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정도는 산행을 해야 한다.
보리밥 한 그릇을 먹기 위해서 말이다.
그저 차 타고 가서 쉽게 먹을 수 있는 보리밥이 아니다.
산을 오르내리며 땀을 흘린 만큼 더 맛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리밥을 먹기 위해 산을 탄다.
아예 목적지를 보리밥집으로 두고 등산하는 것이다.
산행길에 만난 상당수 사람들이 그랬다.
특히 40 50대 여성들이다.
전남 순천 조계산 보리밥집 이야기다.
보리밥집은 조계산의 선암사와 송광사를 잇는 큰굴목재길의 중간 지점에 있다.
선암사에서 송광사 까지 거리는 약 7km다.
어느 쪽에서 출발하던 한 시간 이상 등산해야 한다.
여유롭게 숲속의 새와 다람쥐, 야생화를 감상하며 산행하면 좋겠다.
편백나무 숲
잎을 자르면 피 같은 붉은 수액이 나오는 피나물 꽃
산행길을 마중나온 아기 다람쥐
쉼터 옆 개울물에서 목욕하는 박새
소문 듣고 찾아간 초행길은 선암사에서 출발했다.
초입의 자연학습장 편백나무 숲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6월의 등산길엔 지천으로 핀 피나물 노란 꽃이 반겨주고 있다.
5년 보리밥을 지어온 조계산 보리밥집은 '밥집' 냄새가 나지 않는다.
슬라브 지붕의 살림집과 부엌뿐, 곳곳에 마련된 나무 평상이 고작이다.
주문한 보리밥과 갖가지 찬이 담긴 큰 쟁반을 받아들고 평상을 꿰차고 앉으면 된다.
보리밥 1인분 가격은 5000원이고 선불이다.
주변 골짜기에 10여년 된 보리밥집 두 곳이 더 있다.
돈부 콩을 엊은 보리밥에 온갖 채소와 고추장 된장을 넣고 비벼 먹는다.
주인장이 직접 산비탈을 개간해 만든 밭에서 기른 싱싱한 푸성귀다.
돈나물, 미나리, 부추, 상추, 쑥갓, 씀바귀, 비름나물 등...
직접 먹어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알 수 있다.
장독 째로 땅속에 묻어 4년 숙성시킨 묵은 김치 맛도 빼놓을 수 없다.
보리밥을 먹은 뒤 빼놓지 말고 먹을 것이 있다.
장작불 가마솥에 있는 뜨끈한 보리 숭늉.
탱글탱글한 보리알을 씹는 맛이 구수하다.
조계산 보리밥집 주인 최석두씨(58)는 1977년 혼자 산에 들어왔단다.
40여년 전 전기도 안 들어오는 산에 들어와 산비탈에 약초도 재배하고 칡을 캐며 살았는데
보리밥집을 시작한건 1985년 부터다.
보리,쌀과 막걸리 등은 지게를 지고 손수 날랐다.
요즘은 4륜구동 작은 트럭으로 물품을 나르고 경운기 모터로 전기를 만들어 쓴다.
야채전 5000원, 도토리묵 5000원, 동동주 5000원
061-754-3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