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견디지 않겠다는 선언
안녕하세요. 저는 2019년 대학입시거부선언을 하게 된 영민이라고 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 선 저는, 1년 전까지만 해도 대학에 가고 싶어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너무도 간절히 원해서 하루에 4시간만 자고 커피믹스를 째로 씹어 먹으며 공부했습니다. 대학을 가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질 수 있다고, 대학을 간 사람과 안 간 사람의 차이가 크다고, 좋은 대학을 나온 사람과 그저 그런 대학을 나온 사람은 다르다고 모두가 말했기에, 저는 그 말을 믿었습니다.
원하는 공부를 하기 위해 원하지 않는 공부를 했습니다. 그저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공부를 하지 않는 친구들을 그저 그런 사람이 될 것이라 무시했습니다.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과외를 받는데 큰 돈을 쓰고 등록금을 모았습니다. 20살에 대학에 입학해 캠퍼스 라이프를 즐기는 게 제가 그리는 20살의 삶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학을 위해, 대학이라는 사회가 내린 정답을 향해 저는 삶을 살아왔던 것이 아니라 견뎌왔습니다. ‘견딘다’라는 말은 “사람이나 생물이 일정한 기간 동안 어려운 환경에 굴복하거나 죽지 않고 계속해서 버티며 살아나가는 상태가 되다”라고 합니다. 저는 잘 살기 위해 대학을 갔습니다. 하지만 대학은 여전히 경쟁하기를, 견디기를 강요했습니다. 취업하기 위해 원하지 않는 수업과 프로그램을 들어야했고, 동기들과 경쟁해야 했습니다. 들쑥날쑥한 수업의 질에 수업 밖에서 공부할 것을 찾아야 했습니다. 등록금과 생활비 때문에 알바를 해야 했습니다. 저는 또다시 살기 위해, 버둥거려야 했습니다.
안정적으로 살기 위해 모두가 견뎌야 하는 사회, 버텨야 하는 사회, 싫습니다. 대학을 가지 않고도 지금, 여기서, 나의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대학을 나왔습니다. 물론 대학을 나왔다고 그런 사회적인 압박을 벗어난 것은 아닙니다. 또다른 차별과 배제를 겪습니다. 미래도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하지만 적어도 쉬운 길은 아니지만 내가 내 삶의 길을 그려나갈 수 있다는 것, 내 삶을 버텨나가는 게 아니라 살아 나갈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그래서 저의 대학입시거부선언은 더 이상 견디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습니다. 견디는 삶, 이제는 멈추겠습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대학입시를 거부합니다.
2019년 11월 14일
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