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이 노동절 휴무에다가 5월 2일 연차 휴가를 내니까 이어지는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어린이날과 부처님 오신 날이 겹쳐 말그대로 황금연휴였습니다. 계절은 푸르럼이 고조되는 5월이니 여행계획을 짜기에 더 없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에 따른 참사로 전국민이 패닉상태에 빠져있는 데다가 고3 수험생이 있는 우리집에서는 그저 간단한 외출만 허용될 뿐이라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아카시아와 이팝나무 등 하얀색 꽃들이 지천에 깔려 같이 놀자고 유혹하지만 애써 외면을 해야했습니다. 이러한 연휴의 마지막날 유강탁구교실에서 남자 부수 기준으로 5부와 6부 대상으로 최강자를 가리는 탁구대회가 열린다는 정보가 일상 탈출의 좋은 기회로 생각되어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간만에 라켓을 가방에 챙겨넣고 유강탁구교실로 갔습니다. 오랜만에 탁구대에 서야했지만 그래도 나 자신의 실력을 믿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성적은 기대를 했습니다. 일단 8강을 목표로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탁구장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선수들을 응원하고 코치하기 위하여 오신 분들로 탁구장이 비좁았습니다. 언뜻 봐도 중원을 제패했던 분을 포함해서 이름만 들어도 오금이 저리는 나름대로 무림의 무시무시한 고수들이 다 모인 것 같았습니다. 대진표는 5부와 6부 각각 우승자를 가려 우승자끼리 결판을 내는 방식으로 짜여져 있었습니다. 일단 조를 확인하고 기다렸습니다. 예상보다 너무 경기가 지연되는 것 같아 확인해보니 당초 예선은 3판 2선승제였는데 주최측에서 참가인원을 고려하여 예선부터 5판 3선승제로 변경을 했기 때문이네요. 최악의 경우 참가비 1만원내고 4세트만에 접어야하는 경우가 있을 터인데 그나마 조금 좋아졌다고나 할까요?
암튼 우리조는 안면이 있는 분이 없어서 실력이 어떤지 다소 긴장이 되었습니다. 예선탈락에 대한 두려움도 살짝 있었구요. 8강을 목표로 하면서 이러면 안되는데. 드디어 우리조의 게임이 시작되었고, 내가 첫게임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3대0으로 이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게임은 상대방이 내가 제일 싫어하는 딤플 라버를 사용하는 분이네요. 그래도 우짭니까? 모관장님의 열렬한 코치를 받으며 최선을 다했지만 역부족으로 1대3으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코칭해준 관장님께 살짝 죄송한 마음이지만, 실력이 요것밖에 안되니 어쩔 수 없네요. 간신히 2위로 예선탈락은 모면하고 본선에 진출했고, 다른 예선전이 다 끝나도록 기다렸습니다.
예선전이 모두 끝나고 5부의 본선 첫게임을 내가 해야 하네요. 빨리 끝내고 일찍 보따리 싸라는 주최측의 배려(?)인가 봅니다. 그러나 원래 작전대로 평소 실력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뎀비기로 했습니다. 상대방이 그렇게 까다롭지는 않은 것 같았지만 역시 노련한 분이었습니다. 스매싱 한방에 놀랄만도 하겠지만 전혀 동요없이 차분하게 자기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결과는 1대3의 참패였습니다. 우려했던 결과가 나타나니 즉각 보따리 싸서 일단 보따리는 차에 실어놓기로 하고 살며시 탁구장을 벗어났습니다. 차에서 대충 챙기고 탁구장으로 다시 들어가려니 쪽팔리고 무안해서 바로 철수하고야 말았습니다.
첫댓글 지난 5월 9일 올렸었는데
이곳에 다시~~ㅎㅎ
그럼요.그땐 리그전후기란이 없었기 때문이지요.다시봐도 재밌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