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칙 찬미받으소서 해설 (7) 우리 자신이 지구(교황 프란치스코)

[김유정]

☞ 1항에서 교황님은 프란치스코 성인의 “피조물의 찬가 중” 지구를 누이요, 어머니라 부르신 대목을 인용하셨습니다. “찬미받으소서, 저의 주님, 저희의 누이이며 어머니인 지구(Terra)를 통하여, 그녀는 저희를 기르고 다스리며, 온갖 과일과 색색의 꽃들과 풀들을 낳아줍니다.”

이탈리아어 terra는 지구 또는 대지를 의미하는데, 회칙에는 첫 글자가 대문자로(Terra) 되어 있습니다. 이는 교황님께서 의도하신 바이며, ‘지구’로 번역하는 것이 맞습니다. (헌데 주교회의 번역본은 '대지'라고 번역...)

☞ 2항에서 교황님은 우리의 누이요 어머니인 지구가 ‘울부짖고’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인간이 지구의 주인 행세를 하고 착취했기 때문입니다. 교황님은 “우리 자신이 지구라는 사실을 잊어버렸습니다.”라고 한탄하십니다. “우리 몸은 지구의 성분들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는 지구의 공기를 마시고 지구의 물로 생명을 얻고 회복됩니다.” 우리 몸은 지구로부터 온 것입니다. 그렇기에 프란치스코 성인을 따라 지구를 ‘어머니’라 부릅니다. 우리가 지구를 착취하고 훼손할 때, 우리는 자기 자신을 훼손하고 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역시 지구의 일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말 번역본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말 역본은 “우리는 자신이 흙의 먼지라는 사실을 잊었습니다.”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원문인 이탈리아어본에는 “우리 자신이 지구”(noi stessi siamo terra)라 되어 있고 교황님께서 모국어로 사용하신 스페인어 역본 또한 “우리 자신이 지구”(nosotros mismos somos tierra)라 되어 있습니다. 독일어 번역(wir selber Erde sind)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말 초판본(2015년)이 나오기 전 초역에서 “우리는 자신이 흙의 먼지라는 사실을”로 번역을 했기에 제가 번역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했더니, 주교회의 번역실에서는 ‘영어본이 그렇게 되어 있다’(we ourselves are dust of the earth)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원문인 이탈리아어본을 따라야 한다”고 했더니 “왜 이탈리아어본이 원문이냐, 이탈리아어본, 독일어본, 영어본 등 6개 국어본 모두 원문이다.”라고 답을 하더군요. 제가 “교황님께서 이탈리아어로 쓰셨기 때문에 이탈리아어본이 원본이다”라 했더니 “교황님이 쓰셨다는 증거가 어디 있느냐”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제가 왜 이 말씀을 길게 드리고 있는지 아시겠지요. 모든 교회 문헌이 그러하듯 회칙 『찬미받으소서』 역시 교황님께서 여러 신학자의 도움을 받아 집필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교황님께서 최종 검토 후 서명을 하시면서 회칙은 교황님의 저작물이 되고 ‘교회의 가르침’이 됩니다. 그런데 교회의 가르침이 내 상식과 맞지 않다 해서 함부로 고쳐서 이해하고 번역하고 전파해서는 안됩니다. 영어 번역본 역시 회칙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잘못 번역한 곳이 꽤 많이 눈에 띕니다.

우리말 개정판(2021년)은 초판본의 오역을 많이 수정했습니다만, 유감스럽게도 이 부분은 고치지 않고 그대로 두었습니다. “우리는 자신이 흙의 먼지라는 사실을 잊었습니다.” 사순시기 담화문이라면 이 번역이 어울릴 수도 있겠지요. 우리가 덧없는 존재라는 것이 강조되니까요. 그러나 교황님은 우리가 지구로부터 우리 몸의 구성성분을 받았기에 우리 또한 지구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지구를 보호해야 하는 출발점이 여기에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자신이 지구”이기 때문입니다.

* 회칙 원문이 궁금하시면 아래 이탈리아어본에서 필요한 부분을 복사하셔서
구글 번역기에서 영어로 번역해 보시면, 인터넷에 올라 있는 영역본보다 더 정확한 영어번역을(안타깝게도) 보실 수 있습니다.
* 회칙 이탈리아어본: Laudato si' (24 maggio 2015) | Francesco (vatican.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