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24
1.
"사람이란
살아온 날의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소중한 것은 절대 잊지 않는다고
나는 믿고 있다"
<냉정과 열정사이>에 나왔던
준세이의 대사 중에서 인용했다
나 또한 준세이처럼
나와 관계된 지난 것들,
그것이 아픈 것이든
무의미한 것이든
환희에 찬 기억이든
슬픈 것이든
지난 것은 기억 안나면
안나는대로 내비두고
지금,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은
가급적 잊지 않으려 한다
물론 나이가 한 살 두 살 더 들어가며
기억할 수 있는 것들의 양이
확실히 줄어들고
비교적 가까운 과거의 일들도
잘 기억 안날 때도 있지만
되도록이면
기억하는 훈련을 (혹은 그런 습관을)
들여보겠다는거다
이런 나의 의지가
내 남은 삶의 방식에 대한
나름의 ‘열정’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음과 정신의 건강에
도움은 될 것 같다
2.
지난 토요일
이사갈 집을 계약했다
오랜 해외생활 후 귀국해서
서울에서만 살다가
탄현에서 일년반 남짓을 살았고
오는 시월이면
일산의 다른 동네로 가는 것이다
짧은 기간이나마 탄현에 살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사위 넷 중에서
티나게 나를 제일 이뻐하시던
어머님(장모님)의 소천,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나
썩 만족스럽지만은 않은 결과,
서울과 달리 여유롭던
야외 나들이와 맛집 탐방,
바빠서 자주 못가던 산을
거의 매주 다니고
비교적 한적하다 보니
음악동호회 활동도 가능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그 속에서 엮어진
이런저런 인간 관계들...
그 중에 어떤 것들은
‘열정’적으로 기억될 것이고
추억으로 단장될 것이며
또다른 어떤 것들은
기억되지 않거나
기억되더라도
‘냉정’하게 행간의 여백이 되겠지
3.
사실 우리는
모든 것을 다 기억할 수 없고
매 순간 몰두할 수도 없다
다만
일이건 사랑이건
배움이건 혹은 취미건
몰두할 일을 찾고
그것 자체에 대한 기억이 아니라
그것에 몰두한
열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되는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과의 관계나 일과 씨름하면서
지나친 의욕과 열정으로 인해
가끔 감정이 예민해질 때
그것을 잘 추스르며
냉정해질 필요도 있다는 것을
알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조절되는 열정과
조절해야만 하는 냉정,
이게 그리 쉽게 되나?
누구나 알고 있지만 잘 안되지...
이사 생각을 하다가
어찌하다보니
냉정과 열정에 관해서까지
생각이 이어졌다
말이 나온 김에 유튜브에서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를
찾아서 다시 봐야겠다
오늘 시간 안되면
다음에 찾아서 볼 수도 있고 ^^::