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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하루
2023.3.12 전법행자 대회, 일요명상
"많은 사람이 참여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죠?"
2023.03.15. 10,269 읽음
안녕하세요. 오늘은 정토회 전체 사업을 공유하고 누구든지 질문하고 제안하는 전법행자대회를 하는 날입니다.
스님은 새벽 기도와 명상을 마친 후 오전 9시부터 전법행자대회에 참석했습니다. 2차 만일결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첫 번째로 열리는 전법행자대회입니다.
국내외에서 2000여 명의 전법 회원들이 화상회의 방에 모두 입장한 가운데 전법행자대회를 시작했습니다. 대중이 삼배의 예로 스님에게 법을 청하자 스님이 입재 법문을 해주었습니다.
스님은 2차 만일결사를 시작하면서 앞으로 정토회가 해나가야 할 중요한 일들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미래를 위해 정토회가 해야 할 일
“앞으로 정토회가 해야 할 일 중에 가장 중요한 일로 크게 세 가지를 말할 수 있습니다. 첫째, 이 좋은 법을 널리 전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전법’이라고 하죠. 이 법을 알지 못하여 괴로움 속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법과 인연을 맺도록 돕는 것입니다. 전법의 통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정토불교대학이고, 다른 하나는 행복학교입니다. 정토불교대학과 행복학교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총회를 하는 자리가 바로 전법행자대회입니다. 2차 만일결사는 정토불교대학과 행복학교라는 두 개의 수레바퀴를 굴려서 전법을 하고자 합니다.
둘째, 이렇게 정토불교대학과 행복학교에 입학한 사람들에게 애정을 갖고 최선을 다해 수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수업 진행을 잘하려면 내가 우선 수행 정진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수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진행자의 입장에서 수업을 이끌어 나가면 참가자들이 끌려가는 기분이 들 수 있어요. 처음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 서서 너무 욕심을 내지 말고 여유를 갖고 수업을 진행해 나가야 합니다.
셋째, 이렇게 해서 정토회 회원이 된 분들이 수행, 보시, 봉사를 꾸준히 하는 수행자로 살아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지원을 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2-1차 천일결사부터 중앙 본부에서는 외부로부터 대중이 많이 유입되는 정토불교대학과 정토경전대학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지역의 지부와 지회에서는 회원들을 위한 서비스에 더욱더 중점을 두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지부장과 지회장, 모둠장은 정토불교대학에 너무 신경 쓰기보다는 회원들을 위해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많은 신경을 써주는 게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정토회는 외부적으로 인연을 맺고 확장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했지, 그들이 정토회 안으로 들어왔을 때 체계적으로 안내해 주는 서비스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어요. 서비스를 제 때에 제공해주지 못해서 그분들이 마음을 냈다가 중간에 다 떨어져 나가 버렸습니다. 여러분들처럼 자기가 좋아서 참여한 사람들만 겨우 남아 있고, 나머지는 열정이 식어서 다 떨어져 버렸어요. 한마디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사업이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반성을 통해 앞으로는 회원들이 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해나갈 필요가 있어요. 마치 정토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에게 서비스를 해주듯이 회원들에게도 그런 서비스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2-1차 천일결사부터는 전법 회원들도 일반 회원들과 모둠에 함께 편성이 되어 법문도 함께 듣고 나누기도 같이 하는 것으로 변경을 했습니다. 앞으로는 회원들이 여러 가지 수련에 참가하거나 실천 장소에 가서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안내를 해나가는 게 필요합니다.
모둠장의 중요한 역할은 전법 회원을 돕는 것이 아니고 일반 회원의 활동을 돕는 것입니다. 지회장도 모둠장과 더불어 일반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수행하도록 격려하고 지원하는 일을 해줘야 해요. 이렇게 회원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해 나가는 것이 2-1차 천일결사의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으뜸절을 회원들을 위한 수행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것도 필요합니다. 30년 전에는 정토회의 주축 멤버가 대부분 20대 청년들이었기 때문에 몸이 아파도 집에서 돈을 얻어서 썼고, 활동가들의 노후보장 같은 것은 생각도 못해봤습니다. 그런데 30년의 세월이 흐르고 이제 활동가들의 나이가 50대 내지 60대가 되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활동가들을 도와줄 사람도 없어지게 되었어요. 해외에서 정토회 활동을 오랫동안 해오신 정토회 회원분들도 대부분 나이가 들어서 고향으로 돌아오고 싶어 하시는데, 지금 고향에는 부모님도 돌아가셔서 안 계시고, 가족 형제들도 따로따로 떨어져 살다 보니, 고향에 올 일도 별로 없어진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해외에 살고 계시는 분들도 고국에 오면 정토회를 방문해서 휴식도 하고 가족도 잠깐 만날 수 있는 환경들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즉, 외적인 확장뿐만 아니라 내부 회원들에 대한 지속적인 서비스도 지금부터는 준비를 해나가야 돼요.”
이어서 개회를 선언하고 본회의에 들어갔습니다. 2022년 전국사업 결과 및 결산 보고를 듣고, 2차 만일결사의 전체 방향, 그리고 2-1차 천일결사 사업계획, 2023년 사업계획에 대한 발표를 들은 후 질의응답과 토론 시간을 가졌습니다.
점심 식사를 한 후 1시 50분부터는 지부별로 모둠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모둠활동 활성화 방안, 세계전법과 청년전법 등 모둠별로 다양한 주제가 주어졌습니다. 1시간 30분 동안 열띤 토론을 한 후 잠시 휴식을 하고 3시 40분부터 토론결과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2-1차 천일결사의 중요한 활동으로 채택이 된 모둠활동을 활성화하는 방안에 대해 여러 가지 제안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2차 만일결사의 주요 방향인 세계전법과 청년전법에 대해서도 많은 아이디어들이 쏟아졌습니다. 발표 내용을 경청한 후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모둠 활동을 활성화시키는 방안에 대한 여러분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잘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전법 회원들만 책임과 의무를 갖고 활동하고, 일반 회원들은 가능하면 의무를 적게 주어서 자발적으로 마음을 내어 활동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게 필요합니다. 그래야 일반 회원들의 참여가 많아져서 모둠 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어요.
회원들이 참여하게 될 두 가지 실천 활동
무엇보다 이런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려면 전법 회원 여러분들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아주 건강해야 됩니다. 열정적으로 3년을 활동하고 나면 몸과 마음이 지쳐서 ‘아이고, 이제 못하겠다’ 하고 나가떨어지는 사람들이 늘 생기거든요.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여러분들이 발심한 마음이 지속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수련이나 교육을 제공해 주어야 합니다.
회원들이 오프라인 공간에서 하는 실천 활동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으뜸절 실천 활동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 실천 활동입니다.
우선 지부 차원에서는 으뜸절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모든 정토회 회원들이 주말에는 으뜸절에 와서 숙박도 하고, 차도 한잔 마시고, 꽃밭도 가꾸고, 법당에서 명상도 하고, 나무 밑 평상에 앉아서 대화도 나누고, 소일거리도 있게 으뜸절을 종합 웰빙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욕심내서 빨리하려고 할 필요는 없어요. 순서를 정해서 하나씩 만들어 나가면 되고, 이미 있는 시설들을 재활용하는 것부터 시작해 나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지역 실천 활동을 해나가야 합니다.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환경운동, 어려운 사람을 돕는 복지운동, 전쟁을 막기 위한 평화운동을 지역에서 확산시켜 나가야 해요. 환경 캠페인을 벌이든, 저소득층 가구에 연탄을 배달하든, 독거노인의 집을 청소해 주든, 평화 캠페인을 벌이든, JTS 모금 캠페인을 하든, 내가 사는 동네에서 이런 실천 활동들을 한 달에 한 번씩 해보는 게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한 달에 한 번은 으뜸절에 가서 실천 활동을 해보고, 그다음 달에는 우리 동네에서 지역 실천 활동을 한번 해보고, 그다음 달에는 으뜸절도 아니고 우리 동네도 아닌 먼 거리에 떨어진 다른 지부 으뜸절을 방문해 보는 겁니다. ‘죽림정사에 가보자’, ‘천룡사에 가보자’ 이런 식으로 모둠원들을 모아서 경치 구경도 하고, 봉사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그러나 속박을 받지 않게
그리고 모둠활동을 활성화하려면 일반 회원들이 갖는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일반 회원들은 정토회 활동에 참여는 해보고 싶어 하지만 속박받기는 싫어합니다. 두 가지 속성을 동시에 이해해야 해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회원들이 조금만 활동에 관심을 보이면 콱 잡아서 일을 시키려고 하는데 그러면 회원들이 도망가 버려요. 적극적인 사람이 눈에 보이면 ‘이 사람은 책임봉사자로 만들어야겠다’, ‘저 사람은 전법활동가로 만들어야겠다’ 이렇게 너무 욕심을 내면 상대는 속박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요즘은 젊은 세대일수록 속박받는 것을 싫어해요. 본인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해야 속박으로 느끼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강요를 하면 자발성이 떨어지고 묶이는 것처럼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참여할 수 있는 문호는 제한하지 말고 열어두되 가능하면 속박을 덜 하는 방식으로 운영을 해야 합니다. 아무런 의무 조항이 없지만 그러나 끊임없이 수행, 보시, 봉사를 권유하는 쪽으로 운영해서 가능한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게 좋아요.
두 가지를 명심해야 합니다. 첫째, 회원이 되면 정토회 활동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니까 참여의 문은 열어주어야 합니다. 누구나 다 정토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해줘야 해요. 둘째, 그러나 좀 열심히 활동을 한다고 해서 너무 붙잡으려고 하거나 묶으려고 하면 안 됩니다.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기다려주는 게 필요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방향에서 대중의 의견을 계속 모아나가는 과정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궁금한 점에 대해 스님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많은 질문들이 있었는데요. 그중 한 분은 모둠활동을 활성화하는 방안에 대한 발표를 듣고 나서 수행공동체의 중심을 어떻게 잡아나가야 하는지 스님에게 질문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참여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죠?
“모둠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의견들을 내어놓고 듣다 보니 의문이 들었습니다. 정토회는 수행공동체이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들을 수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지 않을까요? 정토회가 추구하는 방향은 수행인데 너무 즐거움만 추구해도 안 될 것 같거든요. 그 사이에서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까요?”
“사람이 활동의 동력을 느끼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둘째, 유익해야 됩니다. 재미는 있는데 유익하지 않으면 지속성이 없습니다. 몇 번 해보고 그만두기가 쉽습니다. 친목 단체가 오래가지 못하는 이유가 다 그렇습니다. 유익하기는 한데 재미가 없어도 사람이 모여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중성이 없어요. 소수만 모이죠. 즉문즉설이 지속성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재미도 있고 유익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법문은 유익한지는 몰라도 재미가 없어요. 세상 사람들이 많이 보는 코미디 프로그램은 재미는 있는데 유익함이 없습니다. 정토회 활동은 재미도 있고 유익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수행이라는 유익함만 계속 얘기하면 사람들이 모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 토론에서는 정토회 활동이 재미가 없어서 사람들이 잘 오지 않으니까 약간 재미를 섞을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많은 사람들이 해주신 겁니다. 그러나 재미를 섞더라도 수행과 반대되는 내용의 재미를 섞어서는 안 됩니다. 즉문즉설에서 대중이 느끼는 재미는 수행과 반대되는 게 아니에요. 수행적 과제를 갖고 재미를 느끼는 것이지, 무슨 복을 빈다든지 다른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런 것처럼 사람들이 좀 가볍게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은 좋은데, ‘같이 술을 먹자’, ‘소풍을 가자’, ‘등산을 가자‘ 이런 프로그램을 너무 자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수행공동체가 자꾸 그런 길을 가면 결국 세속화의 길로 가게 되고 친목 단체로 전락하게 됩니다. 일시적으로는 도움이 되지만 그렇게 해서 수행적 관점을 놓치게 되면 오히려 정토회의 지속성에 해를 끼치게 돼요.
우리는 수행하려고 모였기 때문에 수행 이외의 방식을 자꾸 도입하는 것은 바른 관점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수행이라는 이익이 있지만 대중이 들어오는 관문이 너무 높은 것을 개선해 보자는 제안은 괜찮아요. 그런 취지에서 정토회에서는 전통적인 예식도 조금 개선하고, 불교 용어도 가급적 생활 용어로 바꾸고, 천일결사 기도법도 조금씩 바꾸고 있는 겁니다. 이런 것들은 모두 벽이 높은 것을 좀 낮추어서 좀 더 많은 대중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이런 방식이 세속적인 길로 흘러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여러분들이 유의했으면 좋겠어요.”
대화를 통해 2차 만일결사, 그리고 2-1차 천일결사의 사업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문점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스님은 대중이 제안한 내용들을 새로 구성된 사무처에서 모두 수렴하여 정토회의 운영에 반영해 줄 것을 당부한 후 질의응답 시간을 마쳤습니다.
오전 9시에 시작한 전법행자대회는 9시간 동안 발표와 토론을 거듭한 끝에 오후 6시가 되어서 폐회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대중이 스님에게 회향 법문을 청했습니다. 스님은 전법 회원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2차 만일결사를 시작하면 좋겠는지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장장 9시간이나 회의를 하셨습니다. 정토회가 대중성을 갖추려면 문턱도 낮추고 대중의 요구도 받아들이는 등 많은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대중의 요구를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욕망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사업을 확대하면 안 됩니다. 욕망이 모든 고뇌의 원인입니다. 자기 견해를 고집하는 것이 분노의 원인입니다.
대중의 요구를 수용할 때 유의할 점
정토회는 수행공동체입니다. 욕망을 알아차려 내려놓는 것이 수행입니다. 자기의 의견을 말할 수는 있지만 내 의견이 관철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내려놓아야 합니다. ‘저 사람이 성질을 내니까 봐줘라’ 하는 식으로 문제를 푼다면 수행공동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대중의 요구에 수순한다는 것이 대중이 원한다고 다 따라 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수행에 어긋나는 방식을 일시적으로는 어쩔 수 없이 도입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지속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정토회에서는 반드시 책임을 지는 사람에 한해서 그에 따른 권리를 주고 있습니다.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권리도 없습니다. 그래서 책임을 지는 만큼 권리가 있다는 관점을 분명히 가져야 합니다. 만약 어떤 회원이 ‘나는 어떤 속박도 받고 싶지 않다. 법문이 좋으니 법문만 듣고 후원만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한다면 그것도 좋습니다. 아무리 봉사를 많이 해도 기본 입장이 그렇다면 그 사람은 정토회에서 의사를 결정할 때 어떤 결정권도 가질 수 없습니다. 후원자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작은 책임을 지면 작은 결정권을 갖고, 큰 책임을 지면 큰 결정권을 갖습니다. 또한 결정권을 많이 가지면 그만큼 큰 책임이 따르게 됩니다. 이것도 함께 이해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많은 건의를 할 수 있습니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말할 수 있지만 내가 제안한 것이 수용되지 않는다고 ‘소통이 안 된다’ 이렇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는 수행적 관점을 놓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누구나 제안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이 되고 안 되고는 결정하는 사람들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에 분노가 없습니다. 이것이 수행자가 가져야 할 관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세상 속에 살면서 늘 흔들립니다. 그러니 세상에 살면서도 이만한 관점을 갖고 활동하는 여러분은 정말 귀한 존재입니다. 정말 훌륭하신 분들입니다. 하지만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세상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보고 듣는 것에 또는 가족 관계에 끌려 다니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어떤 일을 할 때 늘 세상의 방식으로 어떤 성과를 내보려 하는 것도 이해는 합니다. 그러나 수행자라면 그것을 지양해야 합니다. 하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니라 그것을 삼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그런 방식을 극복하기 위해 모였지 세상 사람들과 똑같이 활동하기 위해 모이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낙담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을까요?
이런 관점을 가지고 2차 만일결사를 향해 나아가 봅시다. 지금 환경 위기가 도래했는데도 우리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평화와 통일을 위한 운동을 열심히 했는데도 불구하고 통일은 고사하고 평화도 지키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의 행복을 위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고뇌는 점점 깊어가고 있습니다. 이것을 보고 낙담하고 절망할 수도 있겠죠. ‘해봤자 되는 것 하나도 없는데 하면 뭐해?’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거대한 흐름에 휩쓸려 살고 있는 겁니다. 우리는 그 거대한 흐름에 발버둥 치면서 물줄기를 거슬러 강변으로 기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이런 작은 힘들이 모이면 언젠가는 물줄기를 변화시킬 수 있는 거대한 힘이 됩니다. 그날이 오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그날이 오고 안 오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길이 바른 길이라면 우리는 그 길을 갈 뿐입니다. 이런 관점을 가져야 낙담과 실망이 없습니다. 늘 희망을 품고 하는 데까지 그냥 해나갈 뿐입니다. 이렇게 될 때 우리는 얼굴에 웃음을 잃지 않고 이 일을 해나갈 수 있습니다.
함께 하는 도반이 좀 부족해 보일 수 있어요. 그러나 이 세상에 이런 관점을 가지고 이렇게라도 자기 시간을 내서 참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너무나 귀중한 일입니다. 얼마나 귀한 존재입니까? 세상에 나가면 백 명 중의 한 명도 찾기 어렵고, 만 명 중에도 한 명도 찾기 어려운 사람들이 우리 전법 활동가들입니다. 그러니 나와 조금 맞지 않더라도 도반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홍서원을 한 후 2차 만일결사를 시작하기 위한 첫 번째 전법행자대회를 기념하며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하나, 둘, 셋, 구호에 맞춰 스님도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해가 저물고 저녁 8시 30분에는 일요명상 생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이후 153번째 진행하는 온라인 명상 시간입니다.
먼저 스님이 시청자들에게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이번 주에는 한국의 낮 기온이 20도가 넘을 정도로 초여름 날씨였습니다. 겨울은 많이 추웠는데 봄은 더 일찍 왔습니다. 많은 꽃들이 작년 봄보다 1주 내지 2주 먼저 피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오늘 비가 오고 다시 날씨가 추워졌고, 내일 아침에는 영하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봄이 오려면 이렇게 몇 차례 꽃샘추위가 오고 봄이 오는 것 같습니다.
수행도 날씨와 비슷합니다. 매일 수행을 하지만 마음의 봄이 금방 찾아오지 않습니다. 이렇게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어느 순간이 넘어가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명상도 그렇습니다. 마음을 고요하게 해서 앉아 있으면 명상을 하지 않을 때보다 머리가 더 복잡합니다. 아무리 생각을 멈추려고 해도 생각은 더 일어납니다. 그럴 때 어떤 생각도 붙잡지 않고 내버려 두어야 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생각은 점점 쉬어집니다.
방에 먼지가 있다고 빗자루로 쓸게 되면 먼지가 더욱더 일어납니다. 가만히 내버려 두면 먼지가 점점 가라앉습니다. 그것처럼 많은 생각이 떠오르더라도 거기에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 두어야 합니다. 오직 관심을 코끝에 두고 호흡을 알아차리면 망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쉬어집니다. ‘명상을 잘하겠다’ 이렇게 애쓸 필요가 없어요. 긴장하지 말고 편안한 가운데 동작과 생각을 멈추면 점점 고요해집니다.
그런데도 생각이 계속 일어납니다. 그럴 때 ‘생각이 안 일어나야 된다’ 이렇게 또 생각을 일으키지 말고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그냥 생각은 내버려 두고 호흡만 알아차리면 저절로 생각이 가라앉게 됩니다.”
곧바로 명상을 시작했습니다.
“편안한 가운데 긴장하지 않고 애쓰지 않고 오직 마음을 콧구멍 끝에 둡니다. 다만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립니다. ‘된다, 안 된다’ 이런 생각도 하지 말고, 알아차림이 있으면 지속적으로 알아차리고, 놓치면 다시 알아차릴 뿐입니다. 그래서 명상은 아무런 힘이 들지 않습니다. 편안할 뿐입니다. 다리가 아프거나 몸이 간지럽더라도 ‘아프구나’, ‘간지럽구나’ 하고 그냥 알아차릴 뿐입니다.”
탁, 탁, 탁!
죽비 소리와 함께 명상에 임했습니다. 마음을 고요하게 맑히는 명상으로 한 주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스님이 직접 실시간 채팅창에 올라온 소감들을 읽어준 후 다음 주 이 시간을 기약하며 생방송을 마쳤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주간반 전법활동가들을 위해 법회를 하고, 오후에는 기획위원회 회의에 온라인으로 참여한 후, 저녁에는 저녁반 전법활동가들을 위해 법회를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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