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지도 해돋이
최 방식
올해 새해는 내 생애에 특별하게 욕지도 섬에서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아침 6시 50분. 해안가 도로는 아직도 어둠에 묻혀있고 바닷가의 새벽 공기는 싸늘하다. 군데군데 어둑한 새벽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였고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행사장으로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그제 오후, 욕지도에 도착하여 펜션에 여장을 풀고 나니 3시가 조금 넘었다. 어중간한 시간이라 우리 일행은 2대의 차량에 분승하여 해안절경을 감상하기 위해 잘 포장된 일주도로를 따라 섬을 한 바퀴 돌기로 했다. 푸른 바다 위에 멀리 작은 섬들이 군데군데 조약돌처럼 떠있고, 한적하고 아름다운 섬의 일주도로는 바다와 어우러져 겨울의 바다바람과 해안가 숲길이 마음마저 상쾌하게 만드는 명품 길이었다. 가는 곳 마다 다양한 풍경이 펼쳐지는 도로를 따라 가다가, 명소에는 내려서 겨울바다가 그려내는 변화무쌍한 풍광을 바라보며 감상하였고 천천히 일주한 덕분에, 어둑어둑 하지만 해안도로는 별로 낯설지 않았다.
해돋이 행사장 까지 거리는 차로 5분 거리인데 얼마가지 않아 교통안전 요원들의 통제에 따라 도로 옆으로 차를 세웠다. 우리 보다 일찍 도착하여 길게 늘어선 차의 길이는 옅은 어둠속에서도 족히 200미터도 넘게 보였다. 욕지도의 차라는 차는 모두 다 여기에 집결한 것 같았다.
우리 일행은 낮선 사람들과 함께 경사진 길을 걸어가며, 언덕 위에서 아침을 여는 음악소리가 울려 퍼지는 일출의 포인트 새천년 언덕이라 불리는 해돋이 행사장으로 향했다. 행사장 주변에는 새해 희망풍선을 날리기 행사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색의 풍선에 올해 희망을 적었는데 가족건강, 행복한 가정, 시험합격, 취업 이라는 글들이 눈에 띤다.
욕지도가 고향이며 열린 음악회에도 출연한 적이 있는 성악가 테너 문익환 교수의 바다를 배경으로 한 무대는, 같은 눈높이에서 들려주는 오솔레미오, 희망의 나라로 등 신년의 이른 아침에 듣는 성악은 웅장하면서도 감미로운 음성으로 우리를 압도하고 분위기를 지배를 하였다.
새해 새아침 특별한 행사에 귀한 분을 만나 기념사진도 함께 찍는 행운도 얻었고 귀한 노래를 감상했다. 난생 처음으로 이렇게 가까이에서 성악가의 모습을 보고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잊을 수 없는 감동적이었다. 고 함께 온 만홍 선생이 말했다. 이어서 난타가 공연 되어 우리 일행은 무대 옆 바다가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지금시간 7시 30분, 10분 후면 기해년 새해의 붉은 해가 남해의 바다에서 솟아오르리라.
내가 마지막 신년 해돋이를 본지가 언제인지 생각해 보니 대략 10년 전 쯤 되었다. 그때는 집 가까이 있는 신선대에서 일출을 보았는데 얼마나 많은 인파가 모였는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갈 때는 그런대로 수월하게 갔지만 일출을 구경하고 올 때는 한꺼번에 하산하는 꼴이 되어 떠밀려 내려 왔는데,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고 등산화는 황토색 먼지로 범벅이 된 적이 있었다.
그날 이후로 오늘의 태양은 오늘 뜨고, 내일의 태양은 내일 뜬다는 평범한 진리를 신봉하면서, 새해 새벽부터 밤잠을 설치며 해돋이를 보기위해 전국 곳곳에 구름처럼 모이는 사람들을 보며 유별난 민족이라 생각했다. 신년 해돋이와 나는 담을 쌓은 지 거의 10년 만에 욕지도에서 특별한 신년 해돋이를 맞이하고 있었다.
새해의 일출을 보기위해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검은 바다를 바라보며 어둑한 길을 걸어 해돋이 행사장에서 많은 관광객들과 함께 새해를 맞이하고 있었다. 동녘이 붉게 달아오르는 황홀한 아침바다를 바라보며 멀리 작은 섬 사이로 솟아오르는 붉은 해는 경이롭고 장관이었다. 바다는 거대한 한줄기 붉은 빛의 길을 만들며 열광하는 손길들과 합장하는 손길들의 환대를 받으며 역사는 내가 새로 쓴다며 솟아오르고 있다.
붉은 해는 장엄하고 위대했다. 어둠을 쫓아내고 주위를 빛으로 장식했다. 자연계에 존재하고 있는 모든 생명체는 붉은 해를 향해 존재의 의미를 감사하고 있는 듯했다.
희망의 새해다. 희망풍선에 저마다 희망을 적어 날려 보내고 저 멀리 날아가는 풍선을 보며, 왜 희망을 날려 보내는 거야? 붙잡고 가슴에 품어야지 하며 중얼거려 본다. 테너 문익환 교수의 앙코르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부녀회 봉사자들이 많은 해돋이 관광객들과 주민들에게 정성껏 준비한 떡국을 대접하는 손길이 아름답다. 하나님이 복을 주신다면, 아마 남을 배려하는 봉사자들에게 제일 먼저 복을 주실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올해는 황금 돼지해란다, 많은 사람들은 새해에는 건강하고 부자 되고 행복하기를 기원 하는 것 같다. 요즈음은 물질을 얼마나 많이 소유하고 있는가?, 소유가 행복의 척도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물질을 많이 가졌다고 반듯이 행복한 것은 아닐 것이다.
마테를링크의 <파랑새>에서 크리스마스 이브날 행복을 상징하는 파랑새를 찾아 떠난 남매는 파랑새를 찾지 못하고 갖가지 모험을 하며 일 년 만에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들의 집에 있던 티티새가 행복의 파랑새임을 발견하지만, 그만 파랑새는 날아 가버린다. 행복은 멀리 있는 파랑새가 아니다. 언제나 내 곁에 가까이 있었다는 동화의 이야기다.
우리는 부질없이 속물들처럼 아파트 평수를 비교하고, 수입을 비교하고, 직장을 비교한다. 하루하루를 만족하고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살아간다면 그 속에 행복이 있을 것 같다.
행사가 끝날 즈음 모였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돌아가자, 내 곁에 검은 대리석으로 만든 시비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김 성우님의 시비였다. 시비에는 ‘돌아가는 배’라는 시가 새겨져 있는데 나의 시선은 한동안 머물고 있었다.
이달 말일로 지금까지 37년간 몸 담았던 정든 직장에서 퇴임을 앞두고 있다 보니 시의 내용이 더욱 마음에 다가 왔다.
돌아가는 배
김 성우
나는 돌아가리라. 내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리라.
출항의 항로를 따라 귀향하리라.
바람 가득한 돛폭을 달고 배를 띄운 그 항구에
이제 안식하는 대해의 파도와 함께 귀향하리라.
어릴 때 황홀하게 바라보던 만선(滿船)의 귀선(歸船),
색색의 깃발을 날리며 꽹과리를 두들겨대던 그 칭칭이
소리 없이라도 고향으로 돌아가리라.
빈 배에 내 생애의 그림자를 달빛처럼 싣고 돌아가리라.
첫댓글 특별한 신년해돋이를 맞이하며 얻은 것은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것 그거야!
변화된 일상도 좋은 추억과 경험이 될 수 있어 좋았죠.ㅋㅋ
고향으로돌아가고싶네요 유년시절 감만1.2동을 철없이 뛰어놀던 그때로 돌아가서 그 옛날 쌍희반점 봉화형따라 솔개 벽돌관에 붉은 벽돌을 줏으로간 기억과 벽돌관에서 용당으로 가려면 바닷가로 내려와야하는데 도로가 기억자로구부려있어 그때는 어떤배인지도모르지만 상당히 큰배로 기억이납니다 솔개와 모래구찌 중간쯤 큰바위가있는데 헤엄잘치는 친구들은 얼른건너가 재미있게노는데 나도덩달아 뛰어들었지만 번번히 물만먹고 그냥 포기했지요 나중에알았지만 그곳이 고바위라고 하더군요 언젠가 선배님을 찾아뵈어 내가모르는 옛날감만동 이야기를듣고싶네요 건강하십시요
우리는 아름답고 소중한 시간이 머물고 있는 고향의 정취와 향수를 잊지 못하지만,
지금은 내가 뛰놀던 골목길과 주위 풍경은 흔적을 찾기 어렵고 완전히 상전벽해가 되어버렸습니다.
좋은글에, 공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