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3203]이우(李堣)선생시 羽溪縣軒韻(우계현헌운)
羽溪縣軒韻(우계현헌운) 松齋송재 李堣이우 堣= 모퉁이 우
雪逼窓虛燭減明 설핍창허촉감명 빈 창 틈으로 스미는 눈빛에 촛불 어둑하고 月篩松影動西榮 월사송영동서영 솔 가지 사이로 스며나온 달 빛이 서쪽 처마에 일렁이네 夜深知得山風過 야심지득산풍과 밤 깊자 산에 바람부는 줄 아는 것은 墻外蕭騷竹有聲 장외소소죽유성 담 너머 대 숲에 쏴~하는 바람 소리 나기에
逼= 다그칠 핍, 닥칠 핍. 핍박할 핍. 窓=창문 창. 굴뚝 총. 본자(本字)窗. 燭= 촛불 촉. 동자(同字)爥 속자(俗字)烛. 減= 덜 감. 속자(俗字)减. 篩= 체 사. 거르다. 치다. 松影=솔그림자. 榮=처마 영. 지붕의 가장자리. 끝이 번쩍 들린 처마. 비첨(飛檐). 墻= 담 장. 牆과 同字. 蕭 = 쑥 소(다른 표현: 쓸쓸할 소, 맑은대쑥 소) 騷= 떠들 소, 쓸 소. 약자(略字)=騒. 蕭騷소소=서걱거리다. 의성어,의태어-[문어] 쏴쏴. [바람 부는 소리, 비 내리는 소리] 형용사-(경색(景色)이) 쓸쓸하다. 스산하다.
강원도 우계라는 고을에 겨울 밤은 깊어 빈 창에 눈이 치고, 촛불은 밝았다 어두웠다 가물거립니다. 그 사이로 밖을 내다보니 달빛은 소나무 그림자를 채질하여, 하얀 솔그림자가 서쪽 처마에 일렁입니다. 소나무의 가닥가닥 사이로 비친 달빛을 이처럼 채질하다고 하였으니, 달의 손결로 그 그림자가 더 맑고 밝게 걸러졌을 듯 합니다. 방 안의 가물거리는 촛불의 불빛과 밖의 달빛으로 걸러진 솔 그림자가 시선을 타고 빛의 다리로 마음의 안팎을 건너올 때, 문득 산바람이 지나감을 알겠습니다. 담 넘어로 깊이 들려오는 소슬한 댓잎 소리로 하여…. 그대여 달빛이 솔 그림자를 채질하듯, 겨울밤을 수놓은 이 아름다운 절창은 겨울밤의 맑은 무늬를 우리 마음 위에 채질합니다. 시인의 마음속에 담겼던 어느 겨울밤의 고운 무늬가 시의 채로 하여 다시 우리의 마음으로 거는 오늘 까닭에…!
이우(李堣,1469,예종1∼1517,중종12)는 조선 전기의 문신이다. 자는 명중(明仲)이고 호는 송재(松齋)이며 본관은 진보(眞寶)로 이황(李滉)의 숙부이다. 1498년(연산4) 문과에 급제하여 예문관 검열이 되었다. 1501년 성균관 전적, 정언, 이조좌랑이 되고, 1504년 헌납, 병조정랑, 장령, 사간 등을 역임하였다. 1506년 동부승지로 입직할 때 중종반정이 일어나자 이에 가담하여 청해군(靑海君)에 봉해지고 우부승지가 되었다. 1508년(중종3) 부모 봉양을 위하여 진주목사로 나가 선치하여 안팎 옷감을 하사받았다. 이듬해 동지중추부사, 호조참판, 다음해 형조참판을 거쳐 강원도관찰사가 되었다가 모친봉양을 위해 사직했다. 1514년에 와서 중종반정 때 입직승지로서 신절(臣節)에 어긋났다는 비난을 받아 삭훈되었다가 이듬해 안동부사로 서용되었다.
원문=松齋集卷之一 / 關東行錄 羽溪縣軒韻/우계현헌운 우계에서 이우(李堣;1469∼1517) 雪澌氷漲水生溪/설시빙창수생계 /눈 녹은 얼음 물이 골짜기에 넘처나고 八九煙村海半西/팔구연촌해반서 /여덟 아홉 집 연기나니 해는 서쪽 반쯤일세 倦客投來空館冷/권객투래공관랭 /게으른 손이 드는 빈 공관은 썰렁하기만 하고 竹風聲裏午鷄啼/죽풍성리오계제 /댓 바람 소리 속으로 낮 닭 우는 소리 들리네 雪逼窓虛燭減明/설핍창허촉감명 /빈 창 틈으로 스미는 눈빛에 촛불 어둑하고 月篩松影動西榮/월사송영동서영 /솔 가지 사이로 스며나온 달 빛이 서쪽 처마에 일렁이네 夜深知得山風過/야심지득산풍과 /밤 깊자 산에 바람부는 줄 아는 것은 墻外蕭騷竹有聲/장외소소죽유성 /담 너머 대 숲에 쏴~하는 바람 소리 나기에 官倉寥落粟無陳/관창요락속무진 粟=조 속 /창고는 영락하여 곡식이 남아 있지 않은데 唯有煙霞屬縣新/유유연하속현신 /오직 안개와 노을만 새로 딸린 것이라지 民瘼欲醫吾失藥/민막욕의오실약 瘼= 병들 막. /백성들 치료하려 하나 내 약 없으니 一方休戚係何人/일방휴척계하인 /온 고을 애환이 누구 손에 달렸는가
원문=松齋集卷之一 / 關東行錄 羽溪縣軒韻 雪澌氷漲水生溪。八九煙村海半西。 倦客投來空館冷。竹風聲裏午鷄啼。 雪逼窓虛燭減明。月篩松影動西榮。 夜深知得山風過。墻外蕭騷竹有聲。 官倉寥落粟無陳。唯有煙霞屬縣新。 民瘼欲醫吾失藥。一方休戚係何人 ⓒ 한국고전번역원 | 영인표점 한국문집총간 |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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