다 넓어진 이유도 한몫했다. 하지만 예전의 과고생과 현재의 과고생이 스스로 진로계획에 대해 갖는 가장 큰 차이점은 역시 서울대 선호 현상의 심화라 할 수 있다. 사회적인 인식과 취업 우위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대부분의 과고생은 입학 초기 서울대 진학을 희망하게 된다. 실제로 서울 지역 과고생에 대한 희망 대학 설문조사 결과 서울대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포스텍과 카이스트가 뒤를 이었다. 나머지 일반대 중에서는 연세대 선호도가 가장 높았으며 서강ㅇ대, 한양대 등보다는 UNIST, GIST 등의 과기대를 선호했다. 단, 영재학교 학생들은 학교에 따라 그 양상에 다소간 차이가 나타났다. 한국과학영재학교(이하 KSA)는 AP(대학과목 선이수) 제도 등의 활성화로 진학 시 각종 어드벤티지가 주어지는 카이스트 진학 의지가 높지만 서울과학고 학생들은 지리적 여건 등을 고려해 서울대 진학 의지가 월등히 높았다. 그렇다면 이들의 실제 대학 진학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앞서 설명했듯이 대부분 과고생이 입학 초기 서울대 진학을 희망하지만 실제 진학 대학은 KAIST가 가장 많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과고생 중에서도 상위 15~20% 이내 학생들만이 서울대 진학 가능권 성적이기 때문이다. 상위 40~50% 이내 학생들이 KAIST 입학 가능권이라 볼 수 있다. 영재학교는 KSA를 제외하곤 아직 졸업생 배출이 많지 않아 의미 있는 통계 분석에 무리가 있다. 2012학년도 졸업생 기준 KSA의 경우는 70% 이상의 학생들이 KAIST로, 서울과고의 경우는 90%이상이 서울대나 의·치대 계열로 진학했다. 올해 영재학교 첫 졸업생을 배출하는 경기과고도 62명 이상의 학생들이 서울대 수시 모집에 합격할 것으로 보여 과고 시절보다는 서울대 진학률이 월등히 높아질 전망이다. 과고 졸업생들의 대학 진학 현황(2011년 기준) 진학 대학 | 인원(명) | 비율(%) | KAIST | 336 | 25.7 | 수도권대학(SKY제외) | 281 | 21.5 | 서울대 | 222 | 17.0 | 연세대 | 129 | 9.9 | 고려대 | 86 | 6.6 | POSTECH | 83 | 6.4 | UNIST | 50 | 3.8 | GIST | 41 | 3.1 | 미진학 | 37 | 2.8 | 지방대 | 27 | 2.1 | 외국 대학 | 13 | 1.0 | 합계 | 1,305 | 100 |
*2011년 과고 졸업생 1305명 대상 *2012년 과고 졸업생들의 서울대 진학률은 약 15% 꼭 서울대를 가야 하는가? 영재학교나 과학고를 준비하는 많은 학생이 기대하듯이 이들 학교의 졸업생들은 높은 비율의 명문대 진학률을 보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기대만큼의 실망감을 느끼는 졸업생도 적지 않았다. 이는 최근의 영재학교·과학고 입학 전형이 학생들의 진로 활동·계획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입학 후의 적응과 차후 진로까지도 고려한 입시 준비만이, 자칫 절반의 성공으로 그칠지 모른다는 특목고 진학의 불안감을 불식시키는 유일한 방편이라 할 수 있다. 2013년 현재 과고·영재학교 재학생들의 진로 로드맵은 서울대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과 과기대 진학을 독려하는 정책당국의 동상이몽으로 다소간 얼룩진 모양새다. 정부는 영재학교와 과학고등학교 개선 방안을 내놓음에서 과기대와의 진로 연계 대책을 빼놓지 않고 있으며 이제까지 나온 정책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실효적인 조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부터 입학하는 과고생들의 경우는 조기졸업이 20% 이하로 제한될 예정이어서 과거 선배들이 누렸던 혜택 하나가 사라짐을 감수해야 한다. 영재학교 또한 과기대와의 연계가 강화되면 서울대나 의대 진학이 지금보다는 쉽지 않아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과학고나 영재학교 진학을 계획하고 있는 학생이라면 막연히 서울대 진학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정책적으로 활로가 개선될 과기대 진학에 보다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국내 양대 과기대라 할 수 있는 KAIST, POSTECH 등에 관한 사전 조사와 이를 바탕으로 한 진로 설계가 과고·영재학교 입시 준비와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단순히 ‘남들이 들어가기 어려운 대학’을 위한 과고·영재학교 선택은 갈수록 그 신중함이 강요되고 있다. 과학고등학교 졸업생들의 서울대 합격률 순위 | 학교명 | 2012 합격률 | 2011 합격률 | 2년합격률 평균 | 1 | 한성과학고 | 32.7% | 28.8% | 30.7% | 2 | 세종과학고 | 22.9% | 29.5% | 26.2% | 3 | 경남과학고 | 21.9% | 23.1% | 22.5% | 4 | 부산과학고 | 17.2% | 22.1% | 19.7% | 5 | 강원과학고 | 16.1% | 18.3% | 17.2% | 6 | 울산과학고 | 15.3% | 15.8% | 15.5% | 7 | 인천과학고 | 13.3% | 13.3% | 13.3% | 8 | 대전과학고 | 10.6% | 15.3% | 12.9% | 9 | 경기북과학고 | 11.4% | 13.5% | 12.5% | 10 | 충남과학고 | 5.5% | 15.2% | 10.3% | 11 | 경북과학고 | 11.1% | 7.0% | 9.0% | 12 | 제주과학고 | 8.7% | 8.3% | 8.5% | 13 | 광주과학고 | 6.8% | 6.0% | 6.4% | 14 | 전북과학고 | 4.0% | 8.7% | 6.3% | 15 | 경산과학고 | 7.1% | 4.5% | 5.8% | 16 | 전남과학고 | 3.4% | 5.4% | 4.4% | 17 | 충북과학고 | 5.6% | 2.3% | 3.9% |
*순위는 2011·2012학년도 2월 졸업생들의 2년 간의 합격률 평균을 기준으로 함. *각 연도 합격률은 (서울대 합격생 수/졸업생 수)×100으로 산출. *2011~2013년 개교한 창원과고, 대구일과고, 부산일과고, 인천진산과고는 제외. 글 : 임태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