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그룹 홈스쿨링 체험학습을 다녀온 날이다. 춘천에 나가 요즘 뜨는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보고 마루샤브(샐러드부페가 있는 샤브샤브전문점)에서 함포고복!하고, 공원 나무숲에서 영화감상 토론하고 돌아오기로 했다.
그룹 홈스쿨링 연륜이 있는 아이들은 남아서 공부하게 하고, 홈스쿨링 연륜이 짧은 아이들을 데리고 체험학습을 해야 해서 체험코스 난이도를 대폭 낮췄다. 아직은 '학교 독'이 빠지지 않은 아이들이라 그렇다. 홈스쿨링 분야에서는 자주 '학교 독'이라는 말을 쓰곤 하는데 그 뜻은 학교에서 벗어난지 얼마 안되어 지적 호기심은 제거된 채 수동적 학습태도만 남아있어 배움에 대한 정서적 반응이 사라진 학교후유증을 말한다.
'학교 독'이 빠지지 않은 아이를 배움의 장으로 끌어내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이 때 학과공부는 최소화해야 한다. 장소에 상관없이 학과 공부는 달라진 것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공부하기 싫어도 그냥 학교에서 시키는 것을 겨우 따라하게 하는 수동적 인간 양성법!? 혹시 의도된 교육법은 아닐까? 그렇다면 요즘 학교를 보며 숨어서 웃는 사람들도 있겠다. 헐~
춘천CGV에서
각설하고,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봤다. 꽃미남? 운운하는데 김수현 얼굴은 겨우 알겠고 나머지 둘 이름은 지금도 모른다.-_-;; 아뭏든 이 영화를 청소년 홈스쿨러 입장에서 보자면 사랑, 정, 두려움을 배우지 않은 인간들의 이야기다. 아이히만 같은 대좌는 명령대로 복종하는 삶을 살 뿐이고, 처음 본 대상을 어미오리로 아는 갓 태어난 새끼오리 원류환, 리해진은 명령대로 복종하는 삶 외에 어머니, 조장에 대한 각인된 정 하나를 갖고 있을 뿐이고. 홍길동같은 서자출신 리해랑은 세상을 향해 조소만 날릴 뿐이고.
마루샤브에서 점심
영화를 보고 나와 마루샤브로 직행해서 점심. 사전 당부 사항은 세가지 : 1)골고루 먹자 2)너무 많이 먹지는 말자 3)문화인답게 먹자. 각자 편한 집 떠나와 한달 내내 산골에 들어앉아 게임 못해, TV 못봐, 폰은 맡겨야 하고, MP3 못들어, 컴퓨터 맘대로 못해, 먹는 것 선택여지 없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에게 먹는 것은 아주 중요한 욕구다. 이렇게 가끔은 해소할 기회를 줘야한다. 편식 경향은 다소간 있었지만 본전뽑기(!) 위해 먹는 아이도 없었고 흥분하지도 않고 아주 예쁘게 먹고 나왔다^^
춘천 무릉공원. 무릉마을 유래를 읽고나서 퍼포먼스^^
나무숲이 깊은 도시 속 무릉공원으로 갔다. 공원 가운데 지역 명칭 유래와 표현 작품이 있다. 중요한 체험 요령 중 하나는 어디서 뭘 체험했는지를 잘 알려면 설명 표지는 반드시 읽으라는 것. 춘천 무릉마을, 퇴계동, 거두리 등의 유래에 대해 알다.
놀이기구에서 술래잡기 중^^
무릉공원에 있는 아이들 놀이시설에서도 잘 논다^^ 초딩 놀이기구라 그런가? 꼭 초딩처럼 논다^^ 여러 기구 사이에서 술래잡기도 하고. 저렇게 함께 몸놀리며 놀아야 하지 않겠나? 돈들여 억지 인성교육 따로 받지 말고. '고래가 그랬어' 편집인 김규항씨가 늘 주장하는 말이다.
등나무덩굴 아래에서 영화감상 토론 중
적당히 놀게 하고 영화감상 토론 시작. 구름 낀 공원 나무숲 속 벤치에서. 두려움을 배우지 않은 영화 속 인간들은 추호도 망설임없이 직선으로 자기 길을 갈 뿐이다. 정을 모르는 이 인간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깝게 한다. 명령대로 기꺼이 죽는 사람이나, 좋아하는 사람을 살리는 방법은 투항인데 총으로 맞서다 죽게하고 자기도 죽는 사람이나, 마지막에서야 겨우 정을 느끼고 살고싶은 마음이 생겼음에도 자기가 가는 외길을 벗어날 생각을 못하고 죽는 사람이나 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두려워 할 줄 알아야 하고, 정을 주고받을 줄 알아야 하고, 편협되게 집착하고 있지는 않은지 수시로 성찰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자.
돌아오는 길의 아이들 마음도 경쾌해 보였다. 다음 달엔 어디 가지? 아는 건 좋아하는 것만 못한고, 좋아하는 건 즐기는 것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고 했다. 알고 싶어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좋아해라, 즐겨라 할 수는 없는 법. 교과서 밖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다보면 언젠가 알고 싶어할 것이다. 좀 빠르면 좋긴 하겠는데....
*** 아래는 체험학습 다녀온 뒤 아이의 '은밀하게 위대하게' 영화토론 일기 중에서
다 놀고나서는 옆에 벤치에 앉아 두시간 가량 영화토론을 했다.웹툰이 원작인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북한의 특수공작원이 남한에 침투하여 벌어지는 사건을 담은 내용이다. 우선 영화를 보고나서 처음 나의 총체적 느낌은.....그렇게 들개로 낳아져 괴물처럼 길러진 특수부대원에게도 인간의 정이라는것이 남아있구나 하는점에서 감동이 왔고, 모두가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훈련을 받고 똑같은 세뇌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각자 자신만의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각자의 삶을 사는것이 신기하다고 해야되나? 인간의 마음까지는 조종할 수는 없는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원류환에게는 어머니가 그러했고 리해진에게는 오성조 조장 원류환이 그러했듯이 한사람이라도 나에게 존경, 사랑의 대상이 있는가 라는것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되었다. 또한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있었고, 그저 평범한 삶을 원하는 그들에게서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함도 느꼈지만 그보다 그들이 그런 평범한 삶을 살지 못한것에 대해서 슬픔?분노?원망?이 컸다.
(아래는 아빠 꼬리글^^)
사람은 본디 선하고 사랑받고 사랑을 주고픈거지~ 그래서 항상 내안에 있는 능력, 사랑, 재능 등을 발명이 아니라 발견하는거지. 풀꽃서 자기와의 대화를 통해서 발견하는 승관이가 대견^^ 오마중서 특수훈련중(?)이었던 승관이는 사라지고~~~ 부모의 믿음과 풀꽃의 자연속에서 얻어진 너의 감수성으로 지난달 아파트 철쭉을 보는 너를 지켜본 부모의 마음을 알까?
*** 아래는 체험학습 다녀온 뒤 아이의 '체험학습 일기' 중에서
오늘은 체험여행을 다녀온 날이다. 체험은 춘천에 다녀왔고 주 목적은 영화토론이였다. 이번 영화는 최근에 개봉되었고, 꽤나 인기있는 영화인 '은밀하게 위대하게'였다. 아저씨 차 타고 춘천까지 40분정도를 가서 조조영화로 표를 끊어서 봤다. 춘천 cgv는 또 처음일세. 평일 조조라서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영화에 대한 내용은 영화토론에 쓸 것이다.
그리고 영화가 2시간 14분이나 되어서 9시 10분 영화를 보고 바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은 샤브샤브와 샐러드 뷔페였다. 집에서도 잘 안가는 뷔페 오랫만에 갔다 왔고 적당히, 딱 맞는 양을 조절해 잘 먹은 것 같다. 가장 맛있게 먹은것은 없다. 내 원래 먹는 스타일이 쫌 그렇다 ㅋㅋㅋ 사실 맛 없는게 없었고 다 잘먹었던 것 같고 의외로 뷔페치고는 육회가 좀 생각보다 맛있었고 파인애플도 뷔페치고 맛있었다.
메인 요리로 샤브샤브를 많이 먹고 그동안 다른 음식들도 많이 먹고 디저트도 약간 먹은 채 꽤나 배가 불렀고 무릉공원에 가서 다같이 놀았다. 그리고 좀 놀다가 무릉공원 벤치에서 영화토론을 했다. 햇빛이 없어서 야외에서 할만했다 ㅋ
오늘의 체험여행은 정말 여행같이 많이 잘 놀은 것 같기도 하다만 영화볼 때에는 정말 집중해서 잘 본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색다른 체험여행이였던 것 같다.
첫댓글 정말 재미있었어요 영화를 보고 그걸 다시 토론을 하니까 더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ㅎㅎ;;
///아...내 볼때기 터질라...
전혀 다른 버전의 영화 얘기 같지 않아?^^
영화 궁금하네요.. 휴가때 보고 와야겠어요!
응, 꼭 보고 와~ 액션에 몰입하진 말구~^^
기억에 많이 남는 영화였던 것 같아요
체험학습도 재미있었고 다음 체험학습도 기대되요ㅎ
7월.... 물에 갈까?^^
정말 색다른 체험학습이였던 것 같고
색다른 영화토론이였던 것 같아요 ㅎㅎ
오랫만에 뷔페에서도 잘 먹은 것 같구요 ㅋ
부페에서 의젓한 행동, 아주 좋았쓰~^^
미련이 많이 남는 영화인것 같아요. 샤브샤브 너무 맛있었어요 마루샤브 데리고 가주셔 감사합니다ㅋㅋㅋㅋ
하은이는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니, 언제나 행복할꺼야~
아아......부럽다..나도 샤브샤브 먹을 줄 아는데..
이번 휴가때 영화도 보고 샤브웰에도 꼭 가겠어!!
어째 놀이터에서 놀아야 할 나이의 아이들은 없고 중고딩들이 저기서 저러고 있는지...슬픈 현실..
한국의 아이없는 놀이터라는 비극적 상황을 지금 어른들은 개혁할 수 없어.
석하가 개혁시킬 수 있는 힘을 키워바바.
이번 휴가 때 같이가서 먹자!^^
극장에서 영화보고 인기있는 영화로 토론하니 더 재미있엇던 것 같아요 ㅋㅋㅋ
다음에도 이런 체험학습! 좋아요 ㅋㅋ
알아써~^^ 가끔 그러지 뭐~ 나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