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carnegiehall.org/Calendar/2013/12/28/0800/PM/New-York-String-Orchestra/
카네기홀 로비
뉴욕 카네기홀 연주회
말로만 듣던 카네기홀에 처음 가보았다.
뉴욕 일정을 확인하니 볼만한 연주가 하나밖에 없었다.
뉴욕현악오케스트라 연주로 어린 학생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이다.
일정기간 유명 오케스트라 단원이나 독주자들이 학생들을 가르쳐 마지막에 순회연주를 하는 경우가 세계 곳곳에서 있다. 독일에서도 이미 몇 번 본적이 있다. 이날 음악회가 바로 그런 음악회였다.
독일서도 느낀 것이지만 단기간에 합숙하면서 연습했지만 그 실력은 기성 오케스트라보다 더 잘하는 것 같다.
이날 음악회도 기대이상의 연주를 들려주었다. 멋지고 좋은 음향을 가진 연주홀에서...
한국의 바이올린 김수빈과 이 제시카, 그리고 비올라 장충진 이 현악사중주 단원으로 협연하여 더욱 기억에 남는다. 김수빈은 이미 한국에서 여러 번 들었었는데 다른 연주자는 처음 들어본다.
Program은 다음과 같았다.
ELGAR Introduction and Allegro, Op. 47 “서주와 알레그로”
PROKOFIEV Piano Concerto No. 4 “왼손을 위한 협주곡”
휴식
TCHAIKOVSKY Symphony No. 6, "Pathétique"
특히 협연자로 나온 레온 플라이셔는 지금 85세의 피아니스트 인데 프로코피에프 피아노협주곡 4번 “왼손을 위한 협주곡”을 완벽하게 소화하다니 정말 대단했다.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갈 때 현악기의 배치에 관심을 가지면 특별한 점을 발견 할 수 있다.
특히 첼로의 위치가 지휘자에 따라 바뀌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번 올린 몬트리올 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자 겐토 나가노가 유럽에서 활동해서인지 유럽식 현악기 배치를 사용하고 있는데 Jaime Laredo는 미국식 배치이다.
간단히 현악기 배치의 경우를 설명 드리면 다음과 같다.
유럽식
지휘자ㆍ악단에 따라 주로 달라지는 것은 현악기 배치법이다. 유럽식ㆍ미국식ㆍ절충식이 있다. 유럽식(또는 독일식)은 19세기 후반부터 지휘자 오토 클렘페러, 아르투르 니키시, 아드리언 볼트 등이 즐겨 사용했다. 왼쪽부터 제1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제2바이올린을 차례로 배치하고 첼로 뒤에 더블베이스를 둔다. 토스카니니는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은 양쪽 어깨처럼 똑같은 힘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1899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창단 공연에서 이 방식을 채택했고 지금도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지휘 유리 테미르카노프), 북독일 방송교향악단(지휘 크리스토프 폰 도흐나니), 러시아 내셔널 오케스트라(지휘 미하일 플레트노프),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지휘 리카르도 샤이), 파리 오케스트라(지휘 크리스토프 에셴바흐) 등이 유럽식 배치를 고수하고 있다. 림스키 코르사코프의‘스페인 광시곡’이나 차이코프스키의 ‘비창 교향곡’ 4악장처럼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이 선율을 주고받으면서 이어갈 때는 이처럼 둘을 마주보게 앉게 하는 게 음향효과를 위해 좋다. 최근 젊은 지휘자들 사이에서는 유럽식 배치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2002년 9월 7일 사이먼 래틀이 베를린 필하모닉 음악감독 취임 후 첫 공연에서 말러 교향곡 제5번을 연주할 때도 이 방식을 택했다.
파리 오케스트라. 제1바이올린 옆에는 첼로, 정면에는 제2바이올린이 위치하는 유럽식 배치다.
미국식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배치법은 미국식이다. 왼쪽부터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가 앉고 첼로 뒤에 더블베이스가 포진한다. 고음은 왼쪽, 저음은 오른쪽에 배치하는 식이다. 1930년대 토머스 비첨 경이 라디오 방송 초기에 마이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했고 지휘자 레오폴트 스토코프스키가 널리 보급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워싱턴 내셔널 심포니,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 런던 심포니, 헝가리 국립 교향악단이 미국식을 채택하고 있다. 사실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은 같은 선율을 연주할 경우도 많다. 악기의 소리구멍이 객석을 향해 있기 때문에 고음 선율이 화려하게 도드라지는 효과를 낼 수 있다.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첼로가 맨 오른쪽에 오는 전형적인 미국식 배치법이다.
절충식
유럽식과 미국식의 장점을 결합시켜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첼로, 비올라의 순으로 배치하는 절충식도 있다. 푸르트벵글러가 베를린 필하모닉 음악감독 시절 당시 유행했던 현악4중주단의 자리배치를 본따 만들었다고 해서 ‘푸르트벵글러식’이라고도 한다. 악장과 첼로 수석의 긴밀한 호흡을 살릴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 NHK 교향악단,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뉴욕 필하모닉, 프랑스 국립 교향악단, 신시내티 심포니, 보스턴 심포니,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등이 채택하고 있는 모델이다.
한스 리히터(1843~1916)는 저음 현악기를 골고루 배치하기 위해 첼로ㆍ더블베이스를 절반씩 나누어 좌우로 배치했다. 풍부한 저음을 골고루 분산하기 위해서다. 지금도 빈 필하모닉은 상주 무대인 빈 무지크페어라인에서 연주할 때는 더블베이스를 타악기 뒤에 일렬 횡대로 배치해 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는 온갖 다양한 악기 배치법을 실험한 지휘자로 유명하다. 1939년엔 목관악기를 맨 앞에 두고 그 뒤로 왼쪽부터 트럼펫ㆍ현악기ㆍ호른, 그 뒤로 트럼본ㆍ더블베이스ㆍ타악기를 두는 ‘업사이드 다운’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 현악기와 관악기를 각각 좌우에 배치하기도 했다.
첫곡은 현악오케스트라와 현악사중주를 위한 협주곡 형식으로 된 곡으로 서로 주고 받으면서 멋진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특별히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단원인 장충진의 비올라의 음색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장중한 엘가의 색깔과 잘 어울리는 비올라 인 것 같다.
비교적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두 번째 곡은 프로코피에프 피아노 협주곡 제4번 “ 왼손을 위한 협주곡” 이다.
85세의 할아버지 피아니스트가 과연 이 곡을 소화할 수 있을까? 클라이막스를 이끌기에는 좀 힘이 버거운 느낌이 들지만 오케스트라를 이끌어 가면 연주하는 레온 플라이셔는 정말 대단했다. 이번에 알았는데 피아니스트가 한동안 오른손이 마비가 와서 연주를 못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 곡 또한 실황으로는 처음 들어봤다. 유명한 3번 협주곡에 비해 그렇게 자주 연주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워낙 기교적으로도 난해에 아무나 연주할 수도 없다고 한다. 음악도 대중적이지 못해 약간은 지루한 느낌이 드는 곡이다.
휴식후 너무나 유명한 차이코프스키 비창 교향곡이다.
이 곡에서는 그동안 학생들을 지도한 선생님들이 모두 함께 무대에 올랐다. 단원들 제일 뒷자리에 앉아 진지하게 연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비창을 들을때면 항상 1악장 중간부분 음악이 사라지다 갑자기 꽝하는 부분이 있다. 여기서 대부분의 청중들은 깜짝 놀란다. 유명한 멜로디가 클라리넷 바순으로 연결되며 사라지는데 차이코프스키가 왜 바순에다 마지막 ppppp를 두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바순은 도저히 그렇게 작은 소리를 저음에서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지휘자들은 이 부분을 베이스 클라리넷에 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늘 연주에서는 바순이 연주했다. 그러다 보니 소리의 대비가 약해서인지 아무도 놀라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한 것 같은 연주였다. 음악적 깊이는 좀 떨어지지만 패기를 느낄 수 있는 음악회였다. 가끔은 기계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였지만 단시간에 이렇게 멋진 호흡을 만들었다니 정말 대단했다.
카네기홀 연주를 마지막으로 우리의 뉴욕 여행은 마무리 되었다.
멋진 일주일이었다. 언제 다시 뉴욕을 찾을지 모르지만 그때는 메트로폴린탄 오페라와 뉴욕필하모니를 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