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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6일 새맘교회에서 멘토와 함께하는 설교 학교 2강을 열었습니다. 멘토 박득훈 목사와 28명의 목회자들이 '지금 시대에 하나님의 현존을'이라는 주제로 고민을 나눴습니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
목회멘토링사역원이 주최하는 설교 학교 2강. 부활절 다음 날인 4월 6일(월) 새맘교회를 찾아가 박득훈 목사를 만났습니다. 28명의 목회자가 모여서 2시간여 동안 '이 시대에서 하나님의 현존을’이라는 주제로 멘토와 함께 공부했습니다.
"인기 없는 주제입니다." 가벼운 웃음을 띠며 박득훈 목사가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설교 강단에서 시대 문제를 언급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논란이 생길 수 있는 민감한 이슈입니다. 말한 그대로 인기를 끌기 힘든 주제입니다. 사람을 모으기 힘들다는 뜻입니다.
인기를 얻기 위해 할 말을 안 하는 경우도 있고, 해야 할 말을 하고 인기를 잃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박 목사는 개인적인 고뇌를 여기에 하나 더 덧붙였습니다. '나는 과연 하나님의 말씀을 말씀대로 정확하게 설교하고 있는가? 그 때문에 인기를 잃는다면 큰 문제는 아닌데, 만약 사람 잃는 것이 내 인격의 문제 때문이라면 그것은 내가 변하고 고쳐야 할 몫이 아닌가' 하는 성찰입니다.
이어서 박 목사는 두 편의 자기 설교문을 예시로 보여 주었습니다. 내용을 참고하기 위함이 아니라 어조와 톤을 비교하기 위함이었습니다. 한 편은 교회 교인들을 대상으로 한 설교문이었고, 다른 한 편은 세월호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모임에서 전한 설교문이었습니다. 설교 현장에 따라 언어의 질감이 달랐습니다. 그 이유는 설교자가 만나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에 대한 고려 때문이었습니다. 박 목사는 이 점에 대해서 설교자가 더욱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 박득훈 목사는 주제와 관련된 이론 설명뿐 아니라 개인적인 고뇌와 씨름의 과정도 참석자들과 함께 나눴습니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
본격적인 강의로 넘어가 박 목사는, 이렇게 까칠하고 부담스럽고 민감한 주제를 왜 굳이 목회자들이 다루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 나갔습니다.
먼저 두 가지 오해를 풀고 지나갔습니다. 하나는 정교분리의 원칙이고, 다른 하나는 권력에 대한 순종을 강조하는 교회의 오래된 분위기에 관한 것입니다. 박 목사는 정교분리의 기본 정신을 설명하면서, 정교분리 원칙은 신앙인의 정치 참여를 가로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치권력으로부터 신앙의 자유를 보호하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신앙의 자유란 "신앙인이 하나님 앞에서 확신한 바를 말하고 그 말한 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인데, 어떤 권력이든 그 자유를 침해하거나 억압한다면 정교분리의 원칙은 그 자유를 수호하는 쪽으로 기여한다는 것입니다.
권력에 무조건 순응하는 분위기도 다시 짚었습니다. 로마서 13장은 그리스도인이 위에 있는 권세에 순응할 것을 당부하는 본문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박 목사는 13장 5절을 언급하면서 "양심에 따라 순종하라고 했는데, 양심이란 무엇이 옳고 그른지 구별하는 능력이기 때문에 권력에 무조건 순응하라는 주장은 말씀의 본뜻에 배치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서,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바치라'(눅 20:25)는 말씀을 올바로 해석하려면 "가이사의 것과 하나님의 것을 나누라는 뜻 대신, 가이사보다 위에 계시는 하나님의 권위에 순복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설명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박 목사는 하나님나라의 총체성과 기독교 세계관이 제시하는 구속 이야기를 들면서 설교자가 영적인 문제뿐 아니라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하나님의 뜻을 분별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 참석자들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목회 현실과 이상과의 괴리를 털어놓는 참석자들이 많았습니다. 박득훈 목사는 "쉬운 길은 아니지만 못 갈 길도 아니라고 하면서 외로운 길일지라도 끝까지 갈 수 있기를 자신도 계속 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
박 목사가 '왜' 해야 하는지를 강의를 통해 설명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는 참석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나눴습니다. 질의응답 내용을 아래에 요약해 정리합니다.
참석자: 정치적 견해가 다른 교인들이 한자리에 앉아 있다. 목회자이자 설교자로서 정치·사회 문제를 다룰 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박득훈 목사: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정당이 있고 정치적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일정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성경의 가르침이 어떤 정치적 견해와 일치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곤란하다. 설교자가 자신의 입장이나 사상을 성경을 이용해 전하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어디까지나 이웃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해야 하고 교인들과 그 점에 대한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참석자: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설교를 듣는 청중들은 실생활과 동떨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변화가 눈앞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희망을 찾기도 어렵다. 교회 운영을 생각하면 현실적인 염려도 없지 않다.
박득훈 목사: 쉬운 길은 아니다. 하지만 못 갈 길도 아니다. 사람을 많이 모으려 생각하면 더 힘들 수 있다. 하지만 한 사람이라도 얻는다 생각하면 못 할 것도 없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주어진 길을 걸어가다 보면 위로도 얻고 행복도 느낄 수 있다.
시대가 많이 어둡다. 세상이 빨리 변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아픈 사람들이 빨리 낫지 않겠나. 그러면서도 이렇게 기도한다. 주님, 이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 주님의 뜻이라면 받아들이겠습니다. 다만 외로운 길일지라도 끝까지 갈 수 있도록 제 곁에 가까이 와 주세요. 이렇게 기도하면서 매달린다.
▲ 참석한 목회자들은 시종일관 진지한 자세로 강의도 듣고 질문도 던졌습니다. 설교 학교 1학기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3강은 4월 20일 손봉호 교수와 함께 '한국교회와 목회자의 설교'를 주제로 공부합니다. ⓒ뉴스앤조이 유재홍 |
처음에는 인기 없는 주제라고 했지만 참석한 목회자들은 시종일관 진지한 자세로 강의도 듣고 질문도 던졌습니다. 이론 설명만 들은 것이 아니라 멘토 자신이 겪고 있는 내밀한 고뇌와 기도 제목을 함께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박득훈 목사는 강의의 결론을 맺으며 요한복음 7장 17절 말씀을 참석자들과 함께 읽었습니다. "사람이 하나님의 뜻을 행하려 하면 이 교훈이 하나님께로부터 왔는지 내가 스스로 말함인지 알리라." 박 목사는 마지막으로 "설교자가 자기 뜻, 자기 욕심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뜻을 구할 때 하나님께서 말씀을 주실 것이다"고 하면서 모임을 마쳤습니다.
멘토와 함께하는 설교 학교 1학기가 한창 진행 중입니다. 3강은 4월 20일 손봉호 교수와 함께 '한국교회와 목회자의 설교'를 주제로 공부합니다. (관련 기사: 멘토들에게 '설교'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