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내와 함께 용봉동 CGV에 가서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했다. 평일 오후라서 그런지 관객 수는 아주 적었다. 손님을 맞이하는 영화관 여직원이 우리를 친절히 맞이해주니 마음이 더욱 즐거웠다.
"아비가 없으면 장남인 덕수 니가 가장이지 아이요? 장남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가족이 먼저라 하지 않았음메? 이제부터는 니가 가장이니끼니 가족을 잘 지키기요."
나도 8남매 중 장남이라서 감회가 남달랐다.
이 영화는 6.25전쟁부터 시작해 1970년대 산업화시대의 파독 광부와 파독 간호사, 베트남 파병, 이산가족 찾기 등 말 그대로 격동의 우리 현대사가 촘촘히 담겨 있었다. 주인공 덕수를 한평생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은 자기가 여동생의 손을 놓쳤고 그 때문에 동생은 물론 아버지와도 헤어졌다는 죄책감과 '이제부터는 네가 가장이라는 아버지의 말씀이었다. 이산가족 찾기에서 손을 놓쳤던 동생이 성장하여 잘 살고 있다가 감격적인 가족 상봉을 하는 장면을 보면서 나도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선장이 되고 싶었던 꿈, 대학 진학의 꿈도 모두 접고 가족을 위해 서독으로 베트남으로 돈벌러 떠나야 했던 덕수, 그 덕에 식구들이 먹고 살고, 동생들이 공부를 할 수 있었으며 집과 가게가 생겼다. 그리고 베트남에서 다쳐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된 다리가 남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가족영화로 여긴 것은 대한민국의 많은 아버지와 장남이 가장이라는 이름 아래 자신보다 가족을 위해 평생을 바쳐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리라. 우리네 가장은 이토록 집안의 모든 책임을 혼자서만 져야 할 필요는 없는데, 이제까지는 그렇게 살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최선을 다한 가장의 뒷자리가 영 편치 않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과 위로가 되는 점은 젊은 세대들이 이 영화를 통해 윗세대의 삶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는 고백을 들을 수 있어서 다소나마 위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문화의 힘이 이런 데서 발휘되고 있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