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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SOC 운영권 줄줄이 판다
3차 건설업 구조조정이 끝났지만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는 건설사들이 부지기수다. 과거에도 건설업 구조조정 당시 좋은 등급을 받았지만 워크아웃·법정관리에 들어간 건설사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 발표까지 연기되면서 건설사들은 더 이상 기댈 곳이 없게 됐다. 불황의 터널을 뚫기 위해 저마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건설사들의 자구노력 중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건 현금 마련을 통한 재정건전성 확보다. 한때 알짜사업으로 불렸던 민자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운영권까지 매각하며 실탄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초만 해도 일감이 줄면서 대형 건설사들은 물론이고 중견 건설사들까지 일제히 공공사업 수주전에 가세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현상이다. 건설사들의 SOC사업 방식은 이렇다. 도로·학교 등 SOC를 완공한 뒤 운영권을 20~30년 동안 갖게 된다. 그동안 통행료 등의 수익을 얻고 기간이 완료되면 운영권을 정부에 넘기는 방식이다. 멀리 보면 운영권을 통해 꾸준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건설업체들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그나마 매각이 쉬운 운영권까지 시장에 던지는 형편이다.
한화건설은 지난 5월 개통한 ‘제3경인고속도로’ 운영지분을 매입할 투자자들을 물색 중이다. 총 사업비만 7379억원 규모로 한화건설이 주간사이고 ‘(주)제3경인고속도로’가 30년 동안 운영권을 갖는다. 한화건설은 출자 지분 매각을 통해 재정건전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이다. 한화건설·두산중공업·현대건설 등 6개 민간기업이 공동투자해 설립한 제3경인고속도로는 길이 14.3㎞, 왕복 4∼6차선 규모이며 경기 시흥시 도리동과 인천 남동구 고잔동을 연결한다. 도로 건설을 위한 토지보상비는 도가, 공사비는 시행사가 부담하는 이 도로는 완공 후 소유권이 도에 이관된 채 시행사가 30년간 유료로 운영한다. 한화건설 측은 이를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언제 어느 정도 지분을 매각할지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설명한다.
워크아웃 중인 금호건설도 서수원~평택 간 경기고속도로의 운영 지분 매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금호건설은 경기고속도로 보통주 1208만주를 지난해 628억원에 매각할 예정이었지만 워크아웃이 개시되면서 매매계약을 해지한 상태다. 또한 2006년 발해인프라펀드(BIF)와 국민연금공단은 공동으로 대림산업 등이 보유한 신대구부산고속도로 주식의 81%를 6797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국민연금이 일산대교 지분 1045만400주(주당 1만2000원)를 총 1254억원에 인수했다.
2008년 7월에는 강원 미시령관통도로(미시령터널)의 운영권이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매각되기도 했다. 코오롱건설 등 5개 업체의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미시령관통도로㈜ 측은 지분 100%를 국민연금 측에 매각했다. 특히 도는 협상에서 지분 매각을 승인하는 조건으로 현재 90%인 통행료 수입보장률을 79.8%로 낮추도록 요구해 동의를 얻어냈다.
부산 가덕도와 경남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 지분 매각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우건설이 주간사인 시행사 GK해상도로(주)는 당초 1조4469억원(99년 불변가 기준)으로 협약을 체결했으나 준공연도인 올 12월을 기준으로 한 경상가는 2조1395억원(민간투자 1조5255억원, 재정지원 6140억원), 여기에 접속도로 개설을 위해 경남도 4405억원, 부산시 3555억원, 어업보상금 950억원 등이 투입돼 총 사업비는 3조305억원에 달한다. GK해상도로㈜는 교량 건설 총 사업비의 69.1%인 9996억원을 투자했다. 업계 관계자는 “GK해상도로 지분을 보유한 건설사들이 연말 완공하자마자 지분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서울고속도로, 미시령터널 지분도 잇달아 매각
건설사들의 SOC 지분 매각은 그동안 꾸준히 진행돼왔다.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GS건설 컨소시엄은 지난해 10월 국민연금공단에 서울고속도로 잔여 지분 전량을 팔았다. 매각 대상 주식은 2008년 이미 매매계약을 체결한 금호산업(14%)과 대우건설(10%) 지분을 제외한 6992만주(76%)다. GS건설 27%, 대림산업 12%, 두산건설·롯데건설·현대건설·코오롱건설이 각각 8%이고, 삼환기업은 5%다. 국민연금이 1차로 지불해야 하는 매매대금은 주당 7200원으로 전체 5034억원에 이른다. 사실 GS건설 컨소시엄은 2008년 7월 매각주간사 선정을 시작으로 서울고속도로 매각에 착수했다. 당시만 해도 연기금을 비롯한 여러 기관들의 투자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정부가 운영 수입의 90%까지 보장해주기로 한 데다 장기로 운영되는 장점까지 더해져 예상 매각가가 1조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GS건설 컨소시엄 측의 초기 출자금액은 약 4500억원에 불과해 예상대로만 진행되면 2배 이상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목을 잡았다. 투자자들이 지분 매입가를 낮추면서 주주들과의 가격 이견이 나타났고 그해 12월 칸서스자산운용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지만 칸서스의 펀딩이 실패했다. 결국 지난해 3월 재매각에 돌입했고 급기야 10월 잔여지분을 매각하기에 이르렀다.
‘세금 먹는 하마’로 불리는 역대 최대 민간투자사업인 인천공항철도 지분 매각도 마찬가지다. 2007년 산업은행 등과 지분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정부 승인을 기다리고 있던 현대건설 컨소시엄 참여사들은 좌불안석이 됐다. 정부가 난데없이 공항철도 지분을 코레일에 넘기겠다면서 ‘인천공항철도 민간투자사업 합리화 대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2007년 1단계 개통 이후 매년 1000억원 이상이 운임 수입 보조금으로 지급되고 있었기 때문. 공항철도는 개통 첫해인 2007년 하루 평균 이용객이 21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1만3000명으로 예상치의 6% 수준에 불과했다. 그만큼 수요가 적어 정부로서도 난감한 상황이었다.
급기야 정부는 당초 금융권 매각에서 공기업인 코레일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정부로서는 재정 부담을 낮추려는 포석이었지만 또다시 계약 체결을 준비해야 하는 건설사로서는 당황스러울 따름이었다. 또한 매매계약 해지에 따라 2005년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받은 8000억원을 반환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러다 지난해 정부는 지난해 9월 현대컨소시엄의 민자 지분 88.8%를 1조2058억원에 코레일에 넘기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 건설사, SOC 지분 매각으로 현금 확보 기대
향후에도 건설경기가 급반전하지 않는다면 건설사의 SOC사업 운영권 매각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건설사의 밥줄인 수주 씨가 마른 상황에서 지방은 물론이고 서울, 수도권의 알짜 SOC 운영권을 매각하지 않고서는 재무지표를 개선할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백재욱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건설경기가 갈수록 악화되면서 SOC를 직접 운영하기보다는 준공되자마자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려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며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 제값을 받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알짜 SOC를 시가보다 낮게 매각한다면 추후 해당 건설사 실적에 마이너스 요인 부메랑이 돼 돌아올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2008년 이후 국내 SOC PF시장은 침체가 극심한 상황.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PF시장이 활발하던 2008년 체결된 수익형 민자사업은 4건으로 체결액만 4조9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는 체결 건수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여러 원인이 있지만 그 배경으로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 폐지를 빼놓을 수 없다. MRG는 정부가 민자 사업을 추진할 때 일정 수익을 재정에서 보장해 주는 제도로 민간 사업 안전성을 담보해주는 동시에 특정 기업에 대한 ‘예산 퍼주기’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SOC 건설 이후 정부가 메워줘야 하는 프로젝트 적자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정부는 단계적으로 MRG를 축소해왔다. 민자 사업 중 민간 제안 사업에 대한 MRG는 2006년 폐지했고 이어 지난해 9월 민자 사업 중 정부고시 사업에 대한 MRG를 폐지하기로 했다.
MRG 폐지 이후 정부와 금융기관, 건설회사가 모두 위험을 떠안지 않으려 하는 데다 금융위기까지 겹치며 국내 SOC 민자 사업 시장은 사실상 폐업 상태에 놓였다.
■ 외국 사례는? 일본 정부, 오히려 민간에 인프라 운영권 넘겨
일본은 우리와 정반대다. 오히려 정부가 민간에 주요 인프라 운영권을 대거 넘기는 분위기다. 국내총생산(GDP)의 2배에 달하는 86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를 안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 SOC 투자로 발생한 적자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빚더미에 올라 있는 오사카 인근 간사이국제공항의 경영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2012년쯤 오사카국제공항(이타미공항)과 통합한 뒤 지주사를 설립하고 공항 운영권을 민간 기업에 넘기기로 했다. 공항 운영권을 팔아 얻는 자금으로 간사이공항의 빚을 갚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지자체가 관리하는 지하철을 민간 기업에 맡기거나 노후화된 도심 고속도로를 개보수해 민간이 운영하도록 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실제 향후 50년간 일본에서 공항, 고속도로 등 사회간접자본 개보수에 필요한 비용은 312조엔(약 3800조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일본은 중앙정부는 물론이고 지자체 재정 상태까지 악화된 상태라 인프라 정비에 만간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적극 도입할 계획이다.
매일경제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원문보기
국민연금관리공단 미시령터널 운영권 인수
올 하반기 프로젝트파이낸스(PF)시장에서 가장 눈길을 끈 딜 가운데 하나는 국민연금의 ‘미시령동서관통도로(주)’ 인수.
미시령동서관통도로(주)는 지난 2000년 12월 BTO(Build-Transfer-Operate)사업으로 추진된 미시령터널과 인근 접속도로의 건설 및 운영을 목적으로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로, 지분은 미시령터널 시공사인 코오롱건설 컨소시엄이 100%(399억원) 가지고 있다.
지난해 5월 미시령터널 프로젝트가 준공되면서 미시령동서관통도로는 강원도와의 실시협약에 따라 30년동안의 운영권을 부여받았고, 코오롱건설 컨소시엄은 투자금 회수를 위해 미시령동서관통도로를 투자 매물로 내놓았다.
지난 10월 30일 열린 입찰경쟁에선 역내 최고 수준의 입찰가를 적어낸 국민연금이 5:1의 경쟁을 뚫고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시령동서관통도로 입찰에는 국민연금을 비롯해 국내 민자도로 투자에서 내로라 하는 4개 금융투자자들이 모두 참여해 치열한 경합을 펼쳤다"면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국민연금이 적어낸 입찰가는 다른 민자도로 SPC 입찰 때보다 높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미시령터널에 '1346억 α' 투자한다
미시령동서관통도로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국민연금은 코오롱건설 컨소시엄과 연내에 지분인수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인수가격은 지분 100%를 코오롱건설 컨소시엄이 출자했던 399억에 프리미엄을 더한 가격으로, 정확한 규모는 정부의 출자자 변경 승인 조건에 따라 달라지지만 800~1000억원 사이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5천원짜리 주식을 두배 이상 높은 가격에 인수하는 것으로, 지난해 KIF, MKIF, 교원공제, 국민연금, 발행인프라펀드 등이 인수경합에 나섰던 신대구부산고속도로(주)의 인수가격(주당 8천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편 미시령동서관통도로는 국민연금으로 주주변경이 이뤄지면 지난 2002년 건설 사업비 조달목적으로 국민은행 대주단으로부터 대출받은 947억원(2006년 말 기준)을 국민연금으로부터 대출받아 조기 상환할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시령터널의 차입금리는 연도별 기준금리(3년만기회사채이자율)에 1.8%포인트를 가산한 수준으로,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사업들이 기준금리에 1.1~1.3%포인트를 가산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국민연금이 리파이낸싱을 일으키는 것은 기정사실로 볼 수 있다"고 답했다.
다른 관계자도 "금융투자자들이 최근 민자도로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에퀴티 투자를 통한 배당을 노린 것이 아니라 차입금 리파이낸싱을 위한 것으로, 947억원 수준이라면 국민연금이 단독 대출에 나설 것"이라며 "조기상환 수수료(차입금의 0.5% 수준)가 붙지만 단독 대출을 통해 차입금리를 이전보다 높게 잡는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결국 인수자금과 대출금을 합쳐 국민연금은 미시령동서관통도로에 총 1346 α(지분인수 프리미엄)를 투자하는 셈이다.
"지분인수 프리미엄 과도" 지적도
국민연금의 미시령터널 인수에 대해 수익성 BTO사업에 대한 투자과열을 불러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미시령터널의 실사협약 조건이 좋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프리미엄 수준이 과하다는 주장.
사실 미시령터널은 30년 운영, 불변수익률(물가상승률 제외한 수익률) 9.43%, 운영수입보장제도(MRG) 90%라는 매력적인 조건으로, 인수가격이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이 입찰에 빠졌지만 국민연금, 맥쿼리뱅크, KB자산운용, 한국인프라자산운용, 칸서스자산운용 등 5개 금융투자자들이 경합을 벌이면서 이같은 전망은 힘을 얻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써낸 입찰가격은 다른 투자자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시장에서는 주당 1만원 이상으로 알려지고 있다.
코오롱건설 관계자도 "국민연금이 써낸 가격은 내부적으로도 비밀로 취급할 정도로 높은 수준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처럼 국민연금이 높은 가격을 제시한 것은 바로 높은 물가변동률 전망에 기인한 것이다. 보통 입찰가격은 물가 변동률에 정비례하는 타깃수익률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물가 상승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해 사업타당성을 맞췄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28년간 물가 상승률이 기대치에 못 미칠 경우 투자수익이 크게 감소하게 된다.
물가변동 리스크와 함께 최근 발표된 춘천-속초간 철도 등 대체도로의 설립이 교통량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
최악의 경우 이화령 터널처럼 정부 책임회피로 인한 피해사태도 벌어질 수 있다. 이화령 터널은 교통량이 초기 예측의 20~30%밖에 미치지 못해 운영적자가 심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통행료 인상 등의 지원을 회피한 대표적 사례. 소송을 통해 피해보상금이 지급되고는 있지만 실제 기대 수익보다 낮아 사업참여자들은 손해를 본 케이스다.
머니투데이 안영훈 기자(ahn77@)
국민연금 민자SOC 공격 투자
국민연금관리공단이 민자SOC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국민연금을 활용하는 강점 때문에 자금조달 비용면에서 경쟁력을 확보, 목표수익률이 금융권보다 낮아 민자SOC 금융시장과 리파이낸싱(Refinancing) 시장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금리가 오르고 금융권의 유동성 부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공단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됨에 따라 기존 금융권과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내년 민자SOC시장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는 소사~원시 철도 BTL은 물론 30개 민자도로 노선 중 우선순위로 선정되는 사업에 대해 연금공단이 공격적인 투자 의지를 밝혀 독식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권과 국민연금관리공단 간 갈등이 심화될 전망이다.
국민연금 민자시장 장악(?)
공단의 공격적인 투자 행보는 최근 있었던 미시령터널의 리파이낸싱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코오롱건설 컨소시엄이 완공한 미시령터널의 리파이낸싱에는 11개 금융기관이 입찰에 참여해 공단이 사업권을 인수했다.
입찰에 참여한 일부 금융기관도 목표수익률을 국고채 금리 수준으로 낮춰 입찰에 참여했지만 공단이 제시한 조건을 제칠 수 없었다.
공단 관계자는 “조달 비용이 낮은 데다 기금 성격상 장기 자산운용이 가능한 자금이어서 금융기관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었다”며 “특히 금융기관에 비해 투자제한도 없다는 점이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한 이유”라고 말했다.
금융기관의 한 관계자는 “미시령터널 리파이낸싱 때 대부분의 금융기간이 매입대금 납입을 단계적으로 지급하는 조건을 제시한 데 반해 국민연금은 매입대금 지불조건이 좋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분(Equity) 투자 제한도 적어 금융기관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공단의 민자SOC시장 투자는 내년에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공단은 다음해 투자계획을 고시물량에 맞춰 증감하는데 내년에는 소사~원시 철도 BTL과 민자제안 경쟁이 벌어졌던 30개 민자도로노선의 우선순위 선정이 있을 예정이어서 확대되는 물량만큼 투자를 늘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 관계자는 “소사~원시 철도 BTL은 신디케이트론 형태로 출자비중을 높일 계획이고 민자도로사업은 교통량이 확보되는 제2경부축과 수도권 제2외곽도로 중 남부노선을 중심으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총사업비 전액에 대한 단독투자를 선호하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 규모는 2조원대에 육박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민자SOC 독식 가능성 우려
국민연금의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 때문에 내년 민자SOC사업을 공단이 독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최근 민자사업이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이 없는 것들이어서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그만큼의 리스크를 반영해 목표수익률을 높여 잡을 수밖에 없기 때문.
인프라펀드도 운영보수 등을 감안하면 9% 이상 수익률이 나야 투자가 가능하고, 다른 금융기관도 국고채금리가 7%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7% 이하의 수익률이 예상되는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생명보험사는 금리가 높고, 국민연금과 유사한 사학연금 등의 연기금도 내부 투자심의를 받는 과정이 까다로워 국민연금 같은 빠른 의사결정과 공격적인 투자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결국 사업성이 우수한 민자도로사업이 수도권 위주로 한정된 상황에서 금융권의 경쟁이 치열해질 경우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한 국민연금의 독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제3자공고를 거치는 과정에서 시공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공비가 하락하고 있어 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국민연금을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미시령터널 리파이낸싱에서 보듯이 건설사들이 좀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국민연금을 선택하는 구조가 됐다”며 “최근 민자사업의 수익률이 5~6%에 불과한 상황에서 국고채금리보다 낮은 수준의 수익을 보고 투자를 할 수 있는 금융기관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MRG가 없어지면서 개별 재무적투자자들이 민자시장을 이탈하는 상황에서 민자사업의 활성화 기반이 될 인프라펀드가 리스크가 높은 물건만 확보하게 된다면 궁극적으로 민자시장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권·국민연금 갈등 심화
민자금융업계는 국민연금의 내년 민자시장 독식 우려로 인해 기존 금융권과의 갈등이 폭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금융자문사 관계자는 “기존 금융권 입장에서 보면 국민연금의 조건은 사실상 덤핑으로 볼 수 있다”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 가격평가 점수가 갈수록 높아지는 등 민자금융시장이 교란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국민연금이 민자사업에서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대체투자를 급격히 줄일 경우 금융시장은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며 “내년에 금융권과 국민연금 간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지분 투자에 제한이 있는 반면 국민연금의 경우 이 같은 제한이 없다”며 “국민연금이 떨어뜨린 가격은 결국 민자사업에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경우 기관 특성상 목표 수익률이 낮은 데다 자금조달 측면에서 유리한 점이 강점”이라며 “낮은 수익률로도 목표수익률을 맞출 수 있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해당사업에서 손실이 발생해 국민연금이 투자를 중단하고 발을 뺄 경우 시장의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있지만 교통량이 확보되는 물건을 중심으로 투자하는 것을 보면 손실이 날 확률은 오히려 적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 금융권과 국민연금 간 규제 적용 여부가 불만이기는 하지만 국민연금이 화도~양평 민자사업에서는 과도한 가격경쟁을 벌이지 않은 것을 보면 시장 교란이라고 단정짓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은 최근의 금리 상승과 유동성 부족 등을 감안해 당분간 투자를 유보하고 관망세를 유지하면서 교통량이 확보되는 양호한 사업 위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할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건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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