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5
(참고)
이 글은 몇달 전에 cbs 라디오
배미향의 <저녁스케치>
'내 삶의 길목에서' 코너에 보냈는데
채택되서 방송을 탔던 글이다
상품으로 투뿔 한우가 와서
맛있게 먹었음 ^^
배미향의 저녁스케치는
나에게 참 고마운 방송이다
이 글 포함해서 지금까지
일곱번인가 여덟번인가 글을 보냈는데
한번 빼고 전부 방송이 되었다
그러면서 받은 상품들만 해도
30만원 상당의 한우세트,
15만원 상당의 수예당 화과자,
유명갈비집 4인 외식상품권,
2인 해외여행권,
무슨 기능성 화장품 세트 등등...
써놓고 보니 많이도 받았네 ^^
각설하고
그때 그 글을 올려본다
제목은
'우리다시 만나요'
***
♤ 우리 다시 만나요 ♤
1.
얼마전 뜬금없이
호주에 살 때 직장 상사였던
Mrs. Rhoda께 메일을 썼다.
긴히 연락드릴 용건이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안부를 여쭙는 메일
내용은 평이했는데,
대충 번역하면 이렇다.
“Mrs. Rhoda,
건강하시죠?
저는 잘 지냅니다.
요즘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놓았던 기타도 틈틈이 다시 치고
별 일 없으면 거의 주말마다
산을 다시 다니고 있습니다
사는 게 마치
드라마나 연극 같다는 생각도 간혹 듭니다.
문득 그 시절이 떠올라서
소식을 전합니다.“
2.
그리고는 잊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메일함을 보니
답장이 와 있었다.
“Jerry가 시드니를 떠난 지
벌써 많은 세월이 흘렀군요.
생각을 많이 한다는 것은
깊어진다는 얘기입니다.
다시 기타도 친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입니다
제리가 기타를 치면서 부르던
When I dream 노래가 생각납니다
산을 다닌다니
그때처럼 지금도 여전히
건강하겠구나 짐작을 해봅니다
그래요,
뭐든지 Jerry는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나는 믿습니다.
벌써 칠십 중반을 넘어서인지
이전 같지 않게 힘이 들고
여기저기 아픈 곳도 생기네요
그래도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면
행복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라고 하시더니,
그 말 뒤에
“언제 볼 날이 있지 않겠어요?
그 때 우리 다시 만나요“
라고 쓰셨다.
3.
나는 잊지 않고 있다.
그때 호주를 떠나기 일주일 전 저녁
송별회 자리,
Mrs. Rhoda는 내 손을 잡으며
돗수 높은 안경 너머
따뜻한 회갈색 눈빛으로
말씀하셨다.
“한국에 가서 잘 지내요.
그리고...
우리 다시 만나요
Jerry가 입으면 잘 어울리던
주황색 노르딕 털스웨터를 입고
오페라 하우스가 내려다보이는
이 곳에서 만나요...“
4.
어쩌면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을지도 모르고,
또 지켜진다고 해도
그대로의 형태로는
아닐 것 같기도 하다.
올 여름에 나는
시드니에 갈 생각이 있으나
여건상 안가거나 못갈지도 모르고
계절이 반대라서
한국의 여름에 겨울철인 시드니에 가면
찬공기를 막아주기 딱 좋은,
그때 즐겨 입었던 그 주황색 스웨터도
어디에선가 잃어 버렸기 때문에.
그렇지만,
지켜지지 않은 약속을
깨져 버린 약속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것은, 이미 깨진게 아니라
이루어질 날이 오고있는
미완의 약속일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생각하고
계획을 세우고
꿈도 꾸어보는 것이다
그 옛날 내가 호주에서
기타를 퉁기며 불렀던 노래의 제목
When I dream... 처럼...
https://youtu.be/mrR6tqKVoIM?si=6jjR7BmQ8D6TC4Q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