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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 꺽는 것도 요령이 있대요.
땅에서 가장 가까운 밑동부분을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잡아요. 그리고 손가락으로
더듬어 올라와 연한 부분을 찾아 슬쩍 밀면 고사리가 쉽게 꺽인다나요.
치~ 나 같으면 그냥 확 네 발로 껑충 뛰어 우지끈뚝딱 꺽어 놓았을텐데....
어쨌든 세 사람이 오전 내내 꺽고 작은 엄마가 호출 받고 커다란 베낭을 들고가서
들고 온 고사리가 한가득.
오자마자 쉬리 아빠가 커다란 솥에 물을 붓고 화덕에 장작을 지폈어요.
나물 삶는다고.
물이 끓으면 고사리를 퐁당 집어넣고 삶다가 만져봐서 밑동이 말캉해지면 건져내요.
그 다음에는 멍석에 잘 펴서 볕 좋고 바람 좋은 곳에서 말리기!
나물 말리는 데도 요령이 있대요.
한참 말리다 고사리를 손으로 슬슬 비벼 준다음 뒤집어 줘야 한다나요.
뒤집을 때는 고사리를 둥그런 모양으로 널어야 해요. 적당히 비벼 주어야
다 말랐을 때 모양도 좋고 보관하기 편하고 나물이 부드러워 진대요.
으~~~
복잡해!!!
수천 번 허리 숙였다 폈다 반복하며 나물 해와 삶고 널고 말리고.....
완전 중노동이잖아. 그런 거 꼭 해야 하나?
놀기도 바쁜데.
고사리 널던 단비 엄마가 희망에 찬 얼굴로 쉬리 아빠에게 물었어요.
"고사리 말린 거 한 근에 6만원이랬지?
이거 말리면 몇 근이나 되는 거야? 렌즈 살려면 얼마나 더 꺽어야 하는 거지?"
쉬리 아빠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어요.
"오늘 건 한 두 근 되려나. 렌즈 사려면...........
네 실력으로는 한 이 년 꺽으면 되겠네."
단비 엄마 어깨가 축 쳐졌어요.
"으~~~
나물 하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
나물 팔아 카메라 렌즈 사는 거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으흐흐 헝~~ 온몸이 쑤셔 쑤셔!!"
그럴 줄 알았다니까요. 다음날 눈이 퉁퉁, 다리 퉁퉁 부었다며
단비 엄마가 칭얼거렸어요. 쉬리 아빠랑 작은 아빠, 엄마가 그걸 보고 한참 웃었어요.
그래서 단비 엄마가 나물 하는 거 포기한 줄 알았어요.
웬걸요. 다음 날은 두릅 따는 데 따라나서더니,
그 다음 날은 취나물, 마당에 난 머위며 돌미나리, 언덕에서 달래캐기.....
또 이틀 뒤 고사리 꺽으러 가기...........................................................
틈만 나면 나가는 거에요. 나랑 놀아주지도 않고.................................
나물 하는 거 너무 힘들고 말려서 식탁에까지 올리는 과정이 너무 힘들다고
한 근에 6만원 너무 싸다고 아까워서 팔지도 못하겠다고 하더니
왜 그러는 거냐고요.
"열심히 해 놔야 식구들이랑 나눠 먹고 집에 오는 손님들한테 대접하지.
이건 칠성 호텔에서도 먹기 힘든 천연 웰빙 먹거리잖니."
쩝! 그러시다면야.
하지만 나는 그런 나물 따위 관심없으니까 고기나 빵,
아이스크림 같은 걸로 주세요.
어라~~
쉬리 아빠도 단비 엄마랑 똑같아서 사람들이랑 나눠 먹는다고
두릅을 잔뜩 따와서 부려놓고 상자에 담고 있네요.
단비 엄마는 매일 힘들다고 투덜거리면서도 나물 하는 걸 그만두지 않아요.
요즘은 머위대를 꺽어 달래서 삶아서 껍질 벗겨 말리느라 바빠요.
힘들다고 사진 찍기도 생략, 하고 말이죠.
그러면서 나눌 게 많아서 너무 행복하대요.
마당에 먹을 게 널렸으니 자기는 무지하게 부자래요.
아휴~
그러거나 말거나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특별간식도 안주면서 계속 농장소식만 전하라는 거예요?
난 가서 쥐나 잡을래요.
쥐 잡아서 금,강,산 한테 보여주고 자랑하면서 놀아야지~~~
짜아식들 쥐 좀 갖고 놀아보겠다고 나한테 꼬리 살랑살랑 흔들면서
애걸복걸 안달복달 하겠지. 호호호
생각만해도 재미있다.
여러분도 나처럼 재미있게 노~세요!
오늘의 단비 농장 소식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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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단비엄마 고사리 주문해도 되요? 너무 부드럽고 맛있어 보여요. 울 친정엄마가 오래전부터 부탁했는데...이제 생각이 났어요.^^
고사리는 '안 팔아요~~ 아니 못판다니깐요~~ ㅠ.ㅠ
밭에서 재배하는 거 아니면 몰라도 저처럼 온 산을 헤집고 다니며 두 달 정도 끊으면
겨우 저희가 1년 먹을 거 장만하는 걸요. ㅋㅋ
어머님께 선물할 거는 남겨 둘게용~~
@청미루(이승희86A) 저도 그 귀한 고사리를 그냥은 먹을 수 없어요. 잉~~
역시 이쁜이는 이쁘게 노네요... ㅎㅎㅎ
으흠, 르몽드에 재수록하면 그창 군민들이 내 뺨에 뽀뽀해주겠지? 으흠 내일 사과농장또루마니 만나로 가야겠구나. 홍희야 로비할 곳이 있다 제일 좋은 놈으로 한박수 부탁한다!
선배님의 발길은 미치지 않는 곳이 어딘지 궁금하옵니다. ^^
언제나 격려의 시선으로 바라보아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에요.
꽃피는 봄이 오면 한번 뵐 수 있겠지요?
산불나고
그 다음해에
그 산에 난 고사리는 잘 보여요
어릴 때 동네 아주머니들 따라다니며
두어번 고사리 꺾은적있어요
재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